※ 욕설주의, 날것 주의



근데 철은 여하튼 연예인이고 윤은 일반인이니까. 철 바빠지면 조금 소원해 지기도 하고. 일 많고 하면 솔직히 집에 와서 잠만 자고 그러기도 하고. 연락도 좀 못 받기도 하겠지. 그러면 윤이 혼자 있는 시간 늘어서 뭔가 생각도 많아지고 불안하기도 할듯. 여유로워지긴 했어도 똑같이 어린 이십대 중반 남자에 불과하니까.

근데 이미 자기가 어릴 때 한 번 엄청 매달렸던 전적 있잖아. 그리고 그때 무섭다 소리 들었던 거 아직 안 까먹었어. 철이 아무리 지금 자기한테 미쳐 있다고 해도 아직도 자면서 확 잡아 채거나, 전화했는데 되게 피곤한 목소리거나 하면 확 움츠러드는데, 철 집 비우는 날짜 생기면 가끔 진짜 좀 무서워서 꿈도 꾸고 그럴 듯.


정한아... 자...?


그런거 철은 1도 모름. 그냥 정신없이 집중해서 작업하고, 멤버들 다 엄청 에고 강해서 작업 뭐 하나 하려고 하면 개판으로 신경전 벌이기도 하니까 집에 오면 막 너무 힘들어. 윤 잠들어 있으면 꽉 껴안고 숨 쉬면서 아 살겠다, 싶고.

근데 철도 진짜로 힘듦. 언더에서만 활동 하는 거 아니고 오버로도 뛰는데 그러면 방송 무대 준비 하구 그래야 되서, 그냥 클럽에서나 추던 춤 제대로 배우기도 해야 하니까. 게다가 인제 진짜로 유명해서, 막 예능 같은거에 섭외도 되. 힛더스테이지 힙합버젼 같은 거면 좋겠다. 힙합 하는 그룹들 무대 만들어서 하는 거. 막 순위 정하고 그러는 거. 그러면 승부욕 쩔어서 진짜 미친듯이 빡세게 준비할테니까...


*


그러던 중에 사실 소소하게 싸우는 사건도 있구 그랬음. 방학 직후에 철 엄청 바빠지구, 심심헛헛 하던 윤이 철 연습실 놀러왔다가 가는 길에 철 소속사 메니져한테 꼬여져서, 계약서 받았다가 들키는 거.

그때 소속사에서도 큰 기대 없었고, 윤도 그냥 어물어물. 아 그러게... 나 진짜 졸업하면 뭐 하지... 진짜 이거나 할까... 뭐 이런 마음으로 받아 온 건데, 소식 듣고 연습이고 뭐고 때려치고 집에 온 철한테 진짜 된통 욕 먹구 받았던 가계약서 박박 찢기구 무산. 근데 공교롭게도 이 일이 윤한테는 좀 안심 되는 사건이고... 왜냐면, 불안하던 차에, 철이 자기한테 예민한 거 알게 된 거니까...

그래서 그 날은 진짜 철이, 오랜만에 사정 안 봐주고 막 엄청 거칠어서 진짜 아퍼서 엉엉 울면서도 알았어, 안 해, 미안해... 그랬음. ㅇㅇ 바보 마즘...


*


그리고 여름이니까 또 철 생일 오고. 생일 때 또 클럽 빌려서 공연하고서 생일파티 겸 뒷풀이 겸 해서 파티 크게 해. 근데 이번에는 철이 윤 완전 끼고 다니고. 윤도 기분 좋아서 잘 웃고. 클럽이니까 춤추고 놀고 하는데 좀 빼다가 철이 자기 스테이지 올라가면서 끌어 올리면 또 제법 잘 놂. 사실 뭐. 둘이 같이 놀러도 다니구 그랬으니까. 여튼 기분 좋아서 막 중간중간 몰래몰래 키스도 하고 그랬음.

사람들이랑 어울리다가 사진도 엄청 찍겠지. 근데 윤이랑 철이랑 같이 있는 거 사진 찍으려고 하면, 철이 손으로 막으면서 얘 얼굴은 안돼. 이러고 가리고. 생일자 한마디 하라고 마이크 쥐어줬는데, 오늘 재밌게 놀라고 자기가 산다고 하면서, 근데 윤 사진 찍은 건 윤 가리고 올리던지 올리지 말라고 해서 야유 듣고 그래라. 물론 놀리는 야유지만.

근데 사람들이 막 키스하라고 부추기고. 키스해 키스해 그러면 꺼져 구경하지 마! 막 이러고. 사람들이 또 우우우 하고 놀리고. 그럼 그 아래에서 윤 막 부끄럼타고 웃는데 되게 예쁘겠지. 그래서 또 마이크 넘기고 내려와서 꽉 안고 키스하고. 한아, 진짜 사랑해. 하는데 진심. 아닌게 아니라 오늘 윤 되게 예쁠듯.

이 날 공연도 공연이고, 철 생일이구 파티하는 거 알아서 분위기 안 해친다고 좀 꾸미긴 했는데, 그래 봐야 하얀색 좀 박시한 나시 입고 위에 검은색 오프숄더 엄청 성긴 그물니트 입었었음. 반짝이 실 섞여서 살짝 반짝거리는 거. 바지는 무릎이랑 허벅지 찢어진 까만 스키니 데미지진에 워커 신고. 니트 소매 한쪽만 쭉 늘어진 끈 있는데 리본으로 묶고.

근데 이거 철이 대기실에서 봤을 때 부터 시비 걸었을 것 같다. 아니 너 왜 이런거 입고 왔냐고 막. 바지 다 찢어지고. 어? 니트 이거 망사 뭐냐고. 왜 다 벗고 오지? 이러는데 윤 어이 없고.


안 그래도 벗을거야, 이따.

뭐?!

이따 덥잖아.

그래서 벗게?!


글서 괜히 반항 함 해보려다 본전도 못 찾음.


아니... 안 벗어... 어차피 입으나 벗으나 비슷,

아니 그니까 입으나 벗으나 비슷한 걸 왜 입고 오냐고, 짜증나게.


이러는데 우지가 철 뒤통수 쳤음 좋겠다.


개노마. 작작 해라, 작작. 돌았냐, 진짜? 너 막 뭐 의처증 있어?


막 이랬음. 여튼 철이 일단 그거 망사는 안된다고 그래서, 망사 아니라고 이게 왜 망사야, 하는데 여하튼 안되니까 벗으라고 그러고 자기꺼 가방 막 뒤져서 윤 춥다 그럼 꺼내주는 얇은 여름카디건 회색으루 막 세상 얌전한거 찾아 입혔음.


이런 거 버려.


그리고 그물 니트 말아서 던짐. 조슈아가 혀 막 차면서 주워주고. 윤 그냥 이젠 뭐. 그냥 웃어.


*


그날 막 오만 친구들이랑 그 친구의 친구들이랑 여튼 막 다 섞여 놀아서 사진 엄청 풀리는데 와중에 윤 얼굴은 다 가려져 있고 그렇겠다. 근데 안 찍힐 수는 없고. 철이 막 안고 있는데 뒤통수, 역광 받은 옆모습 이런건데 팬들이 바로 윤이 입은 가디건 철 건거 알아보고.


[클럽파티 더워 죽을 텐데 정한님 에스쿱스꺼 가디건 입음]

[저 안에 나시랰ㅋㅋㅋ]

[에스쿱스 애썼닼ㅋㅋㅋㅋ]

[나 저 날 정한님 원래 착장 저거 아니었던 거 다 알아. 분명 저거 아니었는데!!!]

[그치, 원래 저거 아니었는데ㅋㅋㅋㅋ]

[더웠겠다...]


막 이러는 팬들 트위터 다 올라오고. 그 날 완전 새벽에 승철이가 자기 트윗으로,


[고마워]


해서 사진 하나 올렸는데, 원래 트윗 잘 하지도 않던 사람인데, 그 날 밤에 집에 오는 차에서 윤 손 깍지 껴서잡고 찍은 사진이고. 윤 손에 반지 철이 매일 끼는 그 반지랑 똑같은거고. 사람들이 [헐 저거 커플링이었어, 역시ㅠㅠㅠ] 막 이러고 난리날듯.


*


근데 윤은 철 팬들한테 별로 미움 안 받아. 솔직히 철 성질머리 팬들도 다 앎. 철이 팬들한테 못하고 그러는 사람은 절대로 아닌데, 여튼 솔직한 사람이기는 하잖아... 막, 디스랩도 작정하고 하면 완전 상대 너갱이 탈탈 털고 그래. 그래서 인기 있는거지만...

여튼 그러다보니 철이 가끔 막 멤버들끼리 있을 때도 막 장난 엄청 짓궂고 말도 좀 험하고 한데, 멤버들이 전부, 철이 윤 덕분에 사람 된 거라고 그랬음. 또 윤이 철한테 너무 잘 한다고 솔직히 왜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다들 간증해가지고... 팬들이 보기에도 멤버들이 다 윤 아는 거 같은데 좋아하고 친하고 그러니까. 약간 내 최애 거두어주신 분. 이런 느낌.

게다가 윤이 학교 잘 다니고 하니까, 학교에서부터 내부적으로 외부적으로 잘 바이럴이 되서 (왜냐면, 그 상대방 남자애는 진짜 일반 노말이니까.) 윤한테 나쁜 소문 돌고 악성 루머 퍼지고 그러던 거 다 없어짐. 노는 애 아니다, 찌라시가 나쁘다, 뭐 이렇게 용감한기자들 이런데에도 방송타구 그랬음. (탑 래퍼 A군과 그의 남자 애인 B군 뭐 이렇게 나갔는데 모르면 바보임)

여튼 잘 되면서 윤 이미지도 되게 좋게 풀리고. 실제 윤이 어그로 끄는 애도 아니니까.... 여전히 남아있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그런건 윤도 철도 신경 안 써. 뭐 어쩌겠어. 어떻게 다 좋아함?

와중에 철 팬들이 윤한테, 오빠! 이거 쿱스 오빠 좀 전해 주세요! 이러고 선물 같은 거 주면, 아, 네, 감사합니다. 하고 웃으면서 잘 받아주고. 윤 손 거쳐간 선물은 반드시 철이 어딘가에서 인증하고 그래서 다들 좋아함. 게다가 가끔, 이거는 오빠 거에요, 하면서 윤도 챙겨주면, 아 저는, 괜찮은데... 하고 막 시뻘개지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부끄러워하고 막 이러니까. 누가 봐도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

게다가 철이 윤 끌고 다니면서 지 멋대로 하고 찡찡대고 투덜대고... 이거 팬들도 다 앎. 클럽 데이트, 영화관 데이트, 길거리 쇼핑... 나타날 때 마다, 결국 기승전, [내가 보기에 남친이 에스쿱스가 하자는 거 그냥 다 받아주고 하는 거 같음. 에스쿱스 원래 저렇게 찡찡이임?] 막 이런 글 올라와서....


*


한편 윤은 7월 되자마자 카페 알바 했음. 철이 그딴거 왜 해, 놀아. 그랬는데 너 생일 선물은 내가 벌어서 해 주게. 하고 웃었음. 철이 뭐 그런걸 신경 쓰고 그래, 이럼서 꿍시렁 거렸는데 그러면서도 좋아서 헤벌쭉이었고. 그거 웃겨서 윤이 너 지금 거울 볼래? 하고 놀리고 그랬음.

근데 그거 되게 잘 맞아. 가게에서 로스팅도 하는 가게였음 좋겠다. 그래서 커피 제대로 배우고. 하다보니 재밌어서 진지하게 바리스타 해 볼까, 싶고. 또 사장님도 윤이 열의를 가지고 배우려고 하고 윤이 잘생겨서 손님도 늘고 그러니까 잘 챙겨주고 그럴듯.

철은 그런건 하나도 모르고, 그냥 일 재밌다, 잘 맞는다, 잘 배울까봐, 이러는 거에 그냥 응응 했겠지. 솔직히 자기가 생각해도 윤 집에 가두는 거 말도 안되고. 회사 다니는 건 상상도 안되고. 뭐든 그냥 너무 힘들지 않은 거, 편안한 거, 좋아하는 거 생기면 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찾은 거 같아서... 이제 더이상 열일곱 스무살 꼬맹이 아니니까. 하다가 문득, 어-. 하겠지.

철은 여지껏 한 번도 윤 생일을 챙겨 본 일이 없음.


*


철도 엄청 충격 받았음. 아니 뭔가, 가을에 중간고사 끝나고 금방이었던 거 같은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지. 학교 다닐 때도 그냥 윤이, 나 오늘 생일이라 집에서 가족끼리 저녁 먹는대. 하면 아 그래. 안녕. 그랬고, 성인 되서는 헤어졌을 때 거나, 군대 있거나 그랬어. 제대하고 자기 생일은 크게 했는데, 그때도 바로 작업 들어가고 제대 기념으로 여기저기 방송나가고 불려다니고 윤 생일 같은 건 생각도 못 해봄.

그래서 어느 날 윤 잘 때 지갑에서 민증 꺼내보고. 민증 사진 귀여워서 웃다가 날짜 보고 아아, 하겠지. 얼마 차이 안나구, 헤어졌던 그 해 딱 빼고 매 해 같이 있었는데... 와중에 윤은 때마다 자기 생일 챙겨 준거 기억나서 엄청 미안함. 햇수로 8년 알고 지내는 동안 헤어져 있었을 때 슴살 때 딱 한 번 빼고는 다 챙겨줬어. 그 날 윤은 혼자 케이크 사다 불고 울었는데 알리가 없지. 심지어 철은 군대에 있을 때도 윤이 그 날 굳이 내무반에 케이크 넣어 주고 그랬음. 근데 자기는 물어 본 적도 없으니까...


으으응...


모로 누워서 자고 있는 윤 위로 덮쳐 누르고. 윤이 막 미간 찌푸리고 끙끙 앓는데 막 뽀뽀하고 그러겠지. 미안하고 사랑스럽고 윤이 자기 사랑해 주는 거 진짜 고맙고 막 그래서...


뭐야아...

내가 진짜 사랑해. 알지?

으흐흥.... 아라써.... 자... 빨리....


잠결이라 이 깊은 새벽에 이러는 거 웃겨. 아까 자면서 다 한 말이잖아, 싶고. 윤은 웃으면서 다시 잠들고 철은 그 밤에 집에 작게 꾸민 작업실에 불 켠다.



아무것도 모르는 윤은 개강하고도 카페 알바 감. 철이 자기 생일 챙겨 주고 뭐 그러는 건 1도 생각도 안 해 봤음. 처음 키스 한 날은 윤도 까먹었어 뭐. 그래도 철이 반지 준 날이랑 이사 들어온 날은 기억하는데 그 날 윤이 케이크 사 갔더니 단거 안 좋아하믄서 웬 케이크? 했음. 그냥 웃었다. 그냥. 하믄서 케이크 나눠먹고 윤 혼자 속으로 축하함.

윤은 그냥 지금이면 좋아. 철 제대하구 한 반 년 더 만나다가 잠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서 쭈욱. 다 합치면 벌써 8년째. 솔직히 윤 인생에 철 빼면 남는게 별로 없음. 철 없는 순간에도 철한테 허덕허덕 했어. 유명해서 모르고 싶어도 소식 들리고, 솔직히 못 볼 땐 아침에 일어나서 검색해 보고 뭐 하는지 알게되는 거 스스로 한심했음. 그만큼 좋아해.

가끔 윤도 이상하겠지. 철이 저한테만 유난히 못되게 굴때두 있었고 막 대했을 때도 있었으니까. 승행설승핼설 하는데 남들한테나 하지. 자기한텐 솔직히 그것도 옛다 받아라 수준이었던 거 알아. 트위터 안하지만 가끔 철이 뭐 하나 궁금하면 들여다보는데 팬들이랑 티키타카도 막 상냥할 때 있어서... 철이 자기 애인인거 팬이면 다 알겠지만서두 가끔 질투도 함.

윤은 감기 걸리면 바보냐 진짜? 하고 성질 내고 그럼서 팬들한텐 따뜻하게 옷 입고 다녀, 이러고. 윤한텐 한번도 그런 사진 안 보내면서 트윗에는 출근길 하늘 뭐 이런거 찍어서 올면서 너네 만나러 간다. 이런거도 함. 오빠 보고싶어요ㅠ 막 이러는 트윗도 가끔 나도. 이런거 답장 해 주기도 하고. 

그런거 보면 좀 씁쓸하지. 윤은 보고싶다고 했을 때 막, 귀찮아 했었잖아. 아직도 윤은 그래서 철한테 보고싶다 소리 못해. 뭐라 그럴지 예상도 안 되고 뭔 답이 오든 겁나서. 뮤비 찍구 화보 찍으러 해외 가두 철이 먼저 [뭐해 왜 말이 없어-_-] 막 이런거 보낼때 까지 카톡 안함. 철이 넌 나 궁금하지도 않냐고 성질낼 때, 너 일 할까봐 연락 안 한거라구 그랬음. 내가 그러는 거 너 싫어하잖아, 소리 못함.


*


야.

어?


생일날도 비슷했음. 공교롭게도 공강일이라 오전부터 알바 가서 일하고. 그러다보면 좀 실수도 하고 사장님이랑 막 그거 수습하다가 웃기도 하구 진상손님 언제나 있구 비슷했음. 친구들이 헤이, 생축. 뭐 이러구 기프티콘 보내줘서 나 카페 알바하는데 프랜차이즈 커피 쿠폰 뭐냨ㅋㅋㅋ 이런 정도 농담하구. 근데 불쑥 철. 한 번도 안 왔던 윤 일하는 카페에 온 거.


웬일, 웬일이야?

뭘 웬일이야. 언제 끝나.

나 아직 좀 남았는데....

좀 일찍 끝내면 안돼?


그날 따라 철이 좀 꾸몄음. 피어싱 얌전한 거로 바꿔 끼고. 까만 나시 쫀쫀하게 달라붙는 거 입고 청바지 입었는데 벨트 페라가모. 윤은 까만 슬랙스에 흰 셔츠 까만 앞치마 유니폼 입구 있었는데, 철이 와서 커피 하나 시키면서 오늘 빨리 끝내면 안되냐고 하면 잠깐만 하구 뛰어들어가겠지.

사장님이 애인 왔네, 하고 내다보구. 처음 봤는데 에스쿱스 유명하니까. 놀러가라구 웃어줘서 금방 옷 갈아입고 나옴. 그럼 철 벌써 커피 다 마셨구. 맛있지, 하면 응. 하고. 내가 내렸어. 하면 인제 잘하네- 막 이러고. 둘이 손잡고 나가는데 맞춰 입은 거 아닌데 윤은 흰 무지티고 청바지 똑같은 거 입고 숄더백 세로로 된 거 페라가모 멨고. 철이 가방 들어줄까? 그러면 웃어. 너 미쳤어? 하고. 그럼 철이 그냥 웃으면서 가방 뺏어 들고.


너는 내가 너 좀 잘해줄라 그러면 꼭 미쳤냐 그러더라.


그러면서 코 툭 치면 윤도 웃어. 안 하던 짓 하니까 그러지. 그러는데 자기두 말 하구서 입 합 다물고. 철 가슴 쫌 쎄하구. 미안해서 손 꽉 잡으면, 윤이 슬쩍 철 눈치 봐. 미안. 그러면, 뭐가. 맞는 소린데. 하고. 그냥 손 깍지로 고쳐 잡으면서 뭐 할까? 하겠지.


오늘 어떻게 일이 없어?

응, 오늘 노는 날.


하는데 선선한 가을이고. 윤은 자기 생일인데 때마침 철이 노는 날이라고 이러고 오니까 기분 좋아지고. 오후에 진짜 오랜만에 데이트 하는 거라 설레고 그럴 듯. 홍대 괜히 돌아다니면서 이거저거 아이쇼핑도 하고, 그러다가 맘에 드는 거 있음 살래? 하면 윤이 싫대. 어차피 집에 다 있어. 별로 물욕 있는 사람 아님. 그러다가 저녁 다 되서, 밥 먹고 들어갈까? 하면 철이 벌써? 그런다.


너 내일은 일찍 나갈 거 아냐. 밥이라도 맛있는 거 먹어야지.


윤이 그러면 막 웃어. 둘 다 요리는 잘하는 거 아니라 맨날 하는 거나 해 먹고 사다 먹고 하니까. 그래서 집 근처동네 맛집에서 생선 구이랑 된장찌개, 이런거로 백반 먹고. 집에 가는데 소화 한다구 공원 한바퀴만 돌고 갈까? 해서 공원 도는데, 철이 윤정한, 하면 갑자기 심장 덜컹 해.


어? ...왜?

너 나한테 할 말 없어?

...어?


근데 무슨 할 말? 윤은 할 말 없어. 뭐지? 하고 보는데 철이 휴 한숨 쉬고.


너 왜 오늘 네 생일인데 나한테 아무 말도 안해?

아....


근데 이건 생각 진짜 안 해 본 말이라서. 윤 당황함. 근데 철이 손 조물조물 하면서 그러는 거야. 너는 나 엄청 다 뭐 챙겨주고 그러는데 왜 너는 내가 너한테 자꾸 미안한 일 하게 만드냐고. 좀, 너도 나한테 내 생일인데 이 날 스케쥴 빼, 뭐 이러거나 여하튼. 그런거 하면 안되냐고. 너는 왜 하나도 나한테 바라는 게 없냐고 그럼.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너 곧 컴백이구 바쁜데...

그래도 말은 해 볼 수 있잖아. 우리 하루 이틀 만난 거도 아니고. 고등학생 때야 뭐, 내가 진짜 바보였으니까 그렇다쳐도, 제대 하고서도 벌써 2년이야. 우리 다시 만나고 군대까지 치면 너는 네 생일 세 번 째인데, 내가 오늘 그냥 넘어가면 뭐가 돼?


하는데 윤 뭔가 눈 뜨거워짐. 그래서 아니 그게 아니라... 하다가 미안. 하면, 미안 하라는 게 아니라, 정한아. 하고 철 한숨 쉬고. 윤은 약간 어쩔 줄 모르겠고. 그래서 우물쭈물 하는데 고개 이렇게 들어올리고. 마주보는데 철이 그렁그렁 해. 윤 깜짝 놀라서 왜, 왜 그래?! 하는데 철이 한숨 푹 쉬고.


내가 진짜로 너 사랑해.

아라, 알았어! 왜, 근데, 왜 울어?

네가 계속 못 믿으니까 짜증나.


하는데 윤 웃기면서 애틋하기두 하구 울음도 나. 그래서 눈물 자글자글한데 웃으면서, 짜증나서 울어? 하고 푸흐흐 한다. 그리고 손 풀고 철 뺨 양 손으로 붙들고 뽀뽀 쪽 하고.


너가 나 사랑하는 거 믿어. 왜 안 믿어.

진짜?

응. 진짜. 최승철이 윤정한 사랑하는 거 인터넷에 너무 많아.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어.


그러면 철도 피시시 웃음나고. 윤이, 너한테 말 못한 거 아니고 안 한 거라고, 솔직히 나는 너 이렇게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면 철이 그런게 어딨어. 하고.


진짠데? 너 막 재산도 나한테 다 맡겼잖아. 내가 너 통장도 다 들고 있고. 카드도 다 나한데 있구. 이제 너 일거수 일투족 다 아는데? 너 오늘 또 담배 샀지? 콜라랑. 라이터 왜 자꾸 잃어버려?

아, 라이터. 내꺼 애들이 자꾸 들고 나가서 잃어버려.


하는데 철이 윤 허리 감싸고. 윤이 철 목에 팔 두르고. 자연스럽게 키스하고.


집에 갈까, 이제?


입술 떨어지자마자 철이 그러면 윤이 막 웃어.


왜. 또 섰어?

어. 이제 안 봐도 알겠지.


하면 둘이 막 웃고. 와중에 철이 막, 빨리 가자, 하고 손 잡아 당겨서 좀 급하게 집에 가고.


*


그날 자정 되기 5분 전에 에스쿱스 이름으로 갑자기 곡 하나 뜸.
제목 1004. 작사는 에스쿱스, 작곡도 에스쿱스, 편곡은 우지랑 에스쿱스.

천사네, 천사. 그니까 얘가 널 왜 만나 주는 거야? 하는 우지 목소리로 시작함. 바로 비트 떨어지고 금방 에스쿱스 혼자 랩 하겠지.

오늘도 또 모르고 그냥 지나갈 뻔했는데, 보니까 10월 4일 네가 태어났다고. 그거 부터 힌트였고 처음부터 포인트였는데 나만 그 핀트 몰랐다고. 비트가 있어야만 말 나오는데 어떡하냐구, 네 앞에 가면 죽어도 안나온다고. 친구들이 나더러 말 병신이라고 그런다고, 랩 해서 벌어 먹고 사는데 할 말은 못해서.

이럼서 고백하는 내용. 

자기는 작업실인데 너 혼자 집 보내기 싫다고, 집 들어가면 너만 두고 작업실 나오기가 싫고, 가끔은 만졌는데 너라서 놀란다고, 난 줄 알고 만진 건데 네가 간지럽다고 웃으면 뭐하려고 했는지 다 까먹는다구, 다 까먹어서 너 만지는게 그냥 목적처럼 된다구...

되게 달달하게 쏟아내다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다가 똑같은 비튼데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막 이러고 마지막에 진짜야, 나 너 사랑해. 하고 끝나.


*


윤 다음날 아침에 눈 떴는데, 철은 이미 작업실 나갔고. 카톡에 친구들이 윤 찾고 난리 남. 뭐지? 하면 어떻게 된 거냐고, 에스쿱스 그룹으로 컴백 직전에 이런 솔로곡 실화냐고 자기들이 더 난리. 신곡? 해서 찾아 듣겠지. 들으면서 철 집에 없어서 혼자 펑펑 움. 울다가 학교 가야되서 씻고 나왔는데 점심 즈음이고 철한테 카톡와.


[사랑해, 윤정한]


눈 퉁퉁 부었는데 핏 웃고.


[나도.]


보내고 진짜 기분 좋아서 탁탁탁 튀어 나갈듯.





to be continued.

윤른 위주 셉페스 올라운더, 한 마리의 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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