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블랙캣의 모습인 아드리앙은 머릿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드리앙의 아버지, 가브리엘 아그레스트가 건물 아래로 떨어질 위기다. 다급해진 블랙캣은 가브리엘을 구하러 뛰쳐나가려 했으나 레이디버그가 그를 붙잡았다.


"블랙캣,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지금 검은 나비를 잡아 정화해야지만 가브리엘 씨도, 다른 사람들도 구할 수 있어!"


블랙캣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그리고 그때는 위기 상황 직전에 일이 잘 풀렸지만...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가브리엘이 잘 버텼다면 블랙캣은 레이디버그의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랙캣이 레이디버그의 말에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가브리엘의 떨어지지 않으려 잡고 있던 손이 풀려버렸다.

그 순간 블랙캣은 그 사랑하는 레이디버그의 손을 뿌리치고 떨어지는 가브리엘한테 달려갔다. 떨어지는 건 정말 순식간이며 그 사실을 아는 블랙캣은, 엄마가 실종되었을 때처럼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는 절실함에 움직인 것이었다.


"미안해, 마이 레이디."


창문으로 뛰어내린 블랙캣은 건물 벽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브레엘 아그레스트를 붙잡을 수 있었다. 블랙캣은 그를 붙잡고 창문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제가.. 제가 지금 구해줄 테니까...!"


자신을 구하러 기회를 버리고 온 블랙캣의 모습에 가브리엘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 당신은 정말 친절하군요."

"하하... 그것 참 칭찬 고마워요!"


레이디버그의 부탁을 뿌리치고 온 게 마음에 걸렸던 블랙캣은 어색한 어조로 대답했다. 자신보다 큰 가브리엘을 끌어올리느라 끙끙대면서. 그 순간 가브리엘이 블랙캣이 잡고 있는 오른팔 이외에 나머지 왼팔을 올려 창문틀을 잡더니 눈빛이 변해선 웃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그 친절함이 당신을 죽이게 되겠군요."


예상치 못한 말에 블랙캣은 놀라서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네...?"


순식간에 가브리엘은 왼팔로 창문틀을 꽉 붙잡고선 블랙캣이 잡고 있던 오른팔로 블랙캣의 손목을 잡은 뒤 자신쪽으로 내동댕이 치듯 끌어내리면서 본인은 창문 위로 올라타고 블랙캣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 반동으로 블랙캣의 오른손 약지에 있던 반지를 잡아 빼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믿기 힘든 일에 블랙캣, 그러니까 아드리앙은 자신의 위기에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일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자꾸만 그 생각을 거부했다. 그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충격에 멍해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변신이 풀린 아드리앙은 멀어져 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아래로 떨어졌다.

블랙캣의 미라클스톤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는 기쁨과 창문으로 올라가는데 정신이 팔려있던 가브리엘은 블랙캣이 변신이 풀리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당연히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그가 뒤를 돌아봤을 때 아드리앙은 이미 어디론가 떨어져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야에 보이는 건 인적이 드문 장소에 설치된 높은 건물 아래 절벽과 그 밑으로 펼쳐진 폭포에 이어진 강, 그 주변의 나무들 뿐이었다.





*



"정말이지! 블랙캣은 그렇게 가 버려선 다시 오지도 않고 어디서 뭘 하는 거야?!"


숨을 몰아쉬며 방으로 들어온 마리네뜨가 구시렁거리었다.


"나중에 가브리엘 씨에게 물어봐도 자길 구해주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고만 하고!"

"흠, "

"덕분에 행운의 부적이 무용지물이 돼서 변신 풀리기 전에 급하게 빠져나와야 했고 말이야...!"

"어쩔 수 없었잖아, 블랙캣이 같이 도와줘야 성공할 작전이었으니까."

"그래 맞아, 티키. 그러니까! 도대체 어딜 가서 오지 않았던 거야...! 정말 도움이 안 되는 고양이라니까!"

"하지만 그런 건 블랙캣답지 않지 않아?"

".... 그래 맞아.. 그런 건 블랙캣 답다고 할 수가 없지...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그것보다 지금 문제는, 아직 검은 나비를 잡지 못했다는 거야!"


티키가 큰일이라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임무를 성공하지 못한 건 첫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 다음이야말로 꼭 잡아야겠지. 그리고 블랙캣이 오면 좀 따져야겠어!"


마리네뜨는 다짐이라도 하듯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그러나 다시 악당이 나왔을 때 블랙캣은 오지 않았다.




-

(고양이가 없는 도시 2에서 계속...)

원하는 이야기가 없으면 직접 만들면 돼! 하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이야기를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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