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ring : Sam/Dean, Adam/Dean
Rating : PG-13
Warning : homosexual, Angst, Incest, violence



아, 제기랄… 세상이 너무 평화로운 것 같아.

그렇다고 멀리 장기 출장 가기엔 눈치가 보이고… 

밤새서 드라이브하며 갔다 오기엔 이제 예전처럼 체력이 되지도 못하고.

아 서러워라… 왜 세상은 비행기만 만든 거야? 자동차를 더 빨리 달리게 만들어줄 것이지…

하아, 오늘은 뭘 하면 좋지?

 

어느 무료한 하루, 윈체스터 가의 공식 백수인 딘 윈체스터는 일거리를 찾아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 

초자연적인 사건인 것 같은 건 귀신 같이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던 그이지만, 

요새는 그것조차 뜸했다. 딘은 하품을 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오랜만에 주위를 둘러 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 일어나자, 마주친 거울 속의 자신이 무진장 꼴사납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막 일어나서 까치집이 된 머리카락(색깔까지 어쩜 그렇게 지푸라기 같은지), 세수를 안한 피부는 거칠고 정리가 안된 수염이 듬성 듬성 나 있었다. 눈가를 문지르자 눈꼽도 껴 있는 것 같다.

귀찮은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딘은 그대로 욕실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대충 세수하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 입자 그제서야 멍한 기운이 한결 가신 것 같았다.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오자, 따사로운 햇빛에 무심결에 눈을 찌푸린다. 

덕분에 그나마 있던 긴장감마저 도망가는 것 같았다.

 

‘낮잠이나 잘까….’

 

하지만 그러기엔 집에 남겨진 집안일들이 눈에 밟혔다. 

이대로 집에 있다간 늦게 들어온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들을게 뻔하다.

 

‘아아, 어쩌다 이렇게 한심해졌지… 흑흑… 알바라도 구해봐?’

 

햇빛을 받는 게 기분 좋아 임팔라는 그대로 둔 채, 휘적휘적 근처의 놀이터까지 걸어갔다. 

그곳에 익숙한 아이들이 보여서 딘은 발걸음을 멈췄다.

 

‘저 애들은…….’

 

얼마 전 폐가 앞에서 마주친 애들이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고, 그것을 보자 딘은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자존심 때문에 죽어도 동생들에게 돈을 달라는 말은 못하겠고, 지금은 호주머니도 텅텅.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뭐 좀 먹고 올 걸… 하지만 요리를 하기가 귀찮았단 말이야…

아이들이 먹는 것을 뺏어먹기엔 구차하다고 생각했지만, 딘은 슬쩍 가까이 다가가는 자신의 발을 막을 수가 없었다. 

조쉬와 대니는 모래성 위에 깃발을 꽂고 모래를 조금씩 쓸어내고 있었다.

 

“Hey, guys. 뭐하고 있어?”

 

아이들은 다가온 사람을 보자,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아, 아저씨는?”

“NO NO NO… 아저씨가 아니라 딘이라고 불러.”

 

딘이 근사하게 웃으며 폼을 잡았다. 꽤나 겉치레스러운 모습인데도 조쉬와 대니는 얼굴을 붉혔다.

 

“그 뒤로 별일이 없었지?”

 

딘이 질문하자, 그들은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별일이 있었다면 그가 그 집에서 튀어나온 사실이지만 둘 다 말하진 않았다. 

어른인데도 어딘가 조금 자기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집에 왜 들어갔었어요?”

“그야 유령…이 아니라 위험한 것이 있을까봐 먼저 들어가서 살펴본 거야. 다행히 난 그런 것에 프로거든? 내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너희들 같은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 들어오면 큰일날 뻔 했다고!”

 

대니가 묻자, 딘이 대답했고 그 말에 조쉬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그곳에 진짜 뭔가 있어요? 전설은 사실인가요?”

“뭐 반은 사실이야.”

“거짓말이야!”

 

대니가 부정했다.

 

흐음 요것봐라?


***


제법 연봉이 쎈 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집에 차가 2대 이상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알뜰살뜰 살림꾼 애덤 윈체스터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도보로 15분. 한적한 주위 풍경을 둘러보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집 앞이다.

오늘은 야근업무가 있어서 일찍 퇴근한 병원에서도 공식 FM('Field Manual')인 그는 곧장 집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고 확인했지만 저기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한 손에 들고서 철없이 코에 크림을 묻힌 어른이 자신이 아는 사람인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모르는 척 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애덤으로서는 그가 먼저 자신을 부르기 전에 손을 들어 보였다.

딘은 애덤을 보자 활짝 웃어 보였다.

 

…형… 초딩들이랑 노는 거야?

 

“여어, 마이 브라덜~ 퇴근하는 거야?”

"뭐하고 있었어?”

"산책.”

 

산책? 애덤은 흘낏 아이들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한 명은 딘을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있었고, 조금 키가 큰 녀석은 불만이 가득 차 보였다.

 

".......딘, 설마 애들 걸 빼앗아 먹는 건 아니지?"

 

그러자 딘은 엄청 호들갑을 떨며 부정했다.

 

"그럴리가!! 이건 정정당당하게 일을 해서 받은 보수라고! 어린애라도 공과 사는 확실히 해야지."

 

무슨 일을 했길래 보수가 애들이 사준 아이스크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불만 가득한 쪽이 귀가 길을 지연시킬까 봐 급히 딘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 방식이 너무도 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 엇… 지금 갈거야? 잠깐만. Bye-Bye, Guys. 다음에 또 보자."

 

애덤에게 이끌려 아이들과 헤어진 딘은 과자로 된 손잡이 부분까지 해치워 먹었다.

 

“마침 잘 됐다, 애덤..!”

“응?”

“치즈버거 좀 사먹자.”

“응? 배고프면 집에 가서 밥 먹으면 되잖아?”

 

딘이 시선을 피하듯 눈알을 굴리자 애덤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필시 밥해먹기 귀찮아서 집밖을 나온 것이다. 에구구, 도대체 누가 형인지… 아니 이제는 정신연령도 의심해야 할까?

 

“그러게 용돈이라도 받지. 우리는 일하니까 부담 가지지마.”

“나도 돈 벌 수 있어!”

 

왜 또 그런데 서만 오기를 부리는지, 그래서 샘에게 바보 취급 당하는 거라고 형….

하지만 그런 그를 책망하지 못하고 드물게 나오는 형의 애교를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형에게 약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하지만 난 절대 형을 이성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야.’

 

애덤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가끔 딘의 커다란 눈이 초롱초롱 자신을 올려다 볼때면 심장이 두근 거리긴 했지만, 

일단 자신의 이 감정이 이상하지 않다고 결론 지었다.

단순히 형이 너무 잘생겨서 그런 걸 거야. 난 가족이니까 형을 덮칠 리가 없잖아…!!

 

“애덤, 저 가게로 가자.”

“어? 으응…!”

 

딘의 목소리에 애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차 하는 순간에 또 고민하는 자신에게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문득 샘은 딘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비상식적일 정도로 딘에게 간섭하고 괴롭히는 그 모습은 분명 애정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알고 보니 저 아이들, 우리 동네에 살더라고. 덕분에 이 동네의 재미있는 소문을 많이 알게 되었지."

“헤에, 어떤 소문들?”

“흐흐흐, 이로써 샘의 놀림거리가 하나 생겼어!”

 

딘의 눈빛이 음흉한 것이 또 샘에게 장난을 치려는 것 같아 애덤은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이 차이가 많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딘은 애덤에게 장난을 심하게 치진 않았지만 샘은 다르다. 

샘은 태어나서부터 쭈욱 딘의 장난에 희생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가 지금의 성격이 된 것도 딘의 탓이 클지도 모른다.

 

당하면 배로 갚는다. 그것이 윈체스터 방식이지.

 

 

***

 

 

샘이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오기 전에 딘은 애덤이 해준 점심을 먹고나서 다시 밖을 나갔다.

집에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 무언가가 잔뜩 들려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 애덤은 알 수 없었다.

딘은 기분이 좋은 건지 샘이 돌아왔을 때 그의 코트를 직접 받아주었다. 

무슨 꿍꿍이야? 라고 생각하며 샘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식탁에 앉자 딘이 포크를 든 채로 손을 들었다.

 

“Dude, 이 동네 이웃들 얼굴들은 알고 있어?”

“주위에 누가 사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

 

딘은 혀를 차며 손가락을 저었다.

 

“쯔쯔쯔, 아는 것과 아는 사이는 틀리잖아? 너와 달리 난 말이야, 오늘 이웃 주민들과 착실히 교류도 가졌다구. 샘, 이게 뭔지 알아?”

 

딘은 품에서 무언가를 부스럭 꺼내 들었다. 그것은 종이쪼가리였는데, 가까이 있던 애덤은 그것을 읽고 경악했다.

 

“짜자잔~! 나, Sexy Prosecutor(섹시 검사) 팬클럽이 가입했지롱!”

“뭐야 그건?”

 

샘은 시큰둥한 표정이 되어 반문하자, 딘은 히죽히죽 웃어댔다.

 

“넌 그것도 몰라? 이 동네 아줌마들이 만든 팬클럽인데, 제법 규모가 있더라고.”

“...바보 같아.”

“그리고 가입하니까 이런 것도 주더라.”

 

딘이 꺼내든 것은 샘의 사진들이었다. 

그 대부분은 법정에 서 있는 사진들이었는데 집 앞에서 찍은 사진도 보였다.

 

“그건 또 어디서 났어?”

“원래 유명인에겐 사생활이 없는 법이잖아? 하하핫! 그리고 난 거기서 명예회원이 될 예정이야. 내게는 그들에게 제공해줄 새로운 자료들이 잔뜩 있거든! 아하하! 아, 일단 네 누드사진부터 찍어야겠어.”

“……딘, 설마 그걸로 돈을 벌 생각은 아니겠지?”

 

어처구니 없어하며 샘이 묻자, 딘은 뜨끔했는지 잠시 어물적 거렸다.

 

“아, 아니야!! 동생을 팔아서 돈을 벌다니, 내가 그런 비윤리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여?”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샘과 애덤이 침묵으로 긍정하자고, 딘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

 

“OK, 안 팔아. 됐어?”

 

샘은 딘 때문에 두통이 생기는지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문질렀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모임이 있는지 몰랐어.”

 

애덤은 딘이 가져온 팜플렛(?)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꽤 조용히 산다고 생각했는데 눈에 띄는 걸까?”

 

애덤의 말에 딘은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어? 남자 셋이서 한 집에 산다는 것부터 평범한 일이 아니야. 그것도 잘나가는 유명한 검사님이 솔로라는 게 말이 돼?”

 

둘의 시선이 샘에게로 향하자, 샘은 무뚝뚝한 얼굴로 음식을 가져갔다.

 

“난 결혼 생각 없어. 그냥 이대로가 좋아.”

“그런 소릴 하다니! 너를 위한 여자들이 줄을 섰는데 그런 호사스러운 말을! …물론 비록 다들 유부녀들이지만…. 새미, 난 네가 정말 형으로선 걱정된다.”

 

딘은 샘이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 눈을 그렁그렁하며 바라보았다.

 

“어린애한테 당할 뻔한 남자가 걱정해줄 정도는 아니야.”

“윽! 그건…!”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수치를 그가 언급해주자, 딘은 ‘또 졌어’라는 표정으로 식탁보를 입에 물면서 분해 했다.

샘은 전혀 그런 딘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식사를 시작했고 애덤은 문득 왜 샘이 깊은 관계를 가지는 여자가 없는지 궁금해졌다.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자신의 세계는 다른 곳에도 넓게 열려 있었지만 어느새 샘과 딘에게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애덤은 갑자기 무서워져 깊이 생각하기를 멈추고 말았다.

 

‘확실히 형들은 너무 평범하지 않아..  평범하게 살기엔 너무 튀는 사람들이야….’

 

비정상적으로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딘이나 여자들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는 샘이나 소중한 상대를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되는 거겠지……

 

계속될 것 같은 평화 속에서도 무언가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포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