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동호씨, 글 안 써볼래? 시작은 너무나 간단하고 쉬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삶의 방향은 제 마음대로 된 적이 없었다. 태어난다는 것조차도 어쩌면 제 선택과는 무관한 범주의 일이었기에, 애초에 삶의 시작 자체가 어긋난 방향으로 이루어져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개수나 맞추자 싶은 마음으로 지원한 전공이 유일하게 합격한 곳이 되어버려 인생의 진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릴 수도 있고, 그저 심심풀이로 떠났던 여행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인연을 만나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게 될 수도 있었다. 강동호의 인생에 어쩌면 평생 없을 수도 있었던 수많은 문제들이 황민현이 나타나는 순간 덩달아 나타났던 것처럼, 이 삶은 그저 그 순간의 어떠한 선택으로 말미암아 나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치사하고, 생각해보면 억울한 것 투성이었다. 겨우 그걸로, 겨우 그까짓 걸로 모든 것이 뒤 바뀐다는 것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었어.”

“죄송해요, 오래 걸려서.”


그러나 무작정 그것을 치사하다고 억울해만 할 수는 없는 이유는 그것이 결국은 또 다른 삶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지 않아서였다. 태어남을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멋대로 살기 어려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걸 치사하다고, 억울하다고 마냥 투정을 부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는 배가 고프면 울고, 잠이 와도 울고, 그냥도 우는 법이었다. 할 수 있는 한, 가장 격렬하게 삶을 살기 위해. 손에 쥔 무언가를 절대 놓치지 않기 위해.


“오래 걸리긴 했어. 나 진짜 내 안의 모든 인내심 가불해다 썼거든.”

“.....”

“못해도 한 3년 치는 끌어다 썼어.”

“.....”

“그러니까 반드시 그럴듯한 결론이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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