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자네를 보는데 독대하고 싶었네. 혹 불편한가?"

자라드는 웃으며 답했다.

"그럴 리가, 나도 당연히 그러고 싶었네. 아주 간만의 만남이니. 안그런가 브렉?"

잔에 와인이 담겼다. 자라드는 손톱을 세워 바지를 긁었다. 브렉은 그와 단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여성을 잘라냈다. 자라드가 신경이 안쓰일수 없는 부분이었다. 브렉이 그녀를 가만히 둘 리가 없으니. 그는 진심으로 그녀를 아끼게 되어 버렸다. 언제부턴가 그녀에게 녹아 있었나보다. 머저리 같게도. 자라드는 접시옆의 식사용 나이프 하나를 소매 안쪽으로 감추었다. 그때였다.

"자네, 와인을 마셔 보게."

브렉이 뱀과 같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요청에 자라드는 미소 지으며 잔을 집었다. 맑은 빛의 와인이었다. 브렉의 눈매가 깊게 휘었다. 

"오래 골랐지. 자네는 와인을 즐기잖나? 어서 마셔보게."

"오 브렉, 정말 감동이야. 그걸 기억하다니."

아주 감동적이라고. 그렇게 덧붙인 자라드는 가볍게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브렉을 쳐다보았다. 빨간 눈이 회색 구슬과 마주쳤다. 회색구슬이 부들부들 진동하며 말했다. 어서, 어서 삼켜. 자라드의 입술이 서서히 잔과 닿았다. 그는 여전히 브렉을 응시했고,

그대로 모두 마셨다.

-

여성은 지금 몹시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감금 상태이며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사이즈가 훨씬 큰 재킷과 정말 사용하기 싫은 투명 수정 뿐이었다. 왜 자신이 호위를 서지 못하고 이런 호화스럽고 커다란 방에서 쿠키나 씹어야 하는지 그녀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자라드는 브렉 리우드가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라 했는데 말이다. 검은 또 왜 내어준 건지.

"왜 내가 이 방에서 나갈 수 없는지 설명해."

여성은 앞에 멀뚱히 서 있는 시종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당신을 풀어두지 말라 하셔서요."

여성이 이 상황에서 인정할 수 있는 건 말도 안 되게 푹신한 소파 뿐이었다. 여성은 차게 식은 눈으로 시종을 응시했다. 

"왜 폐하지?"

그녀가 묻자 여성은 둘러싸고 있는, 족히 백은 되어 보이는 숫자의 기사들이 소리쳤다.

"황제가 되실 겁니다! 제국을 건설하실 겁니다!"

여성은 픽- 소리 나게 웃었다. 

"세뇌라도 당했나 보군. 문을 열어줘. 당장."

수 많은 기사들과 시종한명은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딱 열번째 부탁이었다. 목에 핏대를 세운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발을 굴렀다. 검은 연기가 바닥에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뭐, 뭐 하는 겁니까!"

당황한 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손님 대하는 태도가 불량해."

그들은 발을 움직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검은 바람을 일으키는 여성의 푸른 머리카락을 보았다. 오러의 위치는 점점 올라 기사들의 목을 천천히 죄었다. 실버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하나 집어 들었다.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방안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어졌다. 그들의 눈에는 어느새 검어진 푸르렀던 구슬만이 겨우 보였다.

"어디에 있지? 네 신과 잘생긴 은발 왕 말이야."

곧 문이 부서졌다.





소설 [죽은 장작에게]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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