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예뻤다고?"

"어, 무지."

"대박이네. 금마 능력좋다이가. 와꾸도 오지고"

"내 와꾸는 시망이야?"

 

내 질문에 소주를 붓고있던 박우진은 당황했는지, 살짝 움찔했다.

 

"누, 누가 니보고 와꾸 시망이라 하더노! 우리 지후이가 얼마나 예쁜데!"
"........"

 

뒤늦게 수습하지마, 새꺄. 이미 상처받았으니까.

박우진은 내 눈치를 보더니 잘 익은 삼겹살 하나를 내게 건넸다.

 

"니도 소개팅하자, 지훈아."

"......."

"니도 하자. 못 할게 뭐 있노. 니도 좋은사람 만나서 다시 새 출발 해야지."

"...새 출발은 무슨."

 

누가 소주보고 쓰다했어.졸라 달달하고 맛있구만.

박우진이 따라주는 술을 한 잔씩 받아 마시다가, 나중에는 나혼자 들이붓고 마셨다.

자작하면 평생 혼자산다던데, 띠바 이렇게 혼자살다 뒤지지 머.

 

"야, 니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이가."

"냅도바아- 나 안 치했어!! 말짱해!!"

 

박우진 손을 뿌리치고 다시 한모금 털어넣었다.

 

"크으...우지나."

"왜"

"디게 이쁘더라규."

"......."

"그리구 디게 잘 어울려써. 둘이."

"......"

 

세상에서 더없이 잘 어울리는 커플인줄 알았던 박지훈과 라이관린은 옛말이었다.

그 잠시동안에도 둘은 아주 선남선녀가 따로없었지.

 

"...행복했으면 좋게써."

"니도 좋은사람 만나면 행복..."

"아니, 나 말구... 간린이."

"......."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게써...진심이야. "

 

맨날 툭툭대고, 잔소리하고, 좋은걸 좋다고 말 하지 못하는 박지훈한테서 10년 넘게 고생했는데, 이제서라도 좋은사람 만나서 행복해야지. 사랑받고 살아야지.

 

"근데 왜우는데."

"...응?"

"니 지금 운다이가. 왜 우는데. 니가 우는 이유가 뭔데."

 

거울을 보니 두 눈이 시뻘갰다.

 

"흡, 속 시원해서."

"......"

"잘 사는거 같아서. 잘 헤어진 것 같아서, 흡, 진작 이혼할걸. 그치? 우진아? 흡.."

 

근데, 사실 나도 내가 왜 우는지 모르겠어.

 

.

.

.

 

딱 사족보행 하기 전 까지 마셨다.

데려다 주겠다는 박우진을 쿨하게 무시하고 나 혼자 현란한 지그재그 스텝을 밟으며 집에 도착했다.

 

자취방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술이 취한 상태에서도 너무 낯익은 차와 그 옆에 너무나도 낯익은 사람이 서 있었다. 


 

"왜 이제 와."

 

내 전남편이었다.

그는 나에게로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그를 보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나를 얼른 부축했다.

 

"어디서 이렇게 마셨어."

"어어...내 전남편이다아... 우리 전 남펴어언..."

"누구랑 이렇게 마신거야. 술도 못 마시는게 뭘 믿고 이렇게 마셨어."

 

꽐라상태에서 봐도 내 전남편 와꾸는 기가막혔다.

 

"우지니라앙...닭발이라앙..."

 

라이관린은 나를 자취방으로 데려가지않고 제 차로 데려갔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술은 내가 머겄는데, 왜 니가 취했냐?"

"무슨소리야"

"니 차가 내 집이야? 왜 나를 여기루 데려오는건데에..."

"좀 타봐. 할 얘기가 있어."

"싫어"

 

다시 걸음을 돌리자, 라이관린은 내 팔을 잡아왔다.

 

"얘기 좀 하자니까."

"나는 할 얘기없어. 얼른 돌아가, 나 쉴래."

 

다시 돌아가려해도, 금새 또 잡혔다.

 

"왜 자꾸 이러는...!"

"제발"

"......."

"제발, 10분만, 10분만 나한테 시간 좀 주라. 어?"

"......."

"10분은 줄 수 있잖아. 나한테."

 

.

.

.

 

라이관린이 나를 제 차에 태워 데려간 곳은 한강둔치였다.

우리는 아무데나 주차하고 그냥 차 안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주변은 조용했다.

 

아예 시동을 꺼버린 라이관린은 아무 말 없이 앞에있는 강 만 주시했다.

나도 딱히 먼저 말을 걸고 싶진 않아서 그냥 창 밖만 가만히 쳐다봤다.

 

"얼마전에 배진영이 연락왔었어."

"......."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던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원이라고. 제발 자리만 채워달라고."

".........."

"그냥 시간만 떼우다 가도 되니까, 자기 체면 좀 살릴 겸 나와달라고."

"........."

 

라이관린은 옆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계속 앞 만 보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갔지. 갔는데,"

"........."

"거기서 그 여자를 만난거야. 니가 아까 본 여자."
"........"

"내가 연락 안 하면, 알아서 연락 안 오겠지 했는데, 그 여자는 진짜... 당돌한 여자더라고. 챙겨달라 한 적도 없는데 

알아서 내 생일까지 챙기더라."

"........"

 

끝까지 앞만 주시하던 그는, 그제서야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아니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

"진짜 그런사이 아니야."

"...야,라이관린."


들으면 들을수록 웃겼다.

소주 네 병으로 뽀개질 것 같은 머리를 붙잡고 해장이 절실한 지금, 이런 어이없는 말을 듣고 앉아있는다는게.

그리고 이런 어이없는 말을 구구절절 내뱉고있는 라이관린이.


"나 지금 좀 어이없어."

"......."

"너 그새 잊었나본데, 우리 이혼했어. 우리 헤어졌다고."

"......."

"니가 그 여자랑 손을 잡든, 키스를 하든, 섹스를 하든 난 이제 아무렇지 않아. 아무 감정 없어."

"박지훈"

"왜 나한테 그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누가 그딴 설명 듣고싶댔어? 차라리 내가 바라던바야. 니가 다른사람 만나서, 이제 진짜 우리의 이 좆같은 인연 좀 끊어졌으면 하는게 내가 바라는거라고. "

"......."

"너랑 함께했던 끔찍한 결혼생활에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왜 자꾸 내 앞에 나타나는데."


술을 많이 마시긴 했는지, 말하면서 가슴에 쿡쿡 찌르듯이 통증이 왔다. 작작 좀 마실걸.

라이관린은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내 얼굴만 쳐다봤다.

잘하면 한 대 칠 기세였다.


"내가 이런 말 같지도 않는 말 들으려고 이 차 탄 줄 알아?"
"너 말 그렇게밖에 못..."

"내 말이 어떤데? 넌 나한테 무슨 대답을 원했는데? 아하! 그래? 다행이네! 난 또 니가 벌써 연애하는 줄 알았잖아! 다행이다, 하하! 이런 대답을 바랬어?"

"박지훈."

"현실을 직시해. 우리 이혼했어. 우리 이제 아무사이 아니야."

"........."

"니가 누굴 만나든, 난 아무 관심 없어. 알겠어?"

"........"

"간다."


차 안이 미친듯이 갑갑해서 머리가 아파왔다.

문 열고 나가려고 손잡이를 잡는데, 라이관린이 내 팔을 잡아왔다.


"그럼 넌 왜 그랬는데"

"......"

"왜 그렇게 겁에 질려서 도망갔냐고. 아무렇지 않다면서, 왜 내가 다시 잡았을때,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있었어."

"....."


글쎄, 그건, 그러니까...그건 그니까...


"...졸라 웬수같은 니가 하하호호 웃으면서 연애한다니까 좆같았겠지. 기분이."


박지훈, 너 미쳤냐? 

술 취해서 뵈는거 없어? 말을 왜 그딴식으로 좆같이 해!

라이관린 보는거랑 달리 마음 졸라 여리다고! 유리멘탈 이라고!


"...박지훈."

"...나 간다."


차 문을 열고 닫을때까지, 나는 라이관린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도 나를 더이상 잡지 않았다.

애써 뒤를 돌아보지 않고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억지로 또박또박 고쳐 걸었다.


띠바, 졸라 멀리도 왔네. 이 정신으로 집에 어떻게 간담..

하나부터 열 까지 다 좆같네, 진짜...


.

.

.


좆같은 상황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그렇게 대판싸우고 헤어진 다음날, 하필이면 (전) 시댁식구들과 식사자리를 갖기로 한 날 이었다.

타이밍 한번 졸라 좆같지, 진짜...


"어, 엄마. 나 식당 다 왔어. "

"그래. 아버지 이름 대고 들어오면 , 직원이 방 안내 해 줄거야."

"응, 알겠어...엄마, 근데...엄마 사위는...?"

"관린이? 둘이 같이 오는거 아니니? "

"어? 어어... 그, 그게...관린이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따로 출발했어. 과, 관린이도 곧 도착 할거..."


그때, 식당 자동문이 열리더니 라이관린이 들어왔다.

직원에게 차 키를 맡기던 그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그래. 어제 그런 쌍욕을 들었는데...표정이 좋을리가...없지...


나도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양가 부모님들이 계신 방으로 갔다.


"아이고, 우리 며느리 왔네!"

"왔니?"


어머님과 아버님, 할머님께서 문이 열리자마자 나를 격하게 환영해주셨다.

우리 엄마, 아빠도 내 뒤따라 들어오는 라이관린을 '아이고 우리 사위- ' 하며 반겼다.


"죄송해요, 저희가 좀 늦었죠? 차가 막혀서..."

"우리도 이제 막 왔어. 얼른 앉거라."


어쩌다보니 그와 마주보고 앉게되었다.

밥이 잘도 넘어가겠다, 진짜...


.

.

.


커다란 탁자에는 먹음직스러운 한식들로 가득했다.

다 나온줄 알았던 코스요리는 계속해서 상을 채우고 있었다.


"음식들이 정갈하네요. 그쵸?"

"그러게요. 많이 드세요, 사부인."


음식에대해 하나하나 평가를 하시던 부모님들은, 이제 나와 라이관린에게 관심을 옮기셨다.


"아가, 요즘 무슨 일 있니?"

"...네?"

"얼굴이 왜그렇게 수척해졌어. 우리 관린이가 너무 애먹이는거 아니야?"

"...아, 아니에요! 제가 요즘 다이어트 한다고..."


귀신같은 어머님..

이혼 후 급격한 스트레스로 탱글했던 피부가 푸석푸석 해진건 사실이다.


"우리 관린이가 괴롭히면 언제든지 전화해. 나는 네 편인거 알지?"

"하하. 그, 그럼요..."

"어머, 사부인도 참. 우리 지훈이 한 성격 하는거 모르시죠? 아마 라서방이 엄청 져 주면서 살고 있을거에요."


우리 엄마의 말에 나는 아무 말없이 앞접시에 있는 음식만 깨작거렸다.

힐끗 앞을보니 라이관린도 이 자리와 이 대화가 불편한지, 앞에 있는 물만 마셔댔다.


그렇게 어영부영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로 나온 과일푸딩을 뜨려는데, 급격히 속이 울렁거렸다.

전날 밤 과음으로 인한 숙취와, 불편한 식사를 했더니 제대로 탈난게 분명했다.

그래도 티내지 않기위해 꾹 참고 물만 마셨다. 마시면서 앞에 앉아있는 라이관린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하고 푸딩을 깨작이다가, 속이 뒤틀리는 지경까지 이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한데 저 잠시 나갔다올게요."


그리고는 얼른 화장실로 뛰었다.


.

.

.


"우웩- 우웨에엑- 우웁- "


결국, 화장실에 들어오자마자 속을 다 비워냈다.

해장국이라도 먹는건데, 꿀물이라도 타 먹을걸... 

위를 쥐어짜는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토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씨바, 내 인생 왜이래. 왜이렇게 고난의 연속이야. 

왜 한번도 내가 편하게 사는 꼴을 못 보냐고. 


서러워서 변기통을 붙잡고 울고있는데, 갑자기 커다란 손이 내 등을 탁탁 쳐댔다.

졸라 놀라서 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못 먹겠으면 그냥 그만먹지, 뭐한다고 그렇게 꾸역꾸역 먹어. 누가 뭐라한다고."

"........" 


내 전 남편 이었다.

나는 내 등을 두드리는 그의 손을 쳐댔다.


"왜 나왔어."

"아까부터 너 표정 안 좋았어."

"니가 앞에 있는데 내가 표정이 좋을리가."

"말 자꾸 그딴식으로 할래?"

"어. 할래. 그러니까 듣기싫으면 말 걸지를 마. 좀."

"........."

"나가."


내가 그를 밀어도, 그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신경끄라했지. 내가 표정이 안좋던말던, 변기통 붙잡고 토하던 말던 제발 신경 좀 끄라고!"

"......."

"니가 이러는거, 나 하나도 안 고마워. 오히려 부담스러워. 짜증나."

"......."

"이혼 한 사이에, 이런 오지랖 떠는거, 졸라 재수없어. 알겠..."


툭-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놀라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 아빠..."

"...아버님..."


잔뜩 굳은 얼굴로, 화장실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우리 아빠였다.

아빠의 발 밑에는 아빠의 휴대폰이 떨어져있었다.


"...지금...내가 뭘 들은거니."

"....아빠..."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 대답 할 수 없었다.


"...이혼이라니. 너네...이혼했니?"


.

.

.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언젠가는 닥쳐 올 우리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로했다.

그러나, 막상 닥치고나니 생각보다 훨씬 무섭고 고통스러웠다.


일단, 엄마는 쓰러졌다. 어머님도 가슴을 붙잡고 그대로 주저앉으셨다.

아까까지 하하호호 거리던 룸 안은 통곡소리로 가득했다.


"어떻게...니네가 어떻게... 어떻게 우리한테 니네가..."

"....흡, 흐으...."

"어떻게 어른들을 속이고! 할머님을 속이고! 니네가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살아 갈 수 있어!"

나는 아무말도 꺼내지못하고 눈물만 뚝뚝흘렸다.

라이관린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 있기만 했다.


"둘 다 말좀 해봐라. 대체 이유가 뭐니. 이유가 뭐길래... 후으, 뭐길래, 이혼을 해!"

"........"

"합의 하에 한거니? 대체 언제 한거야. 뭐라 말이라도 좀 해봐라 둘다!"

우리가 아무 말이 없자, 쓰러진채로 아빠한테 기대있던 엄마가 입을 열었다.


"...누구니, 누가 먼저 이혼하자 했니."

"........"

"지훈이 너니? 관린이 너야? 왜? 왜 이혼했어. 대체 뭐가 문제길래? 몇 일 전에 내가 너희 집 갔었을때, 그럼... 그것도 다 연기였니?"

"........"

"이, 이혼 한 애들이 같이 살 리가 없잖아...? 그것도 다 연기였어?"

"...죄송합니다."


라이관린의 한마디에 엄마는 또 다시 울었다.


"흐으...너희가 어떻게 우리 뒷통수를 이렇게 세게 칠수가 있어! 흡, 결혼시켜달라고 그렇게 빌때는 언제고, 흐읍, 어휴 진짜...!! 대체 왜!! 

흐윽, 흐..."


어머님은 내 팔을 붙잡고 우셨다.


"지훈아, 흡, 아가.. 내가 널 얼만큼 예뻐하는지, 흡, 잘 알면서, 니가 어떻게 내 뒷통수를 쳐! 응? 아니지? 이혼한거 아니지? 흡, 지금이라도 거짓말이라고 해..

흐읍, 응?"

"...흡, 어머니임... 죄송해요..."


어머님이 계속 내 팔과 어깨를 붙잡고 우시자, 라이관린이 나와 어머님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너무 당황해서 뭐라 말도 못하고 질질 끌려나왔다.


"뭐, 뭐하는짓이야! 수습도 안하고 나오면 어떡해!"

"난리통해서 구해줬는데 고맙다고 해야되는거 아닌가? 수습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이제 뭐 어떻게 해야되는데."
"라이관린."
"잘됐네. 이왕 다 들킨거, 네 소원대로 이제 진짜 우린 서로 볼 일 없겠네. 좆같은 부부연기 안해도 되겠어."

"......."

"빨리 가."

"...너는..."

"난 도망가든, 여기 있든, 맞아죽는건 똑같으니까, 너나 빨리가."

"......."


라이관린은 아무 택시나 잡더니 나를 택시안에 구겨넣었다.

그리고는,


"...미역국, 잘 먹었다. 그리고.."

"......."

"잘 지내라. 이제는 진짜 볼 일 없을거야. 네가 원하는대로."


.

.

.


휴대폰은 끊임없이 울렸다.

엄마에게서, 아빠에게서, 그리고 시부모님에게서.

나는 단 한통도 받지 않고 아예 휴대폰을 들여다 보지도 않았다.

무서워서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았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딱 하나 생각나는건, 라이관린 이었다.


지금 어쩌고 있을까? 

아버님한테 개털리듯 맞아서 걷지도 못하고 있으면 어떡해?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계속 신경쓰였다.

전화라도 해 볼까 싶어서 번호을 눌리다가도 다시 지우고, 다시 눌리고,지우고, 계속 반복했다.


휴대폰만 붙잡고 멍때리고있는데 ,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

"...여기구나. 진짜 네 집이."

"...어, 엄마..."


박우진이 알려줬는지, 문 열리자마자 보이는건 엄마얼굴이었다.

하루만에 상한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또 다시 눈물이 나왔다.


"흡, 엄마..."

"......."


말없이 내 자취방을 둘러보던 엄마도 다시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리고, 날 두들겨 패 죽일 줄 알았던 엄마는 나를 끌어안고 토닥였다.


"...집에 들어오지, 왜 이런곳에서 혼자 고생했어."

"흡, 흐으... 엄마아..."

"그동안 마음 많이 아팠지? 엄마는 내새끼 고생하는줄도 모르고... 흡, 그저 우리사위,우리사위 거렸네."

"흐으...엄마 미아내애..."


엄마가 달래주니까 눈물이 더 많이 났다.

어린 애 처럼.


"엄마한테라도 말을 하지 그랬니. 그녀석이 바람피우고 있었다고, 그래서 많이힘들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

".....응?"


잠만, 뭐라고?


"어,엄마...그게 무슨소리야?"

"관린이가 이미 다 말했어. 자기가 바람피워서, 네가 이혼하자했다고. 그래서 이혼했다고."

"...뭐?"

"혼자 속앓이를 얼마나 했길래, 내새끼 얼굴 좀 봐..."


엄마가 내 얼굴을 쓰다듬던말던, 내 머리속에는 그의 목소리만 맴돌았다.



"잘 지내라. 이제는 진짜 볼 일 없을거야. 네가 원하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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