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는 저와 제 어머니가
격한 언쟁을 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저는 영화에 완전히 매료됐었던 반면,
어머니는 “지루할 뿐 아니라
주인공이 자꾸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짜증나는 영화였다”고
혹평을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의 말씀에
일견 동의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미소가
술, 담배와 집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때
집을 포기하기로 한다거나 하는
행동들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바보 같은 선택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점이야말로
이 영화가 탁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현실적으로 해야 하는 선택’을 하도록
강요 받는 것에 염증이 나 못 견디겠는,
제발 인생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는 청춘들의 마음을
미소를 통해 대변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소가 하는 행동은 모두가
세상의 기준으로 오답입니다.

그는 가사도우미가 자신의
직업이라고 말합니다.
스쳐가는 알바나, 발판이 아니고
평생 할 직업이라고 말입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죄인이라고,
따라서 술, 담배는 물론 결혼까지도
자기 의지대로 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세상을
미소는 무시하고 자기 길을 갑니다.

그런 미소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이는 대리만족을 느꼈을 테고,
어떤 이는 위로를 받았을 것이며,
어떤 이는 도전 받았을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반론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친구들한테 번번이
신세 지고 민폐를 끼치면서 당당한 건
당당한 게 아니라 뻔뻔한 거 아니야?’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으니까요.

하지만 미소가 게으르게 살아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고
매우 성실하게 일을 했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묻게 됩니다.

‘정말 잘못된 것은 저렇게 성실하게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회 시스템 아닌가?
왜 어떤 이들은 특정한 직업을
꿈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돈 없는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어쨌든 미소가 애시당초부터
돈 잘 버는 진로를 갔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간단하게 말해버리기에는,
그렇게 한 미소의 동창들 중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입니다.

여전히 미소가 바보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묻고 싶습니다.
20대의 청춘이 바보 같은 짓을
마음껏 할 자유가 없는 세상이라면
그것이 바로 잘못된 세상이 아니겠냐고.

무책임하게 미소처럼 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면서도
미소를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의
답답함을 잘 표현해준 것만으로
이 작품은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공녀」가
오늘날 대한민국에 꼭
나와줘야 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하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준
전고운 감독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품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제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영화,
차갑기만 한 현실을
포근한 시선으로 바라봐준 영화,
<소공녀>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시인이나 소설가를 꿈꿨었는데 아무래도 재능도 끈기도 부족한 거 같아서 포기했구요, 대신 부담 없는 포스타입에 제가 쓴 글들을 조금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잘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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