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젊토니와 벤의 조카인 피터의 이야기 입니다.

*피터가 토니보다 5살 더 나이가 많습니다.




그 날의 저택은 죽음과 탄생이 공존했다.


Hold my Hand.


피터가 5살이 되던 해였다.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주던 부모님은 점점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고,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만이 모인 곳이었다. 피터는 그 날의 의미를 몰랐고,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 했다.

피터. 말 잘 듣고, 착하게 굴어. 알았지?

삼촌과 숙모의 손에 맡겨지면서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이었다. 피터는 착실하게 그 말을 지켰고,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렸다. 1일, 2일, 3일, 4일....... 매일 밤 잠들기전 몇번째 밤인지 세며 잠 들었다. 20일쯤 되는 날 밤, 온통 검었던 이상한 날이 됐을 때.

피터는 더 이상 밤을 세지 않았다.


"멋있는 도련님이네요!"

피터가 밤을 세지 않고 침대에 누웠을 때, 저택은 시끄러웠다. 비석에 이름이 세겨졌을 때, 누군가의 이름이 탄생했다.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

"피터와 5살 차이인가요? 어쩌면 둘이 친해질 수도 있겠어요."

토니 스타크가 태어나자마자 비슷한 또래였던 피터는 주목을 받았다. 삼촌과 숙모의 손에 맡겨져 저택에 들어온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피터는 이미 저택에서 유명했다. 하워드 스타크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벤의 조카였기 때문에.

"피터, 어제 스타크가의 새로운 도련님이 탄생하셨단다. 언제 보러가지 않을래?"

벤의 물음에 피터는 가볍게 승낙했고, 얼마 안 있어 피터와 토니는 첫 만남을 가졌다.

"....... 작아요."

태어나서 아기를 처음보는 피터는 눈을 반짝이며 잠들어있는 토니를 바라보았다. 분명 아기인데도 이목구비가 뚜렸한게 신기했다. 사람이 이렇게도 작을 수 있구나. 이제까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줄 알았는데, 더 작은 사람을 보니 뭔가 이질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아기는 눈을 떴고,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으아앙!"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자 피터는 당황한채 주변만 두리번 거렸다. 그러는 사이 방에 몇몇 사람이 들어와 아기의 상태를 살폈다. 어떤 조치를 취해도 아기가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벤 삼촌과 메이까지 방으로 찾아왔다. 

"아기가 울음을 안 그쳐요...... 어디 아픈 건 아니에요?"

"의사를 불러야 할까요?"

점점 방이 요란스러워지자 아기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피터는 고민했다. 이 저택에 처음 왔을 때, 피터도 조금은 무서웠지만 이내 벤의 손을 잡자 조금 진정 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손을.....

"....... 피터?"

피터가 손을 잡아주자 아기는 언제 울었냐는 듯 뚝, 하고 울음을 그쳤다. 피터가 잡아준 손의 손가락 하나를 덥썩 잡고는 피터와 눈을 맞추었다.

눈이 참 예뻤다. 갈색 눈동자에는 생기가 가득 돌고, 피터는 그 깊은 눈동자에 빠지기라도 할 듯 넋을 놓고 토니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아기는 그저 멀뚤멀뚱 피터를 바라보기만 할 뿐, 얼마 안 있어 피터의 손가락으로 눈을 돌리고는 양손으로 피터의 손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피터. 아무래도 아기가 널 좋아하는 것 같구나."

벤이 피터의 어깨에 손을 따듯하게 얹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아기는 금방 잠 들었다. 피터의 손을 놓치 않은채로.

"손가락 그냥 빼도 될까요?"

"아기가 놀라지 않게만 천천히 빼렴. 그럼 아기도 울지 않고 얌전히 잘 거야."

아기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는지-혹은 피터가 약했는지-손가락을 조용히 빼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피터는 손을 빼낼 수 있었고, 방으로 돌아가 메이숙모에게 아기에 대해 말해 주었다.

"피터, 도련님이 널 좋아하는 거 아닐까?"

"아기가요? 아니, 도련님이요?"

얼른 도련님이라고 말을 고친 피터는 저택의 다른 누군가 들었을까 겁이 났지만 숙모의 손을 잡고 곧 바로 진정했다.

"손을 잡으면 마음이 진정 되곤 해요. 며칠 전에 '그 곳'에서 제가 삼촌 손을 한시도 놓치 않았던거, 기억해요?"

온통 어둡기만 했던 그 날, 그저 두려움에 삼촌 손을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맞잡아오는 벤의 손 힘에 피터는 많이 진정할 수 있었다. 그 날 따라 불길하게 피터의 머릿 속을 헤집는 생각을 애써 떨치며 벤의 손을 꼭 잡았다.

피터의 말에 메이는 조용히 피터를 끌어안았다. 메이? 피터가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메이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 게 느껴지자 피터는 메이와 맞닿은 손에 힘을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누구에게 말하는지 명확한 형태가 없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피터는 남은 한 팔로 메이의 목을 감쌌다. 메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메이 숙모, 괜찮아요?"

피터가 묻자 한참 뒤에 메이가 응, 이라는 대답을 전했다. 피터가 팔을 풀자 메이는 이제 자야할 시간이라며 피터를 침대에 눕혀주고는 굿 나잇 키스를 전했다.

"잘 자요, 메이."

"잘 자, 피터." 


-


"잘 잤니, 피터?"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늘도 도련님과 있을 수 있겠니? 또 부탁을 하시더라."

"네, 물론이죠."

"피터?"

네? 피터는 문을 열려다 말고 뒤돌아 메이를 바라보았다. 힘들면 꼭 말 하렴. 하워드씨는 생각보다 우리를 잘 대접해 주시는 분이니까. 알아요. 사랑한다, 피터. 사랑해요, 메이!


"피터, 있잖아. 내니가 뭔지 알아?"

"네? 음... 그건.... 아이를 돌보거나....."

"자꾸 나한테 내니 라는 걸 붙여 놓는 게 불만이야. 난 그냥 피터가 좋은데."

"도련님한테 내니가 있었던가요?"

? 사람들이 피터가 내니라고 하던데. 아니야? 토니의 말에 피터는 인상을 구겼다. 음... 아니에요.

"그리고 도련님은 아직 4살.... 아니 곧 있으면 5살이네요. 아무튼 애가 맞아요."

"피터 너는 몇 살이지?"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도련님보다 5살 많아요."

그럼 9살에, 곧 있으면 10살? 나보다 두 배나 더 살아서 키가 크구나.

"도련님이 저보다 더 커질 수도 있어요."

"내가? 너보다 5살 어린데."

키는 복불복이니까요. 아버지가 키는 유전이랬는데. 음... 그것도 맞아요. 피터 도대체 누구 편이야?

토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한 스타크 부부가 세운 방법은 피터였다. 토니가 피터의 손을 잡고 울음을 그쳤던 날 이후, 스타크 부부는 피터와 토니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었다. 호칭은 여전히 '도련님'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는 두 사람 모두 별 지장이 없었다. 고맙게도 토니는 피터를 꽤 좋아하는 편이었고, 피터도 토니와 같았다.


"수업시간은 따분해 죽을 것 같아."

"...... 그래도 공부는 하는게 좋아요. 도련님은 스타크가를 이을 높으신 분이잖아요?"

"피터, 너는 언제쯤 내 이름을 불러줄 거야?"

음.... 다음 생에요? 농담하지 마. 정말인걸요.

피터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하자 토니는 이상하게 기분이 상했다. 피터는 작은 물건들을 정리 하고 있었고, 그 옆 작은 책상에서 토니는 조금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피터는 어렸을 때 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그 방향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토니에게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니까, 공부 쪽, 특히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이건 뭐예요?"

"? 아, 또 물리야. 재미 없어. 나는 기계 같은 거나 만지는게 좋은데."

"이번에도 남는 책 주실 수 있어요?"

"상관 없어. 근데 너 그 작은 방에 그 많은 책을 어떻게 넣는 거야? 그것도 재주-"

"도련님!! 또 여기 계세요?"

헉- 피터가 소리내며 잠겨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저택의 고용주들이 사용하는 방에 토니가 들어서는 건 금지였지만, 뭐, 토니 스타크니까.

"도련님 어, 어서 나가세요!!"

피터가 다급하게 속삭였지만 토니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책상에 앉아서 낙서만 했다. 턱까지 괴고 연필로 사각사각 소리만 내자 어느 새 방에는 침묵이 가라 앉았다. 이내 문 밖도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해졌다.

"저, 아, 그, 도련님 오늘 중요한 날이잖아요!"

"상관 없어. 안 갈 거야. 나중에 아버지한테 잔소리나 몇 번 들으면 되지."

정말.... 그럼 저만 혼난다구요..... 피터가 징징거리자 토니는 오히려 재밌다는 듯이 킥킥 하고 웃어댔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일정 밖으로 숨은 일에는 항상 피터가 토니의 곁에 있었다.

"손 잡아줘, 피터."

"네?"

손. 토니가 왼손을 내밀자 피터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왼손을 내밀어 손을 맞잡았다. 아, 그래. 이.....

"아아, 잠깐!"

피터가 악수하는 듯 손을 흔들고 금방 놔 버리자 토니는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는 소리쳤다. 손을 잡으라고 했더니 왜 악수를 하고 난리야?! 사실상 피터의 신분으로 토니와의 접촉은 금물이기 때문에 토니는 입밖으로 소리치지 못했지만 허공에서 갈 곳 잃은 손은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

토니가 벙찐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는 이내 한 숨을 푹 쉬었다. 피터가 그 소리를 듣고 하던일을 멈추더니 토니의 책상앞에 털썩, 하고 주저 앉았다.

"또 뭐가 문제예요?"

"...... 나는 내가 귀족인게 싫어."

너랑 가까이 하고 싶은데. 뒷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뒷말의 의미를, 그 말의 무게를 아직 10살의 토니는 알지 못했다. 반면 토니의 말에 피터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은 듯 몇번이고 입을 열었지만 끝내 목구멍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피터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슬퍼보이기도 했고, 아쉬워 보이기도 하고. 아주 조금은, 화가 나 보였다.

" ...... 그..... 그래도 깔보는 사람은 없잖아요?"

"깔보지 않으니까 우러러보는 사람도 없어."

"하하, 아무 이유 없이 욕을 먹지는 않잖아요."

"난 아무 이유 없이 인정 받는 게 더 싫어. 부담스러워."

"칭찬보다는 비난이 좋다는 건가요?"

"? 뭐? 아니, 그건 말이 좀 이상.... 피터, 왜 그래?"

대화의 흐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자 피터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이제 그는 정말 화가 나 보였다.

"도련님은 모르시겠죠. 당연해요. 전.... 이해할 수 있어요. 아직 어리니까.... 도련님 잘못이 아니에요."

"난 안 어려 피터."

"아뇨, 어려요!!! 어린게 맞다구요, 젠장!!!"

처음으로 보는 피터의 화난 모습에 토니는 당황했다. 항상 차분했던 피터였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피터가 이내 이성을 잃은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깨가 잘게 떨리는게 눈으로 보였다.

"..... 이른 새벽에, 벤 삼촌은 항상 몰래 거리로 나가세요."

피터에게 손을 뻗던 토니는 피터가 말을 잇자 손을 멈췄다.

"거리는 여러 고용주들로 가득 차있죠. 그들은 팻말을 들고 항상 이렇게 소리쳐요, 우리는 승마가 아니야. 우리는 그저 돌아가는 물레 방아가 아니야. 우리는, 물건이, 아니야!"

피터가 단어 하나하나에 힘 주어 말했다. 울화가 속에서 들끓는 걸 겨우 참으면서.

"벤 삼촌은 매일 거리로 나가서, 다른, 그 수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하는 일은 고작, 겨우 펫말 하나를 들고 소리치는게 전부예요. 그리고 돌아오는 건- 폭력이죠.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생각 밖에 안 해요. 제발 벤 삼촌이 오늘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오늘은 제발,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구요."

이렇게 빌어도, 빌어먹을 세상은, 달라지는게 없어요!

생각지도 못 한 일에 토니는 할 말을 잃었다. 피터는 정말로 상처입은 표정을 지었다. 또 화가나고, 그걸 참느라 잔뜩 구겨진 눈가는 이미 눈물로 축축해져 있었다. 몇 초간의 침묵이 가라 앉자 피터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놀란 눈으로 토니를 바라 봤다.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지금은 정말 너무도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벤 삼촌이 나가시는 걸 알리실 건가요?"

피터의 눈동자는 절망적으로 보였다. 눈을 마주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눈을 피하고 싶은건 토니였다.

"...... 아버지한테는 말 안할게. 맹세해."

토니는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잠깐 당황하는 듯 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피터는 토니에게서 등을 보이며 기운 없는 목소리로 미안해요, 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떠났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결국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다행히도, 피터와 메이는 스타크가의 고용인으로써 쫓겨나지 않았다. 그저 심부름하러 나갔던 벤이 하필이면 운이 안 좋게 시위가 일어나는 거리를 지나갔고,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사건은 정리되었기 때문이다. 피터는 슬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일부러 그랬다. 메이를 쉬게하고 싶었고, 자신을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피터, 바빠? 도련님이 부르시는 것 같던데."

"음.... 밀린 일이 조금 많은데..... 뭐라고 하시는데?"

"요즘 도련님 얼굴을 자주 안 보는 것 같더라.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니, 없어. 나중에 내가 갈게. 고마워, 에이바!"

피터는 토니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피터, 주인님이 부르셔."

"네?"

하워드 스타크가 토니에게로 부른적은 많았지만 피터를  직접 부르는 일은 최근에 들어서 처음이었다. 피터는 갑자스러운 부름에 그 이유를 생각했고 벤 삼촌을 생각했다. 설마. 설마. 이제까지 겨우 숨겨왔는데.

토니에게 비밀을 말한 건 자신의 실수였다.


똑똑-

"들어와."

"저...... 부르셨어요?"

"아, 피터."

하워드는 쓰고있던 펜을 내려놓고 피터와 마주했다.

"메이는 괜찮나?"

"네..... 많이 나아졌어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아,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야. 에이바가 네 방을 들어갔다가 놀라운 걸 발견 했다길래."

하워드는 피터가 그동안 모아두었던 책 중 몇권을 피터 앞으로 내밀었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토니가 준 것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풀었더구나."

"...... 죄송해요......."

"생각보다 이해를 잘 했더구나. 어떻게 알았지?"

"네?"

뜻밖의 반응에 피터는 의아해 했다. 곧 피터는 토니에게 받았다며 이야기를 풀었고, 어깨 너머로 대충 배운 것들 뿐이라고 하자 하워드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느꼈다.

"어깨 너머로 그저 봤을 뿐이다?"

흐음- 피터는 자꾸 불안한 마음이면서 다른 한 구석에서 자라나는 호기심과 기대감에 약간의 희망을 가졌다.

"공부에 꽤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니?"

뜻밖의 제안에 피터가 당황했다.

"어.... 하지만 그럼 제 일은-"

"너 하나 준다고 크게 지장은 없지. 그리고 넌 아직 어리니까,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구나."

피터는 너무 행복했다. 피터에게 필요한 것은 그 나잇대와 같이 돈과 관련된 것들이 아니라 '시간' 이었다. 머리가 비상한 하워드는 그걸 잘 알았고, 어쩌면 뜻밖의 인재를 얻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피터가 원하는 것을 주기로 했다.

"아참, 피터."

"네, 주인님?"

"토니와 사이 좋게 지내."

피터는 그 말에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왔다.


"메이, 안 주무고 계셨어요?"

"같이 자려고 깨 있었지."

"몸은 좀 나아요?"

"몸은 멀쩡해. 마음이 문제지."

 피터 너는 괜찮니? 메이의 물음에 피터는 자신이 메이로부터 뒤돌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피터는 아마도 자신의 표정이.... 엉망일거라고 생각했다.

"음, 괜찮아요."

"오늘 하루는 어땠니?"

"저.... 메이. 저 내일부터 시간이 엄청 널럴한데..."

피터는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메이에게 전했다. 다행히 메이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도 기운을 차렸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야겠다고 했다. 메이가 피터의 몫까지 열심히 일 한다고 하자 피터는 무리하지 말라며 마주 웃었다.

"음... 메이는 제가 공부해도 괜찮아요?"

"당연하지. 공부가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잖니."

고마워요, 메이. 두 사람은 오랫동안 포옹하다 불을 끄고 잠 들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도련님."

"안녕, 피터."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이었다. 피터는 그저 멍하니 토니를 바라보았다. 토니를 만난다는 생각 만으로도 사고회로가 정지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앗, 그새 키가 크셨나. 멍청하게도 피터가 토니를 처음 보고 든 생각이었다. 평소에 멀리서만 봐서 그런지 키가 컸다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느 새 피터와 한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공부한다며?"

"네?"

"공부 어떻게 할 거야? 너 가르쳐줄 사람도 없고. 내가 널 가르쳐 주고 싶기는 한데, 너 공학 쪽에는 관심 없지?"

음.... 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화의 흐름에 피터는 조금 놀랐지만 상대가 상대이니, 새삼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내가 예전에 지독하게 물리만 가르치는 학교를 다닌 적이 있거든. 물론 조기 졸업해 버렸지. 재미 없어서."

아, 네..... 피터는 토니가 왜 이렇게까지 뜬금 없는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새거는 아닌데, 교복이 아직 있거든. 그때는 오래 다닐 줄 알고 좀 크게 사기는 했는데...."

교복. 분명 명문이기 때문에 교복이 존재하는 거겠지? 게다가 명문이라면 수업의 수준도 굉장히 높고...... 잠깐, 교복이 아직 '있다'고?

"수업같은 거 한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몰래 수업 들어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

피터는 자신의 목구멍에서부터 무언가 턱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답답했다. 아니, 답답한게 아닌가? 속에서 꾹꾹 눌러놓았던 감정들이 넘쳐 흘러 나오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이상하게 그 감정은 목에서 걸려 그 위로 나오지 않았고, 이상하게 머리가 너무 뜨거웠다. 눈앞이 흐렸다. 눈이 간지러워서 몇번 깜빡였더니 눈에서 무언가 후두둑, 하고 떨어졌다.

"......피터?"

"미, 미안해요..... 도련님..... 죄송해요..... 너무 죄송해요...... 잘못 했어요..... 죄송해요......"

토니가 놀라서 피터를 바라보았다. 피터가 사과를 함과 동시에 목에 걸린 감정을 쏟아냈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울음소리가 나왔고,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쓰러지듯 옆 의자에 앉았다. 소매로 눈을 가려도 한번 터진 감정은 멈출 줄을 몰랐다. 아무리 닦아도 소매는 자꾸 젖기만 했고, 옆에서 토니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역시, 아직 도련님은 어려요.


"피터."

"네.....?"

손 잡아줘.

토니는 피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토닥이듯이.



-Hold My Hand, fin.




안녕하세요, 후드입니다. 연재 중인 팬픽도 안 올리면서 단편을 또 올려버렸네요...... 그냥 매일 매일 써지는 대로 쓰고 올리는 중입니다.... 다른 연재 팬픽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너무 게을러서 뭔가 쉽게 써지지를 않네요..... 게다가 Rain은 한참을 막혀서 몇번이고 수정하고 있답니다.....

오늘 시대적 배경은 빈부격차가 심했던.... 영국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세계사를 잘 못해요....)

피터의 감정 상태를 잘 표현하지 못해 너무 아쉬워요... 마음 같아선 다 갈아 엎고 싶지만, 그러기엔 할일이 태산이라....

사실 토니와 피터의 나이차이를 정하다가 고민에 빠졌는데, 5살차이가 적당한 듯 싶지만.... 토니가 마지막에는 10살인데 너무.... 성숙한 느낌이라서 후회중입니다..... 머리가 좋으니까 성숙한 토니라고 칩시다...

그리고 10살과 15살이 키가 한 뼘 차이 밖에 안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피터가 잘 못 먹고 자라서 키가 작다고.... 합시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연성~연성~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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