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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호석아…….

알아요. 알고 있으니까 이제 내게 그런 말을 하지 마세요. 

그거 알아요? 당신은 언제나 나를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해요.

당신의 웃음 하나에, 당신의 작은 손길 하나에 난 천국을 만끽하고, 당신의 농담 같지 않은 진담에 지옥으로 한없이 떨어지거든요.

그 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뜨거운 지옥 불에 떨어져 나의 육체가 타들어 가도 죄인에게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고통만을 줄 뿐, 지옥 불은 절대 꺼지지 않아요.

부탁이니까, 날 지옥으로 떨어트리지 말아요.

난…… 영원한 고통 따윈 참을 수 없어요.



.


.


.



오피스텔의 실내는 삭막할 정도로 가구가 없었다. 선반이 있는 퀸사이즈 침대와 선반 위에는 자동응답 기능이 되는 유선전화기와 하얀 알약이 가득 담긴 유리병만 놓여 있었다.

난방 희망 온도를 높게 설정한 덕에 실내 온도는 30도에 육박했다. 보통이라면 땀이 흐르고 이불을 찰 만큼 후끈거릴 텐데도, 호석은 침대에 얼굴만 내놓고 이불로 온몸을 둘둘 감고 평온한 얼굴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풍성한 까만 머리카락이 탐스러웠는데, 이대로 영영 잠들어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Trrrrr- Trrrrr- 

실내의 정적은 유선전화기에서 울리는 벨 소리 때문에 깨졌다.

Trrrrrr- Trrrrr- 

전화벨은 연속해서 울리지만, 호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울리기를 몇 번, 삐 소리를 내며 자동응답으로 넘어간다.

“안녕하세요, 정호석입니다. 지금은 부재 중이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낭랑한 목소리였다. 응답기에서 삐 소리가 나고 상대방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석아, 엄마야. 또 핸드폰 꺼져 있네.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는 건 민 서방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집에도 얼굴 비추면 좋겠어. 석이는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 거 같아. 가끔 쉬어줘야지. 우리 아들 얼굴 못 본 지 벌써 한 달이야. 혼자 자취하는데 밥은 잘 챙겨 먹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걱정도 되고 많이 보고싶어. 이번 주말에 집에 와. 아빠랑 누나도 석이 많이 보고 싶어 하니까. 엄마가 석이 사랑하는 거 알지? 그럼 이만 끊는다. 사랑해, 우리 아들.”

삑- 

“한 건의 메시지가 녹음되었습니다.”

모친의 음성을 녹음한 응답기에서는 기계적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잠해졌다. 실내에 다시 정적이 감돌자 호석이 눈을 뜨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맡에 뒤집힌 핸드폰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충전하는 걸 깜박하고 잠든 탓에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 전원 버튼을 눌러도 켜지지 않았다. 잠이 덜 깬 멍한 표정으로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 전원을 켰다. 바탕화면이 나오기 무섭게 남준에게 전화가 왔다. 호석은 피식 웃으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음…… 남준아.” 

“그 몽롱한 목소리는 뭐야. 지금 2시인데 이 시간까지 잤어?”

“응…… 무슨 일이야……?” 

“맙소사. 오늘 지민이 휴가 나와서 7시에 모일 거니까 시간 비워두라고.”

“응…… 알겠어…….” 

“그래, 얼른 잠 깨. 수업 들어야지.”

“응…… 이따가 봐…….” 

호석은 통화를 끝내고 완전히 몸을 일으켜 침대 밖으로 나왔다.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동응답기를 켜고 조금 전에 녹음된 내용을 재생했다.

“석아, 엄마야. 또 핸드폰 꺼져 있네.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는 건 민 서방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삑- 리플레이. 

“석아, 엄마야. 또 핸드폰이 꺼져 있네.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는 건 민 서방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삑- 리플레이. 

“석아, 엄마야. 또 핸드폰 꺼져 있네. 학교생활 잘하고 있다는 건 민 서방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리플레이. 리플레이. 리플레이. 한없는 리플레이…….

녹음된 모친의 음성을 끝까지 다 듣지 않았다. 앞부분만 계속 반복해서 듣더니, 이내 정지 버튼을 누르고 테이프를 꺼내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아…….” 

지끈지끈- 욱신욱신- 

다시 머리를 비롯한 온몸이 아파졌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신경이 놀랐다거나 그런 일은 아니었다. 근육의 경련이라든지, 두통이라든지, 어느새 저도 모르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한 부분이 되었다.

미간을 찌푸리고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욕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옷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갈색 코트를 걸치고 목에 목도리를 둘렀다. 교재가 들어 묵직해 보이는 크로스 백을 메고 오피스텔을 나섰다. 12월의 바람은 무척이나 쌀쌀했기에 옆구리가 시릴 만큼 서글펐다. 

차라리 하늘에서 하얀 눈이라도 내려준다면 좋을 텐데…….

한숨을 쉬는 입에선 뽀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Nothingness

SUGA x J-hope

written by 휴위


  

 




호석은 서울 변두리에 있는 C대학의 사회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어? 정호석이다.” 

캠퍼스를 터덜터덜 걷는 그를 알아본 여학생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호석? 그게 누군데?” 

옆에 있던 친구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작년 수능 만점 받아서 인터뷰했던 애. 학비 전액 면제인 사회과학대 수석 장학생.”

“쟤가? 저 평범한 애가?” 

평범하다는 친구들의 말에 여학생은 펄쩍 뛴다.

“평범이라니! 어디 그런 큰일 날 소릴! 멀리서 봐서 그렇지! 가까이서 보면 완전 조각이야, 조각! 조각도 저런 조각이 없어요! 공부도 잘하지, 무려 쟤네 아빠가 이 학교 총장이지, 각 단대에서 정호석 노리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대단하네…… 정호석이란 말이지?” 

“응! 그리고 또…… 뭐였더라? 사회학과 교수 중에 잘생긴 사람이 있는데 정호석네 자형이래.” 

“자형?” 

“응. 정호석 누나의 남편이자 총장의 하나뿐인 사위.” 

“근데, 수능 만점 받은 사람이 왜 하필 이런 사립대에 왔어? 그 성적이면 S대 가고도 남지 않나?” 

“거야, 모르지.”   

딴에는 자기네들끼리 얘기한답시고 작게 얘기한 거겠지만, 멀리 떨어져 걷는 호석에게 그렇게 잘 들릴 수가 없었다. 이러쿵저러쿵 남에 대해서 다 안다는 듯이 얘기하는 것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능 만점 받아 수석 입학한 지 1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캠퍼스에 끊이질 않았다.

그녀들은 수능 만점 받고 고작 이런 사립대에 온 이유가 궁금하다고 했다. 

―왜, 내 후배가 되고 싶어서 그래? 후후…….

초여름. 사람들이 오지 않는 한적한 학교 도서관. 고장 난 에어컨 때문에 열어둔 창문으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골초였던 그는 창가에 기대섰고, 가늘고 긴 손가락에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담배 한 개비가 있었다. 그가 입에 물고 한 모금씩 들이마실 때마다 담배는 천천히 타들어 갔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아요, 그러니까 피지 마세요. 라고 걱정하면 그는 하하……. 하고 가볍게 웃어줄 뿐이었다. 

내뿜었던 담배 연기 사이로 보였던 아련한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간접흡연이 제일 나쁘다고 하지만, 그가 피는 담배 향이라면 그 향을 들이마시고 폐가 새까맣게 타들어간대도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했으니까.










사과대 2층 사회학과 전공 강의실에는 조별로 앉도록 좌석이 만들어져 있었고, 25명이나 되는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저마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나눠주었다. 호석은 자신의 자리에 궁둥이를 꼭 붙이고 앉아서 10장 정도 되는 분량의 발표문을 보며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중얼거렸다.

“호석아, 발표 준비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냐? 토론조인 우리도 좀 생각해줘야지.” 

선배의 말에 호석이 고개를 들었다. 방긋 웃으며 책상 위에 올려둔 종이를 건넸다.

“그래서 여기 질문 여러 개 만들어 왔어요. 제일 괜찮다 싶은 걸로 토론해주세요.” 

“오냐~” 

“호석아, 준비 다됐어? 사람들에게 발표문 다 돌렸어.”

“응. 고마워, 남준아. 나도 준비 완료.” 

발표 수업이 99.9%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조별 발표 수업을 많이 하는 사회학과는 네다섯 명씩 조를 짜 준비한다. 발표조와 토론조 한 팀이 되어 조사하고 발표하여 그에 관해서 토론한다. 바로 이때 미리 토론할 질문과 답을 만들어 토론조에게 돌리는데, 그 후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연출된다.

“야, 무슨 질문을 이렇게 많이 만드냐?” 

“하지만…… 질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선택권을 줘야지. 그게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호석아. 네가 A급 전액 면제 장학생인 건 알겠지만…… 뒤르켐 할배의 사상 조사하면서 질문 20개를 만드는 것은 좀…….”   

호석이 돌린 질문지를 받아본 과 사람들은 ‘넌 정말 천재야.’라는 시선을 보냈다. 교수 마음에 드는 질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아 일주일을 꼬박 새우는 사람도 있는데, 호석은 단 하루 만에 20개나 만들어 온 것이었다. 그것도 정말 질문하면 교수도 호오~ 하며 감탄할 만한 것으로.

“그런가?” 

호석은 전혀 몰랐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발표 못 했다 해도 교수는 점수 잘 주지 않을까?” 

“…….” 

호석은 한 조원의 말에 멈칫하며 표정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이번 수업 교수님이 바로 호석이네 자형이잖아?” 

“…….” 

맞아- 맞아- 옆에서 맞장구치는 또 다른 사람들. 호석은 그들의 말을 받아치지 않았다. 시곗바늘이 3시 정각을 가리키자 강의실 앞문이 열리며 교수가 들어왔다.

“모두 점심은 맛있게 먹었나요? 수업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분홍 넥타이가 참 잘 어울려요. 특히 회색 양복에…….

그에게 수줍은 미소와 함께 말을 전했다.

―아, 그래? 고마워.

큰 손으로 나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어주었다. 난 그의 손길이 좋았다. 지치지도 않은 채 주인이 쓰다듬어주기를, 보듬어 주기를 바라는 작은 고양이 마냥. 자신을 재롱을 보아주며 웃어주는 주인이 없다면 살아갈 의미를 잃어버리는 나약한 강아지 마냥. 난 그의 손길을 언제나 끝없이 갈구했다. 그때는 정말 간절했으니까. 물론 지금도 끊임없이, 간절히, 갈구하고 있지만.

회색 정장에 분홍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교수는 어두운 흑발이었다. 서른 후반 대로 보이는 동안이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가 교탁에 놓아둔 제출용 프린트를 읽으며 고개를 든다거나, 살짝 웃어줄 때면 남녀 가릴 것 없이 학생 여럿이 얼굴을 붉히곤 표정이 헬렐레 풀어졌다.

“오늘 발표할 조는 4조, 토론조는 5조죠? 발표부터 시작해 볼까요.”

교수는 뒤에 앉아있는 4조와 5조를 훑어보더니 호석과 눈을 마주쳤고, 싱긋 웃어주었다. 그의 웃음에 괜히 손에 힘이 들어간 호석은 고개를 돌리고 프린트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4조 발표자 정호석입니다. 오늘 4조에서 발표할 것은 뒤르켐의 자살론에 대해서입니다.”










“빡세! 빡세! 민윤기 교수 개빡세여! 50분이면 50분. 100분이면 100분 다 채우는 건 대체 무슨 심보냐구여~! 만날 이렇다니까여! 진짜 화나여!”

“정국아. 내 앞에서 그만 투덜대. 넌 그래도 다음 시간 없잖아. 난 교양동 수업인데 발바닥에 땀띠 나게 달려가도 5분이나 지각이란 말이야. 40대 노처녀 교수 얼마나 깐깐한지 알지? 앞 수업 때문에 늦은 거 절대 인정 안 해준다고! 으아~ 내 학점!”

“힉힉힉힉, 남준아, 넌 교양 지각이지? 난 경대 전공 지각이야! 어디서 나서길 나서! 내 전공 점수 물어내라고! 내가 미쳤지! 왜 일반선택으로 사회학 수업을 들어가지고! 으아~ 민윤기 교수 왜 그런다니! 성적은 그런대로 잘 주면서 왜 수업은 10분 일찍 마쳐주질 않냐고!”

“제가 잘못했어요, 형.” 

그랬다. 어피치 미소의 소유자인 민윤기 교수는 단 1초라도 일찍 마치지 않는 괴짜였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사과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그 순간까지 수업할 인간이었다. 과행사나 체육대회, 축제 같은 날에도 수업시간을 다 채우고, 시간이 남으면 자습을 시켰다. 그것 때문에 해를 입은 사람은 호석의 주위에만 벌써 세 명이었다.

몸에 술 한 잔이 들어가니 민윤기 때문에 피해를 본 절친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들이 이렇게 불만을 터뜨리는 곳은 대학로의 한 술집. 호석과 남준, 그리고 태형과 정국, 오늘 모임의 주인공인 지민, 다섯 명이 모인 테이블에는 빈 병 하나와 다 마신 병 하나, 달랑 두 병이 있었다.

“너희는 여전히 불쌍하다~ 그러게 진작 나처럼 1학년 끝나자마자 군대 갔어야지.” 

군복을 입고 약속 장소에 모인 지민은 이제 제법 군바리 티가 났다. 혀를 차며 술잔에 담긴 소주잔을 단숨에 마셔 비웠다. 지민을 제외한 네 명은 술에 너무나도 약한, 한 방울만 마셔도 취한다는 일명 ‘방울 조’였기에 한 병을 비우더니 전부 취해 버렸다. 호석을 제외하고.

“있징~ 있징~ 우리 이쁜 석이~ 민윤기 교수한테 부탁해봐아~ 너네 자형이잖아~” 

혀가 꼬인 태형이 호석의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그래그래~ 우리 프린스 정은 샤방 미소 민윤기 교수 처남이잖아~” 

석진도 옆에서 거들었다.

호석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지, 잔에 담긴 있는 술이 줄어들지 않았다.

“……그 사람이랑…… 친하지…… 않으니까.”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중얼거린 뒤, 잔을 들고 원 샷했다. 혀가 알딸딸하다. 식도에 불이라도 난 듯이 화끈거렸다.










“군대 잘 들어가공~ 다음에 또 연락해~ 알징?” 

“오늘 우리 찜니 얼굴 봐서 저~엉말 기뻤엉. 내 맘 알쥥?” 

“우리 지민쒜~ 알라븅!! 뎡말 뎡말 샤릉훼~” 

“나도 사랑해. 조심해서 들어가. 놀아줘서 고마웠어.”

지민과 호석은 술에 취한 사람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곤,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나란히 걸었다. 

“아직도 오피스텔에서 지내?” 

“응.” 

“버스 타고 10분 거리에,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집이 있으면서?” 

“……응.” 

“역시 집은 불편하다는 거지?” 

“…….” 

“에궁, 내 새끼. 언제쯤 어른이 되려고?” 

지민은 호석에게 어깨동무하고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호석은 지민의 손길에 가만히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에 자신의 절친인 지민은 자신과 ‘그’의 관계를 유일하게 아는 제삼자였다.

“……글쎄…….” 

“호석아, 아프지 마. 인제 그만 행복해져도 되잖아.”

“그러게…….”

행복해진다는 거, 그거 정말 나에겐 힘든 일인 거 같아. 호석은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갈림길에서 지민과 헤어지고 터벅터벅 걷는 호석이다. 물을 먹은 솜뭉치처럼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누가 제 머리에 쐐기를 씌고 망치로 받는지 머리도 다시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서 빨리 잠을 자야겠어. 자면 그나마 괜찮아지거든. 그런데 오피스텔로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었었나? 아니면 오랜만에 마신 술 때문에 기분이 이상해졌나? 역시 방울 조인 내게 한잔은 너무 과했지? 그래, 과했을 거야. 그럼, 과하고말고. 과한 건 알겠는데…… 그런데…… 왜…….

“……자형…….” 

“처남, 이제 와?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전화도 안 받고…….” 

당신이 흐릿하게 보였던 것은, 필시 차가운 공기에 내뱉은 한숨에 비쳤기 때문일 거야. 

“아…… 군에서 휴가 나온 친구가 있어서……. 모여서 한잔한다고 진동을 못 느꼈나 봐요…….” 

“그렇구나. 아, 장모님께서 처남을 많이 걱정하고 계셔. 물론 안사람도 말이야. 내일 약속 있어?”

“……아니요.” 

“그럼 데리러 올게. 아침 안 챙겨 먹지? 그럼 일찍 와서 아침은 같이 먹자. 점심과 저녁은 가족과 함께. 알겠지?” 

“…….” 

“몸조리 잘하고, 내일 보자. 잘 자.” 

“……안녕히 가세요.” 

왜 오피스텔 입구에서 나를 기다렸던 거야? 이 추운 날씨에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기에 양 볼과 귀와 코가 상기 된 거야? 차라리 차 안에라도 있었으면 따뜻했을 거잖아? 왜 나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게……. 

무게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어. 차에 타 내 시야에서 천천히 사라지던 당신의 모습에. 

난 당신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던 그 순간, 무게중심을 잃고 끝없이 아래로 추락했지. 

―대학에는 말이지. 늘씬하고 예쁜 여자애들이 많아서, 호석이가 대학 가면 나 같은 사람은 금방 잊어버릴걸?

그는 내게 잊어버릴 거라고 했다. 대학 따위 들어가면 자신을 잊고 늘씬하고 예쁜 여자를 만날 거라면서……. 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여자 따윈 관심 없다고, 난 당신만 있으면 된다고 그거면 충분하다고 말을 했다.

―여전히 호석이는 귀엽네…….

라고 말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내 시야로 다가오던 그의 얼굴…… 지독한 골초였던 그와의 짧은 입맞춤에는 지독한 타르 향이 느껴졌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딩동-  

더 잘래. 잠을 자야 해. 난 매우 피곤해. 눈뜨고 싶지 않아. 더는 날 괴롭히지 말아줘. 

Trrrrr- Trrrrrr- 

더 잘래. 잠을 자야 해. 난 매우 피곤해. 눈뜨고 싶지 않아. 더는 날 괴롭히지 말아줘. 

찰칵- 삐- 

“안녕하세요, 정호석입니다. 지금은 부재 중이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처남,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여전히 늦잠꾸러기네. 미인은 잠꾸러기? 아무튼, 어서 일어나서 문 열어줘. 아니면 사람을 부를지도 모르니까.”

삑- 

“한 건의 메시지가 녹음되었습니다.”

철컥- 

전화가 효과가 있긴 있었나 보다. 통화를 끊자마자 몇 초 지나지 않아 파자마 차림의 호석이 현관문을 열었다.

“처남, 굿모닝.” 

“……어서……오세요…….” 

틀림없이 저혈압일 거로 생각했다. 매번 잠에서 깨어나면 정신이 멍하니까. 생긋 웃음 짓는 그의 얼굴이 너무나 또렷이 보였다. 하지만 볼 용기가 없었다.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슬렀다.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오지 않을 잠을 청했다. 그 모습을 본 윤기가 작게 미소 지으며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문을 잠갔다. 들어오자마자 확- 풍겨오는 온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바깥과는 너무나 온도 차이가 심했다. 한 번의 시야에 들어온 내부의 실내장식은 처음 보았을 때와 전혀 변한 게 하나 없었다. ‘여전하구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른손에 찬거리로 보이는 것들이 봉지 한 가득이다. 윤기는 부엌 한쪽에 짐을 내려놓고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부엌에는 물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싱크대가 깨끗했다. 매일 밖에서 사 먹거나 굶거나, 집에서는 절대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았을 호석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런…….’ 

윤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냉장고를 열었다.

“…….” 

예상했지만,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거라곤 달랑 2L 생수병 하나뿐. 냉수 먹고 속 차리겠다는 사람이 아닌 이상이야 어떻게 냉장고에 달랑 생수 하나밖에 없을 수가 있단 말인가. 윤기는 한숨을 푹푹 쉬며 자신이 사온 것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었다.

팔을 걷고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을 만들 준비를 했다. 뒤를 돌아보니 맞은편에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자는 호석의 모습이 보였다.

“처남~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 

“된장찌개 좋아했지? 한국 사람에게는 찌개가 최고지.” 

호석은 자신을 깨우는 목소리에 일어나 씻고 식탁 앞으로 가 앉는다.

윤기는 앞치마를 벗고 호석과 마주 보고 앉았다. 식탁에는 이제까지 혼자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생소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새하얀 쌀밥과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된장찌개, 입맛을 당기게 하는 매콤하고 새콤한 밑반찬들이 가득했다. 

“맛있어요. 요리 잘하시네요.” 

한 입 먹은 호석이 그렇게 말하니 윤기는 기분이 좋아져 밥을 먹다 말고 호석에게 얘기한다. 

“그래? 맛있다니 기분 좋은걸? 우리 처남은 결혼하기 어렵겠어~ 이렇게 가정적이지 못하다니. 여자들은 가정적인 남자를 좋아하거든.” 

“…….” 

―들었어, 또 가정시간에 다 태웠다면서?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요?

―어디서 듣긴…… 호석이랑 관련된 거라면 어찌 된 일인지 내 귀에 전부 들어오던걸? 호석인 장가들기 글렀구나~ 요즘 여자들은 가정적인 남편을 원하잖아? 물론 난 가정적이지만. 후후후.

그는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항상 내가 원하는 낭만적인 대답을 해주곤 했다. 난 그의 앞에선 어쩌면 여자가 되어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물론, 그에겐, 진심이 아니었겠지만. 나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있나요? 나를 바라봐 주고 있었던 건가요? 

그럼, 나…… 가정적인 당신에게 시집가도 돼요? 

바보 같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 

숟가락질을 일순간 멈춘 호석이다. 그런 그의 행동에 윤기가 넉살 좋게 웃었다.

“왜? 혹시 내가 한 말에 충격 먹은 거야? 농담이야, 농담. 처남 정도면 모든 여자가 모셔가려고 할걸?” 

“……아…… 네…….” 

그러지 마…… 자꾸 그와 닮은 웃음 짓지 마.

이제 그만해…….

난 그를 잊을 수도 없는데, 어째서 닿을 수도 없는 당신이 그와 같은 미소를 짓는 거야. 

  








  

윤기가 해준 아침을 먹고 그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도착한 곳은, 정원까지 딸린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3층의 호화저택이었다. 붉은 벽돌로 둘러싼 저택에는 외부를 비롯한 내부 곳곳에 여러 대의 보안경비 시스템이 달려있다. 정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그마한 토이 푸들 한 마리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달려왔다.

“홀리, 잘 있었어?” 

홀리는 호석의 앞에 멈춰 엉덩이를 바닥에 내리고 앉아 혀를 내며 꼬리를 흔들었다. 호석이 목을 만져주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둘의 모습을 보며 윤기가 빙그레 웃었다. 현관문이 열리더니 중년여성이 나왔다.

“장모님, 저희 왔습니다.” 

“민 서방, 수고했어요. 석이 얘는 데리러 갈 때까지 절대 오지 않는다니까? 들어가자. 홀리랑은 나중에 천천히 놀고.” 

“네……. 다녀왔습니다.” 

넓은 거실에는 값비싼 카펫 위에 느낌 좋은 가죽 소파와 암체어와 세트로 된 테이블이 있다. 한쪽 벽면에는 대형 벽걸이 TV와 함께.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더 오기 싫었던 건지도 몰랐다.

“여보~- 석이랑 민 서방왔어요. 호숙아~” 

“아, 집사람은 제가 데리고 나오겠습니다. 처남, 앉아서 편히 쉬어.” 

“…….” 

윤기가 맞은편 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부친이 나와 호석을 보곤 팔을 벌려 다가와 꼭- 안았다. 

“어이쿠! 우리 아들 왔어. 부자지간에 어쩜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들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죄송해요.” 

부친의 품에서 그럴듯한 변명을 댔다. 부모들이 가장 좋아하는 변명을.

“우리 아들은 누굴 닮아 이렇게 공부를 잘하는 걸까? 괜히 부전자전이란 말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어머, 이이가. 이렇게 멋진 아들을 낳은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호호호호.” 

“…….” 

호석은 양친의 사이좋은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다. 온 신경이 맞은편 방문을 향해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휠체어에 탄 호숙이 나왔다.

“어서 와, 석아……. 정말 오랜만에 얼굴 보네.” 

정장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윤기가 휠체어를 밀어주었다. 호숙은 어릴 적에 사고를 당해 영원히 걸을 수 없는,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불평불만 하나 없이, 구김살 없이 곱게 자라주었다. 긴 생머리에 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가 안쓰러웠다.

“미안해, 누나.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누나가 보고 싶어서…….” 

또 거짓말을 했지만, 누나는 내 거짓말을 읽지 못한 채 예쁘게 웃었다.

호석은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다. 여기도 변한 게 없었다. 가사도우미가 매일매일 청소하는 건지 책상 유리에는 먼지 하나 없었다. 책장에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부했던 교과서와 참고서들이 빼곡했다. 낡은 모습에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었다.

책 뒤편에 숨겨놓았던 열쇠를 꺼내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쓰러진 사진 액자만 있었다. 손을 뻗어 액자를 들어 올렸다.

“…….” 

고2 때의 축제 전야제의 밤이었다. 특별히 사복을 허락해주는 날이었던 만큼 사복을 입고 오색전구가 달린 나무 아래서 그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어깨에 손을 팔을 두른 그의 얼굴은 머리 색깔이 다른 것만 빼면 쌍둥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윤기와 아주 많이 닮았다. 그와 단둘이서 찍은, 세상에 한 장밖에 없는 사진이었다. 

겨울이었다. 가뜩이나 신경이 예민했으며, 몸도 좋지 않았기에 축제 따위 절대 참가하고 싶지 않았다. 핸드폰도 꺼 놓고 수업을 마치자마자 집에 돌아왔다.

―휴대폰을 꺼 놓으면 어떡해?

전야제가 막 시작할 즈음에 그가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왜요? 난 폰 꺼 놓으면 안 돼요?

조금은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을 때, 그는 얇은 옷차림으로 나왔던 내게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자신의 목에 둘렀던 새하얀 머플러를 풀어 내 목에 감아 주었다. 그의 체취와 온기가 느껴졌다. 새하얀 솜털에 감싸 안긴 느낌에, 두근거림이 끝나지 않았다. 

―꺼 놓아도 돼. 하지만…… 나까지 네 목소리를 못 듣게 하면 안 돼. 알겠어?

왜 내 목소리를 못 들으면 안 돼요? 

―……호석이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날 하루는 살 수가 없거든.

처음으로 참았던 눈물을 그의 앞에서 쏟았던 날이었다. 

그의 품에서…… 그의 체온을 느끼며…….

그는 우는 나를 달래주며 따뜻하게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내 목소리 듣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면서…….” 

자신이 먼저 연락할 수 없었다. 

그도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왜 내 곁에 없는 거야…… 왜…….” 

그는 이제, 없었으니까. 

액자 위로 눈물방울이 하나 떨어져 번졌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아침과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어느새 저녁이라니. 호석의 가족은 부친이 친분이 많은 교수와 자주 온다는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 예약해 두었던 자리에 앉았다. 일 년 전 윤기의 가족과 호석의 가족이 상견례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이 정도면 우리 사이 많이 좋아진 걸까?” 

음식을 기다리며 윤기가 호석에게 말을 걸었다.

“……네? 뭐가요?” 

“처남,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나?” 

“…….” 

“대학 발표 난 날이었잖아. 처남은 C 대학에 붙었음에도 아주 슬픈 일이 있었는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날 멀뚱멀뚱 바라보았잖아? 처음 보고도 인사할 생각도 않고. 그새 잊은 거야? 2년밖에 안 지났는데?” 

“……기억해요. 그때 다…… 기억해요. 잊을 리가 있겠어요. 겨우…… 2년 전인데…….”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다. 합격했다고. 물론 전화로 말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방법은 싫었다. 그래서 찾아갔었다. 몇 번 방문했던 그의 아파트에.

초인종을 누르면 그가 나오겠지? 그럼 말하는 거야. 축하해줘요. 나 합격했어요. 

그러면 당신은 잘했다면서 미소 지으며 나를 안아주겠지? 언제나 변함없이. 

기쁨에 들떠 초인종을 누르자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언니는 누구야?

처음엔 몰랐다. 이 작은 여자아이가 나를 여자로 착각해 맞이해 주었을 때는, 여자아이가 누구를 그렇게 닮았는지는. 여자아이의 뒤에서 그가 나타났다.

―호석아, 여긴 왜…….

―아빠, 이 예쁜 언니 누구야?

―……언니 아니야……. 오빠야…….

―정말? 와~ 예쁜 오빠다~

―여보, 누구 왔어요?

알고는 있었다. 그가 한 번 결혼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까지 아내와 별거 중이었다는 것을. 

―우리 학교 학생.

당연하다는 듯이, 그것밖에 답이 없다는 듯이, 우리 학교 학생 그것뿐이었다.

그랬다. ‘우리 학교 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와 자신은 학생과 선생 사이였다. 

―그래요? 그럼 들어오지 않고 뭐해요?

―잠시 얘기할 게 있어서…… 지수는 엄마에게 가 있어.

모친의 품에 안겨 저를 바라보던 아이는, 품위 있고 아름다운 난을 연상시킬 만큼 우아하던 그의 아내보다 그를 더 닮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아이의 웃음은 그의 웃음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듯이.

괜히 왔다고,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전화해야 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며칠 전에…… 재결합했어.

별거 중에 그녀는 딸을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에 자신을 많이 닮아 예쁘게 자란 자신의 핏줄을 데리고 돌아온 그녀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럼 나는요? 나는… 외면하는 거예요?

그 말 하나 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그를 좋아했었다. 아니, 사랑했었다. 한때는 그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이 부서져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그만큼 그가 간절했다. 그가 전부였다. 

어떤 표정을 해야 할까. 축하해줘야 하나? 웃어줘야 하나? 정말 잘 됐어요, 라고?

하지만…….

―나…… 합격했어요. 이 말…… 제일 먼저…… 말해주고 싶었어요…… 선생님…….

―……미안하다, 호석아…….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두 번째로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전처럼 나를 안아주지 않았다.

그는 미안하다고 했다. 훈련을 잘 받은 앵무새처럼 미안하다는 그 말만 반복했다.

좋아해요…… 선생님을 좋아해요………. 당신을 좋아해요….

정말 좋아하는데, 절대 잊을 수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그의 가슴을 치며 목 놓아 울고 싶었다. 제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예전처럼 나를 안아달라고, 나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리 줘, 잘라줄게.” 

요리가 나왔다. 호숙의 스테이크 접시를 제 앞에 높고 한입에 먹기 좋게 작게 잘라주는 윤기를 보고 양친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다정한 부부의 모습은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서 보기가 괴로웠다. 

그날은 대학 합격했던 날과 동시에 실연의 아픔을 맞이한 날이었다. 또한…… 누나가 결혼할 상대의 집안과 상견례 날이었다. 실연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이곳에 왔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표정 관리를 철저히 하고 다가간 곳에는 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그와 똑같은 웃음을 지으며 누나의 반대편에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표정 관리를 도무지 할 수 없었다. 슬픔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에게 언젠가 말했었지.

―선생님은 분홍 넥타이가 참 잘 어울려요.

회색 정장에 분홍 넥타이를 매고, 그를 닮은 당신은, 내가 아닌 누나를 보며 웃고 있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부탁이니까 참아줘. 울지 마. 울어선 안 돼. 곤란하게 해서는 안 돼. 

하지만 어째서 세상은 당신을 닮은 사람들뿐인 거야? 

“잠시…… 화장실 좀…….” 

“그래, 다녀오렴.” 

그로부터 일주일 후,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곱게 신부 화장을 한 누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었다. 부친은 누나가 앉은 휠체어를 밀며 그 사람에게 나아갔다. 결혼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들 사이를 지나서.

난 신부 측에 앉지 않았다. 평생 걷지 못하는 가여운 누나와 그를 닮은 자형의 행복을 바라며, 피아노 앞에 앉아 결혼 행진곡을 연주했다. 무릎을 꿇고 영원한 사랑의 맹세인 키스를 나누는, 그를 닮은 뒷모습이 싫었다. 참았던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기가 무섭게 지민이의 연락이 왔다. 

그가…… 죽었다고.

그날을 떠올리니 결국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2년이나 지났는데도 그를 잊을 수가 없는 걸까.

어째서 그를 똑 닮은 사람이 내 가까이에 있는 걸까.

“저…… 괜찮으세요? 여기 수건.” 

“……괜찮아요.” 

바보같이. 울려면 안에서 울 것이지 세면대에서 울다가 웨이터에게 걸릴 건 또 뭐람. 

조금 전 메뉴판을 들고 왔던 웨이터가 내미는 손수건을 마다하고 옆에 있는 페이퍼 타올을 뽑아 닦곤 화장실을 나왔다.










“그럼 전 올라갈게요.” 

저녁을 함께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2층으로 올라간 호석이다. 서운한 표정을 짓는 호숙이었고, 윤기는 아내를 안아주곤 호석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호석은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상체를 일으켰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윤기가 들어왔다.

“……왜요?” 

“처남과 잠시 얘기 좀 할까 해서.” 

“……무슨 얘기요?” 

윤기와 마주 앉아 얘기하노라면 그와 상담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는 고2 때 자신의 담임이었다. 고3 때는 사회과목 담당교사였고.

“처남에게는…… 집이 불편한 곳이야?” 

“……갑자기 왜요?” 

“나야 학교에서 일주일에 세 번은 처남을 보지만 안사람은 그게 안 되잖아. 내 말은…… 이렇게 오랜만에 집에 왔으면 누나와 간단한 얘기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 

그러고 보면, 그도 참…… 아내를 많이 사랑했었다.

처음에는 그가 내 담임이라는 것에 별 감정이 없었다. 그저 여자들이 따를 것 같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동안과 누구에게나 상냥한 말투와 밝은 웃음의 소유자였던 그는 비호감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진로상담에 들어가면서 그와 함께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날 진로상담으로 상담실에 불려갔지만, 섣불리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안에선 별거를 원하는 아내와 통화를 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그는 울먹이고 있었다.

상담실 밖에서 몇십 분을 기다렸을까.

―난 당신을 사랑해…… 사랑한다고…… 제발 돌아와…… 당신을 사랑해…….

긴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상담실로 들어가지 못했다. 언제나 웃고 있었기에 걱정 따윈 전혀 없는 듯했다. 힘든 일이라든지, 괴로운 일 따위는 없을 것 같았던 그가,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으며 울고 있었다.

―……선생님은 멋져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고맙다. 내가 상담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내가 상담을 받았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그 어느 무엇에도 관심 없던 내가 그를 좇기 시작한 것은. 

“……남…… 처남. 내 말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알겠어요. 자형이 무슨 말을 하시는지.” 

“응. 처남은 착하고 똑똑하니까 알아들을 거로 생각했어.” 

“나…… 착하지 않아요…….” 

“……응?” 

“똑똑하지도 않아요…….” 

“……처……남?”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아…… 그, 그래. 미안해.”  

결혼식 후, 신혼여행 가는 누나를 배웅해 주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나는 서둘러 그의 시체가 누워 있을 병원의 영안실로 향했으니까.

학교에 있을 때도 그는 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 수업을 잘 가르치는 것도 그랬지만, 편애 같은 것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다정했으니까. 생전의 복이었을까? 많은 사람이 모였다. 

―안됐어. 결혼기념일에 가족 소풍 갔다가…… 전부 죽었대.

그는 언제나 내게 말해주었다. 언제나 말 잘 듣고, 공부 잘하고, 선생님들에게 칭찬 듣는 참 착한 아이라고…… 하지만 그건 거짓이었어.

사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의 아내와 딸이 너무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신은 나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도 함께 내게서 데려가 버렸다.

예전 수업시간 때 그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날, 한 시에 죽는 것도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행복해요? 행복하냐고요.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딸과 함께 죽어서 행복해요?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어째서 당신은 죽어서도 웃는 거예요? 

영정에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나를 반하게 했던, 아름다운 웃음을 말이다. 

당신은 언제나 날 지옥에 빠뜨려.

지옥에 던져진 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 불에 내 온 육신이 타들어 가지…….

“친구들이…… 수업 좀 빨리 마쳐 달래요. 하다못해 5분이라도 좋으니까.” 

“……음…… 그건 곤란한데.” 

“……왜요?” 

“수업을 5분 일찍 마치면 가뜩이나 보기 힘든 처남을 그 시간만큼 못 보게 되잖아?” 

“!” 

―아직도 화났어?

―뭐가요.

―내 수업시간에 보건실 안 보내준 거.

머리가 아파 죽을 거 같았다. 수업시간에 보건실 보내 달랐더니 그는 절대 못 보내준다면서, 참았다가 다음 시간에 가라는 것이었다. 머리 아파 죽겠는데, 하다못해 약이라도 먹고 오겠다고 해도 참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수업이 끝난 뒤 보건실에 누워 있는데 그가 나를 찾아왔다. 

―사람이 왜 그래요? 아파죽겠다는데 약이라도 먹고 오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미안. 어쩔 수 없어. 보건실 보내주면…… 간 시간만큼 호석일 못 보게 되니까.

그가 좋았다. 정말 좋아서 죽을 거 같았다. 

호석이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 윤기가 멈춰 세웠다.

“처남, 웃어 봐.” 

“……네?” 

“가족이 된 지 2년이나 되었는데, 처남이 웃는 걸 본 적 없어서 말이야. 조금 궁금하기도 해.”

―호석인 웃질 않네. 사람들에게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 많이 듣지? 

“……예쁘대요.” 

“……응?” 

“저 웃는 모습 예쁘대요.” 

“아…… 그래? 근데 왜 안 웃는 거야?” 

“……그런 말을 해주었던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요.” 

“…….” 

―하지만 이제 알 거 같아. 이렇게 많이 웃으면 사람들이 모두 반해서 정신을 차리질 못할 테니까. 호석인 웃는 모습이 참 예뻐…….

그는 나의 웃는 모습이 예쁘다고 해주었다. 웃을 일이 없었던 내게, 나를 웃기며 그런 말을 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선생님 웃는 모습이 더 예뻐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의 눈에 담기고 싶었다. 어디에 있던지, 어떤 목소리를 하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가 나를 발견하고 나를 바라봐 주기를 바랐다. 나의 부질없고 헛된 생각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랐었지. 어떻게 하면 그가 나를 바라봐 줄까…… 어떻게 하면 그가 나를…….

하지만 당신 때문에 난 영원히 웃을 수 없게 돼 버렸어.

어떻게 할 거야? 난 이제 웃을 수가 없어. 

난 당신과의 기억만을 떠올리며 살아가야 하는데 어째서 웃을 수도 없게 만드는 거야. 

왜 날 자꾸만 지옥에 밀어 넣는 거야.   

  






  



“안색이 퀭하다? 주말 동안 뭐 했냐?” 

“조금…… 잠을 설쳐서.”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시간은 참 빨리 흘러갔다. 호석은 남준과 다음 강의실로 갔다.

“근데, 민윤기 교수 대체 몇 살이야?” 

“……37.” 

“뭐어? 뭐 그렇게 젊어!” 

호석의 말에 매우 놀라는 태형에게 남준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민윤기 교수 I.Q 148이잖아. 중, 고등학교 수업은 도저히 수준에 맞지 않아서 그만두고 검정고시 쳐서 이제까지 제일 높은 성적으로 S 대학 입학, 그리고 조기 졸업했지. 발표한 석박사 논문만 수백 개.” 

“흐아~ 대단하네?” 

윤기는 S대 사회학과 정교수였다. C대에서 국제학술세미나가 열려 참석했다가, 휠체어를 탄 호숙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사귄 지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고, 데릴사위가 되어 C대로 오게 되었다.

“그럼 난 집에 간다~ 호석아, 교직 잘 들어.” 

“응, 잘 가. 내일 봐.” 

―여기에 임용 붙으면…… 쭉 함께 있을 수 있잖아? 

그는 C대학 출신에, 사회학과 전공이었으며 교직을 이수했다고 했다. 그렇기에 난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 댈 만큼 수능을 만점 받고, 그가 갔다는 길을 그대로 택했다. C대학, 사회과학대학의 사회학과. 그와 똑같이 되고 싶었다.

2학년이 되면 교직 신청해야지. 그리고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오자. 당신이 근무하는 이 학교로.

조금이라도 그와 같이 있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그와 같은 것을 느끼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그와 같은 선에 서고 싶었고, 조금이라고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싶었다. 

바랐던 건 단 하나. 

―합격했다고?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이제 호석인 내 후배가 되는 건가? 후후…….

그렇게 말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는 것이었는데…….

당신의 손길을 원했는데…….

내가 바랐던 것은…… 홀로 남겨진 내가,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이 걸어간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었어.










혼자 산 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차라리 이게 편했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도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원룸을 구했다. 그와 똑같이 생긴 사람과 한집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자신이 없었다. 그와 닮은 얼굴만 보아도 두근거렸다. 그와 닮은 웃음을 보아도 눈물이 나왔다. 그와 닮은 사람이 누나의 곁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에 심장이 아파졌다.

단단히 병이 들었다, 그에게……. 요즘 들어 부쩍 그가 그리워졌다. 

―호석인 아직 어리니까…….

“어리지 않아…… 나도 이제 성인인걸요…….”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언제요…… 대체 언제 당신보다 더 좋은 사람은 만날 수 있다는 거야?” 

―몇 년, 아니 몇 달만 있으면 날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걸?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뭐가 몇 달만 있으면이야.

몇 달이 지나고 지나서 몇 년이나 지나도 당신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아.

당신의 흔적은 이렇게나 선명한데, 어째서 당신은 그때 그렇게 단정했던 거야? 

그는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호석의 기억은 그로만 채워져 있었다. 그는 호석의 추억 안에 영원히 상주할 것이다. 잊을 수가 없다. 영원토록. 

그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니 또다시 머리가 아파졌다. 침대에 누워도 잠도 쉬이 오지 않았다. 어서 빨리 잠들어야 하는데…… 그럼 그 순간만큼은 그를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Trrrrrr- Trrrrrr- 

늦은 시간에 울리는 전화벨이었지만,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꼼짝 않고 침대에 누워 오지 않는 잠을 청했고, 지치다 지친 상대방은 메시지를 남길 것이다. 

찰칵- 삐- 

“안녕하세요, 정호석입니다. 지금은 부재 중이니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삐- 

“아들~ 기쁜 소식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여전히 전화를 안 받네. 네 누나가 글쎄, 오늘 입덧을 해서 산부인과에 갔는데 4개월이라지 뭐니? 호호호……. 그동안 둘 사이에서 애가 안 생겨서 걱정 많이 했는데, 그 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기쁘던지…… 어라? 그러면 난 벌써 할머니가 되는 건가? 호호호호. 너도 기쁘지? 이제 곧 조카가 생기니 말이야. 누나에게 축하한다고 전화 한 통 해줘. 밤이 늦었네. 잘 자렴.”

삑-

“한 건의 메시지가 녹음되었습니다.”

“…….”

두 사람은 부부였다. 정상적인 남녀부부 사이에서 아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 모친의 음성을 듣고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지끈지끈- 욱신욱신- 

또다시 두통이 시작되었다. 잠도 오지 않았다. 팔을 뻗어 선반 위에 놓아있는 하얀 알약이 가득 담긴 유리병을 집었다. 뚜껑을 열고 물약을 마시듯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와드득- 와드득- 

약은 이상한 맛이었다. 꿀꺽 삼키니 잠시 뒤 배가 쓰라려 왔다. 그러나 베개를 베고 침대에 누워 포근한 이불을 덮었다. 한 병을 다 비운 게 효과가 있는지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눈을 감고 불러봤자 이미 세상에 없는, 곁에 없는 그가 대답할 리 없었다. 

“선생님은 틀렸어요…….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요. 선생님을 꼭 닮은 사람밖에…….” 

선생님을 꼭 닮은 사람은 나의 자형이에요. 부모님의 사위. 누나의 남편이면서 이제 6개월 후 태어날 내 조카의 아버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를 사랑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무의미했다는 것을. 

그를 바라보았던 자신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슬프다 못해 괴로운 옛 추억들밖에. 

선생님은 왜 내 곁에 없어요? 

왜 이제는 내가 흘리는 눈물 닦아주지 않아요? 

왜 이제는 울지 말라고 다독여 주지 않아요? 

왜 이제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지 않는 거예요? 

왜…… 이제……는……. 

더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실내는 잠들기에 너무나 고요했다.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처럼 깊은 잠에 빠졌고, 창밖에는 언제부터 내렸는지 모를 새하얀 눈이 까만 세상을 하얗게 덧칠했다.


  




 







nothingness 
전혀 의미[가치] 없음, 완전한 공허, 허황함.
무의미[무가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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