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ri_mingming

* 둥둥(@endendqhq)님의 [카게야치]egoist의 3차 연성입니다.

* https://twitter.com/endendqhq/status/1224724034119561218?s=20 (둥둥님의 연성 링크)

* 둥둥님의 연성을 보신 후 보신다면 더욱 이해도가 높습니다 :)

* 비판은 겸허히 받습니다.

* (수정사항) 노래 가사를 하단에 추가했습니다.


수익창출을 하지 않는 링크입니다. 노래를 재생해주세요 :)




지금의 너는 모르는 우리의 이야기.




22살의 너와 내가 만남을 약속했던 그 날은 유난히도 하늘이 파랗던 날이었다. 일주일을 넘게 비가 내리더니, 너를 만나던 날. 그래, 그날은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이었다. 그렇게 네가 떠날 줄은 상상도 못할 만큼.



- 내일, 시간 있어?

"응?"

- 잠깐 얼굴을 좀 봤으면 해. 줄 것도 있고.

"나, 나한테?"

- 응.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 그날의 너는 내게 줄 것이 있다고 말했다. 너와 함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구부의 일원으로 얼굴을 맞대왔다. 지금껏 단둘이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음성 통화라서 네가 볼 수는 없을 테지만, 이 기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너는 알고 있었을까. 그때의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2시, 도쿄대 앞. 너와의 약속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열심히 기른 머리칼을 이렇게도 꼬아보고 저렇게도 묶어보고. 일찍 서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운동화를 꺾어 신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전철을 기다리며 신발을 제대로 신고, 흩날린 머리카락도 정리했다. 핸드폰 화면으로 비춰지는 내 모습이 사랑에 빠져 설레는 고등학생 같아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때의 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웃을 수 있을 만큼 설레였었다.



"응, 카게야마."

- 어디야?

"나 지금 도쿄대 앞이야."

- 아, 나도 곧. 미안. 금방 갈게.

"괜찮아, 천천히 와."



미안하다는 너의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일요일 오후. 방학이라 한산한 평일과 달리 주말의 도쿄대 앞은 사람들과 차들로 북적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소음이 귀를 자극하자 나는 익숙하게 이어폰을 집어 들었다. 귀에 조심스레 끼우고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에 흥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쯤일까. 거의 다 왔다고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네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멀리서 네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팔을 높이 들어 네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누군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은 착각에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차 한 대. 머리로는 피하라고, 위험하다고 수없이 외쳤지만, 어릴 적부터 운동신경이 꽝이었던 몸은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끝? 점점 가까워지는 차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어떡해, 카게야마군.



"야치!"



끼이익, 쾅-!

몸이 밀려나 바닥에 부딪힌 듯 머리가 아팠다. 뒤를 이어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굉음이 귀를 찔렀다. 아, 나 지금 치인 걸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달려오던 차에 부딪힌 것과는 다른 고통이었다. 이상한 느낌에 천천히 눈을 뜬 내 시야에는.



"···카, 게야마···?"



내가 서 있던 곳에 누워있는, 밤하늘처럼 까만 아스팔트 도로에 흥건한 핏자국에 둘러싸인 네가 보였다.



"카, 카게야마···! 안 돼, 안···돼!"



구급차를 불러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내 눈앞에 쓰러진, 피를 흘리고 있는 네 모습이. 눈을 감은 채 차갑게 식어가는 네 모습에 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기어가듯 도착한 네 앞에서 나는 울며 네 이름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부른 구급차가 도착해 너를 데려갔고, 나는 그 옆에서 하염없이 울다가 실신하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야치······!"

"히, ···나타···."

"괜찮아? 정신이 좀 들어?"

"카게야마는? 응? 카게야마는 어떻게 됐어?"

"······."

"히나타···."

"그 녀석···, 그 녀석이······."



죽었어.



히나타의 말에 나는 다시 혼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히나타의 부축을 받은 채로 네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서글픈 울음소리, 화면에 뜬 네 사진과 이름. 네 이름 앞에 붙은 말 하나가 정말로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좀처럼 웃지 않는 너는 마지막 사진도 무표정의 모습이었다. 네가 가장 사랑하던 배구공과 트로피, 최근 입단했던 곳의 유니폼은 가지런히 너의 사진 옆에 놓여져 있었다. 천천히 사진 앞으로 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너와 함께 배구를 하던 카라스노 사람들. 다이치 선배는 내 어깨를 감싸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차마 너에게 꽃을 올릴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나 때문에 죽었다는 것을. 네가 이 세상에 더이상 없다는 것을. 네가 더이상 배구공을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야치, 네 잘못이 아니야."

"······."

"그 녀석이 선택한 거야."

"······."

"울어도 돼. 울어."



히나타는 나를 품에 안고 나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라이벌이자, 친구이자, 동료인 사람을 잃었음에도 나라는 사람을 위로하고자 그 아이는 괜찮다고 중얼거렸다. 야마구치 역시 벌개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츠키시마는 내게 손수건을 내밀고 사라졌다. 울어도 될까? 내가 정말 울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내 눈물샘은 금방 터지고 말았다. 이 사람들 사이에 진정으로 너만 없구나. 이제 정말 너만 없어. 너만.

너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밤낮으로 울었다. 방학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그저 침대에 누워 울기만 했다. 눈물은 마르지 않고 계속 흘렀다. 눈을 감아도 떠도 네 모습이 영상처럼, 사진처럼 남아 자꾸 나를 괴롭혔다. 아니지, 괴롭다고 말해서는 안 됐다. 진정으로 너를 괴롭힌, 아니 아프게 한 사람은 나였고, 더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낸 것도 나였으니.

불면증이었던 내가 겨우 잠들었던 날, 꿈속에 네 모습이 나왔다. 고등학생의 앳된 모습. 저 모습이 그리워 나는 또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깬 나는.



"야치상! 주말 잘 보냈어?"

"······."

"응? 야치상! 야치상?!"

"······."

"카게야마! 네 녀석이 자꾸 노려보니까 야치상이 굳어버렸잖아!"

"뭐 임마?! 내가 뭘!"



고등학교 1학년, 너와 함께했던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짧은 단발머리. 주름이 없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 미야기의 등굣길. 어린 모습의 모두. 그리고······.



"어? 야치상!"

"······."

"다이치상! 카게야마가······!"

"어, 어이···! 왜, 왜 우는······!"



너까지도.



만약, 신께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 것이라면, 이번에는 기필코 너를 죽음이라는 곳에 밀지 않겠다고 나는 결심했다.




노래를 재생해주세요 :)




나는 겨우 울음을 멈췄다. 내 앞의 네 모습이 정말 꿈이라면, 그래도 네 모습을 이렇게나마 실감 나게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도 깨어나지 않는 꿈에 이제는 멋대로 '과거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때의 네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혹여나 내가 네 곁에 있으면 네가 또 다치지 않을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을까 싶어 피해 다녔다.

만약 돌아온 것이라면 네 목숨을 내가 지킬 거야. 내가 지켜야만 해.

네가 평소대로 배구를 하는 모습이 좋아서, 공을 만지고 손톱을 다듬는 모습이 좋아서, 히나타와 치고 박고 경쟁하는 모습이 좋아서, 멋쩍게 머리를 긁는 모습이 좋아서. 하지만 그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하는 것은 두려워서 나는 의도적으로 너를 피해 다녔다.



"야."

"ㅇ, 왜 카게야마?"

"왜? 너 지금 몰라서 물어?"

"······."

"나 왜 피해?"

"아냐, 피한 거. 그냥 피곤해서······."



네 얼굴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저 얼굴을 내가 어떻게 봐. 나 때문에 목숨을 잃었던 네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은 내게 벌과 같았다. 너의 목숨을 잃게 한 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꾹 눌러보지만, 결국 눈물은 떨어지고 말았다.



"나 봐."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네 얼굴이 보였다. 결코 보지 말자고 다짐했던, 가까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그 결심들이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네 얼굴을 보는 순간 내 눈물은 주체하지 못할 만큼 떨어졌다.



"네가 날 피하는 게 싫어."

"······."

"······."



너의 말에 나는 숨겼던 말을 천천히 꺼냈다. 살짝의 거짓말을 보태서.

"사실, 꿈을 꿨어."

꿈이 아니야.

"꿈에 카게야마, 네가 나를 구하려다 죽었어."

꿈이 아니야 카게야마.

"······."

"나를 구하려다 네가 죽어서······."

"······."

"나 때문에, 네가 죽어서······."

나 때문에 네가 죽은 것이 사실이야.

"너무 무서웠어. 그러면 안 됐는데······. 그래서······."

"······."

"그래서 널 피했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은 내 눈물을 시작하는 버튼처럼 그 말을 뱉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왁- 쏟아냈다.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너를 죽게 해서 미안하다고 울며 네게 사죄를 건넸다. 그때의 내가 하지 못했던. 내가 단순히 편하고 싶어서 이런다고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내 모습을 지켜보던 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사과하는지 모르겠다는 말. 그 꿈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안해해야 할 일이야? 너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꿈이 아니야. 카게야마.



"날 피했다는 게 더 이해가 안 가."

"······."

"난, 살아있는데."



네 말에 나는 처음부터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냈다.



"카게야마."

"응."

"한 번만, 안아봐도 돼?"

"뭐?!"



네 놀란 모습이 보였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네가 정말로 살아있다는 것을.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내 품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네 몸이 아닌······.



"따뜻하다······.



삶의 온기로 따뜻한 네 몸을.

서툴게 안는 너의 손길이 너무도 좋았다. 이제는 잊으려고, 그저 또 마음속으로만 담아두려고 했던 속마음을 이제는 꺼내도 될까. 내가 너를 욕심 내도 될까. 네가 나를 서툴게나마 안아주는 것이 좋아서. 너의 온기가 좋아서. 내가 이기적이지만 이런 너를 놓을 수가 없었다.



"카게야마."

"······."

"고마워."



미안해, 카게야마.

나를 용서하지 마.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들에게 나는 오늘도 사죄합니다. 이 사람을 딱 한 번만 더 사랑하게 해 달라고. 제발, 그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고. 이번은 그를 살릴 수 있게 해 달라고.



***



그날 이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너와의 관계는 많이 양호해졌고, 서로를 보며 웃음을 짓는 날도 많아졌다. 자꾸만 떨리는 가슴이 좀처럼 제 박동 수를 찾지 못하자, 나는 또 한 번의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로 했다.



"카게야마, 사실······."

"응."

"나 너를 좋아해."

"······뭐?"

"좋아해. 그런데 받아주지 않아도 돼."

"그건 무슨 소리야."

"그냥, 정말이야."



서툴게 뱉은 진심. 이번 삶에서는 이기적이지만 너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온다면 그때는 아마 나의 차례일 것이라고. 그렇기에 너를 사랑하고 싶다고 내 이기적인 마음은 자꾸 외쳤다.



"······고백했으면서 받아주지 말라는 건 또 뭐냐?"

"응?"

"나도 좋아해."

"······카게야마."

"대신, 앞으로는 내가 죽는 꿈에 울지마."

"······."

"아니, 피하지 마."

"······."

"난 네 곁에 살아있으니까."



너의 말에 나는 결국 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의 눈물.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겠노라고. 나의 이 삶의 끝은 부디 너를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



"······응!"



나는 오늘도 이기적인 꿈을 꾼다.








둥둥님의 연성에 3차연성을 더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빛같은 연성에 ,, ,, 후우 ,,

둥둥님께서도 야치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셨기에 저 역시 그렇게 진행하였습니다.

개인적인 마음으로는 카게야마의 시점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데.

둥둥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웃음)

절절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이기적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수는 없는 마음.

무어라 해석하기 어려운 이 부분들을 조심스레 담아보았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어주세요 :)


+) 첫번째 노래의 해석을 살짝 덧붙입니다.


さよなら愛しき人よ (사요나라 이토시키 히토요) 안녕 사랑스러운 사람아 

もう二度と会えないもう会わないそう決めたのに (모- 니도토 아에나이 모- 아와나이 소- 키메타노니)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만나지 않아, 그렇게 정했는데 

どうしてどうしてあなたを忘れられないんだろう? (도-시테 도-시테 아나타오 와스레라레나인다로-) 어째서 어째서 너를 잊을 수 없는 것 일까? 

今日も夜空にネガウアイタイ (쿄-모 요조라니 네가우 아이타이) 오늘도 밤 하늘에 빌어, 보고 싶어

もう一度あの日に戻りたい 모-이치도 아노 히니 모도리타이  다시 한 번 그 날로 돌아가고 싶어

もう一度あなたと出逢いたい 모-이치도 아나타토 데아이타이  다시 한 번 너를 만나고 싶어

私はあなたを辿っていました 와타시와 아나타오 타돗테이마시타  나는 너를 찾고 있었어 

行き止まりの毎日に 이키토마리노 마이니치니 막다른 곳에서 매일 

迷い込んだまま前に進めずに 마요이 콘-다마마 마에니 스스메즈니 헤매고 있는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俺も君のこと想っていました 오레모 키미노코토 오못테 이마시타  나도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今夜もあの頃のままの二人 콘야모 아노 코로노마마노 후타리 오늘 밤도, 그 때 그대로의 두 사람 

一緒にいた時間が 잇-쇼니 이타 지칸가  같이 있었던 시간이 

何度も頭の中で繰り返される 난-도모 아타마노 나카데 쿠리카에사레루 몇 번이고 머리 속에서 반복돼

ありがとう 아리가토우 고마워 

ありがとう 아리가토우 고마워 

さよなら 사요나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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