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hoto by Mike Ko / Unsplash


 


오늘은 손이 노는대로 끄적이는 오후다. 선생님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싫어하신다.

 

“아파. 아픈데 놓지도 못해. 너를 쥐고 있으면 손바닥에 생채기가 나고 지문도 닳아 가는데. 저항하는 구슬을 움켜잡으려 하면 할수록 그 안의 가시가 튀어나와 찌르는데. 피투성이 손금이 엉키기 시작하는데. 이미 이유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서 붙잡고만 있어.”

“얄궂게도 끝나지 않는 인연이 미웠지. 초여름 열기가 미지근한 울타리에 마른침을 뱉어본 적이 있니? 알지 못하는 사이에 평행선 하나가 비틀어지고.”

“옆자리를 비워두고 맞이하는 바람이 툭툭 떨어져. 스산한 감각에 여름의 막바지를 이제야 느꼈어. 띄엄띄엄 중얼댔지. 네가 가장 좋아하던 시잖아. 어디선가 들어주길, 여느 때처럼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웃어주길. 고개 숙인 분꽃이 헤픈 웃음을 흘렸어.”


의식의 흐름대로 나는 무너진다. 선생님도 폐허로 남아계신 거였다.

-2019.6.18. ~ 2020.11.11.

어둠을 헤매는 자에게 글로써 작은 빛줄기라도 비추어 그들이 새로운 길을 찾도록 돕고 싶다. 세간의 병든 운석이 나를 상처 입히려 해도 나만은 이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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