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악!" 영민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성운과 관린은 잽싸게 드러누워서 화를 면했지만 대휘는 조금 늦어서 어깨에 쇠바늘이 잔득 박혔다. 

"대휘야!!!!!" 진영이 울먹였다. 햄버거 데이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기에 진영은 괜시리 서럽고 억울했다. 사실 진영이나 대휘는 이런 일을 겪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고 또 여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던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아무리 당찬 대휘라고 해도 이런 상황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리 없었다.

"으으으 ㅠㅠㅠ" 고통이 너무 심한지 대휘가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이럴 때는 차라리 정신을 잃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바로 옆에서 고통에 울부짖는 대휘의 흰자위를 본 영민이 울면서 공포에 떨었다.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쇠바늘이 몸을 스쳐지나가는 걸 느낀 성운도 극심한 공포에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 물었다. 

관린이는 숱하게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자라왔기에 이런데 상대적으로 익숙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과의 이야기였다. 아무리 관린이라고 해도 이런 새로 느껴보는 미지의 공포는 처음인게 당연했다. 특히나 도대체 한계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남자의 엄청난 힘은 숨 쉬기도 힘들 정도의 위압감을 줬다.





남자의 작전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는데 성공했다. 또한 다니엘도 남자의 작전에 말려들었다. 허리가 17인치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때릴 데도 없는 대휘가 쓰러지는 모습에 열받은 다니엘이 이성을 잃고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런데 분노해서 무작정 휘두르는 공격은 힘만 잔뜩 실렸을 뿐, 오히려 정확도도 이전보다 한참 떨어졌고 정교하지 못했다. 미이라 상체에 푹 박힌 칠지도가 빠지지 않아서 다니엘이 당황한 순간, 남자가 주먹을 휘둘러서 다니엘을 넉다운 시켰다.

분장인 거 아는데도 가슴 아파요오 ㅠㅠㅠㅠ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크게 부딪힌 다니엘의 귀에 이명(耳鳴)이 울렸다. 뇌로 직접적인 충격이 전해져서 눈앞에 사물이 수십개로 보였다. 쓰러지면서 칠지도도 놓치고 말았다. "아으으으으...." 

"뭐야 벌써 끝이야? 곤(坤), 잠깐이지만 즐거웠어. 그럼 좀 기절해 줘야겠어~" 남자가 다니엘을 밟으려고 발을 높이 들어올렸다.





"아아아악!" 자포자기하고 있던 다니엘이 귓가를 울리는 비명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분명히 남자에게 밟히는 걸 각오하고 눈을 감았었는데 밟히기 직전 무언가가 자신을 떠밀고 대신 남자에게 짓밟혔다. 

비명을 지른 건 영민이었다. 뒤늦게 잡혀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포박을 당한 영민은 모두가 다니엘과 남자의 전투에 집중하는 사이에 조금씩 염력을 써서 손발의 밧줄을 풀어냈다.  

영민이 몸을 던져서 다니엘을 보호하는 덕분에 다니엘은 결정타를 맞지 않았지만 영민은 피투성이가 됐다.

"형!!!"

이미 팔괘의 일부인 지훈, 민현, 박우진, 이우진이 기절했다. 뿐만 아니라 할머니, 지성, 그리고 인질로 잡혀있던 대휘와 영민이까지 기절 혹은 전투불능 상태가 됐다.

"너네들 정말 눈물 겹다고 내가 얘기했었나? 근데 이리 발악하나 저리 발악하나 어차피 결말은 하나야. 나한테 못이겨 너네." 

말을 마친 남자가 이번엔 또 새로운 패턴의 공격을 했다. 땅 속에서 전갈이 하나 솟아 나오더니 성우를 공격했다. 독침에 맞은 성우가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졌다. 

"성우 형!!!!!!!" 

전갈은 이번에는 진영이를 노렸다. 영민의 희생 덕에 몸을 추스를 시간을 얻은 다니엘이 가까스로 진영이 당하기 전에 전갈을 발로 차서 멀리 봉우리 아래로 날려버렸다. 

"아 내 귀여운 애를 그렇게까지 거칠게 다루면 쓰나~" 남자는 끝까지 재수없는 화법을 고수했다.





'탕탕탕' 그 때 제천단 위에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왔구나!' 지쳐가던 다니엘과 재환의 표정에 희망이 어렸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태동이었다. 매일 같이 듣는 목소리지만 오늘따라 환상적인 타이밍에 나타나주니 너무 반가워서 관린은 눈물이 핑 돌았다.

대략 1~2시간 정도 전의 일이었다. 순간이동 후에 루니와 정상을 향해 출발하려는 때, 얼간즈 3인방은 태동의 전화를 받았다. 태동은 어젯밤 다니엘에게 부탁한 이후에 여지껏 아무 소식이 없자 먼저 연락을 한 것이었다. 이곳은 팔공산이며 여기에 관린이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하자 태동은 당장 달려오겠다고 답했다. 정말로 이렇게 금방 온 걸 보면 또 헬기라도 동원했는지도 모른다.  

스무명이 넘는 요원들이 민현이 제공한 부적을 바른 은제탄환으로 무장하고 요괴 무리에게 집중 포화를 가했다. 덕분에 홀로 싸우던 다니엘은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인간의 평범한 총이리라 생각해서 방심하고 피하지 않던 요괴들이 차례차례 쓰러졌다.

아이들을 감시하던 요괴 무리가 태동과 요원들 쪽을 향했다. 다니엘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관린과 성운의 포박을 풀어줬다.

성운이 바로 백호보주를 집어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성조현원(星找賢元)!" 

성운이 사용한 건 하늘의 별의 힘을 비는 회복술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의 피로를 느끼고 있는 다니엘에게 정말 필요한 주술이었다. 

그 동안에 관린은 재빠르게 재환과 진영을 속박하던 밧줄을 제거했다.  




그 사이에 태동을 비롯한 요원들의 활약으로 미명귀, 쪽박귀, 소박귀, 사눈박이 개 요괴 신구까지 제거에 성공했다. 

그러나 강력한 네임드 요괴들, 즉, 악어 요괴 조마구, 이무기 요괴 깡철이, 머리 셋달린 매 요괴 삼두일족응, 이렇게 세 마리의 요괴는 은제탄환을 맞고도 약간의 부상은 입었을지언정 멀쩡해 보였다.

남자는 조마구, 깡철이, 삼두일족응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뭐라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남자의 주문에 반응해서 땅이 울리면서 바닥에서 시체가 끊임없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일전에 태안 바닷가에서 다니엘을 납치할 때도 썼던 주술로 사령술사(死靈術師)인 남자의 특기였다. 




녤른! 특히 윙녤에 환장하고 워너원 고루 아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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