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든 헌터는 두 눈을 감았다. 몸 속에서부터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으나 참아야 했다. 지금은 침착해야 할 때였다. 하아, 아이든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나, 어떻게 이 순간에 참을 수 있겠는가? 흰 얼굴에 분노가 핀다. 아이든 헌터가 묻는다. 낮은 목소리로, 느릿하게. 어째서 이런 일을 벌였는가에 대해. 그리고 그가 말했다.

어떠한 이유도 없다. 결굴 아이든 헌터는 분노를 억누르지 않기로 했다. 그러기로 결정했다.

카앙! 아이든 헌터가 검을 뽑아 내리찍었다. 그 역시 당하지만은 않았다. 우드득, 그의 왼팔이 하얀 빛으로 변하더니 아이든 헌터의 검을 삼키기 시작했다. 아이든은 팔을 비틀어 검을 빼낸 뒤, 그의 허리를 찔렀다. 푹- 피부와 근육, 장기를 뚫는 소리가 생생하다. 아이든은 검을 비틀며 상처를 키웠다. 아악! 그의 왼손이 아이든의 어깨를 확 떠밀었다. 떠밀린 아이든이 뒤로 빠진다. 검은 여전히 그의 허리에 걸려있다.

아이든은 그를 잘 알고 있다. 남을 괴롭히기만 할 뿐, 괴롭힌 적은 없는 사람. 그는 고통을 주는 것에 익숙했으나 고통을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아이든은 이를 갈았다. 부들부들 떨며 검을 빼내려는 그에게 달려들어 아이든 헌터를 소리쳤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너라면 충분히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그가 말한다. 들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음을. 그가 실토한다. 별 것 아닌 것이라 생각했음을. 그가 묻는다. 왜 고작 이런 일에 분노하는가?

아이든 헌터는 그에 분노한다. 아이들에게 죄가 없음을 알기에. 충분히 배웠을 자가 아이들에게 죄를 저지른 것에 분노한다. 그를 땅바닥에 넘어뜨리고 검을 뽑았다. 지혈되지 않을 상처에서 핏덩이가 새기 시작한다. 아이든은 모든 것을 무시한채 소리친다. 몰라서 묻느냐고. 어째서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혹 본인이 무슨 특별한 인종이라도 되는 줄 아는건지. 그가 말한다. 이 모든 것은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며, 법이 없어진 세상에서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이든 헌터는 검을 들었다. 법이 없기에 우리들의 규칙을 만든 것이 아닌가. 집행자는 자비가 없음으로, 아이든 헌터는 아무 망설임 없이 공포에 질린 그를-

콰득


지구가 망해도 밥은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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