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은아?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얼마전에 졸업했거든. 재수해서 들어간 학교인데 열심히 노력했지. 민지는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어. 중간에 여행을 잠깐 다녀왔거든. 참, 경수는 뒤늦게 입대해서 지금 군대에 있어. 가끔 전화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생활이 괜찮다는 것 같아.

넌 어때? 춥진 않아?

지난 6년 동안 난 항상 네 생각을 했어. 수학여행 바로 전날 같이 만나서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으러 갔잖아. 내가 돈가스가 질린다고 했지. 다시 돌아간다면 나도 맛있게 먹었을 거야. 그때 우리 너무 들떴었는데, 기억나?

우리 학교도 그때 수학여행이라 난 버스에서 너랑 너무 기대된다면서 연락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네가 답장이 없었어. 그래서 그냥 잠이 들었나보다, 라고 생각했지. 나도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너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더라. 다시 전화했는데 받지는 않고. 그런데 옆자리에 있던 애가 너희 학교 얘기를 해 주더라고. 믿을 수가 없었지. 너무 걱정돼서 너한테 계속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서 떨렸어. 며칠 후에 받은 연락은 너를 찾았다는 소식과 장례식의 시간과 장소였어. 그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눈물이 나더라. 그래도 집에 가서 씻고 병원으로 갔지.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거기서 정신없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진짜 사람들 많았거든. 넌 상상도 못할걸? 어쨌든 경수랑 만나서 같이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둘 다 말없이 걷기만 했어. 사실 그 후로도 애들이랑 말을 못했어. 뭘 하든 네 생각이 나고 그건 버티기 힘들었거든. 너 없이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들었지. 삶의 의욕이 없어졌어. 같이 꿈꾸던 미래엔 혼자 남게 되었고 그건 의미가 없으니까. 다 그만둘까도 싶었지만 너무 무섭더라. 고작 이 정도도 무서운데 넌 어땠을까.

지금 전 세계가 전염병 때문에 혼란에 휩싸였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기대응이 좋아서 이런저런 칭찬을 많이 받았지. 피해도 줄일 수 있었고. 그래서 생각해봤지. 그때도 초기 대응이 좋았다면 지금 너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데 그러지 못하네.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때 자지 말고 깨 있을걸. 네 전화를 받을걸. 무슨 얘기 할 거였어? 안 받아서 화났어? 마지막에 어떤 생각했어? 많이 무서웠지, 내가 미안해. 너랑 같이 보낸 세월이 긴데, 너는 아직 그대로야. 나 혼자만 컸어. 그것도 미안. 돈가스 질린다고 한 것도 미안해. 맨날 키 작다고 놀려서 미안해. 귀여워서 그랬어. 너랑 준현이랑 안 어울린다고 한 것도 미안해. 네가 훠얼씬 아까웠거든. 징글징글하다는 것도 미안. 사실은 자주 봐서 좋았어. 용서해 줄래?

너무 보고싶어, 지은아.

헨레 아니고 헨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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