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린닭, 올캐러 위주. 중간에 지우견.






245.

단체로 어떤 고대 유적에 갇히는 특2기조 기사들과 견습들.. 아마도 출구로 보이는 것에 세워져 있는 비석에 고하라, 네 죄를. 그리하면 속죄의 길이 열리리라. 라고 적혀 있는 글자 손가락으로 슥 쓸던 기린, 입 열어서 "...동료를 죽일 뻔," 까지 말하자마자 사슴에게 뒷덜미 낚아채여서 던져짐<


사슴 : 자자, 그럼 다음 손님~! 

기린 : ...하다못해 끝까지 말하게 해줘. 

사슴 : 기각!! 

닭 : 사슴 넌 '방금' 동료를 죽일 뻔 했다고 하면 되겠는데? 

사슴 : 닥쳐. 


그렇게 난데없는 고해성사의 장이 마련됨....


나견 : 그런데 여기 있는 전부가 말해야 하는 거라면 결국 기린님도 말씀하셔야 하지 않나요? 

기린 : 그건 아닐거다. '너희의 죄'가 아니라 '네 죄' 라고 새겨져 있으니까. 그리고 문이 한 번 열리면 모두가 빠져나갈 수 있어. 이 커다란 석문이 기사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민첩해 보이진 않군.

나견 : 제작자의 실수인건? 

기린 : 출제 미스의 경우 전원 정답 처리를 해야지. 

나견 : o0(...은근히 철저하네.) 


그렇게 다른 기사들이 토론하는 사이 아무도 모르게 스르륵 석문 가까이에 선 나견, 조그만 목소리로 "...살아남은 것." 하고 중얼거리는데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음.


다음으로 사슴이 경쾌하게 손을 들고 "좌절하고 절망하고 포기했던 것!" 하고 외치는 바람에 눈물 팡 터진 여우는 잠시 보류 상태됨... (아이, 루디도 참! 과거형이야, 과거형!) 그래도 꿈쩍도 않는 석문. 더 이상 기사들 중에서 말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반강제로 떠밀린 견습들이 우물쭈물 자기 인생 최대의 악업을 말하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음... 


한데 모인 시선이 자연히 아직 발언을 하지 않은 기사와, 발언을 하다 중간에 끊긴 기린에게로 모임. 석문에 새겨진 글귀를 보았을 때부터 드물게 창백해진 낯빛이었던 너구리가 어울리지 않게 소심하고 주눅 든 태도로 말함.


"....사과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아직도 용서받지 못한 것." 주어가 없었지만 충분히 이런저런 상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여지가 있는 말이었음. 나견은 문득 저 사람(너구리)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이제 충분하지 않나? 했는데 석문은 여전히 고고하게 자리를 지킬 뿐임.


그때, 누가보아도 심기가 대차게 불편해보이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와론이 신경질적으로 론누를 홱 돌리더니 씹어내뱉듯 낮은 목소리로 말함. "...지키지 못한 것." .....문은 열리지 않았음. 와론의 기세가 흉흉해지다 못해 숫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자 기린이 재빨리 와론의 앞을 가로막고 섰음.


"...사슴,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건?" "안 돼~ 그리고 난 그게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걸! 다른 걸 생각해내셔, 똑똑한 사령탑님!" "...하아.." 기린이 심란하게 얼굴을 쓸어내리는 동안 마침내 눈물을 그친 여우가 "...울어서..." 까지만 말하고 다시 리타이어 됨<<


서로의 밑바닥을 박박 긁어서 들이민 것 같은데 그래도 열리지 않다니. 너무 지독한 것 아닌가. 어쩐지 처참해지는 마음에 나견도 덩달아 심란한 얼굴을 하는데, 그때 이 숙연한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머리 벅벅 긁던 피도란스가 입을 엶.


"어... 저기, 다들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사소한 걸 이야기해서 미안한데...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말야. 그, 며칠 전에 기린이 후식으로 사왔던 간식 모자랐던 거 내 탓이야. 남는다고 생각했었거든. 그게 자리에 없는 닭의 것이라곤 생각 못해서 그만.."


...까지 말했는데 문이! 열리기 시작함!!


다들 ...이걸로 된다고?! 상태가 되어서 멍하게 열린 문 바라보는데 마찬가지로 넋 나간 표정이었던 기린이 얼른 표정 수습하고 "...일단, 다시 닫히기 전에 나가지." 하고 사람들 끌고 나감... 그러면서, 기린은 돌로 된 복도를 걸어 유적을 빠져나가다 말고 뒤를 한 번 돌아봄.


.....만약, 지금까지 문이 열리지 않았던 이유가.... 

우리가 고백했던 그 모든 '죄'들이 '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면....... 

그런 것이라면....... 


<끗>

+) 엄청 사소했지만 유일하게 진짜 '잘못한 일' 을 말했던 탓에 졸지에 특수 2기조의 대역죄인이 된 승냥이는 다음날 쓸쓸한 얼굴로 본인이 하나 더 먹어버렸던 간식을 잔뜩 사와서 닭에게 내밀어주고 터덜터덜 숲속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246.

~ 닭의 엉망진창 요리재료 난도질 시간 ~ 


닭 : 어때? 

기린 : ...잘했어. 이제 슬슬 물이 끓을 것 같은데 보고 와줘. 

닭 : 아~ ㅇㅋㅇㅋ 

승냥이 : ...'잘했어'라고? 

기린 : (재빨리 식칼 쥐고 수습 시작함) 아까는 닭이 칼을 들고 있었으니까. 

승냥이 :


승냥이 : 닭은 검도 잘 쓰면서 왜 요리는 못할까? 

기린 : 사람은 한 번만 자르면 되니까. 

승냥이 : ....너 가끔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하더라.




247.

'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네가 뭔데 날 사랑해?' 라면서 멱살 쥐고 화내는 와론에게 눈 하나 깜짝 않고 '그래서야.' 하고 대답하는 기존쎄 지우스... 


네가 먼저 빈틈을 내보였잖아. 그럼, 파고들어가는 건 내 마음 아닌가?




248.

새까만 닭, 적이랑 대치하고 서 있는 진지한 상황에서 상대 머리가 대머리인 걸 보고 기린한테 '두발頭髮이 없는데 어떻게 서 있지?' 하고 속삭여서 이 깍 깨문 기린이 팔꿈치로 옆구리 쿡 찌르면서 하지 말라고 함....


닭 : 정말 내 상대로 모毛자람이 없군. 아주 헤어hair나올 수가 없어... 

기린 : 닭, 제발... 난 지금 맨얼굴이다. 너처럼 투구를 쓰고 있지 않다고...(입꼬리 파들파들 경련함) 

닭 : ㅋㅋㅋㅋ 모자라도 눌러쓰던지. 

기린 : (말없이 후드까지 푹 쓰고 돌아섦)




249.

기린 :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 준비를 한다. 우선 불을 피우고 식량을 조달하도록. 

견습 : 기린님! 아까 하늘에 커다란 새 같은 게 따라오던데 그거라도 잡아올까요? 

기린 : ...그 '새'가 만약 몸통은 검은색에 붉은 꼬리깃이 달려 있었다면 그건 새가 아니라 네 선배 기사다.. 

견습 : 헙;;


닭 : 야ㅋㅋ 네가 아까 나 토벌하자고 했다며? 

견습 : (살려주세요기린님)




250.

기린 : 부엉이의 목은 270도까지 회전이 가능하다. 

닭 : 오~ 인간도 그래. 

기린 : ? 무슨... 

닭 : 살면서 딱 한 번만 가능하지만 ㅋㅋㅋㅋ 

기린 : ......




251.

어떤 은퇴기사가 니젤에 터키 아이스크림집 열어줬으면 좋겠다. 소싯적에 나름 한가락 날렸던 사람이라 기사가 되지 못한 견습들과 기사 지망생과 문지기들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명물 맛집 되어줘... 순발력이랑 동체시력 싸움으로 홋촷촤 가지고 놀다가 냉정하게 자네는 올해도 글렀군! 하는 주인장..


어느 날 파디얀이 아이스크림 사오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맛집 찾아갔다가 전설(?)의 주인장이랑 맞짱 뜨게 된 기린, 달라는 아이스크림은 안 주고 주인장이 갑자기 묘기 부리니까 '?' 하고 멀뚱히 서 있다가 그 기다란 막대기 덥썩 잡아서 아이스크림 뜯어낸 후 '같은 맛으로 3개 더 주십시오' 이럼.


주인장 : ...자네는 참 재미가 없군... 

기린 : ...칭찬 감사. (가게 주인이 반말?)(은퇴한 선배 기사인 거 모름) 


밤늦게까지 술 마시다 해장 아이스크림 사러 온 닭은 주인장이 봉 돌리기도 전에 민첩하게 아이스크림 낚아채고 '수고~' 이러고 사라짐< 


주인장 : ...저놈은 뭐하는 인간인고?(기사다)


은퇴한 선배 기사 한 번 이겨보겠다고 기사 시험 떨어진 문지기나 새파랗게 어린 견습들이 맨날맨날 줄 서는 거 지켜보면서 나란히 아이스크림 먹는 기린닭...  


닭 : 쟤네는 저게 재밌나?(오늘도 한 방에 낚아챔) 

기린 : ...나름 훈련이 될 것 같으니 그냥 놔둬.(ㄴ얘가 같이 받아줌)




252.

어느 날 한밤중에 술취한 와론이 '야! 이거 잘 키워봐라!' 이러면서 지우스에게 쪼끄만 화분 하나 주고 가는 거 보고 싶다. 뭔지도 모르고 일단 받기는 받았는데, 창가에 두고 물을 줘도 도저히 싹이 나지 않아서 죽었나? 싶을 때 뾱 튀어나오는 초록색 이파리 하나...


그런데 애가 아무리 커도 뭔지 모르겠어서 나름 이런 쪽엔 해박하다고 생각했던 제 지식의 밑바닥을 실감하며 도서관에서 식물도감까지 뒤적이는 지우스... 그래도 끝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그 초록이의 이름을 찾지 못해서 결국 와론을 찾아가서 대체 뭘 주고 간 거냐고 묻는데,


'엥? 내가? 너한테 그런 걸 줬다고?' 하고 고개 갸우뚱하던 와론이 생각났다는 듯이 박수 짝 치더니, 그 날 제가 생각해도 술을 좀 많이 마셨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바닥에 약간 깨진 빈 화분이 하나 뒹굴길래 불쌍해서 대충 아무 흙이나 긁어서 채워다 넣고 주고 간 거였대.


그러니까.... 지우스가 약 한 달에 걸쳐서 열심히 키웠던 그 초록이는... 그냥 [잡초]였음.... 어처구니 없어진 지우스, 뭐라고 한 마디 할까 하다가 술은 적당히 마시라고 잔소리만 하고 방으로 돌아와서 여전히 제 창가를 점령하고 있는 잡초 잠깐 노려보다가... 


..흙이 마른 것 같아서 물이나 줌.


몰라.. 잡초든 뭐든... 이미 한 달이나 키웠고... 나름 잘 자라고 있는 거 같고.... 그냥 마저 키울 수밖에. 근데 그게 또 잡초 주제에 여러해살이 풀이라서 졸지에 애완식물 생기는 담기지 주시오... 나중에 그걸 본 와론은 지우스에게 이명값 하냐고 깠음.




253.

곳곳에 일반인 행세하는 은퇴기사들이 널려 있어서 치안 좋은 니젤 웃기겠다... 도둑 들었다는 신고 듣고 경비병이 헐레벌떡 뛰어가면 노인 둘이서 포커 딱딱 치다가 이미 제압 다 해서 밧줄로 묶어서 무릎 꿇려놓은 범인 가리키면서 데려가라고 하는 거지...


- 떼잉, 이제 오나? 자네 경비병 몇 기인가? 하여튼 요즘 애들은~ 라떼는 경비소에서 광장까지 다섯 걸음이면 왔거늘! 

- 에헤이, 다섯 걸음은~ 난 네 걸음이면 됐는데~ 

- 아 옙....(저는 기사가 아닌데도요...)


시장에서 감자에 흠집 났으니까 가격 깎아달라고 깐깐하게 싸우는 할아버지 보고 견습기사들이 어우, 왜 저래, 이러는데 애들 인솔하러 온 지우스도 시끄러우니까 그쪽 흘긋 봤다가 고개 꾸벅 숙여서 인사함. 


- 어어, 그래 너~ 네가 뭐더라? 퍼런색 기린? 

- ...담청색 기린입니다. 

- 그래그래~ 기린~ 지금도 시꺼먼 닭은 잘 데리고 있고? 

- 네. 그리고 시꺼먼 닭이 아니라 새까만 닭입니다. 

- 그 시컴둥이 자식, 아주 XX하고 XXX해서.. 

- ...시컴둥이 자식이 아니라 새까만 닭입니다. (꿋꿋함) 


그렇게 기린마저 꾸벅 허리 숙여 인사하는 노선배가 여기저기 출몰하는 니젤 시장...


새까만 닭이랑 임무 나갈 때 누가 갑자기 '그 와론'의 등짝을 퍽! 때려서 기겁해서 쳐다보면 '너 이새끼 지금은 철 좀 들었냐!' 하고 호통치는 까마득한 선배기사임... 할머니 앞에서 '아 선배,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지금 애새끼들 인솔 중인거 안 보여?' 하는 닭...


그럼 이제 병아리 새끼들 앞에서 애새끼 어쩌고 하지 말라고 또 호통 버럭함. o0(병아리 새끼나 애새끼나 결국 욕 아닌가...) 아무튼 드물게 치고박고 싸우는 대신 등짝이나 슬슬 문지르면서 투덜투덜하는 닭 보고 약간 기묘한 마음 드는 특2기조 견습들 보고 싶다.. 저 선배도 신입 시절이 있었구나..




254.

니젤 식당에서 인질극 벌어졌는데 범인이 그나마 인질로 잡기 쉬운 놈 찾는다고 '거기! 뭔 바보같은 모자 눌러쓴 말랑깽이!! 이리 나와!' 이래서 주변 슥슥 둘러보고 ....나? 하고 자기 가리켜보인 뒤에 순순히 인질 되어주는 지우스... 


다른 일반 시민이 말려드는 것보단 제가 인질이 되는 게 여러모로 대처하기도 편하고 이 범인의 의도가 뭔지 파악할 시간도 벌 겸... 그렇게 얌전히 목에 칼 들이대진 채로 건방지게 주머니에 손 꽂고 이런저런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산책하던 닭이랑 창문 너머로 시선 딱 마주침. 침착하게 손가락 들어올린 닭이 투구 옆에서 그걸 빙빙 돌림. 


...너 돌았냐?


지우스가 망했군, 하고 두 눈 질끈 감으면 식당 내부로 슈우웅 날아들어서 사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론누.... 


강도에 의한 손실 <<< 새까닭이 저지른 손실 


그렇게 강도 묶어서 경비병 손에 넘기면서 어떻게든 이걸 강도의 탓을 돌리고 새까닭을 정당방위로 만들 생각에 머리 지끈하는 기린..




255.

기린 : 칼로 심장을 찌를 땐 칼날을 옆으로 눕혀야 갈비뼈에 닿지 않고 똑바로 닿는다. 

나견 : 그런데 그걸 왜 제게만 알려주시는 겁니까? 

기린 : 다른 기사나 견습들은 칼날이 갈비뼈에 걸려도 완력으로 뚫을 수 있을 테지만 너는 못할 것 같아서. 

나견 : ........그것 참 유용한 지식이네요...




256.

건강 나빠져서 약초로 만든 연초 같은 거 피우는 지우스 보고 싶다... :Q


약초로 만들었다고 해도 좀 더 향긋한 걸 빼면 똑같이 매캐한 연기라 집무실 천장에 도골도골 뿌연 구름 생길 것 같아.. 그럼 밖에서 나무 타고 기린 구경하러 왔던 닭이 창문 벌컥 열고 네가 하늘색 너구리냐고 소리 지름.


그럼 이제 서류더미의 산에서 반쯤 넋 나가 있던 지우스가 이제와서 이명이 바뀌면 지금까지 결제 내린 서류 전부 다 다시 작성해야하니까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함...ㅠ




257.

기사들 격식 있는 자리에 데려가야 해서 정장 입고 오라고 했더니 하나같이 정장 셔츠 안에 검은색 목티 껴입고 와서 이마 짚는 달잔....


달잔 : ...오늘 격식 있는 자리에 간다고 했을 텐데. 

닭 : 어~ 그니까 '격'기사 '식'사 자리 아냐? 

너구리 : 네?! '격'렬한 '식'사 자리 아니었나요?! 

닭 : ....너 그 말 저기 기린한테 가서 한 번 더 하고 와라. 

너구리 : 엥, 왜요? 

닭 : 저 자식 삶을 좀 힘들게 해주고 싶어서.




258.

농가 소년 지우스... 


아는 새가 닭이랑 오리밖에 없어서 어느 날 하늘을 날아가는 커다란 새를 보고 무심코 '닭이다...' 하고 중얼거렸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갑자기 농장에 키우지도 않은 새까만 닭이 등장해서 행패 부리고 다니기 시작함...


사실 와론은 봉황이었는데 어리고 순수한 영혼이 절 보고 닭이라고 하는 바람에 닭이 되어버려서 그 분풀이를 하기 위해 지우스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막 그런 우당탕탕 농가 라이프 보고 싶다.


근데 그렇게 괴롭혀놓고 또 정은 들어서 천둥번개 치는 날 부모님이 먼 마을로 떠나서 지우스가 혼자 이불 덮어쓰고 떨고 있으면 에휴, 하고 푸다닥 침대 위로 올라가서 깔고 앉아줌... 따끈따끈한 조류의 체온.. 영물이라 폭신하고 부드러운 깃털... 새까닭 꼭 끌어안고 자는 어린 지우스...


와론이 하도 쪼아대서 지우스 바짓단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으면 좋겠다. 머리카락도 허구한날 쥐어뜯어서 부스스함.. 보다못한 부모님이 모자 사줘서 맨날 그거 쓰고 다니기...


지우스가 어딜가든 뒤를 쫑쫑 따라다니니까 마을 사람들은 저 닭이 유별나게 지우스를 좋아하는구나, 하는데 그냥 유별나게 괴롭히고 있을 뿐임.. 뒷산에 약초를 뜯으러 가도, 농장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도, 시장에 심부름을 갈 때도 맨날 쫓아다니는 새까닭...


그런데 장날엔 사람이 너무 붐벼서 닭이 치일 거 같으니까 저도 작은 주제에 새까닭 끌어안거나 머리 위에 올리고 끙끙 걸어가는 어린 지우스... 그럴 땐 새까닭도 얌전히 있는데, 지우스가 호구 당할 거 같으면 쪼거나 날개로 패서 알려줌. 근데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지우스를 팸<<


와론이 닭이 되었단 소릴 듣고 가끔 농장에 다른 신수들도 방문해서 구경하고 가는데 (뭘 봐? 안 꺼져?) 와론이 그간 하도 지우스 이야길 하면서 이새끼 저새끼 해대서 지우스 보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얘가 네 새끼냐?'임. 지우스는 모르는 어른이 대뜸 저보고 이상한 소릴 하니까 눈 가늘게 뜨고 새까닭 꼭 끌어안고 총총 자리 떠버림... 부모님이 모르는 사람이랑 이야기하지 말랬음.. 사실 와론도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데 어른 모습으로 지우스 구박하면 모양새가 영 거시기 하니까 계속 닭 모습으로 있는 거였으면... 그래서 편식도 오지게 함.


맨날 모이는 안 먹고 지우스 밥 뺏어먹어서 약초 캐러 갈 땐 아예 도시락 2개 싸서 들고 가는 지우스... 근데 도시락이 2개여도 새까닭은 지우스 것만 뺏어먹음.. 어영부영 도시락 2개 같이 나눠먹게 됨.. 닭이랑 겸상하기, 정말 희귀한 경험인데 그걸 매일 해냄...


닭 주제에 윤기 좔좔 흐르고 묘하게 똑똑해보이니까 저걸 잡아다가 팔까, 하고 노리는 사람도 있는데 어림도 없음. 당연함. 신수임. 인간이 쳐놓은 함정에 걸릴 리가. 그런데 새까닭 잡으려고 쳐놓은 함정에 엉뚱하게 지우스가 빠져서 다치게 됨... 그 날 와론 닭이 된 이후 처음으로 인간화 함.


올무에 다리 걸려서 허둥거리다 비탈길에 굴러서 나무에 머리 꿍 박고 기절까지 한 지우스 안아서 부모 손에 넘겨주고 (뉘신데 남의 집 귀한 아들을 이 꼬라지로 만들어서 데려 오셨는지?) 떠돌이 밀렵꾼들 박멸하러 감. 


깨어난 지우스는 몸이 아픈 것도 아픈 건데 새까닭이 없어졌으니까 혹시나 제가 기절한 사이 다른 사람들 손에 잡혀갔나 싶어서 찾으러 나가려고 하는데 역시나 어림도 없음. 다리는 거진 잘릴 뻔 했고 머리에서 피 철철 나고 열도 펄펄 나는 어린애를 집 밖에 내보낼 부모란 세상에 없어야 마땅함.


그렇게 울적하게 사흘 정도 자리보전하는데 밤중에 익숙한 푸드득 소리 들려서 벌떡 일어나니까 새까닭이 창 밖에 앉아서 빨리 창문 열라고 시위하고 있음. 반가운 마음에 다리가 아픈 것도 잊고 얼른 달려가서 창문 열었는데 열자마자 날개로 싸대기 두 대 얻어맞음...


아, 이 익숙한 폭력.. 제가 아는 닭이 확실했음... 안심해서 푸득퍼덕 성질 부리는 닭 꼬옥 끌어안고 괜히 눈물 나와서 훌쩍거리고 있으니까 닭도 좀 얌전해짐.. 분노 스위치 내려가고 흔한 어휴 이 애새끼, 모드로 진입했다는 의미임.


그렇게 같이 잤다가 다음날 아침에 지우스 상태 보러온 모친이 가축을 침대에 들이는 거 아니라고 버럭 소리 질러서 다시 성질모드 on 되는 새까닭. 분풀이 당하는 건 당연히 지우스의 몫임< 


그래도 용케 다치지 않은 다리만 콕콕 쪼는 새까닭 제 뒤에 매달고 다시 농장일 하는 농가 소년 지우스...




259.

잔불에도 빨래방 같은 게 있을까? 


장기임무 다녀온 기린, 모처럼 휴가 받은 김에 밀린 집안일들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불이랑 옷가지 바리바리 싸서 빨래방 갔는데 같은 이유로 똑같이 한보따리 짊어지고 온 피도란스랑 마주쳐서 둘이 나란히 세탁기 돌려놓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가줘...


아무래도 건조기까진 없겠지... 밥 다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와서 물 먹은 탓에 두 배로 무거워진 빨래보따리 또 한 짐씩 들고 빠빠이 했는데 그 날 저녁에 약간 멋쩍은 표정의 피도란스가 찾아와서 '오늘 당장 덮고 잘 이불까지 빨았지 뭐야! 하하!' 이래서 같이 하룻밤 자고 감..


기사들 집 후원이나 지붕 위나 옥상에 이불이나 한결같이 시커먼 옷가지 따위가 줄줄이 널려있는 걸 보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아, 저 집 기사님 간만에 휴가받으셨구나 or 장기 임무 끝나셨구나, 하는 니젤의 일상....


이제 여름이니까 여름 이불로 바꿔야겠군, 하고 셋팅 다 해놨는데 3달짜리 장기임무 떨어져서 너덜너덜해져서 돌아온 후 다시 가을이 된 창 밖 바라보면서 말없이 한 번도 덮지 못한 여름 이불 다시 집어넣고 솜이불 꺼내 까는 지우스....




260.

와론이랑 감정적으로 싸우다 언제나 저는 와론에게 있어 두 번째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그걸 감수하고 사랑하기로 했음에도 결국 상처 받아서 '어차피 넌 나랑 헤어져도 상관 없잖아...' 하는 지우스랑 그 앞에서 당황하다가 대따 크게 '...상관 있어!!!' 버럭하는 와론.. :Q


3초 후에 자기가 뭔 소릴 했는지 깨달은 와론 창문 열고 냅다 튀고 5초 후에 상황 파악한 지우스도 눈물 슥 닦고 곧바로 쫓아감<< 한밤중에 잘 자던 피도란스, 누가 자기 지붕 쾅! 밟고 지나가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가 잠시 후에 밖에서 '잠깐만, 와론! 기다려!' 하는 지우스 목소리 듣고 '뭐야... 벌써 둘이 화해했나보군.... 다행이다. 내일 기사회의 있는데 분위기 괜찮겠어.' 안심하고 다시 잠...... 


언제나 제가 와론 앞에선 약자고 둘의 관계는 기울어진 저울이라고 생각하는 지우스랑 은근슬쩍 스며들어서 어느새 그 저울을 수평에 가깝게 맞춰놓은 와론의 이야기 보고 싶다...




261.

미술관에 작품 전시 일정 잡혔는데 흰 캔버스 하나만 걸어뒀다가 바닥에 방수포 깔고 검은 페인트 한 통 덜렁덜렁 들고 와서 즉석에서 촤악!! 캔버스에 갖다부은 후에 덜 마른 페인트 뚝뚝 떨어지는 캔버스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제목 적어주고 나가는 괴짜 미술가 와론... 




262.

사상 지평 관련으로 인체 실험(잔인한 거 아님) 할 때 위아래로 흰색 반팔 병원복 입은 지우스..... (중얼) 늘 검은색 입고 다니던 애가 흰색 입으니까 좀 더 창백하고 덜 음침해 보여서 퍼스널 컬러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다른 기사들...




263.

흠... 지우스 팔 한 쪽이 불편해져서 은퇴한 이후론 머리 다듬기 힘들어서 머리카락은 계속 기는데 왼팔밖에 못 쓰니 제대로 묶지도 못해서 맨날 끈 한 쪽 입에 물고 머리 묶느라 왼쪽 어깨즈음에 느슨하게 늘어뜨린 채로 다니는 거 보고 싶다 :Q




264.

지우견으로 마지막 전쟁 나가는 지우스 손목에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중한 것, 그리고 제 모든 소망과 소원을 담은 물건인 나진의 머리끈을 묶어서 제발 살아돌아오라고 빌면서 보냈는데 그 전쟁에서 지우스가 행방불명 되어서 이후로 계속 머리카락 풀고 다니는 나견...


시체가 없는 걸 보니 죽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도 될까. 

하지만 진이도 죽었지만 시체가 남지 않았잖아. 

내가 태워버린 탓에.


그러다 어느 날, 전쟁이 끝나고 정식으로 기사가 되어 임무를 나갔다가 조그맣고 소박한 마을의 시장에서 저를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손목에서 한없이 익숙한 머리끈을 발견하는 나견.... 


....같은 걸로 기억상실 지우스 이야기 같은 거 보고 싶다 :Q


전쟁통에 모자는 잃어버렸고 옷도 찢고 낡아서 다른 것으로 갈아입었는데 손목에 단단히 묶여있던 머리끈만은 기억이 없어도 계속 가지고 다니다 나견 손에 낚아채이기...


처음엔 모르는 사람이 제 손목을 낚아채니 의아하게 돌아본 지우스,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이었던 상대가 그런 제 얼굴을 보더니 어딘가가 무너지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서, 본능적으로  아. 너는 나를 아는구나. 나도 나를 잊었는데, 너는 아직 나를 기억하고 있어. ...하고 생각하는 지우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묶어 가볍게 늘어뜨린, 낯선 행색의 익숙한 이가 저를 향해 '나를 알지?' 하고 묻는 걸 듣곤 당신은 비록 잊은 건 있더라도 변한 건 없구나, 했으면 좋겠어요... 나를 알고 있나? 하고 묻는 것도 아니고 나를 알고 있지? 라고 확신하는 그.. 지우스 특유의 똑똑함..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건 제 특기 중 하나였음에도 그걸 못하겠어서, 드문드문 끊기는 목소리로 맞다고, 나는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 후 무작정 같이 가자고 하는데도 지우스는 잠시 나견을 바라보다가 순순히 알겠다고 한 후 같이 집에가서 천천히 짐 정리함...


그 마을에 몇 년 살아서 나름 터전을 마련했는데도 간단한 짐만 들고 나견을 따라나서는데, 정작 나견은 건넛마을의 여관에 방을 잡고 지우스랑 같이 들어선 후에야 뒤늦게 정신이 좀 드는 기분임. 왜 이렇게 쉽게 나를 따라나섰냐고, 왜 나를 묻냐고 물으니 지우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함.


그때 그 순간의 네 표정을 보고도 너를 의심할 정도로 심장이 얼어붙은 사람은 아니라고. 물론... 나견은 지우스가 심장이 얼어붙은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음..




265.

견습들.... 그래도 기사들이랑 나름 동거동락하고 지내면서도 진짜 피 튀기고 >잔인한< 장면은 본 적 없을 텐데 어느 날 기사들끼리만 따로 임무 나갔다가 돌아온 날 신발 밑바닥에 피 눌어붙어서 걸을 때마다 쩌억쩌억 소리 날 정도로 온몸이 피범벅되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돌아오는 거 보고 저게... 기사....... 하고 다음 날부터 좀 묘하게 각 잡혀서 어렵게 대했으면 좋겠다... 


물론 힘든 임무 다녀온 대가로 한 이틀 휴가 받아서 싹 씻고 꿀잠 자고 일어난 기사들은 웬일로 쟤들이 철 들었나, 함... 특히 피범벅 된 얼굴로도 해맑게 '여어, 병아리들 그동안 사고 안 치고 잘 지냈어?' 하고 제딴엔 애들 안심시켜 주겠다고 다정하게 인사 건넸던 피도란스랑 제일 내외함...<< 


저 사람 괜히 손가락 끝까지 붕대 칭칭 감고 다니는 거 아냐.. 하고 수근수근... 거기에 보통 새까만 닭이 열심히 보호해주는 지우스까지 피칠갑을 했단 건.... 상상의 여지가 너무 넘쳐서 큰일임..


평소 자꾸 머리 안 쓰고 몸으로 떼우려고 하고 은근히 무모하게 굴고, 한 명은 대놓고 난 약한데? 이러고 살던 느긋하고 한량한 모습도 종종 보이던 특수 2기 조의 본모습도 분명히 >>기사<< 일 것이기에... 애송이들아, 너네들은 아직 [병기]가 되기엔 한참 멀었어...


견습 애들은 늘 싸울 때마다 기사들이 가장 먼저 상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제압'에 목적을 두는 전투를 겪어 왔는데, 제압이 아닌 '제거'를 목적에 둔 임무를 받으면 기사들은 그 역시도 망설이지 않을 거라구... (._. 왜냐하면..... 그게 기사니까.......





266.

기사들을 시스템의 오류라고 표현하는 것도 너무 좋다... 시스템의 오류라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더 이상 세계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하다는 의미일 것 같아서...




267.

새까닭 화나서 기린에게 론누 던졌는데 코앞까지 창날이 다가와도 기린이 꼼짝도 않고 가만히 있으면 막판에 론누 휙 빗나가게 한 후에 '아 좀 피하라고!!!' 하고 자기가 더 성질나서 버럭함... 


기린 : 맞으라고 던진 거 아니었나? 

닭 : 맞으라고 던진거지 죽으라고 던진 건 아니었거든??

기린 : 그럼 좀 덜 치명적인 곳을 노려. 팔이나 다리처럼. 

닭 : 그런 곳은 분이 안 풀려. 

기린 : .....o0(어쩌라고...)




268.

사막 도시로 임무 나가는 기린닭도 보고 싶다. 


입을 열기만 하면 혀끝에 버석버석 씹히는 모래, 한 발 걸을 때마다 무너져내리는 땅, 그러다 운 나쁘게 사류나 개미지옥 같은 곳에 빠지기라도 하면 우당탕탕 떨어진 후 미로같은 길을 빙빙 돌아서 출구를 찾는 그런....


모래바람이 너무 강해서 지우스가 휘청 떠밀리니까 쯧 소리 내면서 손 뻗어서 지우스 팔 움켜쥐고 걸어가는 와론... 지우스는 눈조차 뜰 수 없어 그 손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면서 문득 와론은 지금 어떻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건지 궁금해짐.


그렇게 겨우 반쯤 무너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모래폭풍을 피하는데 뒤로 돌아선 와론이 신경질적으로 투구를 벗자마자 모래가 쏴아아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저도 모르게 웃음 꽉 참음... 


닭 : 웃냐? 웃겨? 

기린 : ...거짓말을 해줄까, 솔직하게 말할까. 

닭 : 어휴, 때려쳐라.


지우스도 모자 벗어서 머리 탈탈 터는데 저는 모자를 쓰고 있어도 두피가 버적거리는데 구멍 뚫린 투구를 쓰고 있었을 와론은 오죽할까 싶음. 낮은 타는듯이 더워도 모래바람 때문에 태양빛이 조금 차단되어 견딜만 했는데 밤이 되면 기온이 무섭게 떨어지겠지.


거기에 부족한 식수와 각종 독충, 독전갈들은 또 어떻고. 마음 편히 바닥에 눕지도 못해서 양쪽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서로 등을 맞대고 앉은 채로 불편하게 졸다 어딘가에서 스스슥.. 하는 소리만 들리면 두 눈 번쩍 뜨고 론누 던져서 독뱀이며 전갈따윌 잡는 닭...


기린이 지금은 제가 불침번을 설 차례니 편하게 쉬라고 하면 어차피 네가 저것들을 잡는다고 움직이면 기댈 게 없어서 깨게 된다고 툴툴거림... 사막 한가운데의 유적에서 유물 같은 걸 찾는 임무라 이리저리 돌아다녀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하 동굴로 떨어지기도 하고 오아시스도 만났으면.


그다지 크지 않은 오아시스에서 식수 보충도 하고 몸도 씻는데 둘이 그냥 뒤돌아선 채로 같이 씻었으면 좋겠다. 전우 사이에 남녀구별이 어디있어... 오아시스 옆에서 독충 같은 걸 물리는 약초도 찾아서 그 날은 모처럼 바닥에 누워 하늘 보고 자겠지. 사막의 밤하늘은 찬란할 거야.


와론이 잠이 안 오니 아무 말이라도 해보라고 하면 잠자코 하늘을 향해 손 뻗어서 이리저리 별들을 엮으며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지우스... 와론이 별 걸 다 안다고 핀잔같은 칭찬을 하면 저는 농가에서 태어났으니 밤에 목축지에서 자다가 하늘을 많이 봤다고 함. 와론은 처음 듣는 과거임.


그러는 너도 야전 생활을 많이 했을 텐데 왜 아는 게 없냐고 하면 잠시 침묵하던 와론도 대답을 해줌. 확실히 저도 밤하늘을 많이 보긴했지만, 저는 별자리를 본 게 아니라 유성을 기다리던 것이었기에 그런 건 잘 모른다고. 지우스는 현명하게 와론에게 무슨 소원이 빌고 싶었냐고 묻지 않았음.


사막에서도 찌륵찌륵 벌레는 울었음. 그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와론의 대답을 곱씹으며 가만히 누워있던 지우스는 세상에 저물지 않는 별이란 없으니 지금껏 네가 보아왔던 모든 별들이 사실상 유성이나 다름없다고 중얼거림. 코웃음을 친 와론은 되도 않는 헛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고 함.


그리고 불침번을 서기 위해 일어나 앉아 있다가 정말로 깊게 잠든 지우스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혼잣말처럼 말함. 제가 빌고 싶은 소원은 하나 뿐이고 제가 찾고 싶은 별도 하늘에 하나 뿐이라고. 그러니까, 하늘은 저렇게 아름답지 않아도 좋고 저토록 찬란하지 못해도 좋다고.


죽기 전의 별이 가장 밝은 법이지. 

그러니 내 생은 이미 너로 인해 멀어버렸어. 

눈을 감으면 보이는 것은 별도 달도 뜨지 않는 칠흑의 묵천. 


그런데, 그 혼자만의 고요한 공간에 어찌 풀벌레 우는 소리가 들릴까. 어찌 누군가의 숨소리가 섞여들게 되었을까. 


정말, 세상 일이란. 알 수 없다고.




269.

기린 : 제거대상의 경계심이 너무 심한데... 이래서야 제대로 된 접근이 어렵겠어. 

닭 : 있어 봐. 내가 해볼게. (후드 덮어씀) 

기린 : 네가? 


닭 : 거기 멋진 아저씨! 잠깐 길 좀 물어도 될까? 

?? : 무슨 길...? 

닭 : 네놈 저승길!!!(론누로 푹 찌름) 

기린 : 

닭 : 야, 됐다. 가자. 

기린 :




270.

~ 현대au로 줌 강의 중 


루지안 : 푸합! 

지우스 : ...갑자기 뭐지? 

루지안 : 헉, 죄송합니다;; 그게... 교수님 뒤로 사모님께서 카메라에 안 잡히시려고 기어서 나가는 게 보여서 그만ㅠㅠ.. 

지우스 : 난 미혼이다만. 

(갑자기 분위기 괴담) 

지우스 : 오해가 풀렸으면 마저 강의하마. 

(안 풀렸는데요)


[방금 지우스 교수님 강의 들은 사람??] 

교수님 뒤에서 검은 옷 입은 백발 여자가 기어다니는 거 나만 봤어? ㅈㄴ 소름;; 교수님 전혀 눈치 못채신 것 같던데 어떡해?ㅠㅠ 


ㄴ 지우스 교수님 평소에도 기력 없어 보이시던데 진짜 뭐라도 씌인 것 아냐? 

ㄴㄴ D+ 받고 학점 나락간 학생들의 원혼인듯


ㄴ 교수님 여러모로 가내 두루 평안하지 못하신 것 같은데 이참에 강의 내려두시고 안식년 좀 가지셨으면... 

ㄴㄴ 이제와서 교수님이 안식년 가져도 내 학점엔 안식이 찾아오지 못해. 

ㄴㄴㄴ 얘 교수님이랑 나락서사 쌓고 있네.


~ 강의 후 

지우스 : ...와론, 몇 번이나 말했지만 제발 강의 도중엔 돌아다니지 마라. 학생들이 오해한다. 

와론 : 뭐 어때. 얼굴도 제대로 안 찍힐 텐데. 다음번엔 그냥 애인 있다고 솔직하게 말해~




271.

신수기린 너무 좋아....

지우스 뿔은 옥처럼 반투명한데 해가 비치면 안쪽에 줄기줄기 금 간 거 보였으면 좋겠다... 만지면 맨들맨들하기만 한데 속은 묘하게 엉망진창인...


그러던 어느 날, 사상 지평을 썼을 때 기어이 쩌적, 하면서 작은 파편이 떨어져나오는 걸 보고 앞으로 더는 그 힘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새까만 닭....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담청색 기린이 아니죠. 기어이 무리하다 한쪽 뿔 챙그랑 부서져서 신력이 반토막 나는데 기린이 그렇게까지 애써서 지켰던 인간들이 이제 제 손에 잡힐 듯 약해진 신수를 사냥하려고 드는 바람에 간신히 도망쳐서 은둔생활 시작해줘... 


인간을 사랑한, 사랑했던 신수의 비참한 말로... 새까닭은 인간을 싫어해서 인세에 자주 나가지 않는데 어느 날 '기린의 부러진 뿔조각'을 장신구로 세공해서 황제에게 바치는 걸 보고 빡돌아서 다 엎어버리고 기린의 뿔조각만 들고 돌아와버렸으면. 그리고 아무런 말없이 기린의 거처에 가서 부러진 뿔 위에 그걸 척 가져다붙임. 황제에게 바치려던 공물이었으니 그걸 얼마나 곱게 세공해놨겠어. 


무늬도 넣고 치렁한 금사슬도 붙이고 금박도 도르륵 붙여놨는데 본래 주인의 몸에 닿았으니 부러진 뿔조각이 냅다 갖다붙는 바람에 졸지에 뿔 한쪽만 퍽 화려해진 채로 사는 기린... 같은 거 보고 싶다 (._. 바람불면 장식 조각들이 흔들려서 찰그랑찰강 소리나겠지... 그렇다고 겨우 되찾은 뿔을 도로 부러뜨릴 수도 없고 말야.


기린이 사는 숲 근처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농민 사이에선 깊은 숲속에서 옥과 금이 부딪히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면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조심조심 돌아나오라는 전설 같은 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건 신선님의 발자국 소리니까 신선님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272.

신수 기린과 봉황이지만 특이하게 검은색으로 태어나서 스스로를 새까만 닭이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둘의 조합도 제가 참 좋아하거든요... 다른 것은 고작해야 겉으로 보이는 색 하나뿐인데 그걸 두고 다른 이들이 흉조니, 불길함의 상징이니 뭐니 떠드는 게 영 맘에 안 드는 와론...


처음엔 내가 검은 봉황인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닭이라고 부르던가. 그럼 더는 개소리 안 들어도 되겠지. ....정도로 반응했던 와론도 오랜 세월 핍박을 받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성질이 더러워지고 인내가 마모되어 가는 곳마다 싸움을 벌여서 정말로 재앙을 흩뿌리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어느 날 저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기린이 제 뒤를 쫓아다니며 제가 흩뿌린 죽음, 재앙, 불길함 같은 것들을 모조리 덮어서 다시 생으로 돌려놓는 걸 보고 얘 지금 대체 나랑 뭐하자는 거지? 싶어지는... 기린은 그냥 기린의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지만 그 삶의 반경이 자꾸만 새까닭과 겹침...


그러다 종래엔 남의 멱살 쥐고 론누 들이밀며 겁박을 하다가도 발아래 풀 꺾이는 소리조차 없이 조용히 나타난 기린이 '와론' 하고 겁도 없이 제 이름을 부르며 말리면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쥐었던 멱살 놓고 같이 터덜터덜 돌아가는 둘의 모습이 보고 싶어 (._.


성큼성큼 앞서 걸어가는 와론의 뒤를 따르며 그 발자국을 같은 보폭으로 밟아서 와론이 밟아죽인 풀을 도로 일으켜세우며 걷는 기린 같은 거..... 원래 와론은 이 어린 기린도 공평하게 쥐어패고 다녔는데, 어느 날 그렇게 얻어맞아도 꿋꿋하게 절 따라오는 녀석에게 나이가 몇 살이길래


할 일도 없이 내 뒤나 따라다니냐고 물었다가 기린이 정직하게 작년에 딱 80살 되었다고 답하는 거 듣고 잠깐 자괴감 max 현타 와서 숙연해진 이후로 때리는 일을 좀 자제하게 됨... o0(옘병, 숫자 십을 곱해도 내 나이가 안 되네.) 하긴 젊은 게 밑천이라 여태 재미도 없는 내 뒤치닥꺼리나 했겠지.


그러나 와론은 그때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우스는 영원히 저보다 어릴 것이기에 영원히 '젊음'을 밑천으로 삼아 저를 성가시게 할 것이란 사실을... 그리고 어느 날, 처음으로 와론의 맨얼굴을 보게 된 지우스가 태양을 향해 손을 뻗는 인간처럼 조심스러운 손길로 와론의 흰 머리카락을 한줌 쥐곤


'눈이 부시다' 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너는 새까맣지도 않고, 하물며 닭도 아니라고. 제게는 그저 눈부신 봉황일 뿐이라고..




273.

겨울에 벽에 기대어서 차곡차곡 눈 맞으며 졸고 있는 닭에게 다가가서 투구 위의 눈 털어주는 것으로 제가 왔다는 걸 알리는 기린 같은 거 보고 싶다.. (._. 무심결에 론누 꽉 쥐었던 닭은 기린인 거 확인하고 넌 목숨이 네 개쯤 더 있는 거냐고, 죽기 싫으면 기사에게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투덜댐..


기린이 '나도 기사니까.' 하고 대답하면 '약해빠진?' 이라고 덧붙여주면서 이죽이던 닭, 기린이 담담하게. '그래. 네가 경계할 필요조차 없는.' 하고 인정하면 또 괜스레 목덜미 간지러워져서 론누로 기린 바보모자 툭 치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감...


그냥 평범하게 이제 내 기척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않느냐, 내게 익숙해지지 않았냐, 하고 물을 수 있음에도 굳이 닭과 제 사이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신중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기린닭이 좋다는 이야기... (._.




274.

임무 도중에 함정에 빠져서 이상한 약 먹은 기린, 마지막 힘 쥐어짜서 닭에게 '나약했어' 하고 카톤 보내는데 '그럼 언젠 강했냐?' 하고 답장하는 닭... ...기린 진짜진짜 마지막 힘 쥐어짜서 띄어쓰기 문장부호 다 지켜서 '나, 약 했어.' 라고 보내고 기절함.. 닭 3초 후에 상황 파악하고 날아감...




275.

안 팔리는 동화 작가 지우스랑 책 먹는 여우..가 아니라 책 먹는 닭(요괴) 와론 이야기 같은 거 보고 싶다 (._. 


하고많은 장르 중에서 지우스가 어린 아이를 위한 동화를 쓰게 된 이유는... 그게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미래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요즘 시대에 동화 같은 게 잘 팔릴리가.


도시에 있던 집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와서, 컴퓨터도 핸드폰도 없이 문명과 단절된 상태로 원고지에 종종 떠오르는 이야기 적어놓는데, 어느 날 밭에서 일하고 돌아왔더니 웬 못보던 닭이 책상에서 둥지 틀고 앉아있고 부리로 콕콕 쪼아서 난도질 된 원고지들만 흩날리고 있었으면...


이게... 뭐지...? 


...하고 혼란한 와중에도 일단 침입닭을 들어서 내보내고 방 정리하면서 어차피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이야기였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걸 보니 조금 속이 쓰려서 멍하게 앉아있는데 저 닭은 주인도 없는지 어디 가지도 않고 정신 사납게 창밖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음.


배라도 고픈가. 내 글을 이렇게 쪼아먹고도 배가 덜 찼나보지. 지우스는 불면스럽게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본인 저녁을 차리면서 생쌀 한 줌을 쥐어서 밖에 뿌려줌. 


...다음 날 나가봤더니 뿌려준 쌀이 그대로 있어서 아까운 마음에 빗자루로 삭삭 쓸어담아서 수돗가에서 흙 씻어내는데 또 어딘가에서 쫑쫑 걸어오더니 묘하게 한심하단 눈빛으로 그 꼬라지를 쳐다보는 검은닭... 마치라잌 '너 땅에 떨어진 거 주워먹냐?'라는 느낌임... 


...네가 안 먹어서 이러는 거잖아.  


지우스는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었지만 말 못하는 동물이랑 싸워서 뭐하나 싶어서 꾹 참음...


쓸데없이 이야기가 길어져서 썩둑 자름.zip 


아무튼, 나중엔 이 기묘한 닭과 사는 일에도 익숙해져서 어차피 아무도 안 읽는 글, 너라도 읽으란 식으로 원고지에 글 쓰고 나면 그 종이 새까닭에게 넘겨주는 지우스랑 기가막히게 글자만 콕콕 찍어서 뜯어먹는 요상한 반려닭..


심지어 이 닭은 인간과 겸상을 합니다. 푸덕거리지 않고 얌전히 먹길래 그냥 상에 그릇하나 더 놔주는 걸로 타협 본 지우스... 저녁밥이 마음에 안 들면 새벽부터 울어서 깨우는 걸로 항의하는 새까닭... 


그러던 어느 겨울날, 마른 기침으로 시작된 감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가 폐렴으로까지 번져서, 핸드폰도 없고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차도 없는 터라 병원에도 못 가고 끙끙 앓다가 새벽에 눈 떴더니 웬 처음보는 여자가 침대 옆에 앉아서 지우스 내려다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 너 이걸로 나한테 목숨 빚진거다. 


대뜸 그런 말부터 하면서.


+) 와론은 모든 이야기를 먹을 수 있지만 가급적이면 깨끗하고 정결한 이야기를 먹고 싶어하는데 한참 현대의 세파에 찌든 텁텁하고 찝찝한 이야기들만 먹다가 어느 날 모처럼 지우스의 말랑포근깨끗한 동화 이야기 맛을 보고 환장한 상태.




276.

입맛 까다롭고 입 짧은 지우스 정말 너무 좋다... 


기사라서 그 활동량과 그 체력을 유지하려면 엄청 먹어야하는데 미식가에 입맛 까탈스러워서 밥 먹을 때마다 고역인 지우스.. 임무 도중엔 자미든 뭐든 토끼처럼 아무 생각없이 으적으적 씹어먹는데 임무 끝나고 니젤로 돌아오면 고이 적어둔 맛집 리스트 꺼내들고 식당 순회하면서 혀랑 위장 씻어내기... 


가끔 새로운 가게 도전할 때면 꼭 피도란스 불러서 같이 데려감. 지우스가 한 입 먹고 잠깐 뭘 생각하다 도도하게 냅킨으로 입가 닦고 포크 스윽 내려두면 파하하하 웃으면서 '여기도 꽤 맛있는데 왜 그래?' 하면서 지우스 접시 당겨서 대신 먹어주는 피도란스... 


지우스는 '쉴 때는 맛있는 것만 먹고 싶어.' 하고 단호하게 말함. 맛없는 걸로 배 채우면 기분이 저조해질 정도로 음식에 까다롭게 구는데 이런 남자를 임무에 던져넣으면 덜 익은 나무 열매, 먹을 수 있지만 쓰기만 한 식용풀 같은 걸로 일주일 내내 연명함.. 그게 기사..


분기별로 한 번씩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의사가 차트 탕탕치면서 '벌크업!! 현재 nkg 미달!! 체중 증량 필수!! 안 그럴 시 계속 이 활동량을 유지하면 님 죽음!!!!' 이래서 음식 잔뜩 쌓아놓고 나라, 아니 미각 잃은 사람처럼 공허한 눈으로 꾸역꾸역 먹는 지우스랑 하여튼 짜증날 정도로 예민한 놈이라고 등짝 퍽 치고 지나가는 새까닭... 


그리고 이제 견습기사들 건강검진이 끝나면 지우스 맞은편에 말없이 의자 빼고 앉아서 고지방 우유에 단백질 분말 때려넣고 쉐킷쉐킷하기 시작하는 나견 있음... 당연함. 얘는 원래 견습기사가 될 수 있는 몸뚱이가 아니었음...


지우스, 제정신이 붙어있을 땐 목구멍에서 신물이 올라올 정도로 쓰디쓴 약도 아무런 말 없이 잘 먹는데 막상 의식을 잃으면 살리려고 입 안에 부어넣는 약도 무의식중에 맛없다고 자꾸 뱉어내서 환장하는 주변인들 보고 싶다.. 


와론이 빡쳐서 야!! 저거 당장 깨워!! 하고 소리 버럭지르면 똑같이 이마 싸잡고 한숨 내쉬던 피도란스가 '이 약을 먹어야 깨어나지...' 하고 대꾸함.. 겨우겨우 먹였나, 안심하면 몇 초 후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욱욱 헛구역질해서 입 틀어막는 와론이랑 애 질식사 시킬 셈이냐고 살기 뿜는 여우...


그렇게 전쟁같은 밤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다음날 아침 기사 특유의 회복력으로 눈 부스스하게 뜬 지우스가 협탁 옆에 놓여있는 약그릇 들고 홀짝 마시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음. 


닭 : ....니 죽이는 생각 중. 

기린 : 방금 살아났다만. 

닭 : 그래서 더 빡쳐.




278.

본격적으로 전투 관련 임무에 나가기 전에 기린이 견습기사들에게 웬 설문조사지를 돌리길래 받았더니 


Q. 다음 중 본인이 임무 도중 사망했을 시 원하는 장례의 형태를 고르시오. 

(단, 상황에 따라 시체를 수습하지 못할 수도 있음.) 


예시) 매장, 화장, 수장, 수목장, 방치...


나견 : ...저기, 이건 대체...? 

기린 : 기사들은 장례식을 치르지 않지만 나는 장례와 장례식은 별개의 건이라 생각한다. 최대한 너희의 의사를 존중해주마. 

나견 : ...시체를 수습하지 못한다는 건. 

기린 : 너희들은 아직 보호대상이니까. 죽어야한다면 내가 먼저겠지. 

나견 : (미래 좀 보라고요)


그리고 화장에 체크한 나견의 설문지를 읽으면서, 우디온 애들이 불에 타죽었다고 말한 '나견'에 대해 잠시 생각하는 지우스...




279.

나견 : 기린님, 계속 그렇게 무리하시면 제 명에 못 죽습니다. 

기린 : 넌 기사질을 하는 놈이 제 명에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나견 : ....o0(기사들은 다들 제정신이 아니군..)




280.

신수 기린 지우스... 

임무 도중에 기력 딸려서 시들시들해지면 근처 연못이나 호수에서 물 한동이 떠와서 촥 끼얹어주는 새까닭... 


승냥이 : o0(이지메...) 

닭 : 이제 정신이 좀 드냐? 

너구리 : o0(찬물 맞았으니 당연히 정신이 들겠죠..) 

기린 : ...그래...(기력 쪼끔 회복함)




281.

잔불 세계에 마법도 있는데 마법으로 움직이는 차도 있지 않을까.. 

다 같이 버스(ㅋ) 타고 가다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견습들 죄다 우당탕 넘어졌는데 멀쩡히 버티고 서 있는 기사들... 닭이 아, 이래서 병아리들은~ 어쩌고 잔소리하는데 조그맣게 '..이제 괜찮으니까 놔.' 하는 기린 있음<<


그럼 이제 반사적으로 낚아채서 안 넘어지게 잡아줬던 기린 뒷덜미 놔주고 마저 라떼는 잔소리 하는 와론....





잔불의 기사 / 마도조사 (프로필 사진 - 배추님)

Roof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