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서 오라버니가 돌아오던 날이었다. 오라버니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오라버니의 얼굴을 보았다. 오라버니의 얼굴은 전장에서의 고생을 보여주는 듯 얼굴이 상한 것이 보였다. 그런 오라버니를 보며 말했다.

 

“오라버니, 제대로 끼니를 챙겨 드시기는 하십니까? 항상 전장에서 돌아오실 때마다 얼굴이 상하셔서 이러다가 오라버니를 못 알아보겠습니다.”

 

내 말은 들은 오라버니는 웃음을 지으며 내 말을 들으며 대답하셨다.

 

“못난 누이가 이 오래비 걱정도 하다니 내가 많이 못나기는 한 모양이다. 그래, 네 말대로 끼니는 챙겨먹으마.”

 

나의 말을 듣고 웃어넘기는 오라버니를 보며 오라버니에겐 나란 존재는 아직까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15살이 지나고 댕기를 땋았지만 오라버니 안에서의 나의 존재는 어린아이였다. 나이 차가 많이 나서 더욱 더 그럴지도 몰랐다. 어머니께서 오라버니를 낳으시고 난 후 내 위로 여러 명의 형제가 생겼지만 그 형제들은 백 일, 일 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내가 태어났다고 항상 이야기 하셨다. 그래서 오라버니께서 나를 못난 누이라고는 불렀지만 그것이 내가 정말 못나서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린아이의 취급을 하는 기분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입이 나왔다. 그런 저를 오라버니가 보고 있을 때 식사가 들어왔다. 오라버니가 돌아오고 가족끼리 모두 모여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어머니께서는 오랜만에 돌아온 오라버니의 안부를 물으셨다.

 

“선이의 말대로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어머니의 물음에 오라버니는 잠시 수저를 놓고 대답했다.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어보셔도 전장에서의 생활은 항상 같습니다. 일어나서 병사들과 함께 조식을 챙겨먹고 적들과 싸웠습니다. 그 후 해가 지면 다시 잠이 드는 생활의 반복이었지요.”

 

오라버니의 말을 듣고 밥상에서의 분위기가 어두워진 것을 느끼고 내가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내일부터 팔관회(* 개경과 서경에서 열렸던 고려의 국가적인 행사로 개경에서는 음력 11월 15일, 서경에서는 음력 10월 15일에 열렸다. 팔관회가 열리는 사흘 동안은 공휴일로 지정되었으며 그 동안은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궁궐의 구정을 개방했다.) 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내 말을 듣고 오라버니는 대답했다.

 

“벌써 팔관회가 열리는 시기가 되었는지 몰랐구나. 그렇다면 나와 함께 궁에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팔관회의 전날인 소회일(*팔관회의 행사 전날이다. 궁정 신하들로부터 조하를 받았으며 지방관이 파견한 봉표원도 축하 표문과 선물을 바쳤다. 그리고 함께 가무백희와 음악 공연을 관람하고 참여자 전원에게 술과 꽃, 과일, 봉약을 하사한 후 행사가 끝났다.) 에는 오라버니가 바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날이 아니면 오라버니와 함께 있을 수 날이 적었다. 안 그래도 전장을 도는 오라버니였다. 오라버니가 전장을 돌 때도 내 곁에는 어머님도 아버님도 계셨지만 내게는 부모님과 오라버니는 달랐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차린 오라버니에게 말했다.

 

“네, 구정(*송악산 밑에 위치하고 있는 연경궁 내에 있는 넓은 뜰) 을 개방한다고 해서 그곳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 날씨라면 꽃은 피지 않겠지만 그래도 궁을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쁩니다.”

 

오라버니는 내 얼굴을 잠시 보시더니 대답했다.

 

“궁의 구정이라면 소회일에 부모님과 함께 몇 번이고 들어가지 않았느냐? 그리고 네 말이라도 지금은 곳곳에 눈만 있을 터인데 그러한 구정의 모습이라도 괜찮다면 거기까지는 안내해줄 수 있다.”

 

오라버니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서려있다는 것을 알고 오라버니에게 말했다.

 

“그것과 이번은 다릅니다. 안내 해주신다는 말을 같이 간다는 뜻이지요?”

 

다시 한 번 그렇게 물은 내게 오라버니는 대답했다.

 

“그래, 같이 가마. 나도 일단은 얼굴을 비춰야 다른 문신들로부터 나쁜 소문이 돌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기쁜 표정을 하지마라. 못난 얼굴 더 못나게 보인다.”

 

오라버니의 말을 듣고 기뻐서 오라버니의 품에 안기려고 했으나 오라버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나는 넘어져 바닥에 얼굴을 부딪쳤다. 바닥에 얼굴에 부딪치자 보모는 내게 와서 말했다.

 

“아가씨, 다행히 얼굴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습니다. 그러나 혹시 아프시면 꼭 말하셔요.”

 

오라버니는 내가 얼굴을 부딪친 것을 보고 웃음을 지으신 것처럼 보였다. 그 후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말을 하고는 오라버니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을 나가셨다.


 

*


 

팔관회 전날인 소회일이 밝았다. 일어나서 방 안에 있는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니 어제 방바닥에 넘어져 얼굴을 부딪친 부위가 작게 푸른 멍이 들어있는 것을 깨달았다. 소희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구정에 모일 것이 분명한데 이 얼굴로는 구정에 갈 수 없었다. 방에 나를 깨우러 온 보모는 내게 말했다.

 

“아가씨, 도련님께서는 아침 일찍 입궐하셔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금년에는 가지 못했어도 내년에는 꼭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장을 떠도는 오라버니였기에 내년에 오라버니와 이 날을 지낼 수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오라버니가 바쁜 것은 알고 있어서 요 몇 년 동안 오라버니와 함께 팔관회를 평안하게 즐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기 올해도 나 혼자 구정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 얼굴의 멍이 신경 쓰였지만 얼굴의 멍을 조금이라도 가리기 위해 분을 평소보다 더 많이 바르기로 결심했다. 조식을 먹고 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궐에 가는 것이라 평소보다 더 많이 신경 썼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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