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팬픽] 스타의 코디가 된다는 것 에필로그 #4




지민은 폐쇄된 터널 앞에서 온몸을 떨었다.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커먼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요. 들어가셔야죠."


어깨에 무거운 카메라를 들쳐메고 있던 스탭이 말했다. 지민은 살려달라는 듯 그를 봤지만 스탭은 어깨만 으쓱했다.


"일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보조 스탭으로 따라온 혜령이 단호히 내뱉었다. 이번에 찍고 있는 달려라방탄은 하필이면 여름맞이 공포 편이었다. 멤버들은 개인전으로 7명씩 나눠 각자 공포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다들 서울 근처에 유명하다는 공포 명소로 흩어졌고, 지민이 온 곳은 하필이면 흉가가 있는 지역이었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무조건 이 아득한 터널을 통과해야 했다.


"혹시 다른 길은 없어요? 꼭 여길 지나야 하는 이유라도……."


지민은 한 걸음 내딛자마자 뒷걸음질 쳤다. 카메라 스탭은 고개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워낙 흉흉한 곳이잖아요. 외부에서 들어갈 수 있는 길은 여기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빨리 갔다가 오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혜령이 들고 있던 손전등을 켰다 껐다 했다. 지민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촬영인지라 완전히 혼자가 아닌 게 어딜까. 그가 혼자 셀프캠을 들고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면 이미 도망쳤을지도 몰랐다. 지민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움직였다. 터널 안으로 걸음을 내딛자마자 한기가 덮쳤다. 어디서 흐르는지 모를 물이 천장에서 똑똑 떨어졌다.


"다들 저랑 같이 있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가고 있어요."


스탭과 혜령이 동시에 대답했다. 지민은 어떻게 두 사람 다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무섭지도 않나? 입을 비죽 내미는 순간 혜령이 아, 하고 멈췄다. 그 순간 손전등에 비친 곳으로 검은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지민이 반사적으로 튀어 올랐다.


"으악!"


지민은 바로 옆에 있던 카메라 스탭을 붙잡았다. 때문에 카메라 화면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뭐, 뭐예요?"

"글쎄요. 쥐?"

"벌레 아닐까요."

"벌레가 저렇게 팔뚝 만할 리가 없잖아요!"


두 사람의 태연한 반응에 지민은 거의 울 지경이었다. 짧은 소란이 지나가고 세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규칙적으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천장에 달린 전등과 빨간 표시등은 언제 마지막으로 썼는지도 모를 것들이었다. 희미한 빛으로 거미줄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지민은 옆에 있던 스탭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무거운 카메라를 한 손으로 들어야 하니 미안했다. 그렇다고 혜령을 붙잡고 무서워 죽겠다는 티를 있는 대로 내고 싶지도 않았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저기…… 우리 끝말잇기라도 하면서 갈래요? 계속 얘기하다 보면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은데."


지민은 모두 동의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제안했다.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불빛은 도무지 가까워지질 않았다. 주위 소리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걷는 것보단 놀러왔다 생각하며 빨리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다들 귀찮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지민은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매정할 수가.


몇 번이나 냉담함에 치인 지민은 결심했다. 그도 냉정해지겠다고. 이 사람들이 나중에 무섭다고 들러붙어도 코웃음칠 거라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두 사람은 대낮의 환한 거리를 걷는 것마냥 망설임 없이 걸었다. 지민은 강하게 결심하고 두 사람에게서 떨어졌지만 이제 와서 붙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혼자 속으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분노하다 보니 바깥의 빛이 가까워졌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겠네요."

"그렇네요."


2-30분 정도 되었을까. 터널 안의 어둠도 제법 익숙해졌다. 중간에 무언가가 튀어나와 그를 놀래킬 염려도 없었다. 그냥 어두울 뿐이지, 거리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민도 한결 편안해졌다. 차도로 쓰였던 곳은 발에 치이는 물건들이 많았지만 가에 난 길은 괜찮았다. 좀 더 낮은 높이에 있는 것도 안심이 됐다. 터널 바깥에서 들어오는 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낮에 출발했는데 벌써 해가 지는 모양이었다. 


"와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지민이 행복하게 말했다. 여기까지 무사히 걸어온 자신이 대견했다. 터널 밖으로 빠져나오기 직전, 혜령이 말했다.


"아, 지민 씨. 그거 알아요?"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하세요? 포스트를 구매하고 이어지는 내용을 감상해보세요.

  • 텍스트 7,124 공백 제외
  • 이미지 7
20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