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생때부터 과학실험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중학생때 다들 싫어하는 과학선생님도 나 홀로 엄청 좋아했던 이유는 이 선생님이 유일하게 실험을 시키기 때문이었다. 책으로 보는것보단 직접 해보는게 좋으니까. 그래서 실험이란 단어를 들으면 그때는 설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실험을 좋아한다. 그니까 연구직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거겠지? 다만 지금은 마냥 설레지만은 않은것 같다. 진로쪽으로 생각하니 무거운 느낌이 점점 들기도 하고, 현장실습에 나와 내가 몇번 실험에 참여해보니 미숙해서 실험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아무래도 해본 실험이라고는 전공실험과목에서 조교님이 하라는대로 해봤던게 다라서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많이 미숙한 것 같다. 같이 실습하는 친구들은 공교롭게도 다 실험실에 들어가서 몇번 해봤던지라 기초적인 부분은 완성형이고, 연구원님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으니 여기서 가장 미숙한 사람은 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무력감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이론적인 부분이나 실험 이해도 같은건 부족하지 않은 편인데 이론으로만 가능한건 아니니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우러러 보는 연구원분들이 실수할때마다 아 역시 사람은 다 똑같구나 하면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연구원님도 실수하시는데 학부생인 나도 그럴수 있지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나는 내 실수를 너무 확대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지라 어떻게 해서든 생각을 환기해야한다.


아무튼 나한테 실험을 시키실때마다 아직도 설레는걸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다만 하시던걸 그대로 넘겨주면서 해보라고 권해주시는게 아니라 거기에서 조금 떼어서 나보고 시키셨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망하거나 결과값이 흔들려도 기존에 하시던 연구에 차질이 없게. 아무래도 실험들이 다 기간을 장기적으로 바라봐야하다보니 중간에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해야하는지라 부담이 크다.


그리고 요새 대학원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있는 중이다. 원래는 취직 후에 대학원을 병행할 예정이었는데 졸업하고 바로가야 하나 고민이 된다. 그냥 자리에 앉아있다가 집에만 가도 피곤해서 9시에 잠드는데 과연 내가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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