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2월도 열흘이나 흘렀네요. 보통 이맘때쯤이면 연말이다 크리스마스다, 징글벨 소리를 징그럽게 들을게 기대가 돼야 하는데, 올 봄 광고에도 썼던 코로나 새끼 이야기를 12월 광고에도 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참으로 유감천만입니다.;ㅅ; 안녕하세요 여러분. 강녕히 잘 계셨나요? 저는 대체로 골골거리고 있는 샤오즈키입니다.

 

드디어 꿀단지 재판 예약 마감일을 하루 남기고 마지막 광고를 작성합니다.

4번의 광고. 4번의 주절거림. 할 말이 없어야 하는데 할 말이 또 있는 저는 투머치토커.

조동이가 누에야 뭐야. 이야기를 아주 술술 뽑아내고 있지요(…)

 

그런데 오늘은 사실 별거 없습니다. 제 건강과 손목이 좀 너덜거린다는 엄살 정도?

쁠러스 택배 일정이 쬐끔 밀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촤하하하.;ㅁ;

 

―죄송합니다. 각잡고 다시 쓰겠습니다.

 

1. 원래 11일 예약마감 이후 호다닥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고

2. 택배사와 쿵챠쿵챠 시일을 조정 한 뒤

3. 최소 21일자로 택배를 발송한다-

 

까지가 당초 제 계획이었습니다. 한데, 가볍게 말했지만 사실 좀 가볍지 않게 [연말 + 코로나 + 업체의 일 많음 많음 + 손모가지 너덜너덜 + 건강 삐요삐요]의 환장 콜라보로, 21일자 발송을 살짝 미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넙죽) 현재도 이런 저런 조건을 따지며 조율은 해보고 있는데요, 최대 한주 정도 발송이 늦춰질 것 같아요. 그럼 택배 발송은 28일이 됩니다. 모쪼록 올해를 넘기지 않고 보내드리고 싶고, 또 받아보실 수 있도록 애를 쓸 테니 조금 기다려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광고에도 썼듯 꿀단지 이번 재판, 초판과 편집 차이가 있습니다. 위 아래 여백, 행간 폰트 등은 동일하고 큰 틀은 당연히 유지되지만 전반적 문장 수정, 대사 변경 있습니다. 도저히 시대적 분위기와 맞지 않아 도려낸 부분도 존재 합니다. 10년의 무게가 꽤 두텁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책에서 제법 비중 있게 나온 캐릭터와 이름이 겹치는 조연이 있어, 이름도 하나 변경했습니다. (아마 보셔도 모르실거예요. 저도 우연히 생각났습니다.)

 

또, 모두 예약폼은 이번에도 몇몇 예약자분들께 가혹해 아무리 성인인증을 해도 에러가 뜬다는 분들은 메일을 주셨는데, 읽음으로 표시 된 후 답신이 없다면 무사히 예약 완료 된 것이니 안심 하셔도 됩니다.

 

사인 요청. 얼핏 보니 이번에도 꽤 많은 분들이 남김말로 남겨주셨던데, 책이 나올 때까지 제 손목이 멀쩡하다면 한번 성심껏 노력해보겠습니다. (해보고 싶은 싸인 생김) 책을 펼쳐보시고 사인이 없다면, 아 이 인간 손목이 여전히 너덜과 너절의 경계에 있구나.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 광고라 뭐 더 빼먹은 게 없나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이제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주절주절을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시고. 많이 행복하세요.(__)* 지금 못다한 이야기는 책 후기에다 쓸게요<- 아 또?!

 

그럼 본격 4차 광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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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목업

 

 



☞ 단지 속엔 뭐가 들었나?

 

 

 

대한민국 남자 평균 신장 정도는 가볍게 웃도는, 소위 루저의 난쯤은 우스운 남자.

허우대 지나치게 멀쩡. 근력. 체력. 심지어 시력까지 모두 완벽한, 어느모로 보든

튼튼하고 강직한 수컷 장기성은 게이다.

 

하지만 하늘은 그런 기성에게 옛다 원 쁠러스 원 반갑지 않은 덤을 하나 더 얹혀 주었으니,

탑으로 보자면 참 이상적인 기성의 포지션은 바텀.

 

암만 지압용 훌라우프를 가열차게 돌려도 V라인 옥수수 수염차를 달고 살아도,

심지어 쇼트 케이크 위 딸기에 눈이 반짝이는 귀염성을 갖췄어도 귀여워〜는 커녕

‘니가??’ ‘안 어울려’ 소리나 듣기 일쑤.

이 답답하고 폭폭한 마음 풀 데가 없다.

 

이젠 나도 예쁨 좀 받고 싶다! 귀엽다 귀엽다 해주는 사람에게 사랑 좀 받고 싶다고!

 

통탄의 땅을 치던 어느날. 눈 앞에 선녀냐? 싶을 만큼 오지게 예쁜 남자가 똑 떨어졌다.

어둑한 모텔 어귀. 누군가와 실랑이를 벌이는 그. 한 눈에 알아봤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엄한 남자 따라나섰다 봉변을 당하는 모양이라고.

동지애가 끓어 오른다. 매너 없는 것들은 쌈싸 먹어야해!

 

의리의 장기성. 엄마 곰 자질 뿜뿜하며 남자를 구해낸다.

친절 패키지. 안심귀가 서비스.

 

물론 그게 작은 친절 큰 민폐란걸 그때의 기성은 몰랐다.

아울러 이걸로 이 잠깐의 인연은 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은 예측 불허.

 

‘옴마 어제의 모텔남?’

‘어제 그 모텔?’


쌍방 삿대질로 학교 총장실에서 우연찮게 다시 부딪친 둘.

 

모텔이라니?! 모테에엘?!! 총장님 혈압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너거들이 왜 모텔에서 만났어?!

반가움은 챙길 정신이 없고, 총장님이 던지는 재떨이와 난을 피해 손잡고 도망친 기성에게 위기도 없이 그가 말한다.

 

 

‘이것도 인연인데, 나랑 좀 놀아주지?’

‘네??’

‘나 친구 없어.’

 

이쁜것들은 또라이 짓을 해도 안 밉구나?

부러움이 치솟는다. 동시에 머리는 돌아간다.

이렇게 이쁜 놈 옆에 있다 비교 당하긴 싫어. 초라하지는 거 싫어.

 

너는 너 갈길 나는 나 갈길. 잘 가세요.


허나 애써 슬슬 몸을 물려봐도 요사스레 덜컥 덜컥. 자꾸 발목에 또 마음에 감기게는

찐득한 꿀인지 덫인지. 갈수록 도통 헷갈리기 시작한다.

 

왜 이렇게 눈빛이 섹시하니? 왜 이렇게 손길이 야하니?

대체 왜! 같은 바텀에게 살 떨리고 맘 떨리는 거니?

 

내 정체성, 탑이었니???

 

 

**바텀이나 바텀이라 알아봐 주는 이 없고, 탑이나 탑이라 말하지 않는,

본격 귀 쫑긋. 꼬리 봉봉. 곰사냥, 꿀털이가 시작된다.

꿀단지 커밍쑨!**

 

 

 

※ 위 광고는 본 제품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드시 꼼꼼히 발췌를 살펴봐주시는 센스! 부탁드립니다(__)*

 


☞ 이 꿀은 무슨 맛

 


장기성 (受)

 

[이거 왜 이래? 나 레어 아이템이야! 리미티드 에디션! 나 잡으면 득템이라고!]

 

팽팽한 스물 다섯. 장군감으로 태어난 것도 모자라 어릴적 엄마가 푹푹 말아준 고깃국 덕인지 또래보다 크고 튼튼하다.

프로틴을 먹지 않아도, 헬스장 근처엔 그림자도 안 비쳐도 맨손 체조만으로도 근육은 뻠삥뻠삥. 

자칫 미간을 찡그리면, 시, 실례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알아서 피한다.

그래서 애석하게도 사람들은 자주 놓치곤 한다.

덩치답지 않은 기성의 작은 귀와 꼬리가 시무룩 아래로 내려가는 걸.

그 죽 째진 옅은 쌍커풀 속 눈동자가 얼마나 순둥 순둥한지를.

외로운 게이 생활 청산을 위해 연인을 만들려 애쓰고 있으나,

번번이 침대 위에서 퇴짜를 맞아 여전히 총각 구멍은 금딱지다.

이 금 좀 팔고 싶다고! 누가 좀 가져가라고!

연애는 내 마음 다 주는 것- 이라 말하는 순정파 로맨티스트.

 


 

선우민 (攻)

 

[남이사 사내 똥구멍에 좆질을 하든 말든? 그 맛을 니가 알아? 안 해봤음 말을 마.]

 

팽팽하다 못해 터질 듯 물 오른 스물셋.

얼굴 기럭지 분위기 할 것 없이 모두 특 A++

하지만 인성은 F. 재수강 반드시 필요한 나가리 학점.

고3 겨울, 간땡이 부운 채 집 앞에서, 외간 남자와 주둥이 쪽쪽.

바지 속에 손 쑥 집어넣다 딱 걸려 뉴욕행 비행기에 태워졌다.

그러나 반성이 뭐야. 모국의 비빔밥 정신 살려 남자 셋을 동시에 후르릅 쩝쩝하다

또다시 한국으로 강제 송환당한 선씨 집안 핵폭탄.

사람들이 백발백중 절 바텀으로 오해한다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저언혀 신경 안 쓴다. 재밌잖아? 깔려다 깔려서 앙앙 우는 거.

그런 우민의 레이더망에 귀국하자마자 곰돌이 하나가 걸려들었다.

오? 나쁘지 않네. 잠깐의 유희로 아주 그만이지. 우민은 심각하지 않다.

심각할 생각도 진심이 될 마음도 없다.

근데, 내가 얘 전활 기다려. 자꾸 보다 보니 속이 좀 이상해.

덩치는 산만한 게, 손바닥도 겁나 큰 게. 웃을 때 쏙 패이는 보조개가 왜 쫌 귀엽지?

뭣도 모르고 자꾸 절 걱정하는 게 왜 이렇게 간질거리지?

탑으로서의 본능이 꿈틀댄다. 퍼먹고 싶다. 이 둔해빠진 곰탱이가 끌어안고 있는 꿀. 어디, 이 큰 몸 중 어디가 제일 달까?

 

 

☞ 기타 인물

 

[한채민] 장기성의 성벽을 알고 있는 오랜 죽마고우이자 플레인 요플레에 밥을 비벼먹는 괴식의 소유자. 어느날 와사비에 밥 비벼먹는 이상한 놈과 엮여,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게이 인구수에 한획을 더했다. 쿨하다. 거침없다. 그래도 은근슬쩍 친구 챙기는 건 잊지 않는다. 기성과 본래 룸쉐어중이었으나 최근 애인과 딴살림 차려 나갔다. 기성이 기댈수 있는 그래도 든든한 조력자.

 

[강봉천] 겁나리 이쁘게 생긴, 겉으로 보면 새침떼기 속은 아깽이인 진성게이. 기성의 어쩌다 친구. 악의 없이 기성이 속을 긁을때가 있다. 기성에게 있어 저렇게 태어났음 좋았을텐데,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하지만, 5초후 저렇게 안 태어나서 다행이다. 마음 쓸어 내리게 하는 묘한(?) 재주가 있다.

 

[지현태] 수교과 귀재로도, 와사비에 밥 비벼먹는걸로도 몹시 유명한 한채민의 연인.

모든 관심사는 제 애인뿐. 기성이가 포악해져도, 봉천이가 쨍알거려도 개무시한다.

사실 포악해진건지, 쨍알거리는건지 알기나 하는지 의문.

 

[김영욱 / 이진재] 꼬꼬마 시절부터 선우민과 질긴 인연으로 엮인 오랜 친구들.

서로간 쌍욕은 예사. 할 말 못 할 말 다하지만, 우민이 생글거리며 삥을 뜯으면 반드시 삥을 뜯기는 비운의 친구들.

 

[선우재] 기성이 다니는 대학의 총장이자, 우민의 친할아버지. 학생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는 학자로 참 이런 양반이 없는데, 이런 양반 아래 저런 손주 선우민이 태어난 것이 일생의 골치인 분. 나중에 치사한 보복을 손주에게 자행하는데…과연.


[최주환/ 꿀범벅 등장] N년전 기성이 잘 따르던 형. 우연히 기성과 조우한 후, 기성과 우민의 연애사에 불꽃을 살짝 심어주는 인물. 그리고 본인은 재가 되었을...까?

 

 

*발췌에 맞춰 기타 인물은 광고마다 첨삭하겠습니다**

 

 

☞ 꿀범벅(2권) 본문 발췌

 


임 오시면 코트를 굽이굽이 펴리라

 

 

“새 시트 없네?”

 

농탕하고 걸판진 마라톤 섹스가 겨우 끝나고 간신히 숨을 돌린 시간. 벽장을 열며 중얼댄 우민의 말에 기성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없…어?”

“응. 없는데.”

“…아, 세탁기에 있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에도 우민과 진탕하니 나뒹구는 바람에 엉망이 된 침대보를 세탁기에 박아 넣고 돌리는 걸 깜빡했다. 그런데 학습능력도 없이 오늘도… 어김없이 이짝.

몸이 무거운 것도 무거운 거지만 잔뜩 이 얼룩 저 얼룩으로 척척하니 젖어있는 땀내 밴 시트는 깔고 잘만한 꼴이 아녔다. 더욱이 막판엔 젤 한통을 다 짜낸 터라 들척하고 찐득한 것이 잔뜩 묻어 사태 수습 불가. 

어쩌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는 기성의 옆으로 우민이 다가온다. 그리곤 정수리 위로 쪽 입술을 내리 누르는 녀석. 행여 또 하자 덤빌까 겁이 나지만 살살 눈웃음을 치는 눈매는 다행히 그럴 기미는 없어 보였다. 

하긴. 저도 양심이 있다면 여기서 더 하자곤 못 하겠……

 

“그럼, 식탁 위에서 할래? 아님 쇼파?”

“…….”

 

없구나. 양심.

 

피곤이 묻은 얼굴로 투욱 머리를 반대로 꺾은 기성이 아예 말을 씹는다. 우민이 킥킥 웃음을 터트린다.

 

“농담이야.”

 

진담 같은데? 반박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눈치 챘어? 도로 덤벼들까 현명히도 입을 꽉 여민 기성이다. 

그사이 여기저기 침대를 살피던 우민이 불쑥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바닥에 던져뒀던 제 코트를 들고 왔다. 

설마 가려나 싶어 눈을 동그리자 우민이 쓴웃음을 뱉어 낸다.

 

“그렇게 보면 진짜 다시 하고 싶은데.”

“…….”

“잠깐 옆으로 가 봐.”

 

뒹굴. 말 잘 듣는 게 상책 같아 조금 옆으로 몸을 튼다. 그러자 탁탁 털어낸 제 코트를 침대 위에 넓게 펼치는 선우민.

 

“뭐…하는 거야?”

“시트 축축하잖아. 젖은 이불 싫을 거 아냐.”

“응?”

“위에 누워.”

 

위라면, 설마 코트 위에?? 뜻밖의 말에 눈을 굴린 기성이 우민의 코트를 바라본다. 암만 봐도 100% 드라이밖엔 안 될 것 같은 질 좋은 코트. 그럼에도 우민의 행동엔 도통 망설임이 없다. 기성이 재차 눈을 데굴거린다.

 

“뭐해. 이리 누우라니까?”

“옷… 구겨지잖아.”

“안 구겨지면 옷이냐? 옷이니까 구겨지지.”

“나 땀도 많이 났는데 얼룩지면 어쩌려고. 그냥 시트 벗기고 매트리스 위에…”

“거 말 많네.”

“그럼, 나 샤워라도….”

“뭐. 욕실에서 한 번 더 하자고?”

 

번득. 이번엔 진짜 눈이 음험했다. 기성이 냅다 몸을 굴려 우민의 코트 위를 덮친다. 보들보들 질 좋은 캐시미어 감촉이 몸을 감싸고 주인의 체향이 남은 옷에선 우민의 냄새가 물씬 난다. 잘했다는 듯 톡톡 우민이 뺨을 도닥인다. 마치 아이 다루듯 절 다루는 녀석. 그게 자존심 상하긴커녕 그저 달콤하기만 해 폭 올라온 달은 숨을 급히 안으로 삼킨 기성이다.

 

“오늘은 이렇게 참아. 호텔 아니니 별수 없지.”

 

호텔이라도… 이 심란한 시트를 갈아 달라 요구할 용기는 없을 것 같은데. 멍한 생각을 곱씹는 사이 우민이 풀썩 옆에 몸을 눕힌다. 저에겐 제 코트를 깔개 대신 내준 주제에 정작 본인은 땀과 체액, 젤에 찌든 시트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민아… 저기,”

 

우물우물 괜히 미안해진 기성이 할 말을 찾듯 입술을 달싹인다. 응? 부드럽게 물은 우민이 팔을 뻗어 꼭 몸을 끌어당긴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근질근질 울렁울렁 속이 요동쳐 이젠 입술마저 간지러웠다. 섹스를 할 때와는 또 다른 쾌감이 가슴을 어지르고 지난다.

 

“왜?”

 

우민이 다시 묻는다. 기성이 그저 머리를 젓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귀 가까이 들려오는 상대의 심장소리가 기분 좋았다. 도닥도닥. 어느새 어깨를 두드린 우민이 살금살금 정수리 위로 재차 입술을 문지른다.

 

“내일은 시트 사러 가자. 잔뜩 많이 사자.”

“…….”

“듣고 있어? …벌써 자는 거야?”

“……….”

 

쪽―.

 

“잘 자.”

 

그 어떤 비싼 요나 이불보다 네 코트가, 네 손길이 더 좋다는 말은 연상의 자존심상 뱉을 수가 없다. 그저 잠결인양 기성이 우민의 가슴팍으로 깊이 얼굴을 묻었다.

 

 

 

내 남친의 남친

 

 

“언제 만난거야?”

“그렇게 오래 된 건 아니고.”

“어디서 만났는데?”

“그냥 저냥 오다 가다 길에서….”

“…나이는? 뭐 하는 사람인데?”

“나인 나보다 어리고…,”

“어려? 얼마나 더 어려?”

“두 살… 아래.”

“하아? 그럼 그쪽도 학생이겠네?”

“학생‥이라면 학생이지만 또 아니라면 아닌….”

“무슨 말이야 그게? 뭐 재수생이야?”

 

어쩐지 사윗감 품평하는 아버지 같은 주환에 기성이 입을 다문다. 그제야 자신의 질문이 많았다 느꼈는지 주환이 미안. 사과의 말을 흘린다. 그러나 결국 궁금증을 못 참고 1분도 안 돼 다시 입을 떼는 그. 

이 형이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던가? 싶다.

 

“어떤 녀석인데? 잘생겼어? 키는?”

“……어, 어음.”

 

선우민이 잘생겼냐고? 이건 말하기 곤란한 것보다도 한마디로 말을 할 수가 없는 문제다. 무릇 제 연인이 잘나 보이는 건 연애하는 모든 인간들의 콩깍지지만 그런 걸 떠나 선우민은…….

 

“…그건, 보시면 알아요.”

 

결국 시원한 대꾸 대신 두루뭉술한 말이 튀어나간다. 두고 보잔 듯 팔짱을 낀 주환이 그러다 불쑥 ‘나보다 잘생겼어?’ 묻는다. 농담인 것 같지만 같이 농담으로 ‘네’ 답하긴 좀 그렇다. 

좀 있다 우민을 볼 주환이 너무 진심이었구나, 싶음 미안하잖아.

의미 없이 남은 안주를 휘적이며 기성이 초조하게 시간을 살핀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간간히 술을 홀짝이던 주환이 툭, 기성 제 손등을 두드린다. 그리곤 살짝 놀란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으니…

 

“저쪽 좀 봐. 나 없는 새 데뷔한 연예인인가? 엄청 눈에 띄네.”

 

쿠웅―! 그것만으로도 기성은 감을 잡았다. 올 것이 왔다는 불길하고도 예리한 감!

 


<중략>


 

“오랜만에 만났다고 이러기야? 자꾸 섭섭하게 해?”

 

익숙하게 손을 뻗은 주환이 기성의 머리를 헝클이려 한다. 허나 턱- 뻗어온 주환의 손을 공중에서 가로 막은 선우민. 길 잃은 주환의 손이 테이블 위에 떠있다. 막말로 아까 손을 건드린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어디 제 앞에서 손질인가 손질이. 확 비틀어 버릴까 보다.

 

“만지지 마-시죠.”

“아? 아아, 불쾌했습니까? 미안합니다. 워낙 익숙한 버릇같은 거라.”

“민아.”

 

달래듯 기성이 속닥이지만 우민의 기분은 더 드러워질 뿐이다. 기성은 어찌 들었는지 몰라도 우민 제 귀엔 주환인지 뭔지 하는 새끼가 과시하는 걸로 밖엔 안 들렸다.

불쾌하냐고? 익숙한 버릇이라고? 하. 어이가 없어서.

 

“잘못 들인 버릇은 빨리 고치는 게 좋지 않나.”

“하하, 가드가… 엄청 세네?”

“…….”

“기성이 너 고생 좀 하겠다 야,”

“놀리지 마요. 형.”

“놀리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의외라 그래.”

 

이번에도 사람 좋은 투로 내뱉는 말이지만 우민의 귀는 바짝 선다. 그걸 주환 역시 알고는 있으나 말을 거르지 않았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람을 잘 본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뿐 아니라 렌즈 너머 투과되는 그 본성을 꿰뚫는 것이다. 그런 맥락으로 볼 때, 선우민 이 놈은 기성의 짝으로 탐탁지 않았다. 아니. 영 어울리는 군상이 아녔다. 기성은 일견 덩치가 크고 씩씩해 보여 뭐든 강할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 속은 여리고 무르다. 헌데… 손질 한 번에 꼬장을 피우고 눈을 번득이는 이 사냥꾼 같은 놈을 어떻게 기성이 감당한단 말인가? 친구라면 몰라도 연인으로선 딱 봐도 궁합이 안 맞는다. 질이 다르고 부류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듣자니 기성이랑 최근에 만나기 시작했다면서요?”

“그런데. 요.”

“그럼 나보단 훨씬 짧게 안 거네.”

“…….”

“기성이에 대해 잘 알아요?”

“……!?”

 

잠시 미묘한 질문에 기성은 주환이 취한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말도 어눌하지 않고 오히려 눈은 아까보다 더 생생하다. 의아함에 기성이 ‘형’하고 주환을 부르려 했다. 물론 우민이…

 

“침대에서라면?”

 

이런 핵폭탄급 발언을 던지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위기? 그것은 기회의 다른말.

 

 

“추워.”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덩치가 와락 몸부터 끌어안는다. 익숙한 연인의 살냄새보다 서늘한 냉기에 더 놀란 기성이 당장 우민을 마주 안는다.

 

“뭐야. 너 몸이 왜 이렇게 차?!”

“추워.”

“뭘 했길래 얼굴도 얼음장이고!”

“나 들어가도 되지?”

“…엉?”

“들어가도 돼?”

 

평소라면 허락이 다 뭔가. 벌써 신을 벗고도 남았을 시간이건만. 우민이 답잖게도 파리한 낯으로 입술을 달싹인다. 얼떨떨 머리를 끄덕인 기성이 들어와. 얼른 들어와 우민을 집안으로 당긴다. 현관문이 닫히고도 바깥의 냉기가 고스란한지 부르르 늘씬한 몸을 떤 우민이 다시 기성의 허리부터 끌어안는다. 반사적으로 배에 힘을 준 기성이 슬쩍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곤 하얗게 굳어있는 우민의 뺨에 재차 혀를 찼다.

 

“왜 이래. 히터 안 틀고 왔어? 고장이야?”

“…….”

“민아.”

 

답이 없는 우민이 답답해 기성이 목소리를 늘인다. 잠시 눈을 내리깐 우민이 그러다 작은 소리로 입을 달싹였다.

 

“…버스 타고 왔어.”

“버스으?!”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발이 되겠다는 버스. 길거리만 나서도 줄기차게 보이는 버스. 이렇다 할 특별함은 없는 버스. 하지만 우민의 입에서 나온 버스-소리는 건담타고 왔어. 만큼이나 이상한 느낌이었다.

 

“차는 어쩌고 버스를 탔어?”

“나 이제 차 없어. 걸어오는 동안 얼어 죽는 줄 알았어.”

 

잔뜩 힘이 없는 연약한 목소리에 더 묻고픈 것도 참고 허둥지둥 기성이 두 손으로 우민의 뺨을 감싼다. 말대로 설설한 냉기가 가득이었다.

 

“안 되겠다. 우선 따뜻한 거부터 마시자. 코코아, 커피, 뭐 마실래?”

“아무거나 줘. 나, 배도 고파….”

 

길 잃은 양처럼 처량 맞은 목소리가 연속되자 기성의 손발이 바빠진다. 냉큼 우민을 식탁 앞에 앉힌 기성이 급하게 포트에 물을 올린다. 참았던 질문은 그런 뒤였다.

 

“무슨 일인데. 차가 왜 없어? 혹시 또 사고라도 난거야?!”

 

더럭. 금세 걱정이 차오른 밤색 눈. 계속 불쌍한 척 해야 하는데, 절 이리 걱정해주는 기성을 보니, 때도 잊고 웃음이 나려해 큰일이다.

 

“그런 건 아니고…”

“아니면 뭐?”

“뺏겼어. 차.”

“뺏겨어?”

 

감히 누가. 어떤 간땡이 부운 인간이 이 미친ㄴ… 아니 아니, 미치게 이쁜 놈한테 차를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자세히 말해봐. 어디서, 누구한테 뺏겼다는 건데! 어떤 새끼야?!”

“할아버지.”

“…어? 어엉?”

“우리 꼰대.”

 

버엉― 이어진 말에 기성이 새끼 발언을 철회하며 침을 꼴깍인다.

 

“설마. 초, 총장님?”

 

끄덕. 우민이 작게 고개짓을 한다. 그러고도 모자라 우물우물 의도적으로 입술을 씹기까지. 그 계산된 표정에 깜빡 넘어간 기성의 얼굴이 잔뜩 흐려진다. 이 뻔뻔한 놈이 이렇게까지 기가 죽다니! 보통 일은 아녔다.

 

“왜. 왜에… 총장님이… 차를…”

“…카드도 뺏었어.”

“카드도!?”

 

끄덕끄덕.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우민이 재차 머릴 주억인다. 그 낯선 모습을 얼없이 지켜보다 기성은 문득 콱 목이 막혔다. 짐작 가는 이유가 없지 않았던 탓이다.

 

“혹시, 나…때문에? 나랑 사귄다고?”

“……….”

 

우민이 대답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긍정과 다름없었다. 충격을 받은 양 기성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런 기성의 손위로 우민이 살그머니 제 손을 겹쳐 올렸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기성과 사귄다고, 우민의 카드와 차를 뺏은 선총장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고도 너무 뻔뻔한 손주의 태도에 바싹 독이 오른거지. 허나 엎어 치나 매치나, 말을 타나 소를 타나. 결과는 매한가지다. 텀을 뒀던 우민이 한참만에야 다시 입을 달싹였다.

 

“난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아〜”

“이 정도야 뭐…. 각오 했었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걸 알리 없는 기성은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중략>


 

“맛…있어?”

 

성심성의. 다른 때보다 배는 신경 써 완성한 오므라이스를 앞으로 내민 기성이 긴장된 목소리로 묻는다. 하지만 연인이 한 밥이래도 솔직하기 그지없는 우민은 무심코 ‘소스가 좀 약하지 않아?’ 입을 놀릴 뻔 했다. 그런 주둥이를 아차. 급하게 단속한 우민이 곡선으로 눈을 휘었다.

 

“맛있어. 하루 종일 굶었더니 진짜 배고팠거든”

 

찌잉〜!

 

“뭐하느라 밥도 안 먹고 다녀!”

“그냥, 나도 좀 놀랐나봐. 너 보기 전까진 뭐 먹을 생각도 안 나더라.”

 

왈칵. 에이씨! 왜 눈물이 날라고 하냐? 장기성 오버하지마라?!

 

“많이 먹어. 싹싹 다 먹어.”

“근데 넌? 넌 안 먹어?”

 

애초 제가 먹으려고 1인분밖에 준비 안한 재료기에 남은 몫이 있을 리 없다. 꾸륵거리는 뱃속을 감추며 기성은 머리를 저었다.

 

“난 아까 이것저것 집어 먹어서 배 안고파.”

 

순간 우민의 눈이 날카로워진다. 하여간 거짓말은 더럽게 못해요.

 

“그래도 내거 좀 먹어. 기껏 만들고 안 먹긴 왜 안 먹어?”

“됐어. 너 하루종일 굶었다며.”

“…….”

 

방금 폐허 상태던 양심이 좀 아팠다. 아침에 룸서비스 시켰는데….

 

“같이 먹어!”

“됐대도 그러네?”

“한 번만 더 거절하면 다른 걸 먹여달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

 

이건 약빨이 바로 먹혔는지 기성이 수저통에서 허둥지둥 숟가락을 챙겨든다. 그 모습을 빤히 보다 문득 장난기가 동한 우민이 제 수저 듬뿍 밥을 퍼 올렸다. 그걸 쑥 기성의 입 앞으로 내밀자 뭔데? 하는 눈빛이다.

 

“아∼ 해 봐.”

“뭐?”

“아-하라고.”

“…나 손 있거든.”

“누가 없데? 그냥 좀 하지?”

“하.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워 와선.”

“저번에 네가 보던 만화책?”

 

……할 말 없다. 아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러는 동안도 까딱까딱 물러설 기미 없이 여전히 숟가락을 들고 재촉하는 우민의 턱짓. 이리 빼고 저리 빼던 기성의 마음도 결국엔 흔들린다. 솔직히 쫌… 해보고도 싶었다. 이때 아님 제가 어딜 가서 아〜를 당하겠나. 마침내 눈 딱 감고 기성이 입을 열자 쑥 수저가 입안으로 밀려든다.

 

“맛있지?”

“…응.”

 

밥을 삼키느라 반박자 늦게 나온 대답에도 우민이 웃는다. 기성의 가슴이 다시 콩닥댄다. 뭔가 닭살 연인의 정석을 밟는 것도 같고. 동거의 달콤함이 이런 거구나 싶기도 싶고. 하지만 분위기 좋던 무드는 머잖아 툭 입을 가른 우민의 말에 의해 깨진다.

 

“애완동물 먹이 주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뭐, 뭐??’

“뭔가 좋은데? 되게 뿌듯해.”

 

울컥. 좋은 거는 같은 좋은 거래도 궤도가 완전 달라! 기성이 따지려고 입을 벌린다.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쑥 재차 입 안으로 듬뿍 떠밀린 오므라이스.

 

“많이 먹어∼”

 

우물우물!!!

 

“먹고 무럭무럭 커라?”

 

여기서 더 자라서 뭐하게? 찡그러진 기성의 속내를 눈치 챘는지 우민이 얼마 못가 아예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곤 슥 들어올린 맨발로 꾹- 기성 제 가랑이 사이를 눌러 왔으니.

 

“무럭무럭♡”

 

담뿍 웃음 짓는 그 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넘어가던 밥알이 목구멍에서 곤두선 것도 순간이었다.

 

 

(발췌 임의상 삭제 편집 되는 부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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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광고에서 예고했듯 이번 발췌는 모조리 2권입니다. 이 부분 저부분에서 골라봤어요. 물론, 늘 발췌를 실패함으로 잘 골랐는지는 의문. 여러분이 익숙해지셔야 해요.(책임 떠넘기기)

 

 

☞ 예약 방법 및 책 사양

 

 

★ 책 사양 ★

1. 크기 : 신국판 (15*22)

2. 구성 : 1권- 350P내외 2권- 400P내외

3. 외전 : 2권 통으로 외전집. (연재 미분량)

 

★ 책 가격 ★

1. 2만 7천원

2. 우편료 3천 5백원 / 20권부터 4천 5백원(도서산간 지역 6천원)

 

★ 예약 기간 ★

2020년 11월 11일부터 12월 11일 (금)까지.

 

★ 재고 ★

어화둥둥 재고 남아있습니다.

혹 구매를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바로 입금 하지 마시고 꼭 shyaozukiss@naver.com으로 문의 주신 후 입금 부탁드립니다.

 

★ 입금 정보 ★

국민 : 071401 - 04 - 119204

예금주 : 조하나

입금은 반드시 우편료를 포함한 금액을 부탁드립니다.

 

★ 발송 예정 ★

12월내 한진 택배 발송 예정. 예약 마감 이후 좀 더 명확한 배송일지 공지토록 하겠습니다.

 

★ 예약폼 주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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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광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광고는, 성인들만 볼 수 있는, 규칙에 어긋나지 않은 곳으로만 퍼감 부탁드립니다. *^^*

 

 

 


1차 BL글쟁이. 수다쟁이. 세상 곧 죽어도 해피엔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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