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올해의 벚꽃은 20일 정도 이르게, 우리들의 앞에 포르르 떨어졌다.

꽃말이 시험 기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는 중간고사와 겹치기 일쑤였다. 일과 공부를 잠깐 제쳐두고 글에 매진하고 있는 2021년, 난 처음으로 그것의 찬란함을 느꼈다.

불안한 게 너무도 많았던 20대의 입구를 거쳐 약간의 가치관을 정립한 나이에 달하니, 구름과 꽃에 감탄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늘을 보는 게 좋아.”

윤은 4년 전부터 구름과 눈을 마주쳤다. 그가 나보다 어른이라는 뜻이겠지.

주말에 산을 오르고, 바다에 누워 하늘의 점으로 남았던 윤. 초록의 맑은 산소를 주던 윤. 그래서 그의 곁에 있는 게 편안했다. 숨쉬기가 수월했다.


벚꽃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사랑하는 준의 말을 듣고, 신이 나서 점프를 하다 안경을 떨어뜨렸다. 여린 안경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도도하게 멀쩡했다. 튼튼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주인을 닮은 것 같고. 카메라 렌즈만 보면 인위적인 자세를 취하는 버릇이 있다. 인공적인 나와 자연스러운 꽃가지의 대비가 돋보이는 사진을 얻었다.


자전거를 타고 아직 차가운 바람을 맨살로 마주치면 황홀한 벚꽃들이 얼굴에 쏟아진다. 오른손으로 핸들을 꼭 잡아 고정하고, 왼손으로 연거푸 허공을 가로채 본다. 꽃잎 하나를 잡겠다고 달리는 길을 휘휘 젓고 있는 모습이 우스워 입꼬리가 올라가면서도, 분위기에 취했다는 핑계로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하나도 잡지 못해, 머쓱히 페달만 굴리고 있는데 뒤따라오고 있는 준이 소리쳤다.

“너 등에 꽃잎 붙었어!”


로제가 부른 on the ground가 주제인, 따뜻한 코미디를 연기하는 것만 같았다.

가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알고 보니 난 이미 모든 걸 가지고 있었다는 노래.


떨어진 꽃에 작별 인사를 하는 줄기 위의 연두색의 이파리는 새롭다.

나도 그들처럼 쥐고 있던 것을 놓을 때 쿨하게 변신할 수 있을까? 멋있는 초록은 없지만.



얼렁뚱땅 김제로의 진지하고 코믹한 이야기

김제로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