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에서


장은 죽고 난 이후에 대해 오래도록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죽고 나면 어디로 향하는 걸까? 장은 그날부터 매일 죽음에 대해 고민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길래 우리에게는 탄생이 있고 죽음이 있는 거지? 누가 이런 궤도를 만들었는가? 정말 죽으면 우리는 천국이나 극락, 혹은 그와 반대되는 개념의 장소로 가게 되는 걸까? 항상 적고 나면 답을 할 수 없어 장은 답답할 뿐이었다. 장은 결국 답을 알아내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간의 몸은 그에게 있어 답을 구할 수 없는 제약이었고, 방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이곳에 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별 게 없어 장은 실망했다. 그저 건너기엔 깊은 강 하나와 건너편 나무, 그리고 이쪽 편 나무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모두 안개가 뭉근하게 쌓아져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숨 쉬기가 불편해 이 나무에 있어야 했다. 할 게 없네. 핸드폰이라도 있었으면. 이제야 죽은 게 좀 불편해지기 시작한 장이었다.

장은 서 있는 것도 지겨워 나무에 기대었다. 그러자 갑자기 건너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죽은 다음 세상 같네. 장은 조금 기쁜 마음으로 건너편을 보았다. 그곳은 안개가 뭉치더니 이내 사람 하나를 뱉었다. 여기서 건너가게 해 줄 사공이라도 되는 걸까? 하지만 안개가 걷히고 나온 건 익숙한 얼굴이었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 장의 연인인 송이었다. 연인은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 않았다. 장은 그런 그를 보며 놀랐다. 설마 송도 죽고 이곳에 온 걸까? 몸이 떨렸다. 송은 그렇게까지 날 사랑하지 않을텐데. 장은 고개를 돌렸다. 아마 이 나무에 기대면 생기는 착각이 아닐까. 장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여전히 송이 그 자리에 있었다. 장은 나무에서 몸을 뗐다. 그러자 송이 사라졌다. 나무가 보여주는 환상인 걸까? 송은 저 자리에 없는 거구나. 장은 그제야 안심했다. 유일하게 두고 온 미련마저 이 세계로 온 것이 아님을.

장은 잠시 멍하니 얼굴을 보았다. 송은 아름다웠다. 누구라도 미인이라고 하는 얼굴이었다. 물론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장의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장에게 계를 탔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송을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장의 낙이었다. 그러던 중 송이 다른 남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걸 보지만 않았더라면, 장은 끝까지 송을 사랑했을 것이다. 송에게 말하던 말들도 줄였다. 곧 없어졌다. 송은 변하는 자신을 향해 왜 그렇게 변하냐고 물었다. 장은 결국 그가 바람 피운 걸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송은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고 떠났다.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아? 그냥 너 혼자 오해하고 끝? 듣고 싶기는 한 거야? 날 사랑하기는 했어?”

장은 송이 떠난 1년 뒤에야 그때의 이야기를 들었다. 송과 같이 있던 남자는 송의 사촌이었다. 그는 송이 자취하는 집에서 차마 잘 수 없어 근처 모텔을 잡았고 술자리를 가지다가 거나하게 취해 송이 데려다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송은 그 사실을 1년 뒤, 나의 친구에게 말해 전해주었다. 알려고 하지 않은 나를 원망하다가 이제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원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 그 날 이후로 송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송은 돌아봐주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사랑은 식은 뒤였고, 장의 사랑은 집착이 된 상태였다. 송은 그런 그에게 말했다.

“넌 한 번도 날 사랑한 적이 없어. 널 사랑한 거지.”

아마 이 죽음의 세계로 온 것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내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벌인 게 아닐까. 송의 얼굴을 보며 장은 중얼거렸다. 맞아, 난 날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돌이켜보았다. 송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더라?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랑에 빠졌던 나의 표정은 기억났다. 난 아마 날 제일 사랑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주기 위해 죽었을 것이다. 죽은 뒤에야 나를 안 건가. 나는 나무에서 몸을 뗐다가 다시 기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형상이 나타났다. 무언가 비치는 매체가 아니라면 볼 수 없을 얼굴, 나였다.

글을 쓰고, 생활툰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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