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방_전력 '레드립'






  화려한 휘장이 둘러싸인 침대에서 매그너스가 알렉산더 위에 올라탔다.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야, 알렉산더.

  조곤조곤 속삭이며 립스틱 뚜껑을 연 매그너스는 턱을 눌러서 살짝 벌어진 알렉산더의 입술에 가볍게 발라주기 시작했다. 입술 사이로 젖어있는 붉은 혀를 보고 입술을 한 번 핥은 매그너스는 원래부터 붉던 입술이 더욱 빨개지자 야릇하게 웃으며 립스틱을 뒤로 던지더니 알렉산더에게 제 목덜미를 내보였다.

  여기. 할 수 있지?
…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매그너스가 가리키는 목덜미에 입술을 파묻은 알렉산더는 제 연인이 시키는 대로 입술을 꾸욱 눌렀다. 쵹 소리와 함께 떨어지자 사슴처럼 길쭉하고 매끈한 목덜미에 선명하게 남은 자국을 보곤 숨을 한 번 들이키더니 못 참겠는지 알렉산더는 그대로 매그너스의 입술을 덮쳤다.
  매그너스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며 정신없이 입을 맞추고 떨어지자 매그너스의 입술에도 붉은 자욱이 한 가득하였다. 번들거리기까지 하는 입술에 헐떡이며 내려다보고있는데 매그너스가 알렉산더의 입가를 매만지며 속살거렸다.

  이런- 다 번졌네…, 어떡할까?
  매그너스는요?
  나는 네 의견을 물었어, 알렉산더.
  …요,
  응?

  또 하고 싶어요….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면서도 제 입술을 매만지는 매그너스의 손을 붙잡아 손바닥 깊숙이 입을 맞추자 매그너스의 눈꼬리가 휘었다. 아무 말 없는 매그너스의 눈치를 살피며 손바닥에 붙인 입술을 떼어내지 않고 숨을 들이켜자 매그너스가 알렉산더의 머리카락 끝을 어루만졌다.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 한 마디에 알렉산더가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매그너스를 끌어안았다. 커다란 덩치에 파묻힌 매그너스가 고맙다고 귓가에 속삭이는  네필림의 등을 토닥이면서 손을 휘저어 아까 알렉산더가 바른 립스틱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립스틱도 가져왔다.
  알렉산더의 품에서 벗어나 바르게 앉을 수 있도록 한 매그너스는 엉망으로 번진 립을 먼저 닦아냈다. 착색이 되서 인지 아니면 조금 전의 키스 때문인지 처음보다 더욱 붉어진 알렉산더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고 매그너스는 여러 종류의 립스틱을 발라주었다.

  이건 발림성이 뛰어나, 이건 색이 다른 것들에 비해서 독특하지, 안 그래? 오- 아가, 여기선 맛도 난단다! 한 번 먹어보련?

  제품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설명해주다가 혀를 내밀어 알렉산더의 입술을 진득하게 핥자 낮은 신음을 내던 알렉산더가 목을 울리면서 매그너스를 바라보았다. 번뜩이는 안광이 당장이라도 매그너스를 잡아채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카락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먹어치우려는 듯 일렁거렸지만, 알렉산더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연인의 말을 따랐다. 대신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들어가는 힘을 멈추지 않고 모른 척 쥐고 있자 매그너스가 앙큼한 웃음을 지으며 알렉산더의 뺨을 토닥이곤 다른 색을 발라주었다. 제일 처음 발랐던 립스틱을 꺼내어 입술에 조심스레 발라주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마구잡이로 문대기 시작했다.
  곧은 몸체를 자랑하던 립스틱이 뭉개지고 알렉산더의 입술이 거친 손길에 따라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매그너스는 멈추지 않고 입술에 여러 번 덧바른 다음 손가락으로 문질러댔다. 입술을 넘어서 입 주변까지 묻어버린 알렉산더를 보며 매그너스가 두 눈을 반짝였다.

  매그너스?

  지금 제 상태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알렉산더는 매그너스의 명령대로 얌전히 앉아서 가만히 올려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지만, 곧은 눈만큼은 여러 감정이 불타오르는 게 느껴져 매그너스가 몸을 바르르 떨더니 알렉산더의 얼굴을 붙잡아 키스했다.

  매그너스가 먼저 덮쳐오자 손을 움직여도 될지, 아니면 여전히 가만히 있어야 할지 낑낑거리면서 키스를 받는 연인이 귀여워 몇 세기를 살아온 월록은 어린 네필림의 아랫입술를 살짝 깨물곤 빠르게 속삭였다.

  알렉산더? 움직여.

  그 두 마디에 비에 젖은 강아지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눈을 빛낸 사냥꾼이 나타나 매그너스를 끌어안으며 급하게 입을 맞춰왔다. 다물어진 입술을 강제로 벌려서 그 안으로 혀를 밀어 넣는 알렉산더의 기교라곤 하나도 없는 키스였지만 그 서투름이 매그너스를 짜릿하게 만들어와  매그너스는 맘껏 신음을 내며 제 허리를 더듬는 손길에 따라 엉덩이를 들어 수월하게 바지를 벗길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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