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하나.
어스룩해지는 골목길
수많은 불빛은
하나씩 꺼져가고
어둠에 감싸 안길 때,
깊은 밤 하나.
모두가 어둠을 덮고
누웠을 때,
어둠을 걷어 찬 하나의
희미하고 작은 불빛.
깊은 밤 하나.
열려 있던 대문을 닫고
걸어 잠글 때,
발하나 들어갈 만큼
열려 있는 초록 철문.
깊은 밤 하나.
늦은 밤 홀로 눕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반쯤 잠긴 초점없는 눈,
반쯤 닫힌 멍먹해진 귀,
깊은 밤 떨어지기 전
막아보려 하는 가녀린 몸.
깊은 밤 하나 넘쳐흐를 때
발하나 스윽 밀고 들어와
문 걸어 잠그고
가녀린 몸 안아 편하게
눕히는 님.
깊은 밤 하나.
마지막 남은 불빛도 쉬어가고
걷어찬 어둠 목 끝까지 올려
덮고 하나가 되는 그런
깊은 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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