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의 장례식


혐오스러운 삶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빨간 창살에 갇혀 몇 년이고 울다가
손짓 한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허무한 인생이었다
쓰레기통에 쳐박혀 다음엔 어느 감옥이 나를 기다릴까 골똘히 생각하고

이제는 추모의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남들은 내 문장이 내 시가 내 인생이 축약과 비약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아니란 걸 안다
또 어떤 이는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 올려달라고

혼자 치루는 수만 번의 장례식
그때마다 나는 여름을 떠올린다 날이 좋아 죽고 싶었던 초여름의 한낮을.
매미가 시끄럽게 울던 한여름의 아침을.
저 깊은 땅속에서 십년 넘게 벼르다 고작 몇 주 울고 사라지는
슬픈 생사가 달린 계절이 오면
모든 문장도 어렵게 태어나 쉽게 잊혀지겠지

얼마나 많은 향을 피워야 죽어간 문장이 묻혀질까
영원히 잠들지 않는 문장도 있다
수백년이 지나도 읖조리는 모든 말들은 성대한 장례식을 치룬 문장일 것이다

지금 여기 조문객은 한 명, 눈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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