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다양한 히어로들이 지키고 있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 얼음을 만들어내는 히어로

등에서 새와 같은 날개를 펼쳐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히어로

큰 빌딩을 염동력으로 들어올리는 히어로 등

각자의 개성있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하여 마을에 나타나는 괴물, 범죄자 퇴치하며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선출되어

히어로 전문 학교에 편입되어 히어로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나와 같이 히어로를 동경하지만 아무 능력이 없는 나에겐 다른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능력이 없는 우리는 괴물이 나타나면 벙커로 도망가야되고

범죄자들의 인질이 되어 히어로를 빛내주는 역활을 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노숙자가 나에게 히어로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난 이런 엄청난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노숙자에게 히어로 수업을 듣기로 했지만

사기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노숙자 아저씨는 항상 덮수룩한 머리카락에 언제 씻었는지 근처에 가면 항상 땀냄새가 풍겼다.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옷에는 기름과 먼지 투성이었다.

하는 일은 없는지 항상 동내 공원 의자에 누워서 낮잠 자는 것이 하루에 일과인 사람이다.


이 아저씨는 나에게 히어로 수업비라면서 매일 컵라면 하나를 요구하고 있다.

수업비는 내지만 지금까지 아저씨에게 무언가를 배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가져다준 컵라면을 먹고나면 공원에 있는 쓰레기 줍기, 동내 산책, 의자에 앉아있기 뿐이었다.

사기꾼이라고 경찰에 신고를 해봤지만 경찰들에게 잡히는 것이 아닌

동내 친구를 만난마냥 그냥 재밌게 이야기 하고 헤어지는 것 뿐이었다.


내가 아저씨를 사기꾼이라고 신고해도 이 아저씨는 나에게 욕을 하거나 험한 말을 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저 능글 맞게 웃으면서 '넌 훌륭한 히어로가 될거야' 라면서 나에게 이야기 했다.

누가 봐도 이 아저씨를 따라다니는 것이 히어로가 되는 것과는 매우 다른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아저씨를 자꾸 따라다니는 이유는 계속 생겨나는 호기심과 의문감 때문이다.


'왜 저런 모습으로 마을을 돌아다니는데 아무도 화를 안내지?'

'나에게 왜 화를 안 내는거지?'

'어떻게 경찰들과 저렇게 친한거지?'


아저씨를 따라다닌지 벌써 3개월이 되어가지만 배운 것이 아무도 없어서

난 더이상 아저씨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

첫 바퀴와 같은 시간 속에 어느세 일주일이 흘렀다.

주말에 할 일이 없이 누워있던 중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밖으로 나가니까 문 앞에는 그 아저씨가 서있었다.


"어-이! 한동안 안오길레 어디 아픈가 해서 찾아 와봤어"


난 이 아저씨에게 내 집의 위치를 알려준 적이 없었다.

물론 아저씨를 만나고 집에 돌아갈때에도 아저씨는 나를 따라오거나

나를 집에 대려다 준적은 한번도 없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아...아저씨, 제가 여기 사는거 어떻게 알았어요...?"


공포감과 두려움이 뒤섞인 내 말은 엄청난 떨림과 함깨 튀어나왔다.

아저씨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평소의 능글 맞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나에게 약통 하나를 쥐어주면서 말했다.


"걱정되서 온 마을을 찾아 다녔어, 너 이름도 모르니까 키랑 외모 정도 주변에 물어다니면서 다녔지 이번 주 내내"


이 아저씨가 나를 스토킹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공포감을 떨쳐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아저씨는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아저씨가 준 약통을 보니 '감기약, 하루에 3알 식후 30분 후 드세요'라고 적혀있었다.

보통 약국에서 사면 종이상자 안에 들어있는 약을 생각하겠지만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약은 정말 감기약이 맞는지 의심이 생겼다.


"저... 심부름 가야되서 가볼게요..."


아저씨가 이야기 하던 중 불쑥 튀어나온 나에 한 마디에 이야기를 멈췄다.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아저씨는 심부름 가야되는데 잡아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저씨에 눈을 마주치지 않고 나는 몸을 돌려 가게로 걸어갔다.


"몸 괜찮아지면 다시 와, 넌 훌륭한 히어로가 될거야"


큰 소리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을땐 미련없이 돌아가는 더벅머리에 아저씨의 뒷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난 아저씨를 만나러 간적이 한번도 없었다.

책상 위엔 아저씨가 준 약통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문득 호기심이 생긴 나는 약통을 챙겨 주변 약국으로 갔다.


이제 아저씨는 내가 사는 곳도 알겠다, 내가 약을 먹고 나면 나를 납치해갈 생각이 분명하다.

이 약의 성분이 독약이거나 수면재 그런 성분이 포함 되었을 것이다.

엄청난 조직과 연류되어 있는 사람이어서 노숙자의 모습으로 있다가 나처럼 순진한 아이를 납치해

팔아먹는 그런 나쁜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머리 속에 복잡했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경찰과 이상할 정도로 친한 것도 아저씨의 저런 행동에 아무도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내가 상상한 것이 맞다면 한번에 설명이 되는 것이었다.


약국까지 가면서 계속 반복된 내 상상은 망상으로 밝혀졌다.

아저씨가 준 약은 정말 감기약이었다.

나는 더욱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약국을 나왔다.

도대채 아저씨가 범죄자가 아니면 도대채 뭐하는 사람인거지...?


고개를 들었을때 멀리에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평소에 있던 공원도 아니었고 아저씨 어깨에는 엄청 큰 철근이 들려있었다.

나는 머리 속 복잡한 퍼즐을 풀고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아저씨 뒤를 쫒아갔다.

한 공사 현장에 도착해서 어깨에 지고 있던 철근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을 공사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곤 아저씨는 어떠한 집에 들어가더니 한참 뒤에 한 할머니의 인사를 받으며 집에서 나왔다.

걸으면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줍거나 모르는 사람의 이삿짐을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아저씨는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건물에 들어가서 노인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왔다.

누가봐도 모르는 사람인 것이 분명한대 아저씨는 지나가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다녔다.

점심정도 부터 돌아다니던 아저씨는 해가 퇴근할때쯤 평소에 만나러 가던 공원으로 돌아왔다.


"자- 어때 하루종일 날 따라다닌 소감이?"


의자에 앉은 아저씨는 허공에 대고 이야기 했다.

아저씨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멀리서 아저씨를 따라다니고 있는 나를 제외하곤.

아저씨는 내가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능글거리는 웃음과 함깨 가까히 오라고 손짓했다.

놀라서 숨으려고 했지만 이미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난 쭈뼛쭈뼛 아저씨의 옆으로 다가갔다.


오랜시간동안 우리 사이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아저씨는 차가워진 저녁 바람을 맞으면서 내가 먼저 이야기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난 아저씨가 어떠한 말을 듣고 싶어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침묵만 이야기 하고 있을 뿐이었다.


찬 바람도 우리를 피할 만큼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아저씨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히어로는 말이야, 강력한 능력이 있고 괴물이나 악당을 물리치는 사람만 히어로가 아니야"


평소에 장난스럽고 능글거리는 모습이 아닌 진지하고 차분한 아저씨의 목소리에 난 더욱 조용해졌다.

차분한 아저씨의 목소리는 주변의 풀소리, 자동차 소리, 사람소리 조차 들리지 않게 주변의 소리를 낮췄고

내 귀에 아저씨의 말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히어로가 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이 뭔지 알아? 그건 오지랖이야

많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을 살아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싶지만 다른사람에게 피해가 갈까봐,

내가 피해 입을까봐 다른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서 손을 내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모두 히어로야.

넌 훌륭한 히어로가 될 거야"


이 날 이후 아저씨를 만날 수 없었다.


매일 만나던 공원, 아저씨를 따라다녔던 길, 어디를 가더라도 아저씨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아저씨의 히어로 교육은 끝이 났다.

아저씨가 말한 것처럼 아저씨도 내 이름을 모르고 나도 아저씨의 이름을 모른다.

선생과 제자의 관계였지만 서로의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을 만큼 서로에게 관심도 신뢰도 없었다.


아니면 내가 아저씨에 대한 믿음이 없었을지 모른다.


아저씨가 사라진 이후 다시 반복되는 일상이 이어졌다.

일주일동안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을때와 다르게 헤어지기전 아저씨가 말했던 이야기가

계속 내 머리속을 맴돌았다.


아저씨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맴돌던 새벽 갑자기 마을에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괴물의 침공을 알리는 사이렌이었다.

나는 잠옷 차림으로 부모님을 급하게 깨우고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갔다.

근처에 사는 친구, 한번도 이야기 한적 없는 이웃, 모든 집의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새벽인 만큼 사이렌을 듣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봐 난 마을을 뛰어다녔다.

마을을 크게 한바퀴 돌고나서 다시 집에 돌아왔을땐 부모님은 나에게 크게 혼냈다.


급하게 짐을 싸고 벙커로 가족들과 함께 뛰어갔다.


끝나지 않는 사이렌 소리, 마을 외곽부터 서서히 좁혀오는 건물이 파괴되는 소리와 괴물의 소리

마을사람들의 혼란이 뒤섞인 도로 위는 난장판이었다.

도망가는 사람은 많은데 길은 왜이리 좁은 것인지 괴물의 소리는 점점 다가오는데

우리는 걷지만 기어가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뒤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건물을 부스면서 다가오는 큰 괴물 뿐 아니라 조그마한 괴물들도 한번에 마을에 들어온 것이었다.

괴물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뒷부분의 사람들이 앞사람을 밀기 시작하면서 도로 위는 혼란에 빠졌다.

인간의 파도 속에 빠져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사람에 밀려서 벙커로 흘러가던 중 사람들 사이로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늑대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자동차와 비슷할 정도로 큰 형태를 하고 있었다.

괴물이 서서히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자 난 거샌 인파의 파도를 뚫고 괴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부모님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뛰어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몸이 고장난 것같았다.

뇌에서는 계속 도망가를 외치고 있지만 몸은 뇌가 하는 말을 전부 무시한채 괴물에게 뛰어가고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던 파도를 뚫고 뛰어나와 괴물 앞을 막아섰다.


다리가 떨린다.

숨이 제대로 안쉬어진다.

너무 긴장해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다.

괴물의 그르렁 되는 소리는 몸 속의 피가 더욱 빠르게 돌게 했고 어지러움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괴물은 자세를 바로 잡았다.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난 그저 눈을 감고 괴물의 먹이가 될 준비를 할 뿐이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 한 마디가 나에게 빛을 보여줬다.


"봐봐 넌 훌륭한 히어로가 될 거야"


그렇게 찾아다녔던 아저씨가 눈 앞에 있었다.

괴물이 뛰어들었지만 아저씨는 한 손으로 쉽게 괴물의 입을 잡아 바닥에 내려 꽂았다.

한 손으로 그 큰 괴물을 들어올리는 것도 신기한데

괴물의 얼굴이 바닥에 박힐 정도로 강력한 아저씨를 보고 난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한방에 괴물을 쓰러뜨리곤 평소에 능글 맞은 표정으로 나에게 웃음을 보였다.


"고생했어, 덕분에 한 사람의 목숨을 살렸어"

"자 이제 여기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넌 부모님에게 돌아가"


긴장이 풀려서 난 그 자리에 주져앉아 버렸다.

아저씨가 부모님에게 돌아가라고 했지만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뒤에 쓰러져 있던 다른 사람이 나를 업으려고 했지만 눈 앞에는 커다란 검은 형태가 나타났다.

너무나도 거대한 괴물은 한 눈에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아저씨는 동내 마실이라도 가듯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괴물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저씨!! 도망가요!! 더 강한 히어로가 올때까지 같이 도망가요!!"


난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아저씨는 몸을 돌려서 나를 봤다.


"새로운 히어로가 될 사람 앞에서 도망가면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잖아?"


아저씨는 자세를 잡았다.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고 그 기운은 아저씨에게 모이고 있었다.

괴물이 한 걸음 내밀때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흔들려 서있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아저씨의 자세는 흔들림이 없었고 괴물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했을때 아저씨는 다른 히어로들이 필살기를 쓸때처럼 자신의 필살기를 외쳤다.


'영웅의 등장'


일격에 괴물은 사라져 버렸고 구름 낀하늘에 커다란 구명을 남겼다.

뒤늦게 다른 히어로들이 합류해 주변에 다른 괴물을 해치우고 나타났다.

히어로들은 아저씨를 보며 경례를 하고 인사를 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아저씨에게 존경의 표시를 전했다.


아저씨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와서 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누구에요...?"


아저씨는 내 질문에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 이름은 히어로, 여기 다른 히어로들은 내 이름을 이어 받아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야"

@SkyHigh_k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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