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 소식에 이은 정말 사적인 편지.


너도 알다시피 어제였던 화요일은 우리집 분리수거 날이다. 집에 나홀로 있는 날이 많다 보니 이제 2주에 한번만 하면 되는 일인데, 뭐가 그리도 귀찮은지 나는 겨우겨우 다녀왔어. 그리고 문득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환경 보호 얘기 아니고 대인관계 얘기. 나이 먹으면 다 꼰대가 된다던데 맞는 것 같아. 그 짧은 시간 대인관계에 대한 말을 네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걸 보니. 그래도 하련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어.


언젠가 너가 그랬었지. 누나는 친구가 많다고. 그리고 나는 너한테도 그런 순간이 생길거라고 말했던 것 같아. 그렇지만 네가 지금처럼 '얘와 나는 친구일까', 혹은 '나에겐 친구인데 걔한테는 아닐 거야' 라는 생각만 하고 변하지 않으면, 먼저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순간은 오기 어렵다고도 말했지. 그말을 늦었지만 정정하려고 한다. 여기서 분리수거가 나오는데, 인간관계에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친구가 많지만 적기도 해. 그 이유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이나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에 비해 정말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야. 지인 모두를 '친구'라고 하지는 않는다. 친구라고 명명하는 과정에서 분리수거를 해. 진심으로 친구인 사람은 내 공간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분리수거 통에 넣는 거야. 그리고 우리집으로 치면 일주일 동안 보는 거지. 이 사람을 왜 분리수거 통에 넣었는지를 천천히 살펴봐. 대다수가 그런 이유야. 관계를 맺을 땐 좋았는데 많은 감정 소모로 나와 둘 모두 닳았거나, 나의 공간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유익함은 주지 않는 것. 그런 경우엔 분리수거 통을 미련없이 비워야 돼. 분리수거에 담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겐 좋을 수 있는 거니까. 그 사람이 다른 형태의 마음이나 다른 방법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거든.


가끔 정말 버리기 힘든 사람이 나오면 그냥 일단 내버려둬. 그런 경우야. 그사람에게는 내가 필요하지 않은데, 나는 필요한 거. 그게 사랑이려나. 아무튼 그렇게 고르고 골라 친구가 되는 거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노력만 하라는 게 아니었다는 뜻이야. 좋은 사람, 네가 쓰레기통에는 넣지 않을 사람을 만나야 해. 분리수거에도 에너지는 드니까 네가 원하지 않으면 대인관계를 크게 만들 필요도 없어. 최소한만 만들기 시작하는 거야. 그러다 보면 분명 네가 원하는 소중한 관계가 생길 테니까.

글짓는 코끼리. 무지개빛 세상을 꿈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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