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헌혈을 위한 단체 채팅방이 있다. 위급한 환자의 가족이 찾아와 혈액형과 병원, 사연을 밝히면 조건이 맞는 사람이 헌혈의 집에 찾아가 환자에게 피를 보낸다. 

선의로 모인 사람들이 세 자리 수인데 항상 피가 부족하다. 매일이 부고의 연속이다.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가족의 죽음을 전하고, 또 마찬가지로 본 적도 없는 사람의 가족을 위해 조의를 표하는 일의 반복. 몸은 닿지 않아도 선의는 닿는 거리에서의 죽음.

가끔은 그 누구도 피를 구하지 않는다. 그럴 때면 '어떻게 해야 이 나라에 피가 더 잘 돌 수 있을까'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오간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거대한 몸 속의 중요하고 무력한 세포가 된 것 같다.

낯설고 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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