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배! 못 뵙던 그 사이에 더 수척해지셨네요! 반가워요!”

“……너, 인사가 묘하게 기분 나쁘다?”

“저는 눈에 보이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에요. 되게 불쌍하게 생겼다구요 선배-.”


윤의 간만의 외출이었다. 피아노 앞에서 멍 때리는 사이에 급작스럽게 전화를 건 유진 덕분이었다. 기별 없이 전화를 건 유진은 해맑게 팩트를 나열하며 윤을 자극했다.

날도 춥고 겨울이라고 집 안에서 피아노만 치시면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며 억지로 그를 끌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아니나 다를까, 약 삼 주 만에 만난 윤은 정말 전에 없이 더 안 건강해 보이는 모양새로 비척비척 걸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 패딩 속에 감춰진 몸뚱이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젓가락 같을 게 자명했다.


“콩쿠르 준비도 준비지만, 선배 진짜 피아노 앞에서 고꾸라져가지고 방송 탈까봐 그래요. 저라도 챙겨드려야죠.”

“야. 우리 엄마도 뭐라고 안 하시는데 네가 왜?”

“그야 전 선배의 대박 짱 팬이니까! 물론 어머님께서도 멋지게 케어하고 계시겠지만, 팬심 갖고 서포트 하는 저도 있다는 걸 알아주십사 해요!”

“하아…….”

“유명해지면 싸인 해주셔야 함.”


유쾌함이 절절 흐르는 유진을 보며 윤이 기가 막히단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어쩐지 그 모습에 다른 사람이 겹쳐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아- 내가 쉬러 나온 건지 기 빨리러 나온 건지 모르겠다.”

“쉬러 나온 거 맞아요. 친구 만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죠. 만날 천날 쉬는 시간 없이 피아노만 치면 실력과 반비례해 수명이 깎여요.”

“네가 내 친구냐?”

“네. 선배 친구 저 밖에 없잖아요. 까칠해가지고.”

“나 친구 많거든?”

“에? 설마요? 그럼 내가 보고 듣고 겪은 건 무엇?”


윤은 아까부터 너무 맞는 말만 하는 유진에게 이길 재간이 없었다. 실제로 그랬다. 자기 공부에 매진하는 윤이 특별히 사람을 가까이 하는 때엔 조별 과제를 할 때 정도였고 그 와중에도 곁을 내주는 경우는 없었다.

유진과 이렇게까지 가깝게 지내게 된 것도 그녀의 열정과 부지런함과 솔직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팬심이라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유진과 윤은 취향이 꽤 잘 맞았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유진이 윤을 대하는 행동이 아슬아슬한 것 같아 보이나 사실 윤은 남들 눈에 비춰진 것처럼 좁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인으로 발전할 것 같은 뉘앙스는 또 없었다. 단 한 차례도 오해의 소지를 남긴 적이 없는 두 사람은 제법, 친한 친구였다.


“한 겨울에 복날도 아니고- 메뉴 삼계탕 뜬금없는 거 알지?”

“완전 보양식 아니에요? 선배 볼 때마다 고칼로리 고단백의 엄청난 것들을 먹여야만 할 것 같단 말이에요.”

“그래서 너 나 만날 때마다 고기 먹자 그러는 거야?”

“그런 것도 있고- 선배가 사는 날엔 일부러 고기 먹자고 한 적도 있고.”

“어쩐지 열 받아.”

“오늘은 열 받지 마세요-. 제가 사는 거니까 삼계탕 받고 디저트로 카페 메르헨 어때요? 선배가 거기 케이크 엄청 좋아한다면서요?”


어색하게 삼계탕을 해체하며 윤이 눈을 꿈뻑거렸다. 얘가 그걸 어떻게 알지, 했다가 지난번에 은학과 함께 가봤을 것을 떠올리며 수긍했다.


“걔가 그런 거까지 얘기해?”

“우리 형 준다고 아예 홀 케이크로 포장해가는 걸 눈앞에서 봤는데 모를 수가 없죠. 그리고- 강은학이 어디 그것만 얘기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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