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오타 아닙니다. 애기 연우 애기 권우에 꽂혀 쓴 글입니다. 본편도 리퀘도 얼른 마무리 지을게요. 웃자고 쓴 글이라 무료 공개입니다^^ 






(권우) 도련님과 (연우) 강아지 


   - 연우가 권우 형아를 처음 만났을 때 


 


 

 

하나를 극적으로 만나 행복했던 것도 잠시, 연우는 그 그림 같은 저택에서 하나와 함께 살 수 없다고 했다. 연우에게는 새 가족이 생길 예정이었기에. 연우는 하나, 아니 이제는 예령 아가씨와 함께 지낼 수 없음이 슬펐지만 아가씨 앞에서 그러하였던 것처럼 제 감정에 대해서 조금도 내색할 수가 없었다.

 

몇 개월 전에 보육원에서 만났던 공주님 같은 아줌마는 저와의 약속대로 예령을 데려가, 넓고 멋진 집에서 공주님처럼 키우고 있었다. 그러니 저 역시도 그 약조대로 착한 아이가 되어야겠다고 연우는 생각했다. 그렇게 착한 아이답게 지낸다면, 또 예령아가씨를 만나러 올 수 있을 테니까.

 

어린 연우는 가족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엄마, 아빠, 형이나 동생 같은 말은 알았지만, 보육원에서 아빠라고 불렀던 원장 이원철에게도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오로지 마음으로부터 동생 삼았던 하나, 아니 이제는 예령 아가씨만이 연우에게는 안타깝고 좋았을 뿐. 어린 연우는 긴장한 채로 새로 생길 가족을 기다렸다.

 

양아버지인 하민혁은 은테 안경을 쓴 깐깐한 인상의 중년 사내였다. 그는 원장 이원철보다 키도 크고 말랐다. 그리고 무뚝뚝했다. 안경테 너머의 날카로운 안광으로 연우를 한 번 훑어보고는 따라오너라, 라고 먼저 돌아섰다. 귀신도 무섭지 않은 연우였지만 어쩐지 이 무뚝뚝한 양아버지만은 무서웠다. 조용하고 착한 아이가 되자고, 어린 연우는 차로 실려 가는 내내 거듭 다짐했다. 저 차가운 남자는 연우가 조금만 시끄럽게 굴거나 말썽을 피우면 당장 저를 내다버릴 것처럼 가차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딸꾹질이 나올 것처럼 어린 연우의 마음이 불안으로 가득 찼을 때, 차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멈추었다. 내리라는 한 마디에 네- 하고 차에서 내린 연우는 끝없이 올라간 까마득한 높이의 아파트 앞에서 잠시 얼어붙었다. TV에서는 몇 번 보았지만 이렇게 높은 아파트를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건물이 저를 짓누르는 것만 같아서 침을 꼴깍 삼켰을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무심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리 오너라. 연우는 화들짝 놀랐다. 네-. 따라오라면서 실제로 뒤따르는지 아닌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먼저 돌아선 양부를 따라 연우는 자그마한 발을 도도도 재게 놀려 얼른 간격을 좁혔다. 후다닥 달음박질하듯 승강기에 올라타자 버튼은 7층에만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살 곳이 7층에 있구나. 연우는 떨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내리누르며 시선을 발끝에 주었다.

 

말 한 마디 없이 집으로 들어선 양부를 따라 연우는 현관에서 조용히 신을 벗고 가지런히 신발정리까지 마친 뒤에 조심스럽게 거실로 한 걸음 들어갔다. 집은 넓고 깨끗했다. 부엌 쪽에서 누군가 나오는 것 같아 연우는 먼저 꾸벅 고개부터 숙였다. 착한 아이는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지극히 어린애다운 생각에서였다. 안녕하세요. 보육원 선생님은 인사를 할 때면 저의 이름도 밝혀야 한다고 가르쳐주었지만, 연우는 자신이 이 집에서 어떻게 불릴지 알 수가 없어서 예전에 쓰던 이름을 스스럼없이 밝힐 수가 없었다. 멋대로 정해주지 않은 이름을 대는 것이 새아버지를 언짢게 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새어머니도, 새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연우를 보고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두 분 다 내가 별로 마음에 안 드시는구나…. 아침에 손도 발도 깨끗이 씻고 왔지만, 먼지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깨끗한 집에 저란 존재가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 비싸 보이는 소파에 앉지도 못한 채 연우는 엉거주춤 너른 거실 한구석에 서 있었다. 소파 테이블에는 여러 가지 과일이 예쁘게 깎인 채 놓여 있었지만, 먹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바 없는 연우는 그저 손을 맞잡은 채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집에 들어서자마자 방 안으로 들어간 새아버지나, 과일만 내어온 뒤 다시 부엌으로 들어간 새어머니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 중 누가 나와보기도 전에, 삑삑삑하는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교복 차림의 키가 훤칠한 소년이 집안으로 뛰어 들었다. 엄마, 아빠 그 아이는 왔어요? 라고 물으며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서던 소년은 거실 한구석에 엉거주춤 서 있는 자그마한 연우를 뒤늦게 발견했다. 아닌 듯 그런 듯 무서운 새아버지를 닮은 듯한 얼굴 위로 묘한 표정이 떠오른 순간 연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 이분도 나를 싫어하시겠지…. 두 번이나 인사를 했지만 대답 한마디 없이 무시당한 전적이 있는 연우는 더는 용기가 나질 않았다.

 

연우는 바보처럼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채 위축이 된 저에게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소년의 큰 체구가 두려웠다. 머리 위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연우가 마른 침을 삼키며 한 걸음 물러난 순간, 소년의 다정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권우 형이야. 너는 이름이 뭐니?

 

연우는 꼬옥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권우 형...

 

아까 차에서 내리며 보았던 높다란 아파트처럼 위압적인 모습으로 저를 내려다볼 거라 생각했던 상대의 얼굴이 그러나 뜻밖에도 연우와 같은 눈높이에 있었다. 아직 작디작은 저와 시선을 마주하기 위하여 자세를 낮추어주신 것일까. 연우는 긴가민가 하며 작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연우.

 

무어라 더 말을 해야 할까 싶었지만, 그가 스스로를 칭한 것처럼 감히 ‘형’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저 같은 게 멋대로 그리 불렀다가는 언짢아 할 수도 있으니까.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연우는 아까 예령 아가씨를 만났던 저택에서 들었던 호칭 하나를 가까스로 떠올리고는 덧붙였다.

 

연우예요, 도련님.

 

잘은 모르겠지만, ‘도련님’ 은 넓고 멋진 집에 사는 높은 사람을 부르는 호칭 같았다. 아까 예령 아가씨를 만났던 저택에서 일하는 어른들이 어린 저를 붙들고 앞으로 예준 도련님과 예령 아가씨께는 예의 바르게 굴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그 저택만큼은 아니어도 이 집도 어린 연우에게는 크고 넓고 호사스러우니 그 집의 아들인 권우에게도 도련님이란 말이 어울리고, 예의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치열한 고민 끝에 조심스럽게 내뱉은 말에 권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린 연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또 실수를 한 것 같만 같았다. 마음이 불편해진 연우가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을 하자 권우가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도련님이라니, 너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들었어?

 

심장이 철렁했다. 화가 나신 것만 같아서.

 

저는, 나쁜 말인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저는, 크고 넓은 멋진 집에 사는 분들은 다들 그렇게 부르는 줄 알고... 잘못했어요. 싫으시면 절대 안 쓸게요. 죄송해요..

 

크고 둥근 눈망울이 순식간에 그렁그렁해지는 걸 보고, 권우는 혀끝까지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부드럽게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화낸 거 아니야. 네가 아는 뜻과는 좀 다르지만 나쁜 말도 아니고.

 

어쩌냐, 내 동생 진짜 귀여워 죽겠다….

 

정말요?

 

토끼 같은 얼굴을 하고서 그리 반문하는 연우가 사랑스러워서 권우는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럼, 하고 무어라 더 덧붙이려던 찰나, 마주선 연우의 자그마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연우가 부끄러운지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수그리고 잦아드는 음성으로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권우는 얼른 상체를 틀어 포크에 파인애플을 찍어 저의 손바닥도 다 채우지 못할 듯 자그마하기만 한 아기 손에 들려주었다.

 

먹어. 너 먹으라고 가져다 놓은 건데 왜 안 먹고 있었어?

 

연우는 제 손을 감싼 권우 도련님의 온기가 퍽 따뜻하다고 느꼈다. 오래된 이불에 감싸인 것처럼 포근한데, 자꾸 눈시울이 젖어드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대체 뭘까. 나고 자라는 내내 늘 혼자였던 아기 강아지는 이해할 수 없는 심사에 그만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그런 연우의 상황에 아랑곳 없이 어서 먹어보라며 권하는 손길을 마다하지 못하고 가까스로 입을 벌려 한입 베어물자 달콤한 과즙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칭찬해주듯이 권우가 연우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잘 먹으니 더 귀엽네. 만나서 반가워, 내 동생.

 

5월의 햇살처럼 눈이 부신 미소를 지으며 도련님이 강아지에게 속삭였다.





뭐든 리퀘하실 수 있는 익명란! 손이 느린 게 흠이지만 언젠가 꼭 반영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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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장르소설.BDSM,BL,판타지,로맨스,체벌소설,대체역사등 여러 분야의 글을 시험적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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