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박스/고우신] 사탕키스



 매일 비가 내렸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신노스케는 바짓단이 젖는 것에 신경을 쓸 정신이 없을 수준으로 바쁜 상태였다. 이미 흠뻑 젖어 구두 안의 양말까지 젖어버렸다. 그래도 찝찝하진 않다. 너무 젖어버려 익숙해진 탓일까, 신노스케는 우산을 들고 한참 동안 눈앞의 건물을 주시했다. 범인이 도주한 건물은 이미 여럿의 경찰이 둘러싸고 있다. 혹시 모를 도주를 대비해 뒷문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신노스케는 곧바로 우산을 던질 수도 있을 정도로 몸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이번 작전은 실패해선 안 된다, 사실 언제나 통용되는 말이기도 했지만.


 “신 형님!”

 “……고우! 여긴 왜 왔어!”

 “응원하러.”


 말이 돼? 신노스케의 힘 빠진 말에 뒤에서 나타난 고우는 물론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과는 달리 신노스케와 마찬가지로 흠뻑 젖은 바짓단이 꽤 오랜 시간 밖에 있거나, 혹은 빠르게 달려왔단 걸 보여주었다. 밝은색의 바지가 어두워져 우스꽝스러운 무늬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노스케는 어쩔 수 없는 밝은 분위기에 졌다는 표시를 보였다. 그래도 아직은 집중을 풀 수 없었다. 범인이 검거되기 전까지는 적어도 말이다.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 신노스케를 보며 고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쩔 수 없지를 중얼거리며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방해할 작정으로 이곳에 온 건 아니었다. 그저 신노스케의 얼굴을 볼 겸, 정말로 응원을 할 겸 온 것이니 고우는 마찬가지로 앞의 건물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범인은 감감무소식이었으나 돌입 신호가 보이고 안쪽에서는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와 함께 와와 거리는 고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모두의 예상은 틀리지 않게 범인은 건물의 뒤쪽으로 뛰어나와 신노스케를 향해 돌진해왔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신노스케는 즉시 몸을 던져 범인을 잡아챘다.


 “이 자식이!”

 “위험하잖아, 신 형님!”

 “으악!”


 신노스케가 범인의 팔을 잡아채 잡아 누르려 했지만, 거센 빗발 덕분에 미끄러지고 그때를 놓치지 않는 범인은 바로 신노스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주먹은 신노스케의 눈 앞에서 멈추었다. 고우의 손이 주먹을 막고 빠르게 발을 걸어 넘어뜨려 상황은 역전되었다. 경찰의 고함은 빗소리에 묻혀 사라져가고 그와 동시에 사건은 정리되어갔다. 범인을 잡고자 우산을 던지고 달려들어 고우는 물론이고 신노스케까지 완전히 젖어 들어가고 있다.


 “고마워. 고우 너 아니었으면 좀 맞았겠다.”

 “조심하라니까 진짜.”

 “어쭈, 도와줬다고 생색내기야?”


 이제야 웃네. 고우의 말에 신노스케는 자신도 모르게 응? 이란 말을 내뱉었다. 긴장이 확 풀려 비를 맞아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고우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빗속에서 웃고 있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둘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이제 돌아가야지.”

 “뭔가 싱겁게 끝났네. 아, 신형님!”

 “왜?”


 대충 말을 무마해 넘기는 신노스케와 던졌던 우산을 주워든 고우는 씨익 크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냉큼 무언가를 자신의 입에 집어 넣었다. 뭐, 뭔데? 철수하느라 바쁜 경찰들 사이에서 고우는 대담하게 신노스케의 넥타이를 끌어당겼다. 우산으로 가려지는 시야와 하염없이 내리는 빗소리에 소리마저 묻힌다. 몸을 굽힌 채로 고우에게 끌려 도착한 곳은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는 지점이었다. 키스, 라고 하기에는 짧고 달았다. 신노스케의 벌려진 입안으로 막 녹기 시작한 사탕이 넘어온다.


 “……응원겸 축하 선물이야.”

 “그게 뭐야…….”

 “뭐 어때. 신 형님 얼굴 빨개!”

 “너도거든?”


 우산으로 제대로 가려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사탕의 달콤한 향에 신노스케는 고우를 째려보았지만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우산을 제대로 쓴 그는 전혀 반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쁘지 않은 응원이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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