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 키어런과 그렇지 못한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정말로 다시 인간이 된 키어런과 그렇지 못하게 되는 사이먼은 관계는 어떻게 될까 자주 고민을 해본다. 항상 결말은 같게 나고 이걸 바탕으로 쓸 때마다 닥터후 시즌2의 School Renuion에서 닥터가 로즈에게 '너는 나와 평생을 할 수 있지만 나는 너와 평생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이 생각나기도 한다.

아무튼, 어젯밤에 또 다시 인더플 뽐뿌를 받아서 일기장에 키어런을 보내주기로 결심한 사이먼의 마음을 써보았다. 이런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쓴 적이 있는데 언젠가 포스타입으로 옮겨올까 생각중. 사실 이런 망상글 쓸때마다 너무 내 온몸이 없어지는 것 같지만 쓰면서 내가 좋은데...이런거쓰면기분이조크든여.



키어런,

너는 나에게 릭 메이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지. 릭 메이시 그리고 빌 메이시에 대해서도. 너는 그 사슴같은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은 채 나에게 릭과 너의 시작과 끝을 남김없이 이야기 해 줬어. 그리고 너희들의 동굴, 너희들의 편지와 엽서들에 대해서도. 네가 릭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것도.

그리고 오늘 너는 나를 릭의 무덤으로 데려갔지. 나는 오늘 또 다시 너의 눈물을 보았어 키어런. 네가 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말 할 수 없을 만큼 큰 절망감이 들어. 너는 울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너는 느낄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내가 매일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너도 알 수 있을텐데. 릭의 무덤앞에 있는 너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어. 네가 나를 떠날까봐. 

너의 손을 잡아줬지만 내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너는 느꼈겠지. 나는 너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지만 네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느낄 수 없어. 키어런, 네가 나에게 입을 맞출 때도 나는 그 입술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 수 없어. 네가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는 것, 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나는 매일 매일 초조하다는 것을 너는 알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이니. 하지만 이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일지도 몰라.

그 파티 기억하니? 내가 처음으로 너를 붙잡았던 그 파티 말이야. 내가 있으니 도망치지 말라고 했지. 그때 너를 그냥 보내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후회를 하기도 했어. 그 후로 네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너에게 이기적인 희망을 주었는지 모르겠어. 

키어런,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너의 평생동안 너는 나의 이름을 부를 수 있겠지만 나는 나의 평생동안 너의 이름을 부를 지 못할까봐 겁이 나. 결국 언젠가는 네가 없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두려워. 네가 없는 세상은 너는 알 수 없겠지만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를 평생동안 그 고통을 안고 살아야겠지. 

너는 어제나 나보다 강했지, 키어런. 내가 너를 살려줬다고 하지만 사실 그날 네가 나를 살려준거였어. 너는 항상 나를 보호해주고 있었어 키어런. 너 때문에 나는 다시 잘 못된 생각을 갖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어.

그래서 키어런, 나는 너를 보내 주려고 해. 너를 더 이상 붙잡아 둘 수 가 없거든.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한 시간들이 많고 우리의 사랑이 깊어졌기 때문에 이번 이별은 더 힘들겠지. 하지만 더 이상 내 욕심때문에 너를 잡을 수가 없어. 너를 너무 많이 사랑했으니까, 너를 보며 이제 인생을 사는 방법을 알았으니까.

너는 나도 변할거라고, 다시 심장이 뛰는 날이 올거라고 그랬지. 그리고 나 역시 아직도 무엇이 잘 못 된걸까 싶어. 하지만 그런 알 수 없는 믿음 때문에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게 만들고 싶진 않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보낸다는 말이 너무 바보같지만 지금 내 마음이 그래. 너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네가 나를 두고 멀리 떠나면 좋겠어. 네가 가고 싶었던 파리로, 어디든지, 내가 없는 곳으로.

만약 내가, 만약 나중에라도 내가 우리가 믿고 있는대로 변하게 된다면. 내 심장이 뛰고 너와 함께 정말로 눈물을 흘리고 너의 떨리는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수 있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을까봐 두려워. 그래서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인더플

I ra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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