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습니다 ***


저승비언 세 번째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의 '타라 맥클레이(Tara Maclay)'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 시리즈 앞에서 버피 드라마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되었네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Buffy The Vampire Slayer)>는 1997년부터 2003년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입니다. 시즌 5까지는 워너브라더스에서 방영되었고, 이후 시즌 6, 7은 UPN으로 방송사를 옮겨 방영되었습니다.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의 오리지널 스쿠비 갱


버피 시리즈 스토리는 오프닝에 나오는 문구로 설명드리면 될 것 같네요. 

모든 세대에는 선택받은 이가 있다. 그녀는 홀로 뱀파이어와 악마 그리고 어둠의 세력에 맞설 것이다. 그녀는 슬레이어다. (출처)

에피소드 몇 개만 봐도 시작할 때 In every generation~ 하고 깔리는 목소리에 정이 들어버리죠.




이 시리즈의 시초는 동명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시리즈는 크게 성공했지만 영화는 망했고 버피 팬들도 영화언급은 잘 하지 않는 듯해요. 저도 보진 않았습니다만 흔한 '망한 저예산 B급 쿠소영화'인가보더라고요.

하지만 영화의 정체성은 버피 시리즈에도 이어져왔습니다. 버피가 한 세대를 풍미한 역사적인 시리즈가 됐고 종종 명작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버피의 정체성은 B급 쿠소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Campiness라고 할까요..

"세계멸망이 오면 삐삐 쳐!" 

가장 버피다운 대사를 고르자면 전 이걸 꼽겠어요. 아무리 20세기 시리즈라지만, 조악한 분장과 코스튬에 어디서 본 것 같은 소재와 플롯을 한데 섞어 만들어내는 정신없음이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에요.

'분홍색 옷을 입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금발 소녀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슬레이어가 되어서 건장한 뱀파이어들을 한 손으로 처리한다'는 설정이 버피의 시초이자 코어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시작한 시리즈가 어떻게 유쾌하지만 약간은 우스운 톤에서 벗어날 수 있겠어요 ㅋㅋㅋㅋ




제가 버피무새가 돼서 "버피엔 모든 것이 있다"고 자꾸 말하고 다니는데요.

버피 시리즈가 워낙 여기저기서 유명한 소재를 다 따와 패러디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하고, 

버피가 엄청나게 성공한 이후로 미국 전반, 특히 미국 여성 히어로 TV 시리즈에 버피 문화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지금 TV 시리즈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버피를 보고 자란 사람들일테니까요.

<우주의 전사 쉬라>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자신을 쉬라 리부트 작가라고 밝힌 사람이 버피 팟캐스트에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서 '쉬라에 버피와 페이스를 연상케하는 캐릭터들이 나올 것이라' 알려준 일화도 있죠! 

둘 다 보신 분이라면 아도라 - 버피, 캣트라 - 페이스를 말하는 거란 걸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버피페이스가 공식이 되지 못한  한을 쉬라가 풀어준..ㅠㅠ '버퍼링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의 해당 에피소드


쉬라 제작진 멤버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래를 보냈다고 하는 대목을 보면,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노엘 스티븐슨(Noelle Stevenson)이 메일을 보낸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쇼 공개전부터 저렇게 말할 정도면 버피 시리즈의 가짜레즈(^^)였던 버피페이스로 쉬라 캐릭터들을 조형했다고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겠죠. 

그리고 뭐.... 시즌 7개, 에피소드 총 144개니까 안나오는게 없을만도 하고..




버피 시리즈 관련해서 말할 때 '버피버스(버피 세계관이라는 뜻)'라고 자주 불리는데, 

그 이유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초반 시즌에 나왔던 '엔젤' 캐릭터를 따로 빼서 스핀오프 시리즈가 또 나왔기 때문이에요. <엔젤>엔 저승비언2에서 소개한 루트 배우인 에이미 아커가 고정출연합니다! 레즈비언들에게 참 인연이 깊죠?

버피에 공식 레즈비언 커플(윌로우♡타라)하고 비공식 커플(버피♡페이스)이 다 나온다는 점이 이미 레즈비언들을 사로잡았을테지만요. 






타라를 연기한 배우는 앰버 벤슨(Amber Benson)입니다.

캐릭터상 타라와 윌로우가 동갑이거나 타라가 한살쯤 많은걸로 설정된 것 같은데, 실제론 앨리슨 해니건(윌로우 역)이 앰버 벤슨보다 3살 많습니다. 버피 역의 사라 미셸 겔러가 1977년생으로 벤슨과 동갑이죠.

버피에서 동급생 연기했던 배우들 중엔 카리스마 카펜터(코델리아 역)에 이어 앨리슨 해니건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배우였네요. 그래봐야 촬영 당시 20대 초반이니 나이가 많다고 표현하긴 좀 그렇지만요. 배우들 나이 순으로 따지면 코델리아(70) > 윌로우(74) > 버피 = 타라(77) 네요. 참고로 안야 역 엠마 콜필드는 73년생입니다.

나이 얘기가 나와서 잠깐 하는 말이지만 페이스 역을 맡은 일라이자 두슈쿠는 1980년생입니다. 페이스가 버피와 동갑정도로 나오지 않았던가요? 두슈쿠는 약 18세인 페이스를 연기할 때 정말 18살이었던거죠.... 배우가 잘 소화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페이스 캐릭터를 이렇게 어린 배우에게 맡긴 게 참.. 마음에 걸려요.



앰버 벤슨은 어릴 때부터 음악, 춤, 연기를 배우면서 자랐다고 해요. 미국 앨리배마주 버밍엄에서 태어나 거주하다가 LA로 이사하면서 연기활동을 시작했다네요. (출처: IMDB)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어서 연기경력도 잘 쌓여있지만, 어린 나이부터 감독으로 활동했고 이런저런 작품을 제작하고 작가로 참여해서 영상미디어 전반 일을 다 하는 멀티플레이어예요.

TV 시리즈 대본 뿐만 아니라 소설책을 출판하기까지 했어요! 그래서 인물소개란에 배우/감독/작가 3가지가 모두 적힌걸 볼 수 있습니다.

앰버 벤슨의 대표작들



<뎁스(D.E.B.S.)>와 <원더우먼 스토리>의 안젤라 로빈슨 감독이 만든 <걸트래쉬(Girltrash!)> 웹 시리즈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뎁스가 단편에서 시작해 장편 영화로 만들어졌던 것처럼 걸트래시도 웹 시리즈를 만들고 그 후에 장편 <걸트래쉬: 올 나이트 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같은 내용은 아니고 영화 버전이 웹 시리즈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이라고 하네요.

벤슨은 여기서 러시아 마피아(?) 역으로 나옵니다.


걸트래쉬 웹 시리즈는 유투브나 vimeo에 남아있어서 현재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서야) 타라 이야기를 좀 해봅시다.

타라 맥클레이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에 나온 마녀 레즈비언 캐릭터입니다. 전 마녀가 정말 좋아요..

타라가 버피에서 이런저런 역할을 해주지만 납작하게 말하자면 윌로우의 여자친구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던의 훌륭한 보호자 역할도 해주었고 버피의 버팀목도 되어준 사람이지만요.


타라는 시즌 4 에피소드 10 '허쉬(Hush)' 에피소드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입니다.

처음 타라가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 반응이 부정적이었다고 해요. 타라 전에 윌로우가 만나던 남자친구 '오즈'가 인기가 꽤 많았고, 윌로우와 오즈 커플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겠죠. 오즈도 독특하니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자칫 결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윌로우의 독특한 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남자였다는 점이 정말 좋았고요.

그치만 윌로우가 타라를 만날 때 둘이 결별한 상태였던 건.. 오즈의 바람 때문이었는걸요? 아무리 억누르기 힘든 야생성 때문이라지만..... 어쨌건 전 윌로우가 오즈에게 과분하다고 생각..을 해보니 바람은 윌로우가 먼저했네요. 음..... 넘어갑시다.


사람마다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전 윌로우도 오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습니다. 타라를 사랑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테지만요.

지금 같으면 윌로우는 바이였어요! 했을 것 같은데, 2000년대 초반엔 그런 걸 몰랐나보죠. 양성애자는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라? ㅋㅋㅋ 덕분에 윌로우 프로필에 '1999년부터 동성애자'라고 써있는 장면이 나와서 웃기긴 했습니다.

버피봇이 분석한 윌로우


레즈비언이 된 윌로우엔 배경스토리가 하나 있습니다. 

처음부터 윌로우가 레즈비언 캐릭터였던 게 아니라, 윌로우와 잰더 중에 어느 캐릭터를 동성애자로 '만들지' 고민했다고 해요.

스쿠비 갱(버피, 윌로우, 잰더) 중 버피는 주인공이라 빼고(감히 주인공을 레즈로 만들 수는 없었겠죠. 그랬다면 페이스와 화해할 수 있었을까요?) 되는 대로 하다가 중반부터 윌로우가 낫겠다 싶었는지 시즌2 도플갱어 에피소드에서도 윌로우의 동성애적 성향을 복선처럼 흘리죠.


그런데 윌로우랑 잰더라니.. 답이 너무 명확한 거 아닌가요? 스쿠비갱이 모두 남자를 만날 순 없잖아요! 게다가 여자들 사이에 낀 (남성 소셜에서 밀려난) 남자가 게이라니 하나도 흥미롭지 않다고요.

여2남1인데 하나뿐인 남자캐릭터에게 동성애 토큰을 주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도(ㅋㅋㅋㅋ) 좋지 않고요. 여자가 둘이니까 한명은 레즈비언인게 좋죠. 밸런스 맞게~




타라와 윌로우의 첫 만남은 교내 마녀모임(Wicca group)이었어요! 마녀레즈비언 커플 답죠? 실상은 예상과 조금 다르지만요.

3 시즌 넘게 스쿠비 갱으로 활동하면서 나름의 전투력을 쌓아가던 윌로우는 대학교에 진학한 후 교내 마녀모임에 들죠. 하지만 알고보니 그 곳은 이름만 마녀모임이고 사실 레즈비언모임...아니 마법과 전혀 관련없는 동아리였어요. 메갈모임인 것 같기도.. 

주문을 같이 공부해보잔 윌로우의 의견이 묵살당하고 비웃음거리가 되자 타라가 조심스레 나서지만.. 타라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더듬거리다 고개만 젓고 맙니다.. 윌로우는 그런 타라를 약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게 돼요.

짧고 효과적으로 캐릭터 성격을 잘 보여준 장면이에요. 타라는 말 주변이 없고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소심쟁이인거죠.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놀림을 당할 때도 있나봅니다. ㅠㅠ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린 것부터 성격이 드러나네요.


허쉬는 버피에서 최고의 에피소드로 많이 꼽히는 에피소드들 중 하나에요. 평소라면 '오늘의 악당'으로 나오는 괴물 혹은 귀신 혹은 무언가가 조악하고 허접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겠지만, 웬일로 꽤 무섭고 기괴한 모습을 한 괴물이 출현합니다. '젠틀맨'이라 불리는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동네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두 앗아가고 말죠.

전화를 걸고, 받아놓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버피와 잰더나 깜찍한 그림체로 그린 잔인한 그림으로 상황 설명하는 자일스, 작은 화이트보드에 다급하게 "안녕하세요, 자일스"를 적어 보여주는 윌로우 등 귀엽고 웃긴 장면이 많아요.

젠틀맨들이 으스스하게 생겨서 꽤 진실된 공포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칭찬할만 하고요. (쫄보 기준)


스쿠비 갱(버피 일동)은 여느때와 같이 초자연적인 문제를 해결하러 바쁘게 움직입니다. 한편 타라는 젠틀맨들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타라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방문을 두드리는데, 그 소리가 자고 있던 윌로우를 깨웁니다. (왠지 의미심장하죠? 타라가 윌로우를 깨운다니. 무엇으로부터?) 무슨 일인가 복도로 나간 윌로우는 타라와 부딪히고 두 번째 만남을 갖습니다.


젠틀맨들을 피해 도망치던 둘은 학생 휴게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보지만, 거대한 괴물을 막기엔 휴게실 문이 너무 얇팍하네요....  자판기는 다 큰 여자 둘이 밀어도 움직이지 않고 마법으로도 꿈쩍도 않고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타라와 윌로우는 손을 잡고 합동마법으로 자판기를 움직이는데 성공합니다! 손을 슬금슬금 움직여 깍지껴서 잡는 게 어찌나 떨리던지...


눈이 번쩍 뜨이는 합동마법을 처음 경험한 윌로우는 짜릿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동성애에 눈을 뜬 윌로우


버피 세계관에서 마법이 동성애처럼 그려진다는 걸 생각하면..... 이 녀석들은 두 번째 만남에서 벌써....?!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윌로우는 타라도 마녀임을 알게되고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타라가 목소리를 잃은 상황에서 되려 전보다 자신감있어 보인다는 거예요. 모두가 소리를 잃음으로써 소심한 말더듬이 타라의 약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 된거죠.

또, 말 재주가 없는 소심쟁이는 계속 윌로우의 몫이었는데 윌로우보다 더 소심한 녀석이 등장해서 윌로우가 전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바뀌기도 하고요.

타라 앞이라고 한껏 센척하는 윌로우. 그래도 괴물 처리는 버피가.


여러 미디어에서 마법은 금기시 혹은 죄악시 되어있습니다. 이 점 때문에 마법으로 동성애(특히 여성간 동성애)를 은유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등급을 맞추려면 동성간 이루어지는 진한 애정행각을 방영할 수 없던 때였는데, 여성들 사이에 성적인 연출을 해놓고 "이건 동성애가 아니고 마법이야 ;)"하고 핑계를 댈 수도 있고요. 버피 뒷 시즌에선 마법이 마약같은 중독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케네디랑은 노골적인 애정씬이 있더라고요.. 몇년새에 상황이 달라져서 그런건지....... 좋긴 한데 마음이 복잡해지던)



마법 얘기할 때 마치 성적인 행위를 묘사하는 것처럼 들리는 대사도 많고, 무엇보다 같이 마법하는 장면이 성적인 애정씬처럼 연출되어 있습니다.

두 여자가 컴컴한 방에서.. 장미를 준비해와서.. 손을 겹치고.. 강렬한 에너지는 느끼고.. 어느새 땀을 흘리며 뒤로 쓰러지는.... 

풀썩 쓰러지는 걸 보면 마법이 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인가보죠? 땀까지 흘리는 걸 보면 타라 방이 엄청 더웠나보고요! 햇빛도 안들어오는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타라 방이 얼마나 더웠길래~? ^^

다른 마녀하고 놀러나가서 마법쓰고 오면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하고요 ㅋㅋㅋ

마법을 한다는건지 뭘 하는건지 모를 윌로우와 타라


레즈비언들은 마녀로 몰려 살해당한(마녀샤낭) 역사가 있다는 점과, 레즈비언도 마녀처럼 미지의 존재로 인식되어서 남성들에게 공포와 척결 대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녀와 레즈비언과의 관계가 아주 깊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언젠가 마녀와 레즈비언의 관계를 주제로 포스팅을 올려보고 싶네요. 기회가 된다면!)

버피에서 그 점을 잘 써먹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마법과 동성애를 하는 주체가 윌로우였기 때문일 듯 합니다. 윌로우는 마녀레즈비언이니까 마법을 하는 것과 동성애를 하는 것을 등치시켜 보는 게 가능했고 꽤 재미있게 그려졌죠. 만약 잰더가 게이였고 윌로우가 이성애자였다면 마법과 동성애를 같은 것처럼 묘사하는 연출은 거의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또 중요한 점은 타라도 같은 마녀라는 겁니다. 그리고 레즈비언이죠. 사실 마법도 동성애도 타라가 먼저 했고 윌로우는 나중에 시작했으니 타라가 마녀레즈비언 선배인 셈이에요. 정확한 시기를 따질 순 없지만 윌로우가 본격적으로 마법에 관심을 갖고 모임을 찾아갈 시기에 타라는 이미 초급마법이 가능한 어엿한 마녀였으니까요. 레즈비언으로 정체화도 마친 듯 하고요.





처음으로 방영된 둘의 키스신

버피는 메인 인물이 레즈비언이고 여성 간의 사랑을 진지하게 보여준 업적을 쌓은 시리즈입니다. TV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여성 간 키스신이 나온 건 1991년이었지만 버피의 윌로우와 타라 이전엔 다 일회성에 그쳤다고 해요.

이성애자인 여성 캐릭터가 레즈비언 혹은 양성애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입을 맞춘 이후 두번 다시 나오지 않고 그들의 관계를 탐구하지 않았으며 한번 있는 이벤트성 키스였던거죠. 사랑하는 연인이 하는 애정 표현이 아니라 남성들을 위한 눈요기로만 쓰였을 겁니다. (출처)

게다가 버피는 메이저 방송사에서 방영된 드라마니까 나름 역사적인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조스 웨던이 쓰레기새x라


미국 티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란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특히 미국 여성히어로 장르는 버피의 영향을 안 받은 작품이 없을 것 같고요. 대표적인 예시로 <슈퍼걸>이 있습니다.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요. (다행히 20년간 이어진 레즈비언들의 투쟁으로 버피의 타라 격인 매기 소여는 살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대단한 의의가 있음에도, 방영 당시부터 지금까지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타라가 티비 저승비언의 시초이기 때문입니다.

파란 스웨터가 트라우마로 남은 '그 장면'

타라와 윌로우가 재결합하고 오랜만에 (밤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나서도 사랑을 확인하는 입맞춤을 하죠. 그 때 시즌 6의 빌런(이라고 하기도 뭐한) 멍청이 삼형제 중 하나가 집 마당에서 버피를 죽이겠답시고 총을 갈겨댑니다.

보지도 않고 갈겨댄 총에 한 발은 버피가, 한 발은 위층 창가에 서 있던 타라가 맞죠. 가슴에 총을 맞은 타라는 그 자리에서 사망합니다.. 저 각도에서 쏜 총알을 위층에 있던 사람이 맞는 게 가능하기나 하냐고요.


시즌 5가 사실상 종영 확정이어서 전 시즌을 마무리하는 엔딩을 냈는데...UPN(다른 방송사)이 두개 시즌을 더 내준게 문제였을까요? 저는 6, 7시즌도 나름 좋아하지만 시즌 5 엔딩이 마지막이었다면 버피 시리즈가 더 명예롭게 떠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타라도 살아있을 것이고......... 버피는 딱히 살아있고 싶어하지 않았다고요. 다음 시즌 안내준대 주인공 죽여. 근데 딴데서 해준대. 엥? 큰일났다 다시 살려!





미디어에서 레즈비언이 살해당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인기 많은 쇼에 비중있게 출연하는 인기 많은 레즈비언 캐릭터가 총에 맞아 살해당한' 비슷한 패턴의 시작이 타라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렇게만 말해도 생각나는 캐릭터들이 있죠? 앞 시리즈에서 소개한 렉사, 루트 모두 이 설명에 해당됩니다.

여친이랑 섹스하고 살해당한 타라여친이랑 섹스하고 살해당한 렉사섹스도 못해보고 살해당한 루트


2016년 렉사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분노했던 건 타라의 죽음과 너무 유사해서기도 했어요. 2002년에 찢긴 상처를 겨우겨우 덮어놨더니 그걸 들춰서 소금을 뿌려대는 바람에.. 조스웨던 이 새x가 원흉인 듯




타라의 죽음은 순전히 윌로우를 흑화시키기 위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각성을 위해 살해당한 여자.. 적어도 남자의 각성을 위해서는 아니니 그나마 낫다고 해야할까요?

타라가 다시 돌아오기로 되어있었는데 엠버 벤슨이 다른 일을 맡게 되어서 못 돌아왔다는 말이 떠돌기도 하더군요. 정말 아예 타라를 살려내려고 했던 것인지, 렉사처럼 잠깐 배우만 특별출연 시킬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클렉사콘에서 해준 대답을 들어보면 후자같아요. 버피 시즌 7에 그런식으로 벤슨이 잠깐 다시 등장했었어야 하는 장면이 있기도 하고요.

버피 측에서 벤슨에게 잠깐 특별출연 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엠버 벤슨은 여러 인터뷰에서 타라의 죽음은 누군가를 상처주기 위함이 아니었고, 윌로우 서사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해명하고 다닙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타라의 죽음 때문에 버피제작진들이 엄청나게 욕을 먹었기 때문에 벤슨이 변호를 해준 것이겠죠.

그런데 그게 문제예요..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어떤 캐릭터가 죽어야한다면 그럴 수 있어요. 다른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서라고 해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른 캐릭터 서사를 위해 무참하게 죽어나가는 캐릭터는 항상 여자냐고요. 특히 레즈비언들은 미디어에서 훨씬 더 많이 살해당해왔고 동성애를 했기 때문에 죽음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버피에서도 타라가 죽는 시점은 윌로우와 화해하고 밤새 사랑을 나눈 직후입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타라의 죽음은 오로지 연인 캐릭터를 각성시킬 목적으로 죽임당한 냉장고 여캐가 되어버렸고, 동성연인과 성적 행위 직후에 말도안되고 어이없게 살해되어서 죽음으로 처벌받은 동성애자 캐릭터가 되기도 했어요.




애초에 타라가 드라마에 나온 것 자체가 윌로우가 흑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윌로우에게 '시리즈 사상 가장 죄없는 사람'을 붙여놓고 처참하게 죽이려면, 살해당하는 게 남자보단 여자인 편이 효과가 좋거든요.

얼마나 윌로우가 흑화할 거란 생각에만 집중했으면 벤슨에게 신나는 소식이 있다며 불러서는 "우리가 네 캐릭터를 죽일거야!"하고 타라의 죽음을 알렸겠어요. 미친x..... 

윌로우 역 앨리슨 해니건이 그 말을 듣고나서부터 요상한 표정을 짓더니 벤슨이 말을 마치자 "이게 무슨 쓰레기같은 소리야.. 어떻게 그게 나한테 신나는 소식일 수가 있어?!"하기도 했죠. 내 말이... 별 미친x 아니야?..




미디어에서 퀴어, 특히 레즈비언을 포함한 퀴어여성이 많이 죽임당한다는 것을 비판한 기사에서도 타라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버피 시리즈의 타라가 'TV 시리즈에서의 레즈비언 살해 현상' 원형쯤 되는 캐릭터니까요 ㅋㅋ..ㅋ.ㅋ............

이전에 따로 공유했던 기사에 이 내용이 잘 담겨있습니다.





너무 화난 채로 글을 마무리하기는 싫으니 엠버 벤슨이 클렉사콘에 와서 한바탕 즐기고 가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자막은 없지만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분이시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너무 웃긴 사람이에요! 성적인 농담을 엄청 하더라고요. 뮤지컬 에피소드에서 부른 노래 가사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압권입니다. ㅋㅋㅋㅋㅋ 수줍은 아기고양이 같은 타라는 어디간건지!

사실 벤슨도 어딘가 타라같은 사람이란 느낌이 드는데, 타라도 부끄러워하면서 할 건 다했으니까요. 19금 버전 타라같단 생각이 드네요.



걸트래쉬, 버피 외에도 최근엔 아내 있는 역할로 나오는 벤슨의 영화가 있답니다. 

<The Nightmare Gallery>라는 제목의 공포/스릴러 영화네요. 한국에 수입되지 않아서 저도 못봤지만 흥미로워 보여요.





<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는 현재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얼마전까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졌어요. 어딘가에 다시 올라올 것 같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 어디가 될지 기약이 없네요..

제가 쉴새없이 버피얘기를 하게된 걸 보고 드라마를 시작하신 저의 친구분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드라마를 보시다가 중간에 끊겨버렸지 뭐예요.. 하필 또 가짜레즈와 진짜레즈가 나오기 전까지만 시청하셨던데.. 제 탓은 아니지만 어쩐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른 다시 볼 수 있는 곳이 생기길 바랍니다.



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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