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첫눈이 내렸다.

소복이 쌓인 눈에 발자국을 슬며시 남겨본다. 발끝으로 하얀 눈을 뭉개버리자 금세 새까맣게 변한다.

지루해, 지루해, 지루해.


첫눈이라고? 대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


내가 이렇게 말했던 날, 너는 감성도 없냐며 나를 타박하곤 

창문 밖에 내리는 흰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었다.


그게 우리가 맞이한 첫눈이었다.


그 뒤로도 우리는 일곱 번 정도의 첫눈을 함께 맞았다.

별것 아니었다. 그냥 눈이 왔고, 네가 내 옆에 있었다.

칠 년간 빠짐없이 항상 그래왔다.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더 이상 내 옆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음을 몰랐다.

내 곁엔 항상 네가 함께였고, 우리는 항상 같이 있었으니까.

너의 존재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난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나의 변덕, 무관심, 제멋대로인 성격. 

칠 년간 너를 괴롭혔던 나의 부분들.

사실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고치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만은 내 곁에 있을 거라는 맹목적인 믿음 때문이었겠지.

너에게 익숙해진 나는 스스로 너를 잃게 만들고야 말았다. 우리가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텐데.


애꿎은 눈에게 실컷 심술을 부리다 보니 어느새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더 있으면 아마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지.

차라리 지독하게 아프게 되면 네가 나를 찾아오진 않을까. 전처럼 잔소리를 해대며 나를 챙겨주진 않을까.

헛된 기대를 하며 발에 묻은 눈을 툭툭 털고서 너와 함께 지내던, 이젠 고요함만이 남아있는 플랫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셜록?


환청인가? 이런, 멍청한.

존이 여기 있을 리가 없다. 이제 내 머리도 고장이 나버렸나.


셜록, 뭐 하는 거야.


분명한 너의 목소리.

그래, 환청 따위가 아냐. 이건 존의 목소리야.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자 네가 쭈뼛거리며 플랫 입구에 서있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네가 왜 여기에?

머릿속으로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느라 인상을 찌푸리는 나를 보며 너는 한숨을 쉰다.


"허드슨 부인 말로는, 네가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부인이?"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이런 상황을 만드셨군.

평소였다면 차나 마시지 왜 쓸데 없는 짓을 했냐며 화를 냈을 나지만 이번만큼은 뛸듯이 기쁘다.

마치 살인 사건 다섯 개가 한꺼번에 일어난 기분이다. 오늘이 크리스마스인가?


"맞아, 존. 나 많이 아파."


"괜찮아 보이는데."


"괜찮지 않아, 정말이야."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건 맞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됐어. 그냥 집에 갈래."


"존, 왜 온 거야? 정말 내가 걱정 돼서?"


"셜록, 넌 정말... 멍청해."


너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는 플랫 안으로 들어간다.

내가 왜 멍청이라는 거야? 플랫 안에는 갑자기 왜 들어가는 건데?

요새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짓만 골라 하는군.


뭐, 어쨌든 올해의 첫눈도 너와 함께니까.

그래, 그거면 됐다.














*

셜록 시점으로 썼습니다. 우하하...

대충 설명하자면 셜록이 줫같게 굴어서 빡친 존이 플랫을 나가버립니다... 물론 이별은 아니고 

걍 빡쳐서 며칠 동안 안 들어갔음요 

근데 셜록은 존이 자기랑 손절한 줄 알고 혼자서 구질구질 전남친 모드로.... 아련하게..... 

결론 = 셜록 바보

....






고죠유지 / 구 장르 : 한니그램 MCU 셜존 고유계 : @chemmmi_ani

쳼미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