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없는 지구를 저승이라 불러도 될까요 나 혼자 죽은 세상에 살고 있는 거겠죠 아직 미련이 남아 떠나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나는 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나는 자주 할 말들을 잊었지만 그리운 당신만큼은 잊지 못하겠더군요

영영 그렇게 남겨놓은 유언처럼 희미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당신 손을 입에 머금고 우리가 지새던 그 새벽을 홀로 보내고 나면 이제는 정말 끝이 나겠죠

당신은 거기 잘 계신가요 나는 아직 가끔 생각이 납니다


<오늘도 당신은 가지런히 벗어놓은 한 켤레 구두에 발을 꿰어 넣겠죠

이번 해 겨울은 아직 조금 춥지만 이듬해 겨울은 더 따뜻해질 거예요 나 없는 곳에서도 잘 지내야 해요 죽어 만나러 오면 마중이나 나갈게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수록 어떤 것이 그리운 만큼 시간은 흘러 내가 비워둔 자리를 바다처럼 가득 채울 거예요>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