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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한

진도경(A23)







재심 청구는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도경은 그 어느 때보다 혼원에서 얌전히 지내고 있었다. 서한이 얌전히 지내고 있으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주는 아니지만 엄마와 전화 면회도 가능하게 되었다. 종종 서한이 재심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는데 생각보다 진행이 빠르다는 말을 들으니 도경의 마음속에도 조금씩 작은 희망이 생기고 있었다.



"도경아, 재심 준비는 어떻게 돼가고 있대?"

"그러니까. 나도 궁금해, 알려줘! 잘 되고 있는 거 맞지?"



미호의 말에 형우도 궁금한지 도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 도경이 아직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자 잘 될 거라며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고, 고마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무척이나 어색했던 도경은 제가 뱉은 말임에도 부끄러웠는지 금세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저렇게 보면 도경도 아직 어린 티가 나긴 했다. 처음에 날이 선 채로 모두를 경계하던 도경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 형우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 더러운 세상은 언제나, 착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잔혹했다. 도경이가 하루빨리 이곳에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형우는 오늘도 기도를 했다. 제발 도경이의 재심이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 도경이. 미호. 가자 "



형우와 이야기를 끝내고, 미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밖에서 서한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점호 때 봤는데도 습관적으로 인사를 한 미호와 도경은 익숙하다는 듯 밖으로 나섰다. 처음엔 무언가 배우러 다닌 다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는 제법 빵을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처음과 달리 제법 빵처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처음에는 번번이 실패만 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빵이 부풀어 오르고 꽤 먹을만하게 만들어지자 드디어 베이킹에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



" 도경이, 들어보니까. 이제 제법 빵 잘 만든다고 하던데. "

" 네... 뭐. "

" 그런데 우리 도경이는 맛보라고 한 번을 가져오질 않네. "



서한이 웃으며 말하자 도경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한술 더 떠 미호가 옆에서 나는 가져다드렸는데 너무하다며 약 올리자 도경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역시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서한이 장난이라며 환하게 웃었고, 민망해진 도경은 머리를 긁적이며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하여튼 장난을 못 치겠네, 못 치겠어. 서한이 웃으며 말하자 그게 도경이 매력이라며 미호가 옆에서 거들었다. 좀 이따 보자. 미호까지 안으로 들여보낸 서한은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윤오로부터 도경이의 재심 재판이 곧 열린다고 들었다. 도경이를 이곳에서 보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겠지. 서한은 재심 청구가 통과되기 전까지는 밤마다 잠을 설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윤오에게서 전화가 오는지, 혹시 법원에서 서류가 도착했는지 확인하느라 바빴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지내다 보니 어느덧 재심 날은 딱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곳에서 도경을 매일 보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쉬울 것 같지만, 서한은 하루라도 빨리 도경이 바깥세상으로 나가서 제 삶을 찾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



" 어, 윤오야. 이제 더 필요한 건 없나? "



도경이 무죄 판결을 받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여러 방면으로 준비를 해놔야 했다. 복도를 걸으며 윤오와 짧은 통화를 마친 서한은 창밖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평소에 믿지도 않는 온갖 신들을 하루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소환해대는 턱에 신들이 노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모든 신들에게 빌붙어야 할 시기다. 이제 정말 하늘이 도경이를 도와줘야 하니까.





***





재판이 열리는 날 아침, 도경은 아침부터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다시는 법원에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법원 이송 차에 서한과 함께 오른 도경은 무릎 위에 얹어놓은 손이 조금씩 떨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 의지와는 다르게 손의 떨림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낀 도경은 수갑을 찬 두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 왜? 떨려? "



서한이 옅게 미소를 지으며 도경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더니 수갑을 풀기 시작했다. 갑자기 풀리는 수갑에 도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한은 그저 웃으며, 손에서 떨어진 수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가는 길이라도 편하게 가자. 서한의 말에 도경도 작게 미소를 보였다가 가벼워진 손목을 돌렸다.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주무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서한이 도경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갑작스러워 흠칫, 몸을 굳힌 도경이 긴장을 풀었다. 서한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가 긴장하고 있던 도경의 마음을 스르르 녹이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도경의 떨림도 멈췄다.



" 잘 될 거야. 그러니까. 긴장하지 마. "



잘 될 거야. 서한의 그 따스한 말이, 도경의 마음 한구석에 깊게 박혔다. 그래, 잘 될 거야. 분명, 잘 될 거야. 서한은 제자리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였기에 도경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에 보는 바깥 풍경. 그 낯선 풍경에 도경은 잠시 길게 숨을 내뱉었다.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도착했다. 그러던 중 도경을 실은 버스가 주차장에 멈추어 섰다. 가자. 도경아. 서한이 도경의 손을 꼭 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도경아, 이거 써. "

" 모자요? "

" 응, 밖에 귀찮은 사람들이 엄청 많네. "



서한이 모자를 왜 전해줬나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여기저기 카메라 커터 소리와 '억울하지는 않으십니까?, 왜 죽였다고 자백하신 거죠.' 등의 질문 세례가 쏟아지고 있었다.


 억울하게 감옥에 간 소년의 이야기. 

화제성이 높은 만큼 소식을 듣고 몰려온 기자들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도경은 서한에게 바짝 붙어 고개를 푹 숙였고, 서한은 도경의 손을 더 꽉 잡은 후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윤오가 도경을 반갑게 맞이했다. 



" 먹잇감을 물고 늘어지는 하이에나들도 아니고, 참 징하다. 도경이 오늘 기분은 어때? "

" 그냥... 그래요. "

" 그래, 아, 어머니도 와계셔. 재판 받는 곳에 앉아계실 거야. 도경아. 오늘 잘 해보자. "



윤오의 말에 긴장한 도경은 뒤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서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피고인석. 자리에 앉아 재판을 보러 온 사람들을 슬쩍 둘러보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제 뒤에서 저를 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어머니. 순간적으로 그날이 떠올라, 도경의 심장은 터질 듯이 쿵쾅거렸다. 아무 일 없을 거야. 도경아. 긴장 풀어. 갑자기 들려오는 다정한 말에 도경이 고개를 들어 윤오와 눈을 마주쳤다. 반드시 이길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찬 윤오의 눈을 마주치자 도경도 모든 게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좋은 생각만 하자.



" 재판장님 들어오십니다. "



그렇게 도경이의 인생이 걸린 재판은 시작되었다.





그 날, 그곳 : 언제나 태양은 떠오른다






" 이제 내일이네. 우리 도경이 나가는 날. "

" 네... 그러게요. "




그 날 재판에서 도경은 무죄를 판결받았다. 처음에는 경찰이 부실 수사를 인정 하지 않았지만, 윤오와 서한이 찾아놓은 증거들을 내밀자 더는 발뺌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도경이 어머니의 자백까지 더해지면서 재판은 점점 무죄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지막 증인 신문을 끝내고 최종 변론이 남은 상황. 윤오는 모두의 앞에 섰다.


'한 아이의 인생이, 단 하루 만에 어른들에 의해 망가졌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른이 된 아이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주고 싶습니다. 한 아이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


윤오의 말을 듣던 도경은 갑자기 떨어지는 눈물에 급하게 소매를 눈에 가져다 댔다. 아무렇지 않다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았던 것이다. 자리로 돌아온 윤오가 눈시울이 빨개져 있는 도경을 보자 손을 꼭 잡아주었다. 뒤쪽에 앉아있던 도경의 어머니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재판장의 무죄를 선고한다는 소리에 도경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그걸 지켜보던 윤오와 서한, 그의 어머니는 물론 구경하던 이들조차 눈물을 짓게 만들 정도로 서러운 울음소리였다.




" 나가면 잘 살고, 맛있는 거 좀 먹고, 잠이나 실컷 자라. "




그 날을 회상하던 도경의 표정이 점점 나쁘게 변했다. 벽에 기대 도경을 지켜보던 영도가 부러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대는 덕분에 도경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 너 없으면 이제 나 누구랑 싸우냐. 미호가 웃으며 투덜거리자 도경이 미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 넌, 그만 싸워도 돼. 애도 아니고. "

" 뭐라고, 이 새끼야? "

" 뭐... 면회 올게. 특별히. "

" 야! 뭐 하러 면회를 와. 이쪽 방향으로는 오줌도 싸지마. "



그래, 알았어. 도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미호도 피식 웃었다. 서한이 마지막 수업을 가자며 도경과 미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영도와 형우만 남은 방은 정적이 흘렀다.



" 저 꼬맹이 나가면 우리도 심심하겠다. "

" 그러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많이 순해졌지. "

" 우리도 그랬으려나. "

" 우린, 더 했지. 말이라고. "



처음 도경이 들어왔을 때를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며 눈을 지그시 감은 형우는 비로소 도경이 왜 그렇게 까칠했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고통은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야, 오늘 마지막 환송회 그런 거 하나? " 



갑자기 환송회 이야기를 하는 영도를 바로 보던 형우는 네가 답지 않게 그런 소리를 한다며 웃었다. 자기도 부끄럽기는 했는지 영도가 시끄럽다고 빽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온 서한에 급하게 입을 다물기는 했지만. 여전히 얼굴은 빨갛게 익어있었다.



" 영도 얼굴이 왜 이래. 너네 싸웠니? "

" 아닙니다... 안 싸웠는데요. "

" 교관님, 영도가 환송회 하고 싶다고 그러네요. "



환송회라. 서한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마지막이니까 파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도경에 대한 이미지가 불쌍한 아이라고 퍼져있기 때문에 금방 허락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영도 좋은 아이디어네. 물어보고 올게. 서한이 빠른 걸음으로 문을 닫고 나가자 형우가 영도보고 한참을 웃었다. 열이 뻗친 영도가 베개를 들어 벽에 던지는 것을 시작으로 둘은 한바탕 신나게 머리를 쥐어 뜯었다.



-



그날 저녁, 서한은 케이크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도경이와 마지막 파티를 하고 싶다는 말에 원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서한은 그 길로 밖으로 나가 케이크를 사 왔고, 도경이 엄마와 전화 통화를 위해 방을 나선 동안 형우와 영도, 미호와 함께 파티를 위해 준비를 했다.



" 이제 도경이 온다는데. 자자, 케이크 불 잘 붙이고. "



서한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도경을 맞이할 준비를 위해 케이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문 앞에 멈춰서자 다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도경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미호는 준비한 폭죽을 터트렸다. 축하해! 형우와 영도의 축하인사까지 들려오자 도경은 어안이 벙벙한 듯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얘, 굳었다. 굳었어. 영도가 웃으며 말하자 서한이 도경을 케이크 가까이 끌고 가더니 빨리 촛불을 끄라고 말했다. 도경이 천천히 촛불을 끄자마자 한바탕 크게 소리를 지르던 아이들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도경이의 얼굴에 케이크를 묻혔다.



" 잘 살아라 "

" 축하한다 "

" 행복해야 해. "



여기저기서 축하의 말이 오가고, 도경은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쓱 닦아내더니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씩 웃으며 제 옆에 있던 미호에게 생크림을 묻혔다. 야, 너! 미호의 외침에 슬슬 뒷걸음 치던 형우와 영도를 발견한 도경은 양손에 생크림을 묻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결국, 모두가 얼굴에 생크림으로 범벅을 하고 나서야 잠잠해졌고, 생크림으로 범벅이 된 아이들을 보던 서한이 크게 웃으며 사진기를 들이댔다. 자자, 사진 찍자.



" 하나, 둘, 셋. "

" 미호! 여기 봐야지. 한 장 더 찍자. "



그렇게 그들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서한이 사 온 음식들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도경이 혼원에 와서 처음으로 많이 웃은 날이었고, 그들과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날이었다. 잠을 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도경이의 출소 시간이 되었다. 함께 방에 있던 서한도 시계를 확인하고 도경이를 바라보았다. 도경이 이제 가야겠네. 그 말에 도경은 괜히 긴장이 되어 침을 삼켰고, 다른 이들은 미리 챙겨놓았던 도경의 짐을 하나씩 챙겨주었다.



" 이제 나가자. "

" 네... "



형우가 도경의 어깨를 툭툭 치며 조심히 나가라고 말했고, 영도는 별다른 말 없이 도경을 세게 안아주었다.



" 야... 네가 울면 내가 어떻게 가냐. "

" 나... 우는 거 아니거든.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

" 거짓말은 좀... 성의껏 해봐. "



도경의 말에 미호가 소리를 지르며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한 번 터진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는지 점점 더 울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미호를 바라보던 도경에게까지 눈물이 옮았는지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결국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막내들이 껴안고 눈물을 쏟아대는 꼴이 꽤 귀여웠다. 얘네, 언제 이렇게 친해졌냐? 형우와 영도도 아이들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미호랑 도경이가 서로를 엄청 사랑했나 보네.



"아니, 흡, 거둔요. "

"저도, 흐읍, 별로. "



사랑한다는 말에 아니라며 반박을 해대는 아이들에게 휴지를 건네준 서한은 이제 나가야 한다며 도경의 짐을 대신 들어주었다.



" 그동안, 흡... 감사했, 후, 습니다. "



도경이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서한을 따라나섰고 방문은 천천히 닫혔다. 도경이 훌쩍이며 서한의 뒤를 따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처음 감옥에 들어왔을 때 입었던 옷이 교복이었기에 서한이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병원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에 서한을 따라나섰다. 살면서 다시는 사복을 입고, 바깥세상을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서한을 따라 차에 오른 도경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보니 여기가 이런 건물이었구나. 높게 쌓아 올려진 건물,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건물. 이 모든 게 꿈 같았다.



" 아직 실감이 안 나지? "

" 네... "

" 도경아, 병원에서 지내기 불편하면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는 건 어때? "



어머니의 병원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운전하는 내내 조용했던 서한이 도경에게 조용히 제안을 해왔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도경이 말을 잇지 못하자. 천천히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겼고, 고개를 끄덕인 도경은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혼자 병실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굳이 같이 가겠다는 서한과 함께 병실로 올라갔다.



" 엄마. "



우리 아들, 어서 와. 침상에 누워있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도경에게 다가왔다. 엄마를 보자마자 또 눈시울이 붉어진 도경은 눈물을 참기 위해 하늘을 올려보기도 하고, 눈을 깜박여보기도 했지만 자신을 꼭 안아주는 엄마의 따뜻한 체온에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늘만큼은 아이처럼, 엄마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도경의 마음을 안다는 듯 어머니는 천천히 등을 쓰다듬어주며 고생 많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리 아들, 엄마가 미안해. 정말 고생했어. 그 어느 때보다 듣고 싶었던 엄마의 말을 들으며 도경은 그동안 묵혀두었던 썩은 감정들을 모두 쏟아내었다.



" 사랑하는 내 아들. 우리 그날, 그 곳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리자. "



엄마의 작은 속삭임을 들으며, 도경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응, 엄마. 우리 꼭 그러자. 도경은 이제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를 더 꼭 껴안았다.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ㅎㅎ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건..제가... 외전으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서한이와 도경이를 아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소소하게, 취향 타는 글을 씁니다.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과는 완연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분위기를 현실로 끌어오지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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