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교육은 대한민국에서 유명했다. 첫번째로는 수준 높은 교육으로 유명한데, 선생님들 대부분이 하버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등등 세계 명문 대학 스펙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 그래서 각 고위장관의 자녀들부터 시작해서 대기업 자제분들까지 심지어는 해외 명문가 자제들 또한 W 교육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지만, 입학조건부터가 까다로워 쉽게 입학을 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W 교육은 유치원부터 시작해 대학교까지 연결되있기 때문에 중간에 전학생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유치원부터 입학을 하지 않는다면 W 교육자체를 받기가 어려워 그 경쟁이 더더욱 심했다. 하지만 W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 모든 학생들은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왜? 일단은 인맥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래서 W 교육이 수준높은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맥이였다. 유치원때부터 만들어진 인맥은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니까.


그리고 지금 W 고등학교 학생인 박지훈이 엄청난 소식을 들었다.





"야!! 대박!! 특종이야!!"


문을 벌컥열고 들어온 지훈이 때문에 창가에 앉아있던 대휘와 진영은 깜짝 놀랐다.


"아씨.. 깜짝이야."

"박지훈. 좀 조용히 들어오면 안되냐? 아침부터 왜 이렇게 요란하게 들어와."


지훈을 보며 한마디씩 타박하는 대휘와 진영이다. 하지만 지훈은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그들의 옆자리에 자리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둘러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중해 보였다.


"얘 왜이래?"

"몰라.. 아침부터 뭔일 있었나.."

"야야, 내말 잘들어. 나 아까 방금 교무실 갔다왔거든? 근데 엄청난 걸 들었다?"

"뭔데?"


지훈과 대휘, 진영, 그리고 잠자고 있는 관린이 말고는 아무도 없는 교실인데 굳이 주변을 살피며 말하는 지훈의 모습에 대휘와 진영은 의아해 했다. 뭐길래 저렇게 비밀스럽게 말해?


"이번에 전학생이 온대."

"......뭐??!!?!? 진짜로?"


세상에서 제일 놀란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는 대휘때문에 진영은 지훈의 말보다 대휘의 목소리와 행동에 더 놀라 심장을 움켜쥐었다.


"아씨, 놀래라. 이대휘! 좀 조용히 놀라! 심장떨어지는 줄 알았네."

"야! 이게 안 놀랄 일이냐? 전학생이라잖아!! 진심이야?"

"어! 진짜라니까? 아까 교무실에 갔는데 다음주쯤에 전학생오니까 잘부탁한다고 교장선생님이 말하던데?"

"교장선생님이? 진짜로?"

"근데 우리 전학생을 아예 안받잖아. 너가 잘못 들은거 아니야?"


지훈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대휘와 진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지훈을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아무래도 아침이니까 잘못들은게 아니냐는 눈초리로.. 억울한 마음이 가득한 지훈은 답답해서 가슴을 팡팡 쳐가면서 거짓말이 아니라고 했지만, 대휘와 진영의 눈빛은 여전히 의심이 가득했다.


"혹시 대기업 자제인거 아니야?"


잠을 자고 있던 관린은 시끄러운 소리에 깨서 그들이 하는 이야기에 말을 덧붙였다.


"대기업 자제면.. 얼마나 대기업이길래?.. 지금 학생들말고 상위레벨 중에 우리 또래가 있어?"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박지훈이 잘못 들은 거네."

"아니라니까?!?!"

"생각을 해봐. 우리보다 상위레벨이면 유치원때부터 입학했겠지. 그리고 여기는 전학생 자체를 안받는다니까? 그럼 결론이 나오네."

"박지훈이 아침부터 헛것을 들었다는거."


아침부터 전학생 사건은 지훈이 헛것을 들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훈은 억울한 듯 진짜라고 말했지만, 대휘와 진영, 그리고 관린은 그저 익숙하다는 듯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

.

.

.


"우진이는 안본사이에 많이 컸네?"

"저 원래 컸습니다!"

"그래그래. 많이 컸어. 특히 키가."


어제 저녁에 한국에 도착한 민현은 아침부터 다니엘을 보러 회사를 찾아왔다. 오랜만에 보는 우진에게 그저 인사말처럼 말을 건넸지만 우진은 민현의 말에 발끈했다. 하지만 민현은 우진의 반응에 익숙하다는 듯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는 쇼파에 앉아 다니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일 처리는 다 끝난거야?"

"일단은."

"일단은? 그럼 아직 마무리 안됬다는 거야?"

"어. 아직 재환이가 남아서 마무리 짓고 있어."

"왜? 무슨 문제라도 생긴거야?"

"문제가 생긴건 아니야. 프로젝트 유출사건으로 중국지사 주식 하락한 것 때문에 재환이가 정리하고 있거든."


민현은 테이블에 놓인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이야기는 한국 오기전에 전화상으로 거의 전달했기 때문에 할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어제 W 갔다 왔다며. 너가 거기에는 무슨 볼일로 갔냐?"

"그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건 없지."


다니엘은 그저 침묵으로 대답했지만 그냥 넘어갈 민현은 아니였다.


"왜 갔는데? 딸이라도 생겼냐? 아니면 아들?"

"헛소리는, 사람을 주웠어. 3달전쯤 길거리에서."

"엥? 그게 뭐야. 사람을 주웠다고? 근데 그게 학교랑 무슨상관이야?"

"그 애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나봐. 그날 주웠을 때, 몸이 망신창이였거든. 특히 무릎이 완전 망가져서 병원에 3달동안 입원해 있었어."

"뭐? 그 애는 괜찮아?"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근데 어제 학교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학교 안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그런 일을 겪었는데 그 학교가 좋을리가 없지. 근데 출석에 문제가 있어서 학교 안가면 졸업장 못받는다고 해서, 전학시키려고. 고등학교는 졸업해야하니까."

"그래서 W로 보내려고? 근데 거기는 전학생 안 받잖아."

"왜 안받아. 그 학교가 우리 회사 라인인데. 저번에 인수인계한거 까먹었어? 형이 했잖아."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 애를 W로 전학시키려고?"

"어. 그러면 안전하니까. 근데 좀 수상한게 있어. 그 애를 괴롭힌 애들 중 주동자가 K그룹 자제라고 하더라고."

"K그룹? 뭐가 수상한데?"


민현은 손에 든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다니엘은 민현이 커피잔을 내려 놓는 것을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알기로는 그 회장 아들하나 딸 하나인걸로 알고 있는데, 아들 나이가 29이란 말이야."

"잠깐만. 그럼 말이 좀 이상한거 같은데. 그애가 몇살인데?"

"18살."

"그럼 주동자도 같은 나이라는 건데, 아들 나이가 29살이라는 게 말이 안되잖아."

"그니까. 우진이가 알아보기로는 왕따 주동자는 K그룹 자제라고 말했단 말이야. 근데 공식적인 파티나 미팅에서 K그룹의 아들 2명을 본적이 없거든. 한명이면 몰라도."

"주동자가 K그룹 자제가 아닐 가능성은?"

"아니. K그룹의 아들이 맞는게 확실해. 왜냐하면 선생들 말로는 강하민이 한번 학교로 온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내 생각에는 강하민이 숨겨둔 자식인거 같아. 형이 그것 좀 알아봐줘. 강하민이 왜 아들이 한명 더 있는데 숨겨두는 건지."

"알았어. 알아볼께."


민현은 다니엘의 눈빛에 약간의 살기가 느껴지는 것에 잠깐 놀랐다. 어렸을 때부터 봤지만, 이렇게 화난 모습은 처음인 것 같아 갑자기 그 애가 누군지 궁굼해 졌다. 누군데 다니엘이 이렇게 화가 났는지..


"근데, 알아보기 전에 너가 나한테 보여줘야 할 사람이 있어."

"누구를?"

"그 애!!"



.

.

.

.



"다니엘!!! 다녀오셨어요!!!"


성우는 다니엘이 왔다는 연락에 방에서 다니엘을 옷을 정리하다말고 뛰쳐나와 현관까지 도도도 뛰어 다니엘에게 안겼다.


"성우, 의사가 뛰지 말라고 했을텐데."

"아, 죄송해요. 다니엘 왔다길래 너무 기뻐서. 헤헤"


다니엘은 자기한테 뛰어와 안긴 성우를 들어서 품속에 안고는 거실로 향했다. 성우는 다니엘에게 안겨 거실로 가는 도중 다니엘과 우진말고 한명 더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다니엘, 저기 누가 있는데.. 누구에요?"

"안녕! 너가 성우구나? 반가워."


민현은 자신을 본 성우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경계심이 심하지는 않지만, 성우는 낯선 사람이라 다니엘의 목을 더 세게 끌어안고는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그 모습에 당황한 민현은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댔다.


"인사해야지."

"누군지 모르는데.. 싫어요."

"나랑 친한 형이야."


다니엘은 일인용 쇼파에 성우를 안은 채 앉았다. 그러다 보니 성우는 자연스레 다니엘의 허벅지에 앉아, 다니엘의 목에 얼굴을 묻고는 웅얼거리며 민현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다니엘의 형이에요?"

"응. 그러니까 인사해야지."


성우는 파묻었던 얼굴을 들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라고 말하고는 다시 얼굴을 다니엘쪽으로 돌렸다. 그런 모습이 마냥 귀여운 민현은 쇼파에 앉아 성우의 환심을 사기위해 선물이라며 쇼핑백을 주었다.


"이게 뭐에요?"

"너가 군것질 하는 거 좋아한다 해서. 마음에.. 안들어?"

"아..아니.. 그.. 과자에요?"

"아니. 과자말고 초콜릿이랑 젤리. 아이스크림까지 사왔어!"


성우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에 다니엘의 허벅지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민현의 옆자리로 이동해 민현이 쥐어준 쇼핑백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각종 초콜릿과 젤리가 가득 들어있었고, 한편에 아이스크림이 고고한 자태로 성우를 쳐다보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이거 제꺼에요?"

"응. 너 먹어."


성우가 행복한 마음에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열려고 하는 순간,


"안돼. 이제 밥먹어야지. 내일먹어."

"다니엘, 아이스크림 녹으면 안되니까.."

"안돼. 우진아 이거 성우 과자상자에 넣어놔. 아이스크림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우진은 성우의 손에 든 쇼핑백을 가져갔다. 성우는 간절한 눈빛으로 우진을 쳐다봤지만, 우진은 옅은 미소를 짓고는 성우의 손에서 자신의 손으로 쇼핑백을 옮겼다.


"다니엘, 너무해!"

"밥먹어야지. 내일 아이스크림 많이 사올테니까 일로와."


성우가 벌떡 일어나 다니엘에게 삐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지만, 다니엘은 성우의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민현은 이런 상황이 그저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우진과 아주머니는 익숙하다는 듯이 각자 자신들이 할 일을 했다.


다니엘은 성우를 무릎에 앉히고는 학교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실은 다니엘은 성우가 학교 이야기를 하면 불안해 할것을 알기에 일부러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옹성우. 다음주부터 학교가야 돼."

"...학교요? 왜..왜..가야.."

"그대신 그 학교는 안가. 다른데로 갈꺼야."

"... 어디로요?"


성우는 다니엘과 마주보기 위해 몸을 돌려 다니엘을 쳐다봤다. 성우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꺼 같이 눈가가 촉촉했다.


"그 애들이 너를 못찾아 오는 곳으로. 그니까 불안해 하지마."


성우의 눈물에 약한 다니엘은 성우를 끌어 안았고, 성우는 자연스레 다니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우진이 학교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고 할꺼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알았지?"

"...알았어요."


.

.

.


다같이 밥을 먹고는 성우는 끝내 다니엘을 설득해 쇼파에 앉아 민현이 준 아이스크림 통을 열었다. 우진이 옆자리에 앉아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 민현은 다니엘을 툭툭 치고는 서재를 가르켰다.


달칵-


"애가 착하네."

"그런 일을 겪은 애라고는 안 보이지?"

"그러게.."


민현과 다니엘은 담배갑을 열어 담배 한개비를 꺼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재 옆에 딸린 테라스로 몸을 이동했다. 난간에 팔을 걸치고는 담배에 불을 붙인 둘은 잠시동안 말이 없었다.


"되게 생소했다."

"뭐가?"

"너가 성우한테 하는 행동이.."

"나도 종종 생각해. 내가 이런 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다니엘은 담배 한모금을 마시고는 연기를 뱉어냈다. 자욱하게 퍼져나가는 연기를 보며 다니엘은 말을 이었다.


"근데, 성우를 보면 뭔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

"크큭, 나도 그 생각 했어. 오늘 처음 보는 애인데 마음이 가더라고."

"처음에는 그저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거 치료만 해줘야지' 그런 생각이였어. 같이 살 생각도 없었거든."

"근데 어쩌다 같이 살게 됬냐?"

"고아라고 하더라고. 근데 고아라고 말하는 그 눈동자가 엄청 슬프더라. 엉망진창이던 모습이랑 그 눈동자랑 겹쳐서 보이니까..."

"......"

"그리고 나서 우진이한테 부탁했어. 성우가 엉망친창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과거는 어땠는지."

"...어땠는데?"

"고아라는 이유로 중학교때부터 맞았다고 하더라."

"중학교때부터?"

"응. 그래서 우진이한테 그 이야기 듣고 성우한테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

"뭐라고 해?"


'엄마랑 아빠가 없는게 그 애들에게는 우스갯 소리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것이였어요..'

'제가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선생님한테는 제가 아픈게 아니라 그 애가 어느집 자식인지가 더 중요했던거에요.'

'제가 구타를 당한다는 걸... 근데 선생님들은 방관했어요.'

'저는 가만히 있었고 그애들이 괴롭힌 건데 왜 제가 잘해야한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니엘의 말을 들은 민현은 화가 났다. 성우의 학창시절은 불쌍하다 못해 비참했다. 맞는게 일상이였다는게 말이 되는 건가... 심지어는 구타당하던 날, 죽을 뻔한 성우를 길거리에 놔두고 갔다는 게 웃기지도 않았다.

둘사이에 침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재문이 벌컥 열리고는 성우가 들어왔다.



"다니엘! 민현! 우진이 내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어!!"

"아닙니다! 그게..!"


성우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다니엘과 민현은 해맑게 웃으며 투정부리는 성우의 모습에 왠지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둠칫두둠칫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