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누군가를 속인 날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공범이 뒤에 숨어있었다.


그를 일부러 숨겨줄 생각은 없었다. 한 일주일 전부터

알아서 그곳에 숨어 있었다.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실없는 농담으로 그와 시간을 때우면 어느새 밤이 왔다.

그와 함께라면 밤이 참 쉽게도 왔다. 멍하니 거짓말을 생각하기보다 방치를 선택했다.


그는 책임감을 요구하지 않았다. 처음 누군가를 속인 날

그는 흔한 책임감 하나 없이 뒤에 숨어 노려보고 있었다.

세상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를 방치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나도 저것을 탈 수 있었다며 자랑했다.

처음 누군가를 속인 날

나는 그에게 도로 위의 바람을 자랑했다.

2020.03 한국미소문학 등단 / 입시, 입사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문의는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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