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레아×농장주입니다. 레아 호감도10 이벤트 강한 스포가 있습니다. 제멋대로인 해석이 많습니다. 농장주의 성별을 딱히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읽으시는 분 마음대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후원상자 뒤에는 늘 그렇듯 글 쓰게 된 계기를 포함한 아무말을 썼습니다. 딱히 결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대학교에서 우연히 그 전시품을 봤을 때부터였을까?


다른 사람들에게서 호평을 다소 받지 못하던 그 작품은 어째서인지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조자에서 일을 할 때도 틈틈히 여가생활을 즐기려 미술관에 가봤지만, 아무리 훌륭한 평가를 많이 받은 작품들도 그때 그 아마추어 작품보다는 못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은 날마다 늘어가고, 바로 위 상사들은 날이 갈수록 일을 더 떠넘기고, 동료들은 일을 떠맡기 싫으니 '나'를 피하고..


이대로는 정말 멍청하게 반복적인 일만 하다 죽을 것 같았다.


참 다행히도, 그때 할아버지께서 주셨던 편지봉투가 생각났다.


그리고 편지봉투를 연 뒤, '나'는 스타듀밸리에서 농장주로서의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


물론 농장에 와서도 농장주는 주구장창 돈 버는 데에 집중했다.


도시에서 겪었던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일까.


농장주는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를 잘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물론, 씨앗을 사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몇몇 사람들과는 대화를 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농장주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이웃의 따뜻한 정 덕분에 이웃들과 소통하기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봄이 거의 다 지나갈 때였나?


농장주는 마을 사람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마을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졌지만, 여전히 농장주의 삶은 무언가 살짝 부족한 감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앗, 잠시 이쪽으로 와볼래?"


지나가던 농장주를 레아가 붙잡곤 상담을 했다.


어찌보면 흔한 이야기였다.


꿈을 이루고 싶지만 냉혹한 현실.


주변인 중 아무도 제 꿈을 응원하지 않아 낯선 곳으로 무모하게 한 도피.


레아는 농장주를 나름 친근하다 여겼지만 농장주는 레아를 그냥 마을 사람들 중 하나로 여겼기에 농장주 역시 레아에게 현실적인 측면에서 조언을 하려고 했다.


..그 작품을 보기 전까지는.


"이거 네가 만든 거야?"


"어? 응, 맞아."


우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농장주는 그 작품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재료나 모양은 다르긴 하지만, 그 작품은 자신이 대학에서 봤던, 그 작품과 양상이 비슷해 보였다.


감탄사를 내뱉으며 자신의 작품을 바라봐주는 농장주에게 레아는 더욱 깊은 친근감을 느꼈다.


"혹시, 주.. 아냐."


실례일지도 몰랐다.


혹시라도 주주 시티에 있을 때 대학에서 봤던 그 작품이 레아의 것이 아니라면, 다른 작가의 작품과 닮았다고 말하는 것은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하지만 그 짧은 말 한 마디에서 레아는 농장주가 하려는 말을 알아차렸다.


주주 시티에서 딱 한 번, 대학에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저를 배려하는 농장주가 귀여워서, 레아는 모르는 척했다.


"마을에서 전시회를 여는 거야."


조곤조곤한 목소리.


"틀림없이 신문에 네 이야기가 가득 실리겠지."


침착한 듯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


"넌 예술가로 성공할 수 있어, 분명해."


자신이 더 들뜬 듯한 목소리.


-개인 전시회를 열 거야!


-네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레아.


과거에 전 남자친구인 켈이 했던 말과는 달랐다.


레아가 하고 싶었던 말을 농장주가 하고 있었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


이를 보내주는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 긍정의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거, 켈이 했던 말과는 다르게,


레아는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


설렜다.


"네 말대로 마을에서 전시회를 열 거야!"


목소리마저도 들떴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응원해줄 거지?"


네가 응원해준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연하지, 레아!"


농장주의 목소리도 들떴다.


활짝 웃으며 농장주는 레아를 바라봤다.


서로가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


"역시, 네가 여기로 지나갈 줄 알았어!"


"..레아? 무슨 일이길래 그래?"


"보여줄 게 있어서 그래, 잠시만 이리 와봐."


농장주는 나름 바빴지만 그래도 연인의 부탁을 거절할 정도로 못된 인간은 아니었기에 못 이기는 척 레아를 따라갔다.


"짠! 어때?"


레아가 가리킨 곳에는 간이탁자와 간단한 요깃거리, 그리고 고급와인이 있었다.


"너랑 언젠가 피크닉 하고 싶었어."


수줍은 듯 얼굴에 단풍이 든 레아가 농장주를 바라봤다.


자연스레 와인을 따서 레아의 잔에 부으려던 농장주는 레아가 말을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네가 많이 응원해준 덕분이야."


둘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아, 와인은 지금 마시진 못 하겠는 걸?'


농장주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둘의 입술이 닿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둘만의 좋은 시간을 방해받은 농장주는 레아에게 낯선 남자를 아냐고 물으려다 관뒀다.


'그냥 아는 사이.. 라기엔 레아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


남자는 레아의 전 남자친구였던 켈이었고, 둘이 옥신각신하다 켈이 레아의 손목을 확 낚아채려하자 농장주는 저도 모르게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넌 뭐야?"


"이러지 마시고 대화로 하시죠."


"너랑은 할 말 없어, 썩 비켜."


농장주는 레아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레아의 눈빛도 농장주에게 잠시 비키길 권하는 듯했다.


"쯧, 재수없게. 까불지 마."


걱정이 무안하게도 레아는 시원하게 켈을 반죽여놨다.


"아쉽게도 오늘 피크닉은 못 하겠네.. 이거 치우고 우리집으로 갈까?"


"어? 그래, 집에서 마저 하자."


농장주는 레아가 못 다 한 피크닉을 마저 하기 위해 농장주를 제 집에 들인 줄 았았으나, 레아는 농장주에게 은은한 눈빛을 보냈다.


"..레아? 이러다 와인 쏟겠어.."


분위기를 읽을 줄 모르는 농장주의 말에 레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농장주의 손에 들려있는 와인잔을 낚아챘다.


"역시, 네가 만든 와인이라 그런지 더 맛있네."


"그래?"


"너도 먹어봐."


"...!"


이리듐 별등급의 스타후르츠로,


정성껏 시간을 들여 와인으로 담그고,


더 정성껏 시간을 들여 숙성한 와인이었다.


그런 와인보다도 더 진하고,


달콤하게,


레아와 농장주의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입 안을 헤집는 와인향과 연인의 향 탓인지 둘의 숨은 더욱 가빠졌다.


너무 진하게 키스에만 집중한 탓일까?


와인이 잘못 넘어갔는지 농장주가 기침을 해댔다.


"어떡해! 괜찮아?"


"으.. 괜찮아. 괜찮아, 레아."


농장주가 뱉은 와인은 농장주는 물론 레아의 옷도 다 적셔놨다.


"잠깐만, 농장에 가서 갈아입을 옷 좀 가져올게."


레아는 농장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손을 잡았다.


"..레아?"


"옷이야 말리면 되고, 어차피 곧 사라질 텐데 번거롭게 새로 가져올 필요 있어?"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레아는 농장주를 밀어뜨렸고,


농장주는 가녀리게 레아의 침대에 눕혀졌다.


"레아.. 그.. 이건.. 읍!"


"쉿! 자기야, 분위기 읽어. 맨날 요 입이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막아야겠어, 아주."


몇 번이나 입을 맞췄을 때였을까?


농장주는 정신이 몽롱해져 힘이 빠졌다.


"와, 내 애인 너무 귀엽다."


"..레아."


"쉬잇.. 수고했어, 잘 자."


왠지 레아에게 압도당하여 힘이 쭉 빠졌지만, 농장주는 곧 자신의 얼굴이 빨개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아가 봤으면 분명 또 홍당무라며 놀렸을 게 뻔했다.


눈을 감은 레아를 보며 농장주는 레아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그리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레아."


"나도 사랑해, 자기야."


자는 줄 알았던 레아는 농장주의 손을 낚아채고는 손을 가볍게 잡았다.


둘은 서로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잠에 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뮤즈인 이들은 누가 뭐래도 행복하게 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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