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어찌 보면 깊은 우물,
이 깊은 구덩이에 잠식되어 있을 때
가장 힘이 드는 것은
바로 한 치 앞만 보인다는 사실
가까스로 고개를 빳빳이 들어
내 머리 위 하늘을 보아도
아주 작은 세계의 편린만이 보이고
스스로는 더욱 깊어질 뿐
우울시계가 한없이 흘러간다
때로는 아주 느리게,
실은 아주 빠르게
아마도 발 밑에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이
아가리를 쩌억 벌리고
호시탐탐 나를 엿보는 듯싶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구덩이는 깊어지고
갈수록 차라리 갇혀있는 것이 편하다고 느껴진다

내 안의 창조력
내 안의 샘은 말라서
아무것도 길어올릴 수가 없다

멀리 보지 못해
한 치 앞만 보고
기뻐하고, 화를 내고, 슬퍼하지
먼 곳엔 미래가 없다
정말로 나를 잡아먹는,
스스로 죽어가는
엉망진창의 내가 되어버렸네.



잠잠할 날 없는 在들에 평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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