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안 풍(어디까지나 풍입니다.) 판타지 AU.

*실제 역사 고증은 무리입니다. ;ㅁ;

*호칭도 마음대로입니다.



향기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의 인품이라던가 그런 것에 구애받는다고 믿는 사람도 많고, 그것을 즐길만한 여유는 재력이라던가, 풍류에 대한 관심이라던가 그런 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없으므로, 향기를 즐길 수 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상류층의 상징이다. 


그런 상류층 사이에서 요근래 가장 향기가 좋은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 없다고 일컬어지는 동궁. 빛을 받으면 붉은 빛으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그 사람이다. 


하층민이었으면 금방이라도 요괴라고 일컬어지며 이 헤이안쿄에서 쫓겨났겠지만, 혹은 조금이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재앙의 근원이라고 불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는 언제나 완벽하고, 성실하게 모든 일을 해냈다.


"형님."

"뭐야."


늘어지는 여름, 칠석제도 겨우 지나고 (동궁은 미려한 피리 소리를 피로했다.) 간신히 손에 넣은 자유시간에 향로에 불을 피우고 목간을 읽고 있으려니 동생이 나를 찾아왔다. 동생이라고는 해도, 어머니가 다른 이복 동생이다. 태정대신 쯤 되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리 이상하지는 않다. 사이도 뭐, 죽네사네하고 난리치는 게 아니니까 좋은 편일 것이다.


"아버님이 부르세요."

"무슨 일로?"

"그것까지는."


테츠야가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등청한지 얼마 안 되서 쿠로코노키미라고 불리며 모 부인의 열렬한 마음을 받고 있는 녀석이지만 이럴 땐 정말 어려보인다. 동생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숨을 쉬고 목간을 한쪽으로 치운 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



"아카시노미야가 너를 부르셨다."

"…?"


태정대신의 자리에 있는 아버지가 나를 보자마자 던진 말에 순간 머리속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 했다. 방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 왜 나를? 


"혹시 아카시노미야에게 뭔가 들은 말이 있느냐?"

"전혀 없습니다."

"…일단 내일 채비를 해서 동궁에 들리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살가운 부자 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그정도만 대화하고 금방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방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뭐야, 아직 안 갔냐?"

"향을 맡다보니 조금. 형님의 조향 솜씨는 여전히 대단하네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냐. 그냥 취미고."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향을 빚는 것은 따로 집안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하지만, 무슨 향을 얼마나 조합할 것인가 연구하는 것은 내 취미다. 나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집안 사람들만 겨우 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너라던지?"

"그럴지도요."


동생이 툭하고 말을 던졌다. 동생의 교우관계는 때때로 내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넓어서, 얼마 전에는 견수사로 간 카가미노키미를 마중하러 해안으로 간 적도 있다. 대체 어디서 만나서 어디서 친해졌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나는 태평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동생 나름대로 충격에 대비한 방어막이였던 것이다.



-



"마유즈미노키미?"

"네."


발 너머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더욱 숙인다. 흑은 너무 짙어서, 대신 붙여진 이름이 마유즈미. 싫은 건 아니다. 정작 동생이 흑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땐 조금 미묘했지만.


"가끔 흩뿌려지는 향기가 마음에 드는데, 정작 그 주인을 찾지 못 했지."

"…?"

"꽤 놀랐어. 태정대신의 장남이 이렇게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줄이야."

"기적의 세대 여러분들과는 다른 평범한 인간이니까요."

"그렇지만 그게 아무렇지도 않은 건 드물지."

"…."

"혹은 기회만 된다면 이겨주려는 것도."

"…."

"어느쪽이든 괜찮아. 다만 가끔은 나를 만나러 와서 향기를 맡게 해주면 고맙겠어."

"…그렇습니까."

"용건은 그것뿐이야."


발 너머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였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군. 하지만 덕분에 이쪽도 고세치 춤까지 춰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던 참이니까 피차일반이라고 생각하자고."


고세치 춤은 부인이 추는 거잖아. 그걸 왜? 아, 그것 대신 칠석제에서 피리연주를 한 건가.


"…명, 받듭니다."


도통 이해 못할, 그러나 충격적인 동궁의 명령에 입 다물고 그것만 말했다. 살아있는 신의 현신. 그 후계는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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