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겸 오늘은 회사 샌드위치 데이기도 해서 연차 나온 김에 부모님 두 분 종합검진을 따라왔다. 처음엔 카드만 주고 집에서 쉬려 했더니 대장내시경은 반드시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 해서, 그 옛날 치과 가기 싫다고 엄마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울고불고 개난리를 치던 다섯 살 짜리 딸랑구가 서른살 보호자가 되어 검진에 따라오게 되었다.

아침 7시 반부터 기다린 검사가 거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던 11시 쯤, 대장내시경을 먼저 받게 된 아빠가 깨어났다며 진동벨이 울려 회복실로 들어갔다. 작은 용종은 거의 뭐 서비스인데다 큰 용종이 발견된 것만 서너 개 되어 다시 외래 진료를 잡고 입원해 제거술을 받아야 했다.

대장내시경 마취에 취해있던 한 시간 동안 아주 푹 잤는지 아빠는 두 눈이 동그래져선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뭘 그렇게 오래 자냐고 한 마디 하자 옆에 있던 간호사가 한 시간이면 오래 잔 것도 아니란다. 아빠, 아빠 입원해야 한대. 큰일 났다 이제. 장난 한 번 쳐보고 싶어 괜히 무서운 소릴 해보니 아빠는 여전히 잠이 덜 깨, 응.. 하고 대답했다.


" 아니, 내가 아니라 아빠가 입원해야 한다니까. "

" 그래...? 응..... "


그러더니 제일 처음 한다는 말이.


" 엄마는? "


이었다. 네 엄마는 끝났냐고.

몇 년 전만 해도 서로 같이 사네 마네로 한 바탕 싸우고 별거까지 하더니 이젠 그것도 아닌갑다. 돈은 딸내미가 다 썼는데 걱정되는 건 제 아내니, 이래서 가까울수록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기분이 묘한 오전이었다. 결론은, 기다리는 거 사람 할 짓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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