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유채>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위주로 적당히 편집한 부분이 있으니 감안하고 봐 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중복된 질문은 넣지 않았어요!


Q. 작중에서 루카가 도진이의 이탈리아어를 듣고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도진이의 이탈리아어 실력이 현지인이 듣기엔 뭔가 어색한건가요? 아니면 둘만의 묘한 기류의 힌트인걸까요?

A. 

질문해주신 도진이 이탈리아어는 어휘도 풍부하고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노래하듯 말하는 이탈리아어 억양의 고저를 덜 표현해서 말할 수 있는 문장의 수준보다 덜 유창하게 들리는, 그래서 어쨌든 아무리 오래 살아도 말하는 사람이 외국인이구나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약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들을 때의 어색한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Q. 루카와 도진이는 아빠가 될까요? 그렇다면 어떤 아빠가 되나요?

A. 

둘 다 그런 쪽으로는 별다른 관심이 없을 것 같아요. 서로로 완벽하다고 느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어떤 계기로 둘이 아빠가 된다면!


루카는 아이가 도진이를 귀찮게 하거나 방해하는 게 아니면 어떤 응석이든 모두 받아줄 것 같아요. 완전히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애정 공세를 퍼부어 줄 스타일. 도진이는 그런걸 적당히 컷해주는 쪽이 되겠죠? 혼자 할 수 있는 건 잘 못 해도 괜찮으니까 한번 해 봐 이런 느낌으로. 적당히 풀어주면서 애가 위험하거나 필요할 때 정확히 개입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인어가 정말 있어? 보고싶어! 라고 하면 루카는 인어 옷을 입은 수영선수를 섭외해서 보트 끌고 나가서 아이에게 저게 인어야 보여줄 거고, 도진이는 그건 확실하지 않아 하면서 매너티와 듀공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걸 보고 뱃사람들이 착각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혹시 몰라, 하고 말해주는 점이 다르겠네요.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 이러면 루카는 정말로 하기 싫다면 안 해도 네가 평생 편안하게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을 테니 나가 놀자고 할거고, 도진이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아이 기준에서 차분하고 납득가게 설명해 줄 스타일.

아기가 일찍 걸음마를 시작한다고 치면 루카는 비디오 삼백 개 찍으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혹시 영재 교육원 아는 곳 있냐로 시작하는 팔불출적인 자랑을 엄청 할 것 같고요, 도진이는 이맘때 애들 다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마떼오나 카를라나 주변 사람들한테 루카가 보낸 비디오 보셨어요? 왜 아직 안 보셨어요? 은근히 한번 물어보고 그럴 것 같아요. 둘 다 주변을 상당히 피곤하게 할 것 같은..


Q. 루카랑 도진이 티엠아도 풀어주세요.

A. 

TMI 뭐가 더 있을까요? 루카랑 도진이 MBTI를 저번에 생각해봤는데 루카는 ESTP (모험을 즐기는 사업가)고 도진인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일 것 같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 다 사고형인 부분은 비슷하고 나머지는 썩 비슷한 부분이 없는... 이런 류의 TMI 조금씩 풀어볼게요. 


Q. 루카랑 도진이가 기억상실이라면 상대방의 반응이 너무너무 궁금해요!! 

A.

질문주신 기억상실을 만약에 겪게 된다면!


루카가 기억상실

: 용기 있는 자가 부자 미인을 얻으니까 도진이는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일단 사무실로 바로 찾아가서 자기가 경매 회사의 복원을 맡은 배도진이라고 하는데요부터 시작해서 자기 복원실에 꼭 오셔야 한다고 초대해서 루카가 오면 열심히 잘 복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럴 것 같아요. 루카가 자기를 어쩌다 좋아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이상하게 튀어서 = 복원 일을 잘해서 호감이 갔나? 부터 시작한 도진이.. 정작 루카는 처음 자기 사무실 들어와서 종알거릴 때부터 귀엽다고 생각한 다음이라 도진이가 복원 다 끝내기도 전에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할 것 같고, 그럼 도진이는 아니 그래도 복원은 끝내는 건 보셔야... 할 것 같네요. 


도진이가 기억상실

: 루카가 다가오기만 해도 도진이는 루카의 외적인 부분에 압도당해서 좀 무서워서 피할 것 같아요. 복원소 빅 클라이언트라고 생각해서 부담스럽기도 해서 자꾸 피하다가 루카가 우리가 연인이라고 말하면 도진이는 저는 연애 같은 걸 할 사람도 아니고 그쪽이랑은 절대로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요 하면서 헛소리 취급할 것 같네요. 그래도 루카는 도진이 복원소에 매번 출근해서 먹을 것 가져다주고 데이트 신청하고 클래식한 대시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도진이는 처음에 부담스러워하다 루카가 일 때문에 못 오면 좀 아쉬워 할 것 같고 아쉬워하다가 그런 아쉬움에 당황해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Q. 소설 쓰시면서, 주인공 이미지화 할 때 참고한 배우나 모델이 있으실까요? (외모 포커스)

A.

주인공을 이미지화 할 때 사실 딱히 어떤 사람을 지정해서 그 이미지로 구체화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비슷한 느낌은 질문이 들어온 김에 한 번 찾아봤어요. 


루카는 Janis Ancens이라는 모델의 이 사진과 

같은 모델의 Ermenegildo Zegna 캠페인 포토들.

이런 사진이 루카 20대와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분은 다크 블론드에 벽안, 캠페인 포토들이 마르고 어려 보여 그런 부분은 다르지만요.

이분 베이스에 30대 중반, 그리고 플래티넘 블론드에 녹안, 더 예민하고 섹시한 느낌이 더해지면 제가 생각하는 루카 이미지와 비슷할 것 같아요. 루카는 굳이 따지자면 제 속에 매우 심한 슬리데린 상이랍니다.


도진이는 한국인이라서 심리적으로 거리가 확 가까운 느낌이라... 한국 연예인 누구 한 분을 딱 짚어 말하면 이미지가 너무 구체적으로 잡힐 것 같아요. 제가 찾지도 못했고요. 동글 땡글 느낌에 귀엽고 똘똘한... 그런 느낌의 귀엽고 어쩐지 아들 삼고 싶은 느낌의 친구를 상상해주세요! 레번클로와 그리핀도르 사이의 어딘가의 얼굴이랄까요? 저도 도진이 이미지와 딱 맞다 싶은 모델이나 그런 분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꼭 말씀드릴게요. 


Q. 둘의 결혼기념일이 궁금합니다. 날짜도 궁금하고 둘이 어떤 식으로 매년 기념하는지 궁금해요!

A.

결혼기념일은 일단 여름일 텐데요. 레덴토레에 루카가 프러포즈 한 지 1년 뒤에 결혼했어요. 루카가 우겨서 루카 생일인 8월 2일에 하자는 걸 도진이가 그러진 말자고 해서 루카 생일과 가깝게... 8월 7일에 했어요. 같은 주의 토요일이라서요. 


기념 선물은 좀 오래된 서양 전통 중에 결혼 기념일마다 주는 선물의 종류가 정해져 있는 게 있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던데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인 루카는 그런 전통을 잘 알고 꽤 재밌다고 생각해서 혼자 따르기로 할 것 같아요. 첫해는 종이류, 2년 차엔 면, 3년엔 가죽류 이런 식으로 정해져 있는데 그 종류를 지켜서 선물을 줄 것 같고, 

도진이는 굳이 그런 건 따지지 않고 (있는 줄 모르고 알아도 되게 나중에 알 것 같아요) 선물하는 편인데 루카 생일이랑 결혼기념일이 가까워서 골머리를 썩일 것 같아요.


그리고 막상 기념일은 여름이라 여름 휴가 기간이랑 겹쳐서 초반에는 여기저기 놀러 가 해외에서 많이 보낼 것 같은데, 도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 커다란 돌로미티 별장으로 가서 쉬는 거라 결혼기념일 근처 일주일은 무조건 돌로미티 별장에서 보냅니다.


Q. 요새 올림픽 기간이다보니 루카와 도진이는 스포츠를 즐겨볼까요? 축구나 암튼 어떤 경기에서 이탈리아와 한국이 붙었을 떄 둘은 과몰입을 할지 궁금합니다!

A.

올림픽은 둘 다 크게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 루카는 한국 메달 딴 거라든가, 그런 걸 체크해놨다가 도진이랑 밥 먹을 때 가끔 이야기해 줄 것 같아요. 막상 도진이는 어 그랬어요? 이런 심심한 반응일 것 같지만요. 

둘 다 챙기지는 않고 TV 돌리다가 하면 보는 정도 아닐까요? 그치만 둘 다 축구는 좀 신경 쓸 것 같은데요. 

요 몇년 이탈리아가 월드컵에도 못나가고 아무튼... 축구가 엉망이어서 루카가 축구에 대해 좀 시니컬 하길래 도진이는 루카가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구나 했는데 올해 이탈리아가 유로 2020 에서 우승해서 루카가 예상보다 상당히 기뻐했어요. 그리고 그걸 본 도진이가 새로운 면을 알아서 신기해했고요. 

이탈리아랑 한국이랑 붙으면 재미 삼아 같이 보겠죠? 좀 더 과몰입 한 건 아무래도 이탈리안인데요, 도진이는 그게 신기해서 한국이 잘해도 놀리고, 이탈리아가 잘해도 한국 이기니까 그렇게 좋냐고 놀리고 그럴 것 같네요. 도진이는 사실 야구팬이었던 누나 때문에 야구를 더 좋아해서 축구는 뭐... 이런 느낌이에요.   


Q. 도진이는 정말로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건가요? 루카를 놀리려고 언급한게 아니구요? 작가님도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시나요?

A. 

하와이안 피자! 도진이는 좋아해요. 사실 도진이는 가리는 것 별로 없이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 하와이안 피자 이야기를 하는 건 루카가 발끈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진짜 이탈리아에선 먹을 수도 없어서 못 먹은 지 너무 오래라 약간 되게 먹고 싶어진...? 그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저는... 한참 하와이안 피자만 시켜 먹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좀 질렸어요. 


Q. 어느날 눈을 떴는데 옆에 누워있는 사람이 5살 루카라면 / 5살 도진이라면 어떤식으로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A. 

5살 도진이를 본 루카

: 엄청 좋아할 것 같은데요. (외전에서 나오는 이야기라 약간 스포일러지만!) 루카가 제일 처음 본 도진이보다도 조금 어려서, 일단 놀라지만 좋다와 귀엽다는 감정이 더 클 것 같아요. 

깨지 않게 조심하면서 보다가 5살 도진이가 아는 건 한국어와 아주 약간의 영어 뿐일 거란 사실을 깨닫고 준비하겠죠? 준비한 멘트는 어색한 번역체로 '나는 당신의 가족 중 하나입니다. 원하시면 부모님에게 전화할게요. 원하시면 놀자.' 그걸 연습하다가 일단 자신이 외국인이고 그다지 선한 인상은 아니라 어린 도진이가 자기 생김새를 좀 무서워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의식적으로 웃자고 다짐하겠죠. 

5살 도진이가 일어나면 일단 뒤는 생각 안 하고 저도 모르게 엄청 웃고 엄청 사진을 찍을 것 같고요. 어린 도진이는 루카 얼굴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얌전한 편이라 다루는 건 안 어려울 거고요. 

어디 안 나가고 집 정원으로 가서 소풍처럼 놀고 도진이 그림 그리는 것도 봐주고 하다가 도진이를 재우고 나서야 찍은 사진 좀 보다가 도진이가 제 나이로 안 돌아가면 어떡하지를 걱정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5살 루카를 본 도진이

: 도진이한테 루카의 어린 시절은 좀 안쓰럽고 어쩐지 미안한 느낌이라서요. 도진이가 평소에 루카나 다른 어린아이들을 대하는 것보다도 훨씬 다정하고 발랄한 방식으로 뚱한 표정의 5살 루카를 최대한 예뻐해 줄 것 같아요. 

정말 아주 작은 것에도 미친 듯이 칭찬해주고 안아주고 괜찮다고 해주고요. 먹고 싶다는 것, 하고 싶다는 것도 최대한 다 들어주고 카를라에게 부탁해서 선물이랑 사탕 같은 것도 잔뜩 사줄 거고요. 도진이가 생각하기에 루카가 이런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싶었던 모든 걸 하루 안에 최대한 다 몰아주겠다는 각오로요. 

루카는 5살 즈음에 잠깐 한눈팔면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는 그런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는데 도진이는 그걸 계속 쫓아가느라 고생할 것 같구... 복원 녹화할 때 짬으로 루카를 열심히 녹화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너무 돌아다니는 루카 때문에 남는 영상이 별로 없을 것 같아요. 겨우 루카 재우려고 할 때는 도진이도 지쳐서 걱정이고 뭐고 할 틈도 없이 어린 루카를 껴안고 잘 것 같네요. 


Q. 루카도 이탈리안이니 무의식적으로 손제스처 같은 걸 많이 쓸까요? 그 손 끝 모아서 흔드는... 이탈리안의 상징과 같은 제스처를 하는 루카가 궁금해요. 뭔가 몰입하거나 화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기도 할까요?

A.

루카는 베네치아가 고향이긴 한데 또 영국에 있었던 시간도 길어서 다른 이탈리안보다는 덜 할 것 같긴 한데요. 

루카가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사업 때문에 화나거나 좀 흥분 상태에서는 당연히 이탈리아 손 제스쳐가 나와요. 도진이가 오며 가며 일상에서 자주 본 건 턱 아래를 손으로 툭 쓸어버리는 "상관없어"랑 입 주변에서 검지를 빙글빙글 돌리는 "이따가 이야기하자"랑 엄지랑 검지 총 모양으로 만들어서 흔드는 "됐어, 글쎄" 그리고 OK 표시를 길게 끄는 "완벽해" 요정도 인 것 같아요. 손 끝 모으는 건 의외로 도진이는 잘 못봤대요. 

루카는 자기가 그런 제스쳐를 거의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도진이가 무슨 소리냐면서 테이블 위로 루카 두 손 잡아두면서 한참 대화한 적 있었고, 말할 때마다 미세하게 손과 팔을 움찔거리던 루카는 결국 자기도 조금 이탈리아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말았답니다. 


Q. 올림픽 기간이니 루카와 도진은 어떤 운동선수가 어울릴까요? 그리고 혹시 생각해보신 올림픽 AU가 있으신가요?

A.

만약에 루카와 도진이가 나오는 올림픽 버전 AU를 하게 된다면.


루카는 섬 친구니까 바다 수영을 한 적도 있고 <캔버스에 유채>에선 어릴 때 수영 선수를 잠깐 한 적도 있다고 적어놨어요. 그런데 올림픽 선수라면 수영 쪽보다는 근대 5종 선수일 것 같아요. 루카는 좀 시키면 모두 골고루 잘하는 스타일이라서요. 펜싱, 승마, 수영, 사격이랑 육상을 합친 복합경기 다 하고 점수 내는 경기라고 하던데, 루카는 영국에서 별생각 없이 해군 사관학교를 다니다 근대 5종 국가대표 선수 제안을 받았고 그제야 좀 정체성이니 뭐니 고민하다 영국 선수가 되고 싶진 않아서 이탈리아 대표로 대회에 나가요. 

도진이는 멘탈 스포츠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라 사격이 아닐까 싶네요. 장난감 총 같은 걸 분해해보고 재밌어하다가 부모님이 한 번 사격 해보지 않겠냐고 해서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집중력도 있고 멘탈도 좋아서 일취월장한 케이스. 어린 시절부터 잘해서 메달도 일찌감치 따놨고 광고도 많이 찍고 전국적으로 귀여움도 많이 받은 스타 선수입니다. 

둘은 일단 사격이라는 공통 종목이 있어서 올림픽 도중에는 훈련장을 공유할 것 같은데요. 루카가 먼저 보고 도진이가 귀엽다고 생각하고요, 도진이는 자기를 계속 보는 루카를 보면서 뭐지뭐지 하면서 의식하다 훈련에서 약간 흔들려요. 

이미 도진이는 스타 선수라서 그런 거로 기사도 나고 주변 사람들도 호들갑을 떨어서 도진이는 최대한 저 근대 5종 선수를 피하고요. 루카는 하라는 훈련은 안 하고 도진이 찾으면서 식당에서도 친한 척 사격장에서도 빙글빙글 웃고 친한 척 하고요. 도진이는 최대한 무시하다가 가끔 생각나서 돌아버리겠고, 훈련 중에 생각보다 집중 못 하던 도진이가 열 받아서 자기 시합 전날 루카를 찾아가고, 펜싱 훈련하던 루카는 자기도 이제 훈련 막바지라 많이 못 본다고, 쫓아다녀서 미안했다면서 도진이 볼에 입을 맞춰요.

도진이는 거기에 당황해서 멘탈 흔들리고 진짜 메달 못 따는 거 아냐? 미친 거 아냐? 이런 생각 하는데 루카는 내 머리라고 생각하고 쏘면 잘할 것 같은데, 뭐 그런 말 할 것 같고요. 도진이는 열 받아서 진짜 루카 머리라고 생각하고 쏘고 완벽한 점수 내면서 메달 먼저 딸 것 같아요. 

메달도 있고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이제 할 일도 없는 도진이에게 여러 유혹이 뻗어오는데 도진이는 다 기겁하면서 거절하고 루카를 생각해요. 심심하게 선수촌에서 노닥거리다가 그냥 심심하니까... 합리화하면서 펜싱 훈련장이나 승마장에도 얼쩡거리고요. 사격보다 뒤인 근대 5종 경기 찾아보고, 루카 메달 따는 거 보고. 메달 딴 다음에는 루카가 도진이 방에 찾아오겠죠? 뭐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Q. 다른 외전 계획이나 쓰고 싶은 외전?

A.

루카가 도진이 가족을 만나는 것, 상견례,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은 Q&A에서도 많이 궁금해 해주신 부분이고, 그것 말고도 카도르시니 특별 전시로 도진이가 많은 관람객 앞에서 복원하게 되는데 그 꼴은 못 보는 루카나, 둘이 가까운 바다로 낚시하러 가다 보트에서 일치는 것, 같이 미술품 사러 뉴욕이나 런던을 돌아다니는 루카와 도진이 등등 뭐 이런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Q. 루카는 첫만남부터 도진이를 거슬려하고 신경 쓰여 했는데, 도진이가 만약 캔버스 감정을 따로 맡기지 않고 도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으려나요? 다른 방식으로 얽히고 결국 사랑에 빠졌을까요 아니면 좀 거슬렸지만 그뿐인 것으로 끝나버렸을까요?

A.

사실 제가 도진이를 묘사할 때 의지할 곳이라고는 자신뿐인 긴 해외 생활 때문에 의심이 심하고 곤두선 부분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도진이는 생각보다 자기 밥그릇 찾고 지키는 데에는 철저하고 기가 센 편이고요, 그런 건 에너지 소모가 심한 편이니까, 그 외의 일에는 좀 에너지를 많이 아끼는 모습으로요.

도진이가 감정을 맡기고 도박을 한 건 그런 맥락에서 제 기준으로 도진이가 정말 할 법한 일이지만, 또 그렇지 않았다면... 도진이는 그래도 포기는 안 했을 것 같아요. 아무리 감정 리포트를 받았어도 여러 정황 때문에 물의 유희 진위에 대해서 계속 의심했을 것 같아요. 특히나 루카는 도진이에게 마음대로 뽀뽀도 한... 그런 경계 대상이었기 때문에 더요. 소로야 재단에 연락해보겠다고 한다거나 찍어 놨던 사진을 언론에 제보하겠다거나 하는 방식으로라도 도진이는 루카한테 한 번 더 그림을 체크할 딜을 걸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루카는 거기서 도진이가 그렇게 쉽게 속이기는 힘든 친구라는 걸 깨닫겠죠? 그쯤 되면 루카도 더 속일 마음이 없을 것 같고요. 루카는 도진이의 그런 단단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는 모습을 좋아하니까요.  

만약에 그런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그리고 루카가 거기서 어떻게 잘 따돌려서 도진이 없이 물의 유희를 경매에 올렸으면, 프리뷰 광고가 나간 순간부터 도진이는 분해서 잠 못 잘 것 같고요. 열 받아서 이대로는 제 명에 못 살 것 같아 루카를 찾아가서 녹음한 것, 가짜라고 말했던 증서가 있으니 경매에 위작 냈다고 소문 낼 거라고 난리를 치겠죠. 사실은 아마 이 지경까지는 안 올 것 같긴 해요. 루카는 그 전부터 좀 도진이에게 반한 상태라, 사기를 치려고 하고 들키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무르게 군 것도 맞거든요.

어찌 되었건 둘은 어떤 식으로건 서로를 의식하고 얽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림이 아니더라도 루카는 카니발의 무도회장 이후부터 도진이를 찾으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베네치아는 생각보다 아주 작은 동네기도 하고, 루카는 어쨌건 카도르시니 관장 일을 어느 정도 시기까지는 해야 했으니까 도진이랑 자주 마주쳤을 거고, 계속 꼬시려고 했을 거고... 다른 길을 둘러 갈진 몰라도 결과는 같았을 거예요. 


Q. 한국에 와서 혹시나 부모님이나 형이나 누나가 루카를 알아볼까요? 아무래도 경황도 없고 마리사와 주로 이야기해서 마리사는 기억할 수도 있을거 같은데… 아님 베네치아에 왔을때 마리사 집에 오게 되면 기억을 할까요?

A. 

아마 도진이의 한국 가족들은 루카를 바로는 기억 못 할 것 같아요. 대화를 주로 마리사와 하기도 했고, 다들 도진이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정신없었거든요.

도진이랑 루카가 한국 찾아가는 게 먼저라서, 만난 뒤에 도진이가 그때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한 뒤에는 의외로 도진이 아버지가 루카 얼굴을 가장 먼저 기억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도진이 말고는 미술계에 큰 관심은 없는 편이라 그때 도진이와 가족들에게 친절했던 그 사람이 마리사라는 유명한 화가라는 거에 대해 얼떨떨해하고 이런 우연에 꽤 재밌어하지 않을까요!

마리사 집에 오면 다들 기억하겠죠? 다들 눈에 익어하고 그땐 정말로 아!! 진짜였네!! 하고 즐거워할 것 같습니다.



210817 이후 추가된 Q&A


Q. 서로 문자로 '애인 갔어 와도 돼'라는 문자를 장난삼아 보냈을 때 어떤 반응인지 궁금해요!!

A.

제가 질문의 '장난삼아' 부분을 쓰다가 깜박해버려서... 고의성 없는 쪽으로 썰을 풀었어요. 루카랑 도진이는 저런 장난을 별로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는 비겁한 핑계를 대보면서...


루카의 경우

루카가 중요한 클라이언트랑 계약한 경매 작품의 개런티를 흥정해야 하는 미팅 직전에 <애인 갔어 와도 돼>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뭐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클라이언트가 들어와서 회의를 시작하겠죠?

루카는 도진이의 성격과 성향을 아는 사람이니까 이게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차가운 이성으로 일단 저 메시지를 대체 누구한테 어떤 이유로 보냈을까 일단 고민을 해보겠죠. 

당연히 바람일 리 없다고 생각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루카는 미팅에 집중할 수가 없어요.

카를라가 저, 오르시니 씨? 하면서 주의를 환기해야 할 지경까지 오면 루카가 먼저 죄송하지만 오 분만 쉬죠, 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면서 이런 이런 상황인데 잘못 보냈다, 뭐 그런 메시지라도 오지 않았을까 기대하는데 그냥 여전히 삼십 분 전에 보낸 <애인 갔어 와도 돼>가 전부고.  

루카는 잠깐 고민하다 답장 보냅니다.  

<내가 언제쯤 돌아가 줄까 그럼.> 

당연히 도진이가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또 생각처럼 움직이지는 않으니까, 루카는 만에 하나 그게 내연 상대에게 보낸 메시지라도 도진과 헤어질 마음 같은 건 없어서, 도진을 쟁취하려면 싸워 이겨야지,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루카의 귀족적인 성정(..) 같은 게 대놓고 도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오만가지 생각의 결과물을 참고 참아 내보낸 게 저 메시지였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미팅에 들어가서 루카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개런티를 맞춰주고 오분 안에 상황을 정리합니다. 카를라가 혹시 어디 아프신 거냐, 0을 하나 더 붙이신 건 아시냐 펄펄 뛰는데 루카는 저렇게 메시지 보내놓고 바로 집에 갈 채비를 합니다. 그때쯤에 도진이의 메시지가 오겠죠. 

<아! 메시지 잘못 갔어요.>

<베아트리체가 드디어 말 한 거죠?>

<오래 걸릴 것 같다더니 루카 일찍 끝났네요.>

<근데 저 메시지는 무슨 뜻이에요? 지금 와도 되는데요? 그리고 시뇨라 렁이 지금 오는 거면 얼음 좀 사와달래요.> 

바로 전화를 건 루카는 얼마 전 요번 작품은 저번보다 시작가 낮춰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열 받은 베아트리체가 루카 꼴 보기 싫다고 렁 여사님과 몇몇 친구를 모아서 한낮의 칵테일 파티를 기획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뒤늦게 루카에겐 비밀이었다는 걸 알게 된 도진이가 베아트리체와 파티 구성원들의 으름장에 어쩔 수 없이 동조해버렸다는 것도요. 

루카는 도진이가 시켰으니 어쩔 수 없이 얼음을 사가요. 루카 기준에 도진이는 잘못이 없고, 시뇨라 렁에게는 화낼 수 없고, 그래서 베아트리체한테 이게 얼마짜리 얼음인 줄 아냐고 짜증을 내고 네 작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맡는다 이를 갈 것 같네요. 


도진이의 경우

도진이는 프랑스의 미술관에서 대여로 도착한 작품의 크레이트를 풀고 어떤 상태로 도착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작업 하는 도중에 메시지를 확인해요. 초반에 제대로 확인해 놓고 점검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발견될 때 보험 문제도 있고 해서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고, 대여한 작품을 지키는 대여 작품 미술관의 쿠리에까지 온 상황인데 날짜 확인한다고 잠깐 본 화면에서 루카의 메시지를 봅니다.  

<애인이 갔으니 와도 됩니다.>

그리고 도진이 확인한 것과 거의 동시에 메시지가 삭제되어서 삭제된 메시지라는 표시만 남아요. 

차라리 삭제라도 하지 않았으면 바로 무슨 소리인질 묻거나 그냥 뭘 하나보다 할 텐데 도진이가 보자마자 삭제된 메시지에 도진이가 멘탈 붕괴에 빠집니다.

이게 뭐지? 이게 무슨 소리지? 언뜻 본 건데 내가 잘못 읽었나? 루카가 아니었나? 이탈리아어에 다른 뜻이 있나?

이렇게 휘몰아치는 도진의 감정... 안색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되는 도진을 보고 다들 걱정을 해요. 쿠리에는 받은 작품에 문제가 생긴 거냐고 영어로 물어보고요. 도진이는 누가 봐도 안 괜찮은 얼굴로 어찌어찌 확인 작업은 다 끝낼 것 같아요.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일찍 가보라는 복원실 사람들의 권유에도 도진은 괜찮다고 우겨서 남아요. 루카한테 무슨 일이냐고 묻지도 못하고, 도진이는 일을 꾸역꾸역 끝내고 정말이지 무거운 걸음으로 집에 갑니다. 무서워서요. 도진이는 루카랑 너무 꿈같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혹시 그게 다 사라질까 봐 일단은 무섭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그러다 집에 오니 루카는 가볍게 웃으면서 작업실에 가 보라고 해요. 뭔가 기대하는 얼굴에 도진이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작업실로 가는데, 거기에 도진이가 마떼오 집에 갔을 때 본 발로통의 그림이 있어요.

"이거 마떼오 집에 있던 거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 같다길래 가져왔습니다."

"그걸 마떼오가 그냥 줬어요?"

"당연히 돈은 줬지."

"...아까 메시지 봤어요. 누구한테 보낸 거예요?"

"아까? 그걸 봤습니까? 배달 업체랑 마떼오 비서한테 보낸 건데."

"왜 지웠어요 그럼."

"서프라이즈니까?"

거기까지 듣고 도진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한참을 가만히 있어요. 루카는 도진이가 놀랐나 보려다 도진이 볼에 눈물이 한줄기 흐른 걸 보고 기겁합니다. 왜 우냐고 묻기도 전에 도진이가 눈물을 닦고요. 

"서프라이즈는 앞으로 안 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어요."

루카는 앞으로 절대 절대 서프라이즈 안 하겠다고 맹세하고 메시지도 절대 지우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죠?


Q. 소장본 판매 계획은 없을까요?

A. 

<캔버스에 유채> 소장본은 간혹 문의해주셔서 늘 생각은 하고 있는 일인데요, 제가 한국에 거주하는 게 아니고 언제 또 한국에 들어갈지 알 수 없어서 근시일 내에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언젠가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Q. 루카의 경매진행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제 미술품 경매할 때 소설 처음에 나왔던 것처럼 코멘트를 적당히 붙이면서 친근하게 하나요? 이런 느낌의 참고 영상이 있다면 보고 싶어요. 

A.

실제 경매 입찰 도중에 우리는 시간이라면 넘치니 천천히 하세요 이런 비슷한 농담을 한 경매사는 꽤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어요. (아마 경매사들의 농담일까요?) 

그래서 루카도 그 비슷한 농담을 하는 장면을 넣었고요. 보통 경험도 있고 굉장히 비싼 경매를 진행하는 경매사들이 그런 농담을 하던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아마 토비아스 마이어라는, 지금은 은퇴한 소더비의 경매사가 뭉크의 절규를 경매 올렸을 때 그랬던 거로 기억해요. 그분은 오랜 시간 소더비의 간판 경매사였으니까 거기서 나오는 여유도 있었겠죠?

그게 아니더라도 전화로 경매하는 직원들 이름을 부르면서 가격을 더 올릴 건지 재촉하는 경매사도 있고, 이게 끝일까요? 설마 아니겠죠? 이런 말들도 많이들 덧붙이고요. 그런 말을 길게 하는 건 아니지만요. 

경매사가 아무리 친근하게 진행해도 경매 자체가 워낙 긴장이 심해서 별로 친근한 느낌은 아니구... 그런 작은 농담, 그니까 숨 쉴 틈만 있더라도 입찰자들이 기계적으로? 긴장 속에서 터지는 그런 웃음을 많이 터뜨린단 느낌을 받았어요.

아래는 참고로 보시고 싶으시다던 경매 링크를 첨부해드립니다. 아마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를 검색하시고 쭉 보시다 보면 경매사들의 코멘트를 꽤 자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경매 자체가 생소한 분야라서 너무 제 마음대로 쓰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부분을 현실 경매를 나름대로 참고하고 썼어요. 사실 소설 속 경매에서 가장 이질적인 부분이라면 아직 삼십 대인 루카가 그런 대단한 경매를 맡았다는 점 아닐까요!


Q. 실제 이탈리아나 베네치아에 거주하셨거나, 복원일을 하는 분이 곁에 있거나, 미술품 경매를 보시는 편인지 궁금해요. 전부 해당없고 글이나 사진 자료조사만으로 쓰신 거라면 자료조사에 시간이 얼마나 드셨는지도 궁금해요. 

A.

저는 어릴 때 잠깐 이탈리아에 거주했던 적이 있어요. 

복원 일을 경험한 적이나 그걸 하는 분도 주변에 없고요. 어쩌다 한 번 미술관에 가면 복원 과정을 자세하게 전시하거나 복원가들이 방 안에서 복원하는 걸 보여줄 때가 있는데 그걸 몇 번 관심 있게 본 적은 있어요. 경매는 참여는 안 하지만 보는 걸 좋아한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복원이나 경매를 그걸 직업으로 삼는 분들만큼 아는 건 당연히 아니라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복원, 감정, 미술품 사기에 관한 책 세 권을 사서 읽었고 나머지는 주로 관련된 논문이나 기사를 검색해서 확인했어요.

자료 조사에 얼마나 걸렸다 딱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 부분은 사실 이야기의 줄거리를 잡는 부분이었고 자료 조사는 쓰면서 그때그때 필요할 때 했거든요. 제가 미술계 관련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재밌는 정보를 얻는단 마음으로 검색하다가 다른 흥미로운 기사로 빠지고 빠지고 그래서...


Q. 루카와 도진이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었다는 걸 알게되고 어떤 반응을 했을지 궁금해요. 운명이라고 생각했을까요? 그떄의 마리사 그림과 쪽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진품 인증을 받고 전시를 해서 대여비를 챙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안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작품이고 돈에 진심인 두 사람이니... 마리사의 무덤에 두 사람이 가는 일도 있을까요? 만약 간다면 무덤의 마리사에게 각각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요. 

A.

어릴 때 만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둘은 당연히 그걸 그들 나름대로 운명이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도진이보단 루카가 운명이라는 생각은 더 크게 할 것 같아요. 루카에게는 그때 기억이 있으니까 기억도 더듬어 보면서, 도진이와 마리사가 만난 적 있다는 것에, 그리고 마리사가 도진이를 좋아했다는 것에 안도할 것 같고요.

도진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속으로만 정말 기뻐할 것 같지 않나요? 그래도 같이 만난 적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렇게 조금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목소리는 흥분상태에 눈이 반짝반짝 빛나겠죠. 루카도 그걸 보고 웃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도진이와 루카는 돈과 경매, 그림에 진심이긴 해도 사랑에 빠진 다음에는 본인들의 사적인 추억을 그보다 우선할 수 있는 아이들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도진이 그림은 마리사가 빠르게 그린 그림이라 걸어둘 정도로 미술사적인 의미가 있는 그림은 아니기도 했고 그걸 제대로 전시하고 광고하려면 둘의 러브스토리를 잘 포장해서 팔아야 할 텐데, 루카랑 도진이는 그럴 의지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런 이유로 마리사가 그린 도진이의 어릴 적 초상화는 개인 소유로 집에 둘 것 같아요. 그래도 도진이는 사후에라면 카도르시니 마리사관에, 마리사가 그린 루카 어린 시절 초상화 <사랑하는 나의 딸> 옆에 걸어 두라는 정도는 해 둘 것 같죠? 


음 그리고 무덤에 가게 된다면, 루카는 굳이 갈 필요까진 없다고 할 것 같은데 아마 결혼식 직전쯤에 도진이가 우겨서 함께 갈 것 같아요. 

산 미켈레 섬에 마리사의 무덤이 있을 거고, 유명하고 팬이 많은 작가였으니 관광객이나 팬이 놔둔 꽃도 있을 것 같고요.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지는 않겠지만 둘 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처럼 마리사에게 인사할 것 같아요. 

도진이는 꽃집과의 의사소통 실패로 (중요한 사람한테 선물해야 하니까 "우아하고 아름답게" 해줘! 였는데 꽃집 주인이 "중요한"에 초점을 둬서 중요한 사람이라면 맡겨둬! 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거대하고 엄청나게 화려하고 튀는 흰 꽃다발을 가져갔어요. 

그걸 민망해하면서 무덤 앞에 놓으면서 어린 루카를 많이 예뻐해 줘서 감사하다고 할 것 같고, 그래도 한 번은 본 적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때 제발 자기가 너무 버릇없는 아이가 아니었길 바란다고, 자기가 이젠 루카를 잘 지킬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정말 팬이었다고, 루카가 그랬는데 우린 꽤 친해질 수 있었을 거라고 하던데 다시 못 봐서 아쉽다고,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것저것 떠올리다가 곧 혼자서라도 또 올게요 라고 혼자 약속하겠죠. 

루카는 이 애 기억나? 그때 밤비노. 나 애랑 결혼해, 오거나 볼 거라면 제발 날짜 잊지 말고. 그렇게만 말하려다가 덧붙일 것 같아요. 

고모가 틀렸어. 가끔은 원하는 만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있었거든. 오르시니라 더 좋은 게 나타난다는 옵션 같은 건 없더라고. 더 좋은 건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으니까. 다시 올 때까지 편하게 쉬어. 그 정도만 말할 것 같아요.


Q.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와이안 피자와 그린티 프라푸치노와 아이스 커피를 극혐하는 게 진짜인가요? 어떤 부분이 과장되었고, 어떤 부분이 진짜 그런지 가늠이 잘 안되네요.

A.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와서 당연히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알려드려요. 

그린티 프라푸치노는 극혐이 아니라 딱히 커피라고 생각을 안 하던데요! 그냥 슬러시나 새로운 종류의 음료수처럼 생각하는 것 같구. 솔직히 스타벅스의 메뉴니까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하와이안 피자도 이탈리아에서 그런 걸 시킬 수는 없어! 이런 포지션이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려면 스타벅스나 따로 외국인 메뉴가 있는 곳이 아닌 이상 서버와의 긴 대화 끝에 (...있잖아 너네가 이렇게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는 건 알아 하지만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나는 너희가 내게 커피 안에 얼음을 넣어 줬으면 좋겠어 저쩌구...) 그러면 알아들었다는 말과 함께 미심쩍은 얼굴로 큰 얼음이 들어간 컵 한 잔과 에스프레소 한 잔을 따로따로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받아서 얼음에 따라 마시면 제 이탈리안 친구들은 더러운 물 마신다고 구박하고.. 그랬어요. 

물론 저는 안 그런 친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린티 프라푸치노와 하와이안 피자와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관대한 이탈리안이 세상 어딘가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조아라에 연재할 때 제가 글의 재미를 위해 이탈리안의 특정 스테레오 타입을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쓴 적 있는데 여전히 같은 마음이랍니다. 


Q. 루카 아빠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소장한 그림은 여전히 도진이나 다른 복원가에게 맡기지 않고 그냥 두나요?

A.

마떼오는 당연히 소장한 그림을 대충 그냥 두고요. 아주 나중에 도진이가 "그 그림은 체크받으셨어요?" 하고 말하는 걸 루카가 듣고 마떼오를 추궁한 다음 루카가 마떼오에게 산답니다. 그리고 도진이한테 선물해요. 

위에 <애인 갔어 와도 돼> 문자 보내는 썰에도 잠시 등장하는 그림이에요!


Q. 곧 할로윈인데 루카랑 도진이는 할로윈을 즐길까요?!?! 둘이 할로윈을 어떻게 보낼지 너무 궁금합니다!!

A.

할로윈을 재밌어하거나 한 번쯤은 루카랑 할로윈 맞이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는 쪽은 아마 도진이일 것 같지 않나요? 

일단 더 어리기도 하고(..) 미국 문화에 더 익숙한 게 한국인인 도진이 일 것 같아서요. 더 나이 많은 어른 이탈리안은 집에 애들 나눠 줄 트릭 오어 트릿 사탕만 준비해 놓으면 되냐고 물어보는데, 도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아뇨 그런 거는 상관없고 우리 분장 하는 거 하고싶은데요? 할 것 같아요.

둘은 그래서 서로 분장을 하기로 하고, 테마만 "무서운 것"으로 맞추고 나머지는 당일 저녁까지 비밀로, 할로윈 저녁에 준비해서 같이 분장한 채로 저녁을 집에서 같이 먹기로 합니다. 루카가 나가서 식사할까? 했는데 도진이는 그건 너무 남부끄러울 것 같고 또 분장한 루카가 왠지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에만 있자고 해요. 

도진이는 막상 하자고 하고선 일이 너무너무 바빠져서 까먹고 있다가 젬마가 해피 할로윈! 하면서 도진이에게 사탕을 하나 찔러주고 나서야 헉, 하면서 뭘 하지 고민할 것 같아요. 

퇴근 전까지는 어떻게든 코스튬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고민해보지만 별다른 수가 없어서 결국 클래식 이스 더 베스트, 심플 이스 더 베스트!라는 모토로 몸 전체를 가리는 흰 침대 시트에  크고 둥그런 눈구멍 두 개를 뚫고, 그 위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는 침대 시트 유령을 하기로 합니다. 모자는 없지만 아래 사진 같은 느낌이요.

그리고 도진이는 루카를 어느 정도 파악해서, 루카가 분명 대단한 무언가를 준비할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불안해요. 

약속한 때가 되어서 집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분장(..)을 다 하고 내려온 도진이는 루카의 분장을 보고 놀라는데요. 루카는 완벽한 뱀파이어처럼 분장해서 나타나요. 뾰족한 송곳니에 흰색 러플 셔츠, 안감이 붉은 검고 긴 망토, 그리고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눈동자 색까지 더 밝아진 느낌으로요. 도진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루카가 웃으면서 그러지 말라고 손을 잡고.

도진이가 루카는 열심히 준비했는데 먼저 할로윈 코스튬 하자고 해놓고 겨우 이래서 미안하다고 하고, 루카는 준비 잘 해 왔는데 대체 왜 미안해하지, 하면서 웃을 것 같네요. 

도진이랑 잘 어울린다고 하면서 도진이의 코스튬인 침대 시트를 잡아서 쭉 내리고, 갑자기 그래서 도진이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가 떨어져요. 도진이 시야가 깜깜해져 놀라면 루카는 솜씨 좋게 눈구멍 부분을 끌어내려 도진이 목 근처로 맞춘 다음에 살짝 깨물 것 같고 도진이가 놀라서 침대 시트를 다 내리고, 머리가 까치집이 된 채로 째려보면 루카가 이젠 둘 다 뱀파이어네, 그러면서 분장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밥 먹자고 할 것 같아요. 


Q. 할로윈 하니까 생각났는데 할로윈엔 죽은 사람의 영혼이 잠깐 나타난다고들 하잖아요..!  혹시 마리사가 할로윈 밤동안 루카랑 도진이 옆에 나타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무 궁금해요. 

A.

제가 생각하는 마리사는 힘들지 않을 땐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장난기 많고 사랑도 많은 사람이라서요. 

할로윈에 나타날 수 있다면 마리사는 먼저 좀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 낄낄거릴 것 같아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일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장난부터 치는 사람 같거든요.


앞의 할로윈 썰에 조금 이어서, 저녁을 먹으면서 도진이가 문득 루카에게 물을 것 같네요. 루카, 오늘 보트 타고 온 거 아니죠? 아니라고 대답하는 루카를 보면서 도진이는 고개를 갸웃거려요. 아까 정원 쪽 개인 선착장의 초인종 소리와 열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거든요. 가끔 그런 장난을 치는 곤돌리에들도 있어서 도진과 루카는 그런 거겠거니 식사를 계속해요. 

그리고 갑자기 퍽, 전기가 나간답니다. 정전으로 위층 스튜디오 온습도 조절 장치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 도진이는 날다람쥐처럼 위층으로 올라가고요, 루카는 두꺼비집을 확인해요. 그러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도진이는 내려오면서 이상하게 조절 장치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전기가 아니라 전구가 나간 게 아닌가 중얼거리고요. 

그렇게 두어 번 더 불이 나가고, 루카가 내일 당장 사람을 불러야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하는데 도진이 방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요. 루카는 통화 중이라 도진이가 올라가 보는데 잘 놔뒀던 만화경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요. 

뭔가 좀 이상한데 싶지만 도진이도 루카도 딱히 귀신을 믿지는 않아서 찝찝한 기분으로 일찍 잔답니다. 그리고 둘은 비슷한 꿈을 꿔요. 

모카포트가 울리는 소리가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마리사가 커피 세 잔을 따르고 있는 그런 꿈이요. 

얼떨떨해하면서 둘이 앉으면 마리사가 둘을 본격적으로 놀리려고 하는데요.

도진이에겐 쟤가 내가 얼마나 아끼는 딸이었는데! 하면서 루카가 아깝다고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려고 하는데 도진이가 저기 잠시만, 하고 먼저 말을 가로막아요. 딸이라고 부르는 걸 루카는 별로 안 좋아해요. 딸 아니고 루카도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안 부르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처음엔 발끈하다가 상대가 자기가 엄청 팬인 마리사라는 걸 깨닫고 도진이는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질 것 같고요. 

마리사가 흐음, 그렇게 한마디를 뱉은 다음엔 루카를 공격할 것 같죠?

루카에겐 양심도 없니? 그때 그 밤비노잖아, 솜털 보송보송할 때 본 애잖아. 세상에, 그런 애를 데려가다 만난다는 거야? 라고 다다다 빠르게 놀릴 것 같은데. 

루카는 마리사를 알아서요. 단호하게 그런 건 이제 나한테 안 통해. 뻔뻔한 건 다 고모한테 배운 거니까. 거기다 도진한테 다시 오라고 메모 남긴 건 고모야. 내 잘못은 아니지. 그렇게 더 뻔뻔하게 굴 것 같네요.   

마리사는 그래서 너네 놀리는 거 생각보다 재미없다, 하면서 어쩌다 만난 거야? 언제부터 좋아졌니? 그런 걸 물어보면서 커피타임 가질 것 같아요. 

마리사는 루카가 경매사가 되었다는 것도, 도진이가 복원가가 된 것도 좋아할 것 같고. 루카가 경매하는 것보다는 그 어린 꼬마가 결국 복원을 한다는 걸 더 재밌어하고 신기해할 것 같죠?

둘 다 일어나선 좋은 꿈을 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할 것 같고, 아침부터 벨이 울려서 어제 부른 수리공이 벌써 왔나 하고 나가봤더니 해바라기가 배달 올 것 같아요. 재밌었어, 다시 봐서 기뻐. 그런 메모가 남긴 꽃다발이요. 




질문은 어디서건 편하게 해 주시면 됩니다. 



1차 BL 작가 / 쪽지는 확인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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