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특성상 BGM이 자주 바뀌고 많습니다.

필수로 틀어주세요.






네 소원은 뭐니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고 싶구나

네 소원은 뭐니

세상에서 제일 강한 전사가 되고 싶구나

네 소원은 뭐니

세상에서 제일 긴 영생을 갖고 싶구나

가능하냐고?

당연하지. 이곳 인스탄시아로 오렴.

너희의 소원을 들어줄게.


DREAM IN THE SEA





칠흑 같던 바다가 요동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는 배는 정부의 배일 텐데 보고를 받은 적도 없기에 저 어두운 수평선 너머에서 고고하게 물살을 가로지르며 다가오고 있던 배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등대의 불빛을 비추던 순간, 바다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무언가에 의해 등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높은 등대가 힘없이 고꾸라지며 커다란 조명이 바다 안으로 처박혔다. 바다에 잔해물들이 떨어지면서 높은 파도를 만들어냈고 그제야 선실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여기에 있으면 배가 위험해서 안 돼."

"그러면?"

"우리가 왔던 길. 그 바다 위에 있으면 해군이라도 쉽게 접근하지 못할 거야."


사실 도영은 해양생물이 가득한 그 바다 위를 다시 떠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건 사실이었지만 지금으로써는 그 방법이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책에서 읽었던 '그것'은 변덕이 심하고 결코 좋은 성격이 못 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믿어야 했다. 도영과 여주의 대화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이들은 상황 설명을 바랐지만 한시라도 바쁜 이 시점에서 느긋하게 설명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누나 뭐해?"

"뭐 수온 체크라도 해? 죽을 자리 미리 알아둬?"

"동혁아 말이 심하네? 죽다니? 설령 죽더라도 여기에서 네가 제일 먼저 죽지 않을까?"


여주가 몸을 굽혀 바다 안으로 한쪽 손을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천러가 물었고 동혁은 와중에 농담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러한 동혁의 농담을 절대로 받아줄 리가 없는 재민이 눈을 째리며 그의 목덜미를 잡아챘고 인준은 관심 없이 곧바로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여주가 바다에 집어넣은 손을 휘휘 휘젓자 작게 물이 찰랑거렸고 그녀가 이상한 말을 뱉어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조용히 울려 퍼지자 마크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여주의 행동에 드넓은 바다 전체가 요동치는 기분이 들었다. 땅이 아니라, 바다가 울렸다.

동혁의 뒷덜미를 잡고 있던 재민이 굳은 표정으로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머릿속에 '그것'이 떠올라 손이 흥건히 땀에 젖어 몇 번이나 쥐었다 폈다를 했는지 모른다. 여주가 바다에서 손을 뺐다. 뚝. 뚝. 뚝. 그녀의 얇은 손가락 끝에서 바닷물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알 수 없는 기시감에 소름이 돋은 마크가 닭살이 돋아 자신의 팔을 괜스레 쓸었다.


"적어도 해가 뜨기 전까지는 무사할 거야."

"…해가 뜨면?"

"바다 밑의 생물들에게 먹혀 죽거나 아니면 해군에게 잡혀 죽거나,"

"…"

"둘 중 하나겠지."


여주의 말에 도영이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로 긴 숨을 내쉬었다. 그 숨은 두려움과 긴장감 그리고 결의를 포함한 복잡한 숨결이었다.


"동이 틀 때까지 박지성을 구해야 돼."


아직은 수평선에 숨어 있을 저 해가 여러 명의 목숨을 쥐고 있었다.




DREAM IN THE SEA
EP.4 제비꽃



"…김여주."

"왜?"

"이거…"

"그거 뭐?"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숨죽인 상태로 조심히 걷던 여주가 뒤를 돌았다. 자신의 뒤에서 졸졸 쫓아오고 있던 인준의 손에 기다란 넥타이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까부터 혼자서 뭘 열심히 하고 있더니만 그게 전부 넥타이 때문이었나 보다. 여주가 인준과 넥타이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그에 머쓱해진 인준이 괜한 헛기침을 하며 새빨개진 얼굴의 열을 식히기 위해 손부채질을 했다.


"아니 내가 넥타이 매야 될 일이 얼마나 있었다고."

"누가 뭐래?"


당황함에 이런저런 말을 내뱉는 인준을 보며 여주가 웃었다. 같은 조가 된 여주와 인준이 팀원들과 찢어지자마자 한 일은 근처에 있던 해군 두 명을 기절시킨 후 옷을 빼앗아 입는 것이었다. 밖에서 보면 이 흰 옷차림은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색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바로 이 흰색이었다.

인준은 넥타이도 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당할까 봐 부끄럽고 자존심이 상했지만 사실 인준이 모르는 건 당연했다. 해군의 넥타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장 차림에 매는 넥타이와는 비슷하게 생겼을지 몰라도 매는 방식은 너무나도 달랐다. 단순한 매듭을 묶는 방법에도 각 상황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정복, 전투복, 생활복에 따라 넥타이를 매는 방식이 달랐고 해군에서는 칼각과 언제 어디서든 전투가 가능하도록 넥타이가 펄럭거리지 않게 고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해군에 입대하게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기본 상식 중 하나가 넥타이 매는 방법이었다.

군복을 벗은 지 꽤 됐지만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익어버린 그 습관이 여주는 자연스러웠지만 인준은 이렇게 하면 모양이 이상하고, 저렇게 하면 묶인 모양새가 이상해서 결국 여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여주는 인준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그리고는 인준의 손에 있던 넥타이를 가져가 그의 목에 둘렀다. 가까운 거리에서 익숙하게 자신의 목에 넥타이를 매는 여주를 힐끔 인준이 내려다봤다. 편견은 참 나쁜 것이지만 이런 것 하나 할 줄 모르고 오로지 남의 손길에 의해서만 옷을 입고, 머리가 만져지고, 신발이 신겨졌을 것 같은 고운 이미지의 김여주였다. 내리깔린 속눈썹을 가만히 바라보던 인준이 이내 혼자서 그녀를 훔쳐본다는 것이 민망했는지 시선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으로 올렸다.


"황인준."

"뭐."

"아까 설명 들어서 알겠지만 다시 말하자면 이 섬은 땅을 밟는 그 순간부터 능력 제어 장치 때문에 그 어떠한 센티넬도 능력을 사용할 수 없어."

"…"

"그렇기에 내가 너랑 함께 움직이는 것이고."


능력이 제한된 현재, 그들은 총 3조로 나누어 움직이고 있는데 그 기준은 센티넬이 아닌 본래 종족의 고귀한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나눈 것이다. 가장 먼저 섬의 땅은 밟지 않아 센티넬의 능력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위험한 해양생물의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배의 키를 잡은 도영의 곁에는 힘인 제노와 잔머리의 동혁이 붙었다.

그리고 센티넬의 능력이 아닌 호(虎)의 신인 마크는 전혀 능력을 제한당할 일이 없었고 재민은 센티넬의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본래 인간보다 월등한 인어의 힘은 간직하고 있었기에 둘이서 천러를 이끌고 감옥 섬의 전반적인 시스템 장치를 담당하는 곳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여주 또한 센티넬의 능력을 제어 당했지만 이들 중 감옥의 지리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서 자신을 도와 빠르고 민첩하며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인준이었던 것이다. 마크는 빠르긴 했지만 호랑이의 덩치를 무시할 순 없었고, 재민과 동혁은 여주와 절대로 붙을 수 없다는 도영의 완강한 지시가 있었다. 여주는 능력이 제한됐지만 일반인들보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본 전투력이 높다. 하지만 이곳에 아군이 아닌 적으로 들어온 이상 계속 능력을 제한당한다면 불리한 결과만 나올 것이다. 즉, 해군의 입장에서는 파필리오 축제가 열린 곳처럼 지켜야 할 귀족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마음껏 능력을 개방할 것이고 그러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특수 반지가 필요해."

"센티넬이 아닌 경우에는 반지를 갖고 있지 않겠지?"

"그렇지. 있으나 마나이니까. 그리고 직급이 낮으면 전투 인원으로 배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반지를 갖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아. 우리가 옷 뺏은 얘네들도 그 케이스고."


여주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는 깔끔하게 그의 넥타이 각을 맞췄다.


"야."

"또 왜."

"만약 반지를 찾는다면,"

"응."

"네가 먼저 껴."

"네가 아니라 내가?"


인준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게 본인은 센티넬의 능력이라고 해봤자 치유 능력밖에 없었기에 그다지 전투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었다. 본래 자신 종족의 힘도 갖고 있겠다 싶어 당연히 특수 반지를 찾게 된다면 여주가 우선순위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에게 반지를 준다니? 게다가 전투 능력으로 따지면 자신보다 여주가 훨씬 더 높다는 것 또한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는데 왜?


"만약에 내가 여전히 해군에 있었고 바다 위에서 너희랑 나랑 마주치잖아?"

"…"

"그러면 나는 황인준 너를 제일 먼저 찾을 거야."

"…"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잠깐이지만 여주의 눈빛은 살벌했다. 군인의 자세는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금방 다시 눈빛을 거두고는 장난스럽게 인준을 쳐다봤지만 그 짧은 새에 인준은 김여주를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선의는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있어야 해. 그렇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우리들보다 목숨줄이 더 길어야 된다고."

"…"

"목적은 박지성을 되찾는 거지만 너는 지금부터 네 생각만 해."

"…"

"날 살릴 수 있는 것도,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도 너밖에 없어."


그의 넥타이를 마지막까지 만져주던 여주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서 인준을 똑바로 직시했다.


"네가 죽을 것 같으면 날 버려도 좋아."

"뭐?"

"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야 돼."

"…"

"가망이 없으면 날 버리고 가."

"야 김여주 넌 무슨 말을 그렇,"

"그렇게 해야 돼, 황인준."

"…."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살아서 드림의 이름을 지킬 수 있는 거야."







DREAM IN THE SEA
EP.4 제비꽃




아수라장이 됐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해군들만 바쁘게 움직이는 탓에 감옥 안에는 어리둥절한 범죄자들만 가득했다. 바쁘게 뛰어가는 해군들에게 말을 걸어봤자 너희들이 알 바 아니라는 매정한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지성은 이 소란에 심장이 뛰었다. 그게 기뻐서인지 아니면 두려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자신의 친구가, 자신의 동료가 본인을 구하러 왔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텐은 그런 지성의 팔을 툭 쳤다.


"…왜요?"

"기다리는 건 끝. 이제 움직여야지."

"네?"

"여기 앉아서 응원이라도 하고 있게?"


지성은 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지성과 텐은 감옥 안에 있고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뭘 해야 하냐는 멍한 그의 얼굴에 텐이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머릿결이 얇고 곱상한 텐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지성의 이마가 뒤로 쭉 밀려났다. 무방비 상태로 텐의 손가락에 밀린 지성의 몸이 오뚝이처럼 갸우뚱 반쯤 넘어갔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온다.


"당연히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니까 감옥을 나가야지, 바보야."

"감옥을 나간다고요?"

"앵무새야? 왜 자꾸 말 따라 하는데?"

"아, 아니 잠깐만요. 그 전에 감옥을 빠져나가는 방법이 있었어요?"

"방법이야 있지."

"그럼 형은 왜 감옥을 빠져나가지 않았는데요?"

"사람은 항상 한 수 앞을 내다봐야 돼, 지성."


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촌스러운 죄수복 상의를 벗자 안에는 검은색의 민소매를 걸친 그의 팔뚝이 드러났다. 무작정 마른 줄로만 알았는데 탄탄하게 마른 근육들이 잘 자리 잡고 있었다. 목을 좌우로 돌린 텐이 감옥 문 가까이 다가갔다. 차가운 창살 밖으로 팔과 머리만 빼낸 채 주변을 둘러보던 텐이 이내 달리고 있던 해군 한 명을 불렀다. 앞서 해군들에게 말을 걸었던 다른 범죄자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유한 반응이었다.

텐은 누가 봐도 아우카가 적성에 맞는 사람이었다. 그 뜻은 힘도 힘이지만 사교성도 좋고 머리도 잘 굴러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해군에 잡혀 감옥 4동에 갇히게 됐지만 텐은 본인의 말처럼 한 수 앞을 충분히 내다볼 수 있는 능력과 머리를 가진 사람이었다. 텐은 자신을 잡아넣은 해군들이었지만 그들과 많은 거래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었고 감옥 안에서는 그들의 말을 잘 듣는 편에 속했다. 빠르게 감옥 환경에 적응한 그는 흉악하고 질 나쁜 이들이 갇히는 4동의 범죄자 신분치곤 해군에게 꽤 좋은 이미지로 굳혀졌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텐의 장점이자 특기였다.


"어? 얼굴에 거미 붙었어요."


코끼리가 속수무책으로 개미떼에게 당한다는 말이 있듯이 덩치는 산만한 해군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거미 때문에 화들짝 놀라 기겁하며 자신의 얼굴을 마구잡이로 털어냈다.


"아니, 거기 말고 그 옆으로 이동했어요. 아니, 거기 아니고 더 왼쪽으로!"

"말만 하지 말고 떼 봐!!"


창살 때문에 앞으로 손을 뻗을 수 있는 길이가 한정된 텐에게 해군이 다가왔다. 텐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해군에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가 해군의 이마 부근을 만지는 척하면서 해군의 눈을 가리고는 빠른 속도로 중얼거리자 그 짧은 순간에 최면이 걸린 해군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창살에 머리를 쾅 박았다. 머리가 찢겨 피가 날 정도의 부상이었지만 전혀 눈을 뜨지 않았다. 이미 감옥 안에 배치되어 있는 해군들은 모두 소란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나간 직후라서 이런 텐의 행동을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텐은 여전히 팔만 창살 밖으로 빼낸 채로 쓰러진 해군의 옷을 뒤졌다. 그리고는 상의 안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발견해낸다. 그제야 지성은 텐이 왜 많은 해군 중 한 명을 콕 집어서 불러냈는지 알았다. 섬의 각 동 안에는 여러 개의 감옥이 있고 각 감옥에는 담당하는 해군이 달랐다. 대개의 담당 해군들은 감옥의 열쇠를 감옥 각 동 입구에 있는 열쇠 보관함에 넣고 다니지만 감옥 내에서의 소란을 잠재워야 하거나 아니면 식사 시간에 밥을 넣어줄 때는 열쇠를 갖고 다니는 편이었다.

오늘 감옥 4동은 평소보다 저녁 식사가  많이 늦어진 편이었다. 그래서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구린 저녁을 먹을 수 있었는데 그때 감옥의 문을 열고 밥을 넣어준 해군이 시간도 시간인지라 1층 입구의 열쇠 보관함까지 갈 틈이 없어 새벽인 지금까지 계속 열쇠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텐은 그것을 노렸다.

모두가 텐의 행동을 숨죽여 지켜봤다. 그는 손을 더듬어 열쇠 구멍을 찾아내고는 해군에게서 뺏은 열쇠를 꽂은 후 있는 힘껏 돌렸다. 철컥하고 쇠가 맞물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감옥의 문이 열렸다. 텐이 뒤를 돌아 어깨를 으쓱하자 그와 같은 감옥에 있던 범죄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도 꺼내줘!"

"열쇠가 이거 하나밖에 없어."

"어차피 너네 탈옥하려면 입구까지 가야 되잖아! 가는 김에 열쇠 보관함에서 훔쳐 오면 되는 거 아니야?"


지성이 엉거주춤 감옥 밖을 나왔다. 함께 나온 여러 명의 범죄자를 향해 다른 감옥에 있던 범죄자들이 본인들도 꺼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정작 문을 연 것은 텐이었지만 다른 이들이 기세등등 더 난리였다.


"야, 너."

"어?"


순식간이었다. 텐이 손날을 세워 떠들고 있던 범죄자의 목을 후려쳤다. 억 소리 한 번도 내지 못하고 그가 쓰러졌다. 쿵 소리를 내면서 바닥과 마주한 그를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텐이 바라봤다. 다시 가둬버릴까 보다. 그런 텐의 싸늘한 말에 본인들도 꺼내 달라고 아우성치던 이들도, 그리고 텐과 함께 감옥을 빠져나온 이들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지성."

"…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14층이니까 우린 5층까지 가야 해."

"1층이 아니라요?"

"각 동의 5층에는 감옥 대신 훈련장이 있어. 우리의 목적지는 거기야. 4동의 5층, 훈련장."


텐이 몸을 빙글 돌려 계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성은 그런 텐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본다.


'올 거야, 걱정하지 마.'

'사람은 항상 한 수 앞을 내다봐야 돼.'


감옥에 들어온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태평했던 태도. 그것이 설령 자유로운 아우카의 특징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곳에서조차 텐처럼 여유를 부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텐이 자신에게 하는 말들은 모두 의미심장했다. 텐의 능력은 예지몽. 꿈을 통해서 미래를 본다고 했다. 지금은 능력 제한이 걸려 있지만 그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유롭게 꿈을 꾸던 사람이었다.


"형."

"응?"

"…혹시 오늘을 꿈으로 봤어요?"


텐이 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만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텐은 오늘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일들을 미리 꿈으로 만나본 사내였다.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았어. 단편적인 부분들로만 이루어진 꿈이었고 얼굴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럼 어떤 부분에서 그 꿈이 지금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 꿈에서 짧은 머리의 어떤 여자가 나왔어. 되게 무모한 짓을 하더라. 절대 상상도 못 할 만큼,"

"…"

"근데 너를 보는 순간 알았지. 지성이 너는 드림이고, 드림에는?"

"…여주 누나가 있다."

"응. 걔라면 꿈에서 봤던 그 무모한 짓을 할 수도 있겠단 확신이 들었어."

"그런데 여주 누나는 머리가 짧지 않은데요?"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파필리오 축제에서도 여주는 긴 머리에 해당됐고 재민과 동혁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묶던 모습도 눈에 선했다. 


"혹시 모르잖아? 심경변화로 인해 머리 스타일을 바꿨을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무튼 무모한 짓을 하던 그 여자를 만나러 가야지."

"그 무모한 짓이라는 게 뭔데요?"


지성은 텐의 꿈이 궁금했지만 그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숨기려는 것처럼.




DREAM IN THE SEA
EP.4 제비꽃




"제발 멈출 거면 미리 신호라도 주자."

"나도 앞에서 마크 형이 멈추니까 멈춘 거야."


재민은 자신의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은 천러의 엉덩이를 보고는 의욕이 상실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천러도 억울한 게 본인의 앞에서 가고 있는 마크가 멈추면 자신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둘의 속닥이는 대화를 들은 마크가 작게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섬의 장치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 관리동을 향하는 이들은 지금 좁은 환풍구를 통과하는 중이다. 감옥들이 있는 1~9동에는 환풍구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중앙 관리동에는 유일하게 환풍구가 존재했다. 그만큼 365일 24시간 기계들이 돌아가고 있어 온도에 예민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곳이었다. 혼란스러운 섬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중앙 관리동은 조용한 편이었다.

여주와 인준보다는 안전하고 쉬운 역할이었지만 방법이 다소 힘들었다. 건장한 체격의 성인 남성들이 몸을 구기면서 사각의 환풍구를 애벌레처럼 기어가는데 팔꿈치도 아팠고 무엇보다 더워 죽을 것만 같았다. 맨 앞에는 마크, 중간에는 천러, 맨 뒤에는 재민이 순서대로 움직였다. 끈적이는 땀에 옷이 달라붙었다. 능력만 사용할 수 있다면 바람을 일으켜 더위라도 식힐 텐데 그러지 못하니 천러는 답답했다.


"이러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 쪄 죽는 거 아니야?"

"환풍구에서 먼지 뒤집어쓴 채로 발견되고 싶지는 않은데."


여주가 대충 그려준 중앙 관리동의 도면이 뒷주머니에 있었지만 환풍구 안은 어두웠기 때문에 있으나 마나 무용지물이었다. 물론 마크는 밤과 같은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잘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지만 당장의 내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그것까지 볼 여력이 없었다. 길을 잘 찾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냥에 적합한 감각들은 누구보다 발달했기 때문에 마크는 본인의 귀와 본능을 믿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조금만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유독 더위에 약한 천러가 해롱거리며 말했지만 뒤에 있던 재민이 천러의 엉덩이를 손으로 쭉 밀었다. 간지러움을 잘 타서 평소 같으면 까르륵 웃으면서 하지 말라고 했겠지만 간지러움까지 이기는 환풍구의 잔혹한 온도였다.







DREAM IN THE SEA
EP.4 제비꽃




"황인준, 너 칼 쓸 줄 알아?"


뜬금없는 물음이었다. 완벽하게 다루지는 못하지만 사용은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주는 허리에 차고 있던 칼집을 통째로 풀어냈다. 그리고는 항상 분신처럼 달고 다니던 자개를 풀어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는 인준에게 칼을 건넸다.


"바꾸자고. 너 활이랑 내 칼이랑."

"네가 내 활을 쓴다고?"

"오… 기분 나빠하는 표정인데?"


탐탁지 않은 인준의 표정에 여주가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하아, 한 번 생각해 봐. 네가 만약에 나를 잡아야 되는 입장이야.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래?"

"음… 외형적인 면은 지극히 주관적이니까 아마도 변하지 않는 진짜 너만의 특징을 말하겠지."

"어떤 특징?"

"우선 여자라는 확실한 성별과 네 능력?"

"그래. 그러니까 박지성 찾기 전까지는 내 칼이랑 네 활이랑 바꿔야 된다고."


재현은 여주를 알아도 너무 잘 알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여주가 직접 이 섬에 발을 디딜 것이라는 걸 알았기에 그녀의 가장 큰 특징인 '여자'와 '능력' 그리고 '무기'를 중심적으로 사람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재현은 그녀와 함께 오는 다른 누구를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그제야 여주의 말뜻을 이해한 인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있던 활과 활통을 여주에게 건넸다. 서로 무기를 바꿔 든 인준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칼에 절로 당황스러워했다. 그도 그럴 게 그냥 단순히 비싸고 좋은 칼이라고만 생각했고 특별한 장식품이라고는 작은 용 모양의 자개뿐이니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 든 무기가 많이 무거웠기 때문이다. 들기 힘들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종족이었기에 인간보다 힘이 센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이종족인 그가 칼이 무겁다고 느꼈다는 것은 분명히 보통 사람이라면 이것을 절대로 들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심지어 김여주는 센티넬의 능력을 제한당하고 있는 지금 상태에서도 이 칼을 허리에 차고도 가뿐하게 움직이며 날고, 뛰고, 기고하던 것이었다.


"넌 진짜 뭐야?"

"뭐가?"

"…됐다, 됐어."

"왜 말을 하다가 말아."

"됐고 그 활 비싼 거니까 망가뜨리지만 마."

"비싸봤자 그게 그 값 아니야?"

"700년 된 고목 나무로 만든 거야. 그러니까 소중하게 대해."


장난스럽게 악기 연주를 하는 것처럼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그녀의 모습에 인준이 화를 꾹 눌러 참았다. 서로의 무기를 바꾼 둘은 다시 지성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로 소란스러운 이곳에서 사방팔방으로 뛰고 있는 해군들 틈에 자연스럽게 섞인 그들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솔직히 여주는 막막했다. 자신이 아무리 감옥 안의 구조를 잘 안다고 하더라도 지성을 찾기 전까지는 필요 없는 지식이었기 때문이다. 이 섬의 감옥은 총 9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주는 8~9동을 제외한 7개의 동에 지성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히 몇 동인지는 몰랐다.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매만지고 있던 여주의 팔을 인준이 확 잡아당겼다. 달리고 있던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었고 뭐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를 수 없던 여주가 눈으로 욕을 퍼부으며 그를 쳐다봤다. 인준이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리킨다.


"…4동?"

"잘 봐봐. 다른 곳과는 다르게 저기에서는 해군들이 크게 움직이지를 않아."


정말이었다. 소란스러운 이곳에서 유일하게 4동의 입구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다. 다른 동과 마찬가지로 안에서는 해군들이 뛰쳐나오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입구에 배치되어 있던 몇 해군들은 망부석처럼 그곳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추측뿐인 상황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하나하나 동을 돌아다닐 만큼 여유로운 시간이 없었다.

여주가 잠시 인준의 뒤로 이동했다. 자신의 등 뒤에서 몸을 숨긴 채로 무언가 준비를 하던 여주가 궁금했던 인준이 고개를 반쯤 돌린 채로 그녀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이내 예상치 못한 행동에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변하지 않는 나만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

"겉모습도 어느 정도 중요하겠지."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작은 단도를 이용하여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거침없이 잘라버리는 그 행동을 보고 말이다. 정말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여주의 행동 하나하나가 인준을 긴장시켰다.

어느새 어깨에 닿을락 말락 짧아진 머리카락과 손에 있던 잘린 머리카락들은 겉옷을 벗어 감싼 후 대충 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 넣은 여주가 어깨에 있던 인준의 활대를 매만졌다. 


"뭐해? 가자"

"어, 어…"




DREAM IN THE SEA
EP.4 제비꽃




4동 5층 훈련장. 소란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현은 휘두르고 있던 칼을 내려놓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 아파서 병동에 있던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움직임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훈련장 안에서 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는 재현. 그가 4동 훈련장에 움직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존재했다.


"경보음 울린 지 꽤 된 것 같은데…"


재현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두 팔로 몸을 지탱했다.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듯 그의 눈이 천천히 천장을 훑었다. 여유로우면서도 느릿한 행동이었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진정이 됐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훈련장 위아래에서 들려오는 여러 잡음에 아주 찰나의 휴식을 방해받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칼을 이용해서 끙차 자리에서 일어난 재현의 뒤로 다소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잘 찾아왔나 보다."


그런 텐의 뒤로 헐레벌떡 뒤따라오던 지성이 쿵쿵 뛰는 심장 위로 손을 얹고는 숨을 진정시키려고 하다가 이내 앞에 보이는 인물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경보음이 울렸을 때 이미 해군들이 이동을 했을 시점이라서 14층에서부터 비교적 쉽게 훈련장이 있어 가야 된다는 5층까지 내려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지성의 뒤로는 운 좋게 같은 감옥 안에 있었단 이유로 풀려나게 된 범죄자들이 있었다. 재현은 가만히 눈만 깜빡이며 그들을 바라봤다.


"뭐야 저 뺀질하게 생긴 애도 해군이야?"


지성이 말을 내뱉은 범죄자를 향해 조용히 하라며 펄펄 날뛰었다. 재현은 이 섬의 책임자도 아니었고 신문에 얼굴이 많이 실린 사람도 아니었다. 설령 실렸다고 하더라도 신문을 꼬박꼬박 챙겨서 읽는 해적들은 몇 없었다. 김도영이 이상한 편에 속한 것이다. 그렇기에 재현의 얼굴을 모르는 그들은 감히 망언을 내뱉었다. 땀에 젖어서 계급장이 박혀있는 옷은 벗어 던진 지 오래였고 와이셔츠까지 벗어 검은색의 반팔만 입고 있는 재현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형… 진짜 우리 여기에 잘 찾아온 거 맞아요?"

"아, 맞다니까 그러네?"

"그, 그러면 왜 저 사람이 있는데요?"

"이것도 내 꿈에 나왔어."


텐의 양어깨를 붙잡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지성은 안타깝게도 텐의 등 뒤로 숨겨질 덩치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지성은 그를 독대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신이 멀쩡해야 여주가 찾아오니 아프지도, 배고파하지도 말고 잘 버티고 있으라던 그가.


"탈옥은 예상 못 한 부분인데."

"…"

"뭐 상관없긴 해."


자신들을 깔보는 태도에도 텐은 반응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성도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재현의 정체를 잘 모르는 것들이 난리였다. 온갖 상스러운 욕을 내뱉으며 재현의 앞으로 다가온 한 범죄자 무리의 남자가 말했다.


"야."

"…"

"옷 벗어."

"…"

"네가 나 대신 이 옷 입어라."


이곳에서 생활하는 범죄자들이 입는 단조로운 패턴의 옷과 재현이 입고 있던 검은색 티를 번갈아 가리키며 험악한 표정을 짓던 남자를 재현은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그리고는,


"별 게 다 설치네."


순식간에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어깨에는 재현의 손이 올려져 있었고 엄청난 악력으로 어깨와 쇄골뼈를 부러뜨리자 남자의 비명이 훈련장 안에 가득 찼다. 재현이 쓰레기 버리듯 남자의 어깨를 내팽개치자 그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옆으로 쓰러지듯 넘어졌고 그런 그를 지나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텐과 그런 그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지성에게 한 발, 두 발 그리고 세 발. 천천히 느릿하게 걸어가던 그의 앞으로 활 하나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재현이 걸어가던 방향, 즉 뒤에서 날아온 화살은 훈련장 벽에 걸려 있던 물건들의 고리를 박살 낸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건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재현에게 몰려 있던 시선이 어느새 그의 너머에 있는 해군 복장의 한 사람에게로 향한다. 지성은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눈살을 찌푸렸고 그 사람의 손에는 익숙한 활이 보인다. 하지만 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인준이 아니라 여자였고, 그것도 짧은 머리를 한 사람이었다. 누구일까 하는 찰나에 그녀의 뒤로 모자가 벗겨진 상태의 인준이 뛰어 올라왔다.


"야 박지성!!"


앙칼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인준. 그렇다면 인준의 활을 당기며 이곳을 다시 조준하고 있는 저 짧은 머리의 여자는 텐의 꿈속에서 존재했다는…


"누나 머리가…"

"이상해?"

"…아뇨, 잘 어울려요."


조금씩 떨리던 지성의 심장과 손이 점차 가라앉았고,


"…"


반대로 재현의 심장과 손은 떨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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