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
"응?"

창밖을 바라보던 너를 내 얼굴로 시선을 끌어놓고도 말 할 수 없었다. 죽기전에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낮간지러워서 못하는 멍청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네게 내뱉은 말을 잊겠지만 너에게는 내 말 한마디, 그게 세상에서 들었던 마지막 누군가의 속마음이 될 텐데. 

"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그 해 포포가 준 선물]
- The year of Popo.









세상에는 두 가지 안녕이 있다.

다시는 볼 수 없어서 하는 안녕
다음에 만남을 기약하는 안녕. 

 내가 너에게 다시는 볼 수 없어서 하는 안녕을 하게 될 거라는건 예전부터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 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것도, 잘 알고있었다. 그래도 그 날이 오면 용기를 내고 웃으면서 인사 해주리라 다짐했다. 너도 내가 그러길 바라고 나에게 가장 먼저 알려준 것 일테니까. 

포포가 "나 곧 죽는다네." 라고 말하는 얼굴이 마치 죽음이란게 너에게 절대 오지 않을 것 처럼 무심했다.

그런 너였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내가 아는 포포가 아닌 악마가 들어와 있는 듯 심통하고 매사에 짜증을 내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더 지나자 매번 들를때 마다 대답만 겨우 하는 로봇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건 포포가 더 아파지고 있다는 것 이었다. 그리고 먼 이별을 할 그 날이 가까워 지고 있다. 문득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특별한 인사를, 우리만의 먼 이별의 작별인사를 만들고 싶었다.

"포포. 이제 인사할 때는 이렇게 할래?"
"뭐?"
“첫 인사던 마지막 인사던,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해. 이렇게 하는거야 어때?”

포포는 무슨 소리냐며 손사래를 치며 웃었다. 아 맞다. 포포는 웃을 때 이렇게 예뻤었지. 세살배기 아이 처럼 세상에 또 없는 너의 웃음을 처음 본지 이젠 몇달 째 되었었으니까. 포포가 처음 나와 마주보고 웃었을 때는 우연히 학교에 신고 온 신발이 똑같았던 날이었다. 수업시간에 둘이서 웃으며 처음 통성명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 난다. 그 때도 생각했다. 따듯한 미소라고. 

 포포가 어느 날엔가 '언젠가 내가 죽으면 누가 나를 기억하지?'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배를 내밀면서 내가 기억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었다. 진심이었다. 그 미소를 내가 세상의 끝에서 죽기 직전이라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의 웃음을 보면서 나는 더 굳게 다짐했다.

'네가 떠나는 날. 나는 너에게 지금은 말하지 못할 말로 인사 할래. '

그 후로 우리는, 아니 일방적으로 나는 포포에게 나는 모든것을 사랑해 하고 인사했다. 포포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나도'라고 얼버무리곤 했다. 그러는 날에는  포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 걸 보고 뿌듯해하며 병실을 나설 수 있었다. 언제는 자는 포포의 귀 옆에 인사를 하면 포포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보였다. 한번 잠에 빠지면 이틀은 기본인 포포에게 주로 귓가에 속삭이는 게 다였지만 그 때 마다 눈동자로 힘차게 인사했다.

‘나는 모든것을 사랑해.’


고요한 저녁 잠시 너를 떠나 우리가 다녔던 학교에 올라가 비밀처럼 만나서 생일을 축하해 준 그 곳에 서서 바람을 느꼈다. 너 만큼 나를 생각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하며 수줍게 웃던 포포가 떠올랐다.
사실 하루종일 손에 일도 안잡혀 포포 생각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고 걷다보니 여기라는 게 정말이지 웃기는 일이었지만, 내심 우리가 진짜 친구이긴 했구나 생각하며 행복해 했다. 여기에서 병원에 있는 너를 떠올리는 것도 너와 이별 후에는 진짜로 추억일 뿐 이다. 네가 비록 눈감고 있어도 숨을 쉬고 살아있는 순간, 네가 내 뱉은 숨을 다시 내가 마실 수 있는 지금 이 세상이 소중하다 생각했었다.
그것도 잠시 포포와 나의 먼 이별의 시작을 알리는 전화가 울렸다. 나는 다리가 아프도록 내달렸다.
포포에게로 가는 길은 멀고도 가까웠다. 삼차선 도로를 신호등을 기다릴 수 없어서 앞 뒤 안 가리고 뛰어들었다. 자동차가 내 앞에서 급히 멈춰 섰을 때 이렇게 너를 따라가도 좋다 생각하고 다시 숨이 차 심장이 아프게 뛰면서 너를 불렀다.

‘기다려 포포.’
‘제발 기다려줘.’


"포포!"

꺼져가는 숨을 마주하자 달려와 내쉬는 모든 숨을 주고싶었다. 누군가 눈을 마주할 힘도 없는 너를
간신히 꺼져가는 숨에 집중해야하는 너를 나는 멀리서 한번 더 불렀다.

"포포..."

미미하게 나를 부르듯 입을 움직이는 너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가 턱밑에 눈을 크게 뜨고 앉았다.
가라앉는 시선을 간신히 내게 옮긴 너를 끌어당겼다. 찰싹 달라붙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나 여기 있어."

"...나는 아스마르의 모든 것을..사랑해."

포포의 숨은 마지막 말을 밀어냈다.
그 모든것에 내가 포함되어있기를 얼마나 바라왔는지. 그것을 알고도 깨어나지 못하고 내 목소리에 열심히 눈동자를 굴려 ‘아스마르를 기억하고 있다.’,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 말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내 상상이 아닌 진짜 라는 걸 알았다. 포포는 자기가 좋아했던 꽃, 무지개, 산들바람, 코랄빛 노을, 그  모든 것 중에 내가 있다고 마지막까지도 말해주고야 말았다.

"나도"

웃어야 하는데 주체하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잠시 네가 아닌 다른델 봤다가 너를 보고 웃었다.
우리가 처음 봤던 그날 처럼. 포포는 따라 어렵게 웃으며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울어줘, 기억해줘, 나도 너를 기억할게.”
“기억할게, 고마워,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문법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눈을 감은 네가 진짜 내 손을 놓기 직전에 나는 너에게 속삭였던 말을 다시 해주었다. 울음인지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눈을 감고 나는 참았던 눈물을 놓아버렸다. 네 손이 평생 차가워지지 않길 바랐는데 속절없이 온기를 잃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먼 이별을 했다.
시간이 허락해서 너를 만나러 가기 전까지 우리는 먼 이별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너의 모습을 잊으면 안된다는 일 하나를 평생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다시 만나는 날 우리 오늘과 같은 인사를 하길.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해.”



-그 해 포포가 아스마르에게 준 선물. fin-




글.그림 /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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