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어떤 느낌이었을까.”

타누마를 껴안은 채 나츠메가 중얼거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길을 피하면서도 인물들이 기분 좋아하는 장면은 계속 기억 남았다. 어떤 감각인지 궁금하단 생각과 함께 잠깐 타누마에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나츠메는 괜히 몸에 열이 올랐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원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할지도 모른단 생각과 함께 괜히 고개를 저으며 타누마에게서 시선을 돌리려고 노력했다.

나츠메의 한마디 때문에 타누마는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똑같이 괜히 궁금해 했던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글쎄 라고 말을 돌리면서도 나츠메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아까보다 빨라진 숨소리가 들렸다.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서로 생각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눈동자만 마주쳤다. 나츠메가 타누마의 손에 깍지를 꼈다. 타누마를 끌어당기자 영화에서 본 것처럼 몸이 겹쳐졌다. 타누마는 바로 자기 밑에 있는 나츠메를 바라보았다.

타누마는 천천히 이마를 맞대고 움직이며 입술을 맞추었다. 한 손으론 나츠메에게 자기 체중을 싣지 않도록 침대 시트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나츠메의 얼굴을 만졌다. 입술을 움직여가며 상대방의 감각을 느끼고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키스가 길어질수록 나츠메가 타누마의 등을 더 세게 껴안는 게 느껴졌다. 키스를 하고 있을 뿐인데도 침대에 있어 서로의 몸이 더 깊게 닿았다. 움직이거나 몸을 부비면 야릇한 곳까지 감각이 전해져왔다.

천천히 입술을 떼고 서로 마주보자 스탠드의 은은한 조명 때문에 흥분이 오른 얼굴이 훤히 보였다. 부끄러운 듯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지만 나츠메는 타누마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 다음을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타누마는 분위기만으로 계속 넘어가면 안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손을 더 강하게 잡으며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보았다. 눈을 피할 수 없게 이마를 맞댄 채로, 나츠메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잔잔하게 선언했다.

나츠메는 잠깐 눈을 피했다가 타누마의 목 뒤로 양 팔을 뻗어 끌어안았다. 타누마를 끌어당기며 무언가 말을 하려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도 쉽게 말로 표현되지 않았다. 목소리 대신 맨살이 깊게 닿을 정도로 타누마를 끌어안았다. 말 대신 예상치 못한 행동에 타누마는 한동안 가만히 나츠메에게 안겨 있다가 뒤늦게 그를 안았다.

얼굴끼리 맞닿아 있는 위치에서 천천히 나츠메의 목으로 입술을 붙였다. 목에서 천천히 어깨선까지 입술을 움직일 때 몸을 움찔거리거나, 손가락에 힘을 줘 자신의 등을 세게 누르는 게 느껴졌다. 그 감각이 기분 좋게 느껴져 타누마는 좀 더 빨리 나츠메의 몸을 훑었다. 허리에 묶여 있는 가운 끈에 손을 댄 채로 나츠메에게 풀어도 되냐고 천천히 물어봤다. 흥분에 손으로 입을 막은 채로 나츠메가 고개를 끄덕였다. 은은한 조명 때문에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움직임과 얕게 눈물이 맺힌 눈가가 보였다.

눈가를 천천히 닦아주며 타누마는 허리끈을 조심스레 풀었다. 어깨에 걸쳐져있던 가운이 내려가면서 맨 살갗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명 때문에 훤히 보이는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부드러운 살갗을 만지다가 흥분 때문에 딱딱해진 부위가 손가락에 닿자 나츠메가 놀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웅크렸다.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도록 품안에 끌어안은 채로 가슴과 이어지는 허리선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간지럽혔다. 점점 밑으로 손을 내려 허벅지에 손이 닿았을 때 나츠메도 타누마의 등을 안은 채로 허리끈을 잡아당겼다.

손이 서로의 몸에 깊은 곳까지 닿으면서 뜨겁게 맞닿는 맨살 부분이 점점 많아졌다. 어느새 가운은 침대로 흘러내렸고 뜨거운 맨몸이 닿고 있는 게 서로 느껴졌다. 타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숨을 고르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영화에서 봤던 어떤 장면 속처럼 상대를 당황스럽게 하는 유혹을 부려보고 싶단 생각을 잠깐 했지만 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얼굴을 똑바로 드는 것도, 얽혀있는 다리를 어떻게 움직이는 것조차 부끄러움 때문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어도 영화처럼 쉽게 풀리진 않았다. 나츠메는 침대 시트에 손바닥을 짚은 채 타누마의 체중을 견뎌보았다. 나츠메가 힘들지 않게 타누마 역시 한 손으론 침대를 받치며 몸을 맞추어 보았다. 가슴 근처가 닿을 때마다 상대의 심장소리가 동시에 느껴졌다. 하지만 강하게 문지르거나 몸을 밀어넣는 건 생각보다 통증이 먼저 다가왔다. 다리 사이로 타누마의 몸이 들어오는 걸 허락한 채 껴안고 있었지만 순간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나츠메는 흥분보다 아픔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냈다. 

나츠메를 끌어안은 채로 타누마는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대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쓰러졌다. 침대에 누운 채로 계속 끌어안은 채 서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아무 말 없이 웃다가 아직 식지 않은 몸으로 잠을 청해보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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