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들은 바다 속에서는 자유로웠다. 돌고래나 물고기들과 같이 놀거나 같은 인어들 간에 노래로 경쟁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어들이 모두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은 아니었다. 여성형 인어에 비해 남성형 인어들은 행동의 제약이 많아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죽었고 바다 밖으로는 나가서는 안됐다. 여성형 인어가 자유롭게 바다 위로 나가 더 넓은 세계를 탐색할 동안 남성형 인어들은 바다 아래에서 여성형 인어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렇지만 여성형 인어들에 비해 남성형 인어는 개체 수가 적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 속에서 지냈지만 그것조차도 여성형 인어들이 정해놓은 영역 내에서였고 그 영역을 벗어나는 남성형 인어는 그 후로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남성형 인어들은 그런 삶을 몇 대에 이어서 살아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이상한 것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마 한 남성형 인어가 의문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게 말하는 이는 요한이란 이름에 황금과도 같은 금발을 하지고 날카로운 회색빛 눈동자를 지녔으며 상반신은 운동으로 인해 탄탄한 근육이 잡혀 있었고 아래는 머리색을 닮은 노란 꼬리를 가진 남성형 인어였다. 요한이란 남성형 인어에 대해 많은 수의 여성형 인어들이 이 남성형 인어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인어 사회에서 남성형 인어들이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는 일은 없었지만 그 남성형 인어만은 인어 사회 내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가 의문을 제기하자 인어 사회에서 제일 높은 계급을 가진 장로 중 한 명이 요한에게 되물었다.

 

  “무엇이 이상하지?”

 

 그 장로는 오랜 시간 살아온 여성형 인어였고 그 누구보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었다. 그래서 그만큼 고지식했고 보수적이었다. 그 여성형 인어는 다른 인어들과 다르게 나이를 먹어감에도 젊은 시절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에게 축복을 받은 인어라고 불리며 다른 인어들의 존경을 받은 이였다. 그런 인어에게 그 인어가 말을 꺼내면 그에 대해 대꾸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려는 인어들은 없었다. 요한은 자신에게 되물은 인어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했다.

 

  “여성형 인어들은 자유롭게 바다 위를 나갈 수 있고 바다 안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넓습니다. 그에 비해 남성형 인어는 바다 위를 올라가는 것은 허락받지 못한 일이며 일정한 구역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같은 인어인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요한의 말을 듣고 장로 주위에 있던 다른 인어도 소리 내어 웃었고 장로는 화를 내지 않고 온화하게 대답했다.

 

  “여성형 인어와 남성형 인어가 정말 같은 인어라고 생각하느냐? 인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에 대해서는 어릴 적부터 들었을 터인데 네 교육 담당이 잘못 가르쳐 준 모양이구나. 여성형 인어는 포세이돈님과 그 분의 아내이셨던 암피트리테님 사이에서 태어난 이후로 전 세계에 퍼졌지. 그렇지만 남성형 인어는 달라. 인간이 바다에 버린 어린 남자아기가 남성형 인어의 시작이고 그 남성형 인어는 이곳에서밖에 태어나지 않아. 그럼에도 여성형 인어와 남성형 인어가 같으냐?”

 

 장로의 이야기를 들은 요한은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장로에게 전했다.

 

  “남성형 인어들이 이곳에서밖에 태어나지 않는다면 더욱 더 여성형 인어들보다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바다 위에는 올라갈 수 없어도 바다 속에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요한의 말을 들은 다른 인어들은 요한을 향해 수군거렸고 이내 요한과 장로의 주변은 시끄러워졌다. 장로는 그런 인어들에게 말했다.

 

  “모두 조용히 해라.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젊은 인어가 있는 것도 좋지. 다른 인어들은 나에게 겁을 먹어서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하는 이들이 없어.”

 

 그렇게 말한 후 혀를 찼다. 장로의 말이 끝나자 시끄러웠던 인어들은 조용해졌고 장로는 말을 이어나갔다.

 

  “네 말에도 일리가 있지만 하나 잊은 게 있다. 인간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탐욕스럽고 나쁜 종족이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이익이 간다면 피를 이은 가족도 버리고 서로 싸우기에 바쁘지. 그런 인간 사이에서 인어의 심장이 수명을 늘려준다는 둥, 인어의 비늘을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온다는 둥의 이야기를 통해 인어를 잡고 있지. 여성형 인어는 자신이 인어라는 사실을 인간들에게 숨길 수 있지만 남성형 인어는 숨길 수가 없어. 남성형 인어가 흘린 눈물은 인간이 그렇게나 찾는 보석이 되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성형 인어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실 수 있는 곳을 제한해놓은 거야.”

 

 장로의 말이 끝나자 장로 주변에 있던 인어들이 동요했다. 그 중에서 한 여성형 인어가 장로에게 말했다.

 

  “그건 비밀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괜찮으신가요?”


 그 말을 듣고 남성형 인어들이 화를 냈고 그 사이에 요한은 그곳을 빠져 나갔다. 요한은 태어나고 나서부터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이유에 대해 몰랐다. 그렇기에 그 의미가 가진 뜻을 알자 요한의 머리가 띵해졌다. 그래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평소보다 더 높이 위로 올라왔다. 그러자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볼 수 없는 지상의 빛이 보였다. 물에 반사되는 빛을 처음 봐서 눈이 부시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빛에 이끌려 더 높이 올라가려고 할 때 요한의 귀를 의심하는 큰 소리가 들렸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물에 반사되던 빛도 사라졌고 바다 안으로 산산조각이 난 배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 사이로 검은색 짧은 머리를 가진 인간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요한 쪽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요한은 그 인간을 보자마자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 인간을 안고 인간이 사는 육지를 향해 헤엄쳤다.

 

*

 

 요한은 자신이 얼마나 육지를 향해 헤엄을 쳤는지 알 수 없었다. 바다 안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찰싹하는 소리가 들리자 감으로 육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을 안고 육지로 올라오니 요한의 하반신은 인간과 같은 다리가 생겼다. 육지로 올라오자마자 안고 있던 인간의 몸이 점점 차가워지자 요한은 모래사장에 그 인간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인어인 요한으로서는 죽어가는 인간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요한으로서는 그 인간 옆을 지키며 계속 육지에 있을 수도 없었다. 혼란한 틈을 타서 충동적으로 육지로 올라왔지만 요한이 사라진 것을 안다면 인어로서 어떤 벌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요한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반신이 다 잠기는 깊이까지 들어갔다. 그러자 다시 하반신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반신이 원래대로 돌아온 걸 확인하고 머리 짧은 인간이 요한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요한이 혹시 머리 짧은 인간을 찾을 일이 생길 때 그 인간을 찾을 수 있도록 일종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하반신에 있는 비늘을 하나 떼어 머리 짧은 인간의 옆에 놔뒀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살고 있던 장소로 돌아갔다.

 

*

 

 남성형 인어가 일정한 구역 내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려지자 여성형 인어는 남성형 인어들이 바다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해줬지만 남성형 인어들은 태양이나 달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요한은 머리 짧은 인간과 만난 다음 날, 비늘을 인간에게 줬다는 이유에서 요한은 육지로 내쫓겼다. 인어 사이에서 자신의 비늘을 준다는 것은 곧 그 인어와 결혼하겠다는 의미였고 사라진 비늘의 위치에는 새 비늘이 다시 생기지 않았다. 육지로 내 쫓긴 요한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을 찾는 것이었다. 인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요한이었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인간들이 사는 곳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며칠을 헤맨 끝에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을 찾았지만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남성형 인어들 사이에는 입는다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나체의 남성이 마을로 들어가는 것을 경비병들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당한 요한은 자신과 경비병의 차이점을 깨닫고 생애 처음으로 무언가를 입은 후에야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머리 짧은 인간에게 준 비늘 덕분에 그 인간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었지만 요한이 그 인간과 만나고 싶다고 해서 만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인어의 세계로 치면 머리 짧은 인간은 장로의 옆을 지키는 인어였다. 인간이 사는 곳에서 아무런 지위를 가지지 못한 요한이 그 인간과 맺어지기 힘들다는 것쯤은 인간 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요한도 알 수 있었다.

 

*

 

 요한이 육지로 올라 온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요한이 비늘을 준 인간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걸 알게 되자마자 요한은 바로 그 인간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

 

 요한이 그 인간을 찾았을 때, 그 인간은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그 인간을 보며 요한은 말했다.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기억하지 못해도 저는 항상 당신의 옆에 있겠습니다.”

 

 말이 끝난 후 요한은 그 인간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그 장소를 떠났다.

 

***

 

 얼마 후, 한 마을에서 진주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바다와 거리가 먼 마을에서 무더기로 발견되는 것이 수상해서 그 마을에 있던 경비대는 진주가 무더기로 발견된 현장을 찾아갔지만 별다른 점을 찾지 못하고 조사를 끝냈다. 다만, 진주가 무더기로 발견된 날 이후로 금발 머리에 회색 눈을 가진 남성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연성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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