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데드풀 X 홈커밍 피터








 


 뉴욕 퀸즈 거리를 수호하는 우리의 다정하고 친절한 영웅,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이 퀸즈 거리를 수호한 지도 꽤 되었다. 여전히 빌런들은 득실득실하며, 자잘한 범죄도 끊이질 않았고,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도 줄어들지 않았다. 스파이더맨은 이리저리 거미줄을 쏴대며 통통볼 마냥 건물숲을 날아다녔다.  도보를 걷는 시민들은 스파이더맨의 등장에 환호하기도 했으나, 혀를 끌끌 차며 삿대질하기도 했다. 전자상가의 큰 TV에선 스파이더맨의 활동으로 인해 뉴욕의 시설이 망가진 사진들을 내보내며 그의 활동을 자제하는 것에 관한 토론방송이 방영되고 있었다.


 스파이더맨은 한 고층 건물로 올라갔다. 한 손에는 가방도 있었다. 서서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고층 건물의 옥상에 올라선 스파이더맨은 난간에 걸터앉고선 가방에 손을 넣어 조금 열기를 잃은 샌드위치를 꺼내 마스크를 벗고 한 입 베어물었다. 언제나 맛있는 달마르 샌드위치인데도 썼다. 쓰다 못해 아려서 혀가 아팠다. 샌드위치를 조심히 바닥에 내려뒀다. 한숨이 절로 났다. 마스크를 무릎 위에 올려둔 채 두 손바닥을 쫙 펴보았다. 웹슈터와 빨간 수트 속에 숨은 이 두 손에는 조심하지 못한 나머지 생겨버린 생채기들이 가득하다. 이 손으로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내게 주어진 힘을 남들을 돕기 위해 사용하고 싶어, 그리고 사용하고 있어. 그런데도 나는 오늘 3명을 구하지 못했고, 1명은 나를 보며 울부짖었지. 왜 더 빨리 우리를 구하러 오질 못했냐고. 그 사람의 품에는 출혈이 심한 남성도 있었고. 연인이었을까? 아니면 가족? 둘 중에 뭐라도 상관없어, 그것에 상관없이 나는 그들을 구하지 못했어. 이건 바뀔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야.


 난 왜 그들을 구할 수 없었을까, 내가 늦장을 부렸던가? 아니, 아니야. 분명 길을 건너는 할머니께 도움을 드렸고 찌릿거리는 스파이더 센스로 여기까지 3초만에 왔어. 그런데도 왜 구하질 못했지? 왜 이 사람들에게 그런 고통을 안겨준 후에야 난 도착한 거지? 사실 퀸즈의 모두는 내 허접한 실력에도 멋지다는 찬사를 보내왔고, 나는 안일하게도 안심해버린 게 아닐까? 친절하고 다정한 영웅으로는 부족한 것 아닐까?


 토독, 토독. 펼쳐둔 손바닥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눈가가 조금 뜨거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시야가 물의 표면마냥 일렁이고 또 눈물이 볼 위로 흐른다. 자꾸만 흐른다. 스파이더맨은 항상 밝고 다정해야 하고, 또 퀸즈의 거리를 안전하게 지켜야 하고, 그리고 아.. 힘들다, 너무, 너무 힘들다. 난 더 잘하고 싶었어, 모두를 구하고 싶었어, 근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왜….


 "헉, 우리 거미 자기!! 이런 데서 만나다니, 역시 우린 운명이야!"


 데드풀이다, 서둘러 눈물을 닦았다. 몸에 힘껏 힘이 들어간 스파이더맨은 이미 자신의 갈라진 목소리를 눈치챘다. 데드풀은 자꾸만 스파이더맨의 곁으로 다가왔다. 스파이더 센스가 찌릿거렸다, 왜 이제서야 반응하는 거야. 정말..


 "자~ 기~ 야~?"

 "......"


 성큼성큼 다가온 데드풀이 별안간 발걸음을 멈췄다. 망했어, 들킨 것 같아. 어떡하지? 나중에 봐요, 하면서 도망가야 할까? 아니야, 그럼 날 끝까지 따라올텐ㄷ,


 "......."

 "......."


 데드풀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저 내 곁에 앉았다. 난간에 걸터앉은 데드풀은 두 다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나도 별 말이 없었다. 어차피 목에 가득 찬 물기 때문에 쉽사리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데드풀은 내 쪽을 흘끗 보더니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 가엾은 우리 거미. 무슨 일이 있었구나?"

 "....."

 "일루와, 상냥한 데드풀의 상냥한 위로는 토니 스타크도 못 사는 스파이더맨 전용 한정판이라구."

 ".....?!"


 대뜸 고개가 기울어지더니 관자놀이가 닿은 곳은 데드풀의 어깨였다. 처음에는 또 애 취급이야, 하며 밀어내려 손을 뻗었지만 이내 들리는 음성과 옅은 진동에 결국 손을 내리고 그대로 기대었다. 훅 끼쳐오는 데드풀의 향에는 피비린내가 섞여있다. 어디서 맡았봤던가, 그립고 아득하다. 데, 드풀.. / 응, 나 여기 있어. 거미야. / ......




 '오, 맙소사. 우리 거미가 지금 내 어깨에 기댄거야??'

 '어쩜 이렇게 귀여운 생물체가 존재하는 거야..... Holy shit.....'

 "다 조용히 해, 우리 거미 자잖아."

 '거미 머리 위에 손 떼지 그래.'


 "다 우리 거미 위해서 그러는 거야, 거미 위해서."


 사랑스러운 나의 거미, 퀸즈의 영웅, 아니 퀸즈 따위 알 게 뭐야. 내 영웅. 곱슬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어 주었다. 안쓰러운 거미에게 보내는 내 작은 위로와 큰 흑심을 동시에 담아 쓰담쓰담. 색색이는 스파이더맨은 천사가 아니고서야 형용할 수 없다. 어쩜 숨소리마저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어, 거미야! 이게 바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걸까? 거미에게서 후광이 비치고 숨결이 닿을 때면 귓가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그 순간?


 '이런 멍청이, 그건 키스할 때고!'

 '자는 거미에게 그딴 추악한 짓을 할거야?'


 내 박스들은 참 정직해, 그치? 우리 거미가 조금만 더 자라면 종소리를 듣자, 그래.


 "거미야, 스파이더맨."

 "......"

 "......"

 "...으응..웨이드...."


 당장 키스하고 싶다.


 "쪽, Good Night."


 꼬불거리는 앞머리를 살짝 치우고 드러난 동그란 이마에 츄- 했다. 이 정도는 봐줘, 거미야. 좋은 꿈도 꿔, 너의 꿈을 방해하는 것들은 내가 다 없애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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