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갑작스럽게 쓰러졌던 스승님이 천희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천희의 실력을 보고, 자신을 치료했다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제자라는 위치만 이해 했을뿐이였다.

본디 제갈린은 제자 사랑이 넘치던 사람으로 천희에게 오던 애정은 어마무시했다. 

그리고 그것을 천희는 알았다.

"...제자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제갈린에 천희의 눈이 심하게 떨리고 표정이 무너졌지만, 이내 갈무리하고는 물러났다.

"그래, 저 아이가 날 치료했다고?"

천희가 나가자 유호에게 묻는 제갈린.

"..그렇습니다."

그런 제갈린의 물음에 유호가 대답했지만, 유호의 눈은 천희를 쫓고있었다.

"흐음.. 알았다. 나가보거라."

천희를 잊은 제갈린의 태도는 천희에게는 충격이였다.

정확히는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실재로 겪는 것은 달랐다.

너무나.

마치 남을 대하듯 자신을 대하는 스승님의 모습은 악몽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 무엇하나, 그 누구에게도 이런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았다.

그 '천희'이니까.

"소각주님..."

"저는 괜찮습니다."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당연하죠."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밝게 웃어보이는 천희.

그런 천희를 사람들은 불안하게만 보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이전에도 과로사 하지 않을까 걱정 될정도로 일을 하던 천희가 제갈린을 치료하기위해 얼마자지 않던 잠마저 자지 않고 몰두하자 결국 유호가 천희를 방으로 데려갔다.

"그러다 죽습니다."

"안 죽어. 나 의사야 유호. 내 상티는 내가 알아."

"무공을 믿고 그러시는거겠지요. 무공은 만능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휴식은 취하셔야 합니다."

"..나 힘들어 보여? 아닌텐데?"

반박하기 위한 말이 아닌 순전한 질문에 유호의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것이 천희 모습은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안다.

천희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괜찮지 않다는 것을.

"도련님..."

"할 말 없지? 치료하러 가야하니까 유호가 가봐."

결국 유호조차 천희를 말리지 못했다.

***

"하하.."

스승님이 자신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안 날. 그리고 스승님의 다른 태도가 사무치게 느껴지던 그날.

천희에게 유일한 그 사람이 자신을 잊은 그날.

그날 진천희는 생각했다.

'마치.. 마치 내 위치를 잊지 말라는 것 같구나. 내 옆에 사람이 있을리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 같구나. 자격이 없음을 잊지 말아라.. 과거에도 지금도. 꼭 내게 안일해지지 말리는 것 같구나. 내가 혼자임을..'

"하하하!"

그리고 혼자 어디까지 생각한 것인지 한참을 웃던 천희가 조용히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조용히 읇조렸다.

"내 앞에 누군가... 있을리가 없지."

그렇게 천희는 조금씩 조금씩 주변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지도 상태를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지식 전하고 스승님을 치료하려 과로할 뿐이였다.

밝은 빛을 내던 광인의 눈에서는 빛이 사라졌다. 마치 모든 어둠을 빨아드리는 듯한 어두워지 광인의 눈만이 남았다.

본래 가지었던 것을 잃는 것의 상실은 상실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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