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과 행복

백일천자 60

1067자


 치이익 소리를 내며 병 뚜껑을 따내고 곧바로 입술에 대어 기울인다. 병을 기울여 와르르 흘려보내자 차가운 액체가 단번에 혀에 닿으며 시린듯 아픈 느낌을 준다. 공기 방울 하나 하나가 폭탄이 되어 내 혀 위에서 톡톡 터진다. 혀 위에만 맴도는 것이 아니라 혀 아래, 혀뿌리까지도 감싸안아 입 안에서 거의 폭죽놀이를 벌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목구멍 안쪽으로 내려보내면 울렁이는 느낌과 함께 가라앉는다. 혀 위에서는 아직 폭죽들의 잔상이 남아있지만, 몇 번 혀를 굴려주면 급방 가라앉는다. 

 나는 나의 의지로 기꺼이 그 고통을 다시 느끼기로 한다. 따갑고 아픈 감각을 다시 즐기겠다는 말이다. 혀 위에서 일어나는 폭죽 놀이에 나는 참가할 수 없을지라도 내 혀 위에서 사는 뭔가들은 신나는 축제를 벌이고 있겠지. 달콤하고 온 세상이 팡팡 터지는 즐거운 축제 말이다. 

 그래, 고백하자면 나는 그 고통을 즐긴다. 마치 양치를 한 것마냥 치아를 감싸는 그 느낌을, 혀의 설태를 박박 벗기고 나서 물을 머금은 것처럼 느껴지는 그 쓰라림을 즐긴다. 물론 작은 페트병 하나에 들어있는 당은 하루치 섭취 권장량을 훨씬 넘겼다고 하긴 하지만, 원레 몸에 좋은 것보다 좋지 않은 것들이 사람의 삶을 더 흡족하게 해주는 법이다.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이 있어야 사람의 삶에 활력이 생기고, 삶의 목적이 생기기도 하는 것 아닌가. 내 짧은 생각으로는 몸에 나쁜 것들이 사람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람의 몸에는 좋지 않아도, 정신 건강에는 좋기 때문이다. 그런 소소한 일탈들이 행복이 되는 것이 아닌가?

 몸에 좋은 차와 물, 혹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커피만을 마시다가 이런 몸에 아주 안 좋은, 달콤한 것들을 마시면 그야말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또, 매일 매일 청소를 하고, 방을 닦으며 지내다가 그 시간에 영화를 보거나, 누워서 잠을 자보면 정말 행복해진다. 물론 평소에 그만큼 정리를 해왔기 때문일테지만 이런 소소한 행복이 없으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이런 삶, 이런 행복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오히려 험난 한 세상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 믿는다.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 무지한 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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