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니가 우리 엄마,아부지 일본으로 보냈다고?"
 

온통 핑크색인 지훈의 방 침대에 드러누워 '왕X틀이' 를 찹찹 먹던 관린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고 싶다 하셔서. 그때 온천 가고 싶다 하신거 들었거든"

"에? 진짜? 왜 난 몰랐지"

"그리고, 나도 우리 둘 단둘이만 있는 시간을 갖고싶었고. 효도도 하고, 부부금술도 더 좋아지고. 일석이조 아냐?"

 

젤리를 뒤적이며 말하던 관린은 씩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옆에 앉은 지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나 완전 능력있는 사위이지 않냐?"

".....쫌.....?"

 

아무말 없이 젤리를 관린의 입에 집어 넣던 지훈은 씩 웃었다.궁에 들어온 뒤로 가족에게는 신경을 쓸 시간이 없어 항상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자신의 몸도 좋지 않으면서도 제 가족에게 신경 써 준 관린이 많이 고마웠다.

 

"근데... 이 방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다...그치?"

 

칭찬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 팔을 뻗는 순간, 관린의 말을 들은 지훈은 그대로 관린의 어깨를 퍽 쳤다.

 

"미친!!! 허튼 생각 하지마라!!!"

"무슨생각? 그럼, 우리 둘 말고 여기 누가 있어? 너야말로 무슨생각하는거야! 어우, 짐승."

 

베개로 얼굴을 가리며 긴다리를 휘적이던 관린은 베게에서 느껴지는 지훈의 샴푸향에 자기도 모르게 베게를 붙잡고 킁킁댔고, 그 모습을 보던 지훈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뭐하노!! 남의 베게를 가지고!!"

"좋다, 여기서 좋은향기 나. 너무 좋은데?"


그대로 베고 누운 관린은 편하게 누워 핑크색 천장을 올려다봤다.

온통 핑크색인 지훈의 방은 언제나 봐도 적응되지 않았지만, 지훈에게는 아주 잘 어울리는 방이었다.


"경호는 최대한 조용히 해달라 했어, 이 동네에 우리만 있는건 아니니까."

".........."

"부원군과 부부인께서 돌아오실 때 까지 여기 있다가, 돌아오시면 궁에 들어가자. 알겠지?"


인형을 끌어안고 조용히 관린의 말을 듣고있던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누워있는 관린의 팔을베고  같이 누웠다.

잠시라도 편안한 제 집에 있는것이 좋았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다는 것에 설레고 들떴다.


.

.

.


"마마를 예까지 모시게 되어 송구스럽사옵니다."

"아니에요, 조사할게 있으면 받아야죠. 아무 죄 없어도. 안그래요?"


의금부로 들어온 의건을 보자, 의금부 관리들은 다들 서로 눈치 보기 바빴다.

감히 왕족을 상대로 조사를 한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자의 입에서 마마의 존함이 나와, 어쩔수 없이..."

"알아요. 부담갖지말고 시작해요."

"예..마마..."


의건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누가봐도 선한 미소. 삭막한 의금부와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책상 밑에 내려진 의건의 주먹은 힘있게 꽉 쥐어졌다.

환한 미소에 가려진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모두가 죽는다. 자신을 포함한 자신의 사람들 모두가 한 순간에 무너진다.

하지만 언제 긴장했냐는 듯, 의건은 마주보고 앉은 의금부 총사령관리 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시작할까요?"


지금부터, 이곳에서 자신이 뱉을 말은 '모른다' 밖에 없다.


.

.

.


"....이게뭐야?"

"배고프다며, 밥 하고 있다이가"


지렁이 젤리를 다 먹고나자 침대에 드러누워 뒹굴던 관린의 '아,배고프다'  한마디에 벌떡 일어난 지훈은 당당하게 부엌으로 입성했다.

같이 놀아줄 사람이 가버리자 심심해 따라온 관린은 지훈이 매고있는 앞치마 마저 핑크색이자 경악했다. 그리고는 큰 눈을 가늘게 떴다. 왠지 지금 속옷도 핑크색 일 것 같애..

식탁에 앉아 있는 관린의 앞에 놓여진건 커다란 양푼이 하나. 그리고 몇 개의 반찬통이 다 였다.


"뭐하게..?"

"씁, 토 달지 말고 내 하는거 보기나 해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갖 반찬을 양푼이 안에 쏟아 넣는 지훈을 보고 관린은 또 한번 경악했다.


"너..뭐해? 나는 배고프다고 했지, 대한이 밥이 먹고싶다는 말은 안했어"


대한이는 대비전에서 키우는 진돗개의 이름이다.


"어허, 말이 많다? 니 이게 얼마나 맛있는줄 모르제? 니 아마 깜짝 놀랄거다. "


밥까지 투하한 다음, 고추장을 넣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마구마구 비비던 지훈은 참기름을 한 바퀴 두르는 것을 끝으로 뿌듯하게 웃으며 관린을 바라봤다.


"린린이~ 식사하세요~"


관린은 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린린이 착하제? 숟가락들자?"

"아...나 가슴통증.. 진통제 어딨더라..."

"앉아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관린은 바로 다시 착석했다.


"진짜 먹어봐라. 억수로 맛있다니까? 안먹으면 니만 손해일걸?"

"어느정도 손해보는 것도 인생에 도움된다고 했..."

"니, 내가, 해준, 밥, 안 먹을, 거가? 내가 직.접. 만들어 줬는데?"


들고있는 숟가락이 자신에게 금방이라도 날아 올 것같아 급하게 한숟갈을 떠 먹은 관린은,


"무생채두, 어머님이 하신거야?"

"웅, 아 니만 먹지말구! 나도 좀 먹자!"


밥풀을 흘려가며 열심히 퍼 먹고있었다.

비주얼을 보고 경악하던 왕세자 께서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모조리 쏟아부은 비빔밥에 푹 빠져서 아예 양푼이를 자기 쪽으로 두고 먹기 시작했다.

지금 관린의 모습은 누가봐도 왕세자가 아닌, 일반 서민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

"니 할줄 아나? 설거지?"

"야, 내가 봉사활동을 얼마나 다녔는데. 설거지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하지."


식탁에 엎어져 부른배를 통통 두드리며 흥얼 거리고 있던 지훈은 앞에서 설거지 하고있는 관린의 뒷태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뒷모습도 머리 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완벽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내가 좋대! 나 없으면 못산대! 어머!

괜스레 뿌듯해진 지훈은 본격적으로 턱을 괴고 관린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린린"

"응?"

"어깨 더 펴봐라."


응? 설거지 하다가 뜬금없지만, 지훈님의 주문이기에 관린은 집중하느라 살짝 움츠렸던 어깨를 쫙 폈다.

그러다가 뒤에서 느껴지는 체온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뭐해...?"

"가만있어봐라."


언제 왔는지 관린의 등에 매달리다 싶이 끌어안은 지훈은 본격적으로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 그 너른 등에 얼굴을 부빗댔다.

가만히 있어도 예쁜데 이렇게 스스로 예쁜짓을 골라서 하는 지훈때문에 웃음터진 관린은 마저 설거지 하며 뒤에 느껴지는 제 연인의 체온을 느꼈다.

관린의 허리를 끌어안은채 설거지 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지훈 역시, 너른 등이 편안하고 든든해 부비대던 얼굴을 등에 기대었다.


"좋다"

"뭐가? 내가 설거지 해서?"

"설거지 하는 린린이가 너무 좋다"


그 말에 바로 KO 당한 관린은 크게 웃으며 그릇을 정리했다.

뒤에서 자신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지훈때문에 몸을 움직이기에는 조금 불편했으나, 그렇다고 떨어지기는 싫었다.

재빨리 그릇을 정리한 관린은 몸을 돌려 지훈과 마주보고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늘 그렇듯, 천천히 토닥였다.


"지훈아"

"응?"

"나 그냥 궁 나올까?"


왕세자의 입에선 나올 수 없는 파격적인 말에 크게놀란 지훈은 눈을 땡그랗게 뜨고 관린을 올려다 봤다.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말을 뱉어냈는지도 모르는지, 해맑게 웃고있었다.


"무, 무슨말이고...! 니가 왜 궁을 나오노...누가 들을까봐 겁난다."

"이렇게 살고싶지 않아? 우리 둘만의 집에, 해가 뜨면 같이 누워있는 침대에서 같이 눈을 뜨는거야. "

".........."

"그리고는 서로 마주보고 아침을 먹겠지, 간 밤에 꾼 꿈 얘기를 하면서."


제 말에 상상하는듯 눈을 도록도록 굴리는 지훈이 귀여워 피식웃으며 관린은 지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침을 먹고나서, 같이 집 청소도 하고, 비워진 냉장고 채우려 같이 손잡고 집 근처 마트도 다녀오고."

".............."

"나는 집에 필요한 가구 만들고, 너는 화원 가꾸고. 그러다가 배고프면 또 둘이 마주앉아서 간식먹고."

".............."

"그러다가 노곤해 지면 서로 기대서 낮잠도 자고, 저녁되면 뉴스 좀 보다가, 드라마 보고, 같이 악역 욕도 좀 하고.

그리고는 밤이되면 다시 같이 잠들겠지? 너는 내 품에 안겨서, 나는 너를 끌어안고. 뭐, 가끔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하겠지?"

".............."

"어때? 그렇게 살고싶지 않아?"

"............."


지훈은 말없이 관린을 올려다 봤다.

관린의 말을 들으며 머릿속을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봤다. 관린이 말한 삶을 살고있는 둘은 너무나도 평화롭고, 예뻤다.


"...그래도,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거 알잖아."

"응 ,알아. 그런데 박지훈이 원하면, 나는 그럴 수 있어"

"............."

"왕이 되는 것 보다, 박지훈 옆 에서 기쁠때나 힘들때나, 같이 있어주는 좋은 남편이 되고싶어.나는."


자신의 어머니가 피를 토하며 아픔을 호소할때도, 아버지는 높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느라 괴로워 하고있는 제 어머니를 제대로 봐 주지 못했다. 어머니가 사경을 헤메며누워있는 중궁전에 얼굴을 비춘 적도 몇 되지 않았다.

제 어머니가 피를 토하며 어린 자신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을때도, 아버지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왔던 관린은, 제 아버지에게 가슴 한켠에 원망과 분노를 갖고 있었다.

장례가 끝나고 모두가 잠든 새벽, 어머니가 자주 찾으셨던 동궁전 화원에서 그제서야 서럽게 흐느끼고 있던 제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이며, 가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아버지의 일을 대신 하면서 한 나라를 책임 지려면 옆에 있는 사람은 책임지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태까지 제 어머니에 대해 속죄하고, 후회하며 괴로워하는 제 아버지를 보며, 관린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 만큼은 자신의 목숨이 끊어지는 날 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박지훈에게 만큼은 후회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관린아.."

"........."

"물론, 나랑 단 둘이 편하게 사는 삶도 좋지."

"........."

"근데, 나 때문에 니가 해야되는 일을 못하는건... 내가 너무 미안할 것 같다."

"............"

"내 남편이기도 하지만, 장차 이 나라를 책임질 사람이기도 하잖아. 그건 니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거고."

"...지훈아"


지훈은 관린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제 허리를 감싸안아오는 관린의 팔에 피식 웃었다.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니랑 같이 있는건 뭐든 좋다. 그러니까, 종묘사직을 어긋내는 그런 큰일 날 소리는 하지마라, 알긋나"


지훈에게 볼이 잡혀 주물림을 당하고 있던 관린은 피식 웃으며 지훈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모든게 좋았다. 흔들리는 자신을 이렇게 이쁜말로 바로 잡아주는 박지훈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 서로가 함께 보낼 나날들이 눈부시도록 예쁠 것 같아서, 예쁠 것 이기에, 좋았다. 

나른한 오후, 서로의 볼을 감싼채 입을 맞추고 있는 둘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평화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지훈아"

"........."

"자기야"

"........."

"야,박지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급격히 낮아지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린 지훈은 정색하고 앉아있는 관린을 보다가

기다리던 반주가 들리자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좀 뒤에서 보지? 눈 다 나빠진다?"

"야,조용히 해라. 방탄소년단이다. 잡음 섞이면 진짜 다 때린다"


리모컨을 휘두르며 티비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운 지훈은, 그 누구라도 지금 자신이 방탄소년단 컴백쇼를 보고있는 것을 방해한다면 쥐고있는 리모컨으로 뚜들뚜들 때려줄 기세였다.


"와, 박지훈 진짜... 너 진짜 저거 끝나고 나서 나한테 안기기만 해봐라. 절대 안 안아줄..."

"조용히 안하나!!!!!"


지훈의 고성에 깜짝놀란 관린은 커다란 몸을 잔뜩 웅크린채, 알지도 못하는 방탄소년단 컴백쇼를 강제로 시청하고 있었다.

그때


삑-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소파에 드러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난 관린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벌써 일본에서 오신건ㄱ...."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고 게임기를 흔들며 신나게 들어오는 우진을 보던 관린의 표정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정색했다.


"뭐, 뭐고...? 니가...아니, 세자저하..아니, 아니... 니가 여기 왜...?"


지훈의 부모님이 집을 비우셨다는 말에 밤 늦게까지 실컷 게임하기 위해 잔뜩 들떠서 달려온 우진은 ,제 불X친구가 아닌, 불X친구 남편이 제 집인 마냥 소파에 드러누워 있자 너무 당황해서 비싼 게임기를 떨어트릴 뻔 했다.


"뭐냐, 니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들어와"

"...그, 그게...워낙 예전부터...왕래가 있어가지고.."

"...여길 자주 드나들었다고? 비밀번호도 알고?"


안방 1열에서 한창 덕질하고있는 사람을 제외한 둘은 '자신의 부인과 외도한 남자를 만난 남편' 과 '오랜친구와 외도를 친구남편에게 들킨 남자' 에 빙의 되어 한편의 드라마를 찍고 있었다.


"둘다 조용히 안하나!!!!!!"


하지만, 그 드라마도 금새 종영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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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윙의 러브하우스에 참새가놀러왔네요😁

요즘 너무 열받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진짜뿌수고싶네요 와가야.....

판윙을 판윙에의한 판윙을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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